〈 82화 〉 80. 경찰과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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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하라 본가
시노하라 유즈키는 컴퓨터 모니터에 떠오른 유은하의 전투영상을 감상했다.
유리던전 클리어 영상을 백합길드에서 몰래 공수해온것이다.
한참 몇 번이나 돌려 보던 유즈키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백염은 생각이상이야.”
“제가 만났을 때는 속도만 빨랐는데. 이런 능력도 있었군요.”
시노하라 마리코도 영상을 두 눈을 반짝이면서 감상하고 있었다.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때 친구인 븝미와 함께 할 시절만 해도 이 정도 는 아니었는데, 사이클롭스를 상대로 오히려 고전했었다.
“마리코는 어떻게 생각해?”
“확실히 굉장합니다. 유리공작들을 한 번에. 아니, 애초에 통로 자체를 불바다로 만드는 것도 놀라워요.”
함께 동행하는 로즈마리조차 입이 떡벌어지는 장면은 제법 웃기기도 했다.
어쩐지 합류지점에서 로즈마리의 상태가 이상하다했는데, 유은하에게 크게 주눅 들은 것이 아닐까.
“도핑이라 하기에도 미묘하지. 저 정도로 능력을 끌어낼 수도 없고, 억지로 끌어냈다가는 바로 죽었을 테고 말이야.”
오히려 유은하는 멀쩡했다.
“하긴 한국 커뮤니티에 유은하의 인기를 보면 그럴 듯하지.”
심지어 일본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었다.
한참 전에 한성 아카데미 능력테스트와 단체전 영상은 일본 헌터매니아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헌터관련 쓰레드에는 유은하가 좋은 소재였다.
제목: 한국 유은하 vs 일본 시노하라 유즈키. 승자는?
KNTR 꼴린다. 은하 눈나 날 가져요.
명예 춍 등장www 일본인이라면 시노하라 유즈키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아무리 유은하가 대단해도 유은하는 생도. 시노하라 유즈키는 막부 수장인 데? 외모로만 대야 한다.
솔직히 유은하가 그 백염 뽑으면 천검 다 박살 나는 거 아니야?www
어차피 조선놈들 우리 동조선이라고 하는 데 내선일체로 유은하를 영입하자.
“하여간 이런 시대에도 할 일없는 놈들은 참 많아.”
대격변이 일어나기 전에도 쓰레드를 올 리고 네티즌들은 저마다 의견을 쓰면서 허송세월을 낭비했다.
그건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실제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글쎄. 모르겠는데. 승리를 확신할 수는 없겠어. 더군다나 몇 달 만에 그만 한 컨트롤이면 적보다는 아군으로 두는 것이 낫겠지. 막상 같이 있다 보니 정말 여자가 반할 거 같기는 하더라.”
적으로 둔다면 곤란하다. 그러나 대격변 이후 세계가 혼란스러워도 괴수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로 국제관계에서 전쟁이 일어날 일은 없다.
“그렇습니까?”
“확실히 주변인물들이 영향을 받는 것도 그럴 듯하지.”
아름답다. 확실히 아름답다. 가까이서 보면 정말 반할 거 같은 느낌. 한성의 여자들이 왜 익명게시판에 유은하를 상대로 비비고 싶다느니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 는 이해 가 간다.
“설마 당주님도.”
“나? 아무리 그래도 난 며칠 만나 보고 반해버리는 그렇게 싼 여자가 아니야. 호감은 있지만, 글쎄 내가 레즈로 갈 만큼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래. 지옥급 게이트에서 나를 구한다면 반할지도?”
어차피 굳이 침식지대. 즉, 격리지역으로 가지 않는 이상, 지옥급 게이트가 나타날 일은 절대로 없다.
“지옥급 게이트가 나타나기는 할까요?”
“그만큼 불가능하다는 의미지.”
유즈키는 피식하고 웃었다.
아군으로는 반드시 삼고 싶다. 그러나 역시 연인 관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은하를 놀리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자신은 쉽게 넘어갈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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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유진석이 찾아왔다.
