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81. 경찰과 도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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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번에 나 정말 탈진할 정도로 해줬으니 제대로 해줘? 믿는다?”
[후후훗 저만 믿으라니까요.]
“그래. 그래.”
다크깐프의 요망한 목소리가 마도기어를 통해 내 귓가에 울렸다.
사실 나 혼자 해도 되는 일인데, 당하고 보니 억울하더라.
어떻게 해서든 나는 나대로 오기가 있어서 뽕을 뽑고 싶어졌다.
그러니 레이나는 제대로 일을 해줘야 한다.
아니, 그런데송도 팬트하우스 위에서 저격이 가능하다고? 최대한 송도와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려고 생각은 했지만 서도.
에라 모르겠다. 일단 움직이자.
유진석만 몰아내면 되는 것이다.
“유진석이 움직인다면 지금 쯤, 연수동 쯤일까.”
감이 딱 온다.
실제로 연수동쪽에서 느껴졌다. 침식지대의 마기를 견뎌내기 위해 그는 압도적인 마력을 주변에 퍼트리고 있었다.
누가 봐도 딱 유진석이라는 느낌이 드는 강렬한 마력의 파동.
언젠가, 전대 신검사용자로서 신검을 사용할 자격을 갖출 정도로 막대한 마력을 품은 몸을 한껏 개방하여 주변의 마기를 정화하기시작했다.
물론 그가 정화한다고 주변일대가 전부 정화 되는 것은 아니다. 일정범위만 정화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건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신검을 받아 들일 정도로 정의롭고, 강력한 마력을 품은 그의 마력은 주변을 광범위하게 정화했다.
그래도 한계가 있어서 범위를 더 넓히는 것도 영구적으로 정화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는 적어도 백화를 찾는데는 어렵지 않다고 판단했겠지.
마기를 마력석으로 만드는 창조경제를 하는 내 방식과는 다르다.
“아무래도 찾기가 힘들 거 같은 데? 귀찮은 데 우리 데이트나 갈래?”
옆건물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불방망이 김지혜다.
김지혜가 저럴 때만, 어떻게든 유진석과 데이트하려고 꼬시는 꼴이 머지 않아 노처녀가 될 상이다.
“일은 똑바로 하자 지혜야. 맨날 네가 놀 생각만 하니 머리가 안 좋은 거 아니야.”
“나이먹고도 그런 말을 꼭 해야겠어?”
나이를 먹으면 얼마나 먹었다고.
“아무튼, 헌터 협회의 이미지도 달려 있고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백화란 여자가 얼마나 대단한지.”
“좋아하기라도 하는 거야?”
김지혜 저 여자는 이 순간에도 불방망이를 꺼내 들고 은근히 겁을 준다. 질투나는 건 알겠는데, 저러니 유진석이 안 좋아하지.
저런 여자랑 연애하고 결혼이라도 하다가는 무슨 일만 있으면 불빠따로 맞을까 봐 전전긍긍할 것이다.
“그런 게 아니잖아. 우리 예전에도 격리지역 많이 나왔었어. 그런데 백화 같은 강자를 본 적은 없잖아.”
“확실히.”
유진석이 제법 예민한 부분을 찔렀다.
전작에서는 방벽이 설치된 이후에도 격리지역에 빌런들이 많았다.
애초에 그 때는 아예 하정석의 권한이 좀 있어서 마기의 침식이 심해진 지역을 버리자고 하는 바람에 괴인 빌런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는 했다.
“우리가 없는 사이 격리지역에도 뭔가 판도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어.”
“새로운 괴인이라던가?”
“그래. 솔직히 나는 백화를 괴인으로 의심하고 있어. 다른 사람들은 느끼지 못 한 듯 보이지