이 인간은 꼭 잊을 만하면 찾아오더라. 그런데 대뜸 내 집으로 쳐들어 온 우리의 전작 주인공께서는 싱글생글 웃으며 손바닥에서 빛나는 큐브를 꺼냈다.
저건 유진석의 인벤토리큐브다.
“아니, 뭐 이런 걸 다.”
거대한 새우 몇 마리가 유진석의 인벤토리에서 튀어 나왔다.
설마 저거 하나 때문에 나 보고 집에 있으라고 한 걸까. 그냥 씹을 걸 그랬다.
“최근에 제대로 안 먹고 다닌다며?”
아니, 엄청 먹고 다니는데. 여자도 먹고, 맛집도 다닌다.
회사원 시절과 달리 유난히 단게 땡기더라. 그래서 단 걸 많이 사먹는 편이다.
최시우가 색욕이 된 이상, 어쩌면 최시아보다 최시우쪽이 더 날나리일지도 모르지.
“대충 잘 먹고 다니지만 서도.”
“일단 너 먹으라고 가져 왔으니까. 생으로 먹든 구워 먹든 잘해 봐.”
대체 어떤 오빠란 작자가 자기 여동생 앞에 새우를 선물이랍시고 내던질까.
그렇게 말해도 나는 새우를 요리한 적도 없다.
게다가 요리는 내가 해야 할 것이 아니지.
원래 이런 건 히로인들이 해야 하는 법이다.
애초에 나는 집에 있을 때 설탕물만 먹었으니까.
“그런데 또 어디 가는 거야?”
옷차림을 보니 또 어디 가려는 것 같다.
게이트 원정가나?
“아, 오늘 김지혜랑 방벽에서 만나 격리지역으로 가기로 했어.”
“뭐야. 불방망이랑 사귀는 거야? 그래서 격리지역 데이트?”
설마 불방망이랑 연결될 줄은 몰랐네. 하필 여친이 불방망이라 그런지 데이트코스도 화려 하다.
왜 격리지역? 혹시 나가서 빌런을 잡는 데이트라도 하려는 걸까?
“그런 게 아니야. 너도 알지? 백화TV”
“아, 알고 있어. 그 2인조 격리지역 스트리머?”
슬슬 나라에서 움직일 떼라고 생각은 했는데.
유진석이 이번에 그 일로 무슨 임무라도 받은 걸까?
“그래. 대머리가 청와대와 헌터 협회가 최근 백화와 비교당하면서 욕을 먹고 있으니, 우리보고 백화를 찾아오래.”
헌터 협회가 유진석에게 나를 찾으라는 임무를 내렸다면 상당히 다급한 모양이다.
“그렇구나. 잘 갔다 와.”
“그래. 잘 지내렴. 일 끝나면 또 올 게.”
“응. 몸조심하고.”
유진석은 내 머리를 한 번 꾹 눌러 쓰다듬더니, 새우만 남겨두고 집을 나섰다.
그걸 본인에게 말 하다니. 유진석이 불쌍하지만 이쪽은 이쪽대로 급해졌다.
하필 그 대머리가 곧바로 유진석을 투입했다면이건 흑신교. 아니, 백화교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
내가 없는 사이 송도가 유진석과 불방망이에게 노출되고, 골렘과 맞붙게 된다면?
“천산그룹도 들킬 위험이 있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리 알게 된 정도일까.
아무래도 송도를 숨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백화를 찾는다면 당연히 격리지역의 생존자들이 살 만 한 거주구역이 있는지 알아보려 하겠지. 그렇게 되면 자연히 마기가 없는 송도가 발견될 것이다.
유진석과 불방망이의 기동력을 생각하면 송도를 찾는 것도 금방일 것이다.
나는 구석에 인형 코스프레를 하고 있던 케이트를 불렀다.
“케이트. 팬트하우스로 연결해줘.”
“예.”
나는 팬트하우스로 이동해서 송도의 주변의 날씨를 살폈다.
하늘은 쾌청한 것이 소년 만화 찍기 좋은 날이다.
“하필이면 존나게 맑네.”
맑아도 엄청 맑다. 조금 흐리면 대충 폐허처럼 숨길 수 있을 텐데, 이렇게 되면 조금 힘을 써야겠다.
어쩔 수 없이 날개를 펼치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딱 송도를 커버할 정도의 마기만 만들면 될까? 정말 칠흑 같이 어두운 마기로 송도를 둘러치는 것이다.
조금 힘들 수도 있고, 어쩌면 헌터 협회의 마기 감지기에 걸릴지도 모르지만. 한 번 시도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
“음, 이 정도면 되려나?”
몸에서 마기를 퍼트렸다.
순식간에 물 흐르듯이 내 몸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송도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계란 껍질과 비슷한 송도를 지키는 마기 껍데기가 펼쳐졌다.
“이렇게 둘러치면 못 알아보겠지.”
유진석이 인류최강이라면 나는 괴인최강이다.
내가 퍼트린 마기가 송도를 덮는다면, 그는 절대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백화로 한동안 꽁꽁 숨어 있으면 찾을 수 없겠지.
나중에 유진석 엿먹으라고 대놓고 송도시내의 민간인 거주구역을 라이브찍으면 좋을 것 같다.
“대체 뭐 하는 거에요?”
팬트하우스로 돌아오자 레이나가 나를 반겼다.
팔짱을 낀 자세로 웬지 잔소리를 하려는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것이 탈주하고 싶지만, 송도가 걸린 문제라 이건 모두가 알아야 할 문제다.
“아, 오빠가 나를 찾는다고 하더라고.”
“설마 백화?”
“응. 울 오빠 존나 쩌는 거 알지? 걸리면 위험해. 그래서 용용이 특급 마기를 둘러친 거지.”
지금 만 해도 밖에서 보면 거대한 돔처럼 보일 것이다.
“여기 들키면 어떻게 되는 거에요?”
“다 서울로 끌고 가려고 할걸?”
그렇게 해야 실추된 헌터 협회의 이미지도 세울 수 있으니 말이다.
유진석. 그 인간도 자기가 가는 길이 옳다고 믿는 답답한 작자기 때문에, 생존자들이 격리지역에 있는 것보다 서울에 있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망했네요.”
“걱정 마. 들킬 일없으니까.”
“그래도 초대 신검사용자라구요? 유은하. 당신보다도 강할 텐데요?”
나는 용용이라는 것을 잊은 건가!
인류최강이라 해도 대격변을 일으킨 악룡보다 더하겠는가!
물론 나도 싸울 생각은 없다.
지금 내 사정이 어떻든 간에 결국 이 육체의 오빠는 유진석이다. 그런 마당에 칼을 서로 들이댈 수는 없는 일.
“음, 사실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방법이 있어요?”
내가 직접 나가서 유진석과 술래잡기를 뛰는 것이다.
다만 나는 질 생각이 없으니 문제다.
유진석이 나와 술래잡기에서 져 버린다면, 유진석의 명예도 떨어진다. 그래도 내 오빠란 인간이 좀 덜떨어져 보이는 것은 싫은데.
“나 이래 보여도 꽤 빠르다고. 도망칠 거야. 열심히.”
“아니, 그게 대체 무슨. 엄마한테는 뭐라고 말할 건데요?”
“딸인 네가 적당히 말해줘. 한수지나 최시아도 그렇고. 아니, 그러고 보니까 걔네들 뭐해?”
어차피 이번에는 여자 만나는 것이 아니니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심지어 레이첼은 유진석에 대해서 알지도 못 하고 있고.
문제는 그 세명이 송도에 없다면?
“엄마는 뱀탕끓이고 있고. 한수지나 최시아는 지금 밖에서 괴수들 잡는 시합하고 있는 데요?”
“뱀탕 좀 그만 끓이라고 하면 안 돼?”
나는 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뱀이랑은 나름 관계가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저녁메뉴가 요즘은 거의 뱀탕이다.
대체 어디서 잡아 오는 건지 몰라도 토실토실한 뱀 때문에 나와 레이는 죽을 맛이다.
솔직히 말해서 닭에게 치킨을 먹이는 격이 아닌가.
“그러게 바람을 적당히 펴야지. 맨날 다른 여자 냄새 풍기면 엄마만이 아니라 저도 좀 기분이 그렇거든요?”
“한수지랑 다른 애들은 멀쩡한 데?”
질투심이 유독 큰 것은 결국 레이첼 뿐이다.
“그야 한수지는 뭔가 맛이 간 것 같고, 최시아는 애초에 성좌에 본주인인 최시우 역시 남자였으니 별로 신경 안 쓰겠죠? 생각해 보세요. 어머니는 평생 아버지에 대한 사랑만 지키겠다고 하다가 기어이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는데, 화가 나지 않겠어요?”
“설마 정말 그 때 그렇게 반할 줄은 몰랐지. 아니, 물론 반하지 않더라도 반하게 만들 셈이었지만.”
어쨌든 레이첼은 꼴린다. 빈유라도 꼴린다. 그래서 강간이라도 해서 떨어트릴 생각이었다.
“아니, 생각해 봐요. 평생 그 서고에 갇힐 운명이었는데, 그 문제를 해결해준 데다가 자기를 구해 주려고 무려 100년의 시간을 함께 해줬는데, 안 반하겠어요? 그 긴 시간 동안 그 어둡고 밀폐된 공간에서 단둘이 100년이라면 멀쩡한 여자도 레즈가 되어버릴 걸요?”
“아, 생각해 보니 그러네.”
나 같아도 100년을 나만을 위해 옆에 있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반할지도 모른다.
레이첼도 아마 그렇게 느꼈겠지.
“최시우는 남자였으니 가질 수 있는 여유라는 건가. 그런데 내가 술래잡기 하는 이야기에서 바람이야기로 넘어갔는지 모르겠는데.”
“결국 하나하나 연결되어 있는 거에요. 이 발정난 암컷뱀같으니. 아무튼 이길 자신은 있다는 거죠? 내가 다크 엘프로 나설 필요는 없어요?”
레이나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솔직히 힘숨찐 짓을 하면서 혼자 도망다니는 것은 좀 귀찮기는 하다.
도움이 필요하기는 한 데. 다크깐프가 유진석을 견제할 수 있을까?
불방망이는 한 번 해볼 만해도 유진석은 글쎄다.
“지금 내가 유진석의 수준을 제대로 모르니까. 적어도 너희가 당해낼 상대는 아니라고 생각해.”
“잠깐, 언제까지 혼자 다 하려구요? 이래 보여도 저 완전한 엘프화도 진행 중이라고요. 그리고 다크엘프 때의 내 힘은 누구보다 잘 알 텐데요?”
나도 뭐 생각 같으면 그 둘도 쓰고 싶은데. 제 아무리 강해진 한수지나 레이나라고 해도 유진석을 상대로 승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시아는 신검의 성좌니 같은 신검사용자인 유진석을 만나게 할 수도 없다.
“침식화살이잖아? 확실히 불방망이는 이길 수 있겠지만. 상성차이가 좀.”
“저 이 팬트하우스에서 저격가능해요?”
“어, 진짜?”
“네.”
그렇다면 마기로 가려진 이 지역에서 저격으로 견제해줄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그럼 한 번 해볼까?”
나는 레이나의 음문을 활성화시켰다.
레이나의 몸은 음문을 중심으로 다시 포도맛 엘프로 변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이나는 매혹적인 눈빛의 사람을 오만하게 깔보는 다크엘프로 변화했다.
그녀는 잠시 자기 몸을 확인 하더니,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왜 뭐. 왜 저리 잡아먹을 듯이 봐?
“그리고 이 몸이 되면 말이죠?”
“응?”
“당신을 강간하고 싶어져요.”
혀로 입술을 핥짝이는 것이 저건 분명 나를 노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자.잠깐.”
“미리 말하는데, 저항하면 저 일 안해요? 대주지도 않을거에요?”
레이나는 내 의사를 무시하고 나를 소파로 내동댕이쳤다.
막을 수 있지만, 여기서 내가 전력으로 저항하면 일을 해주지 않을 것 같아 나는 입을 가리고 그녀에게 당해야만 했다.
이 울분을 나중에 유진석에게 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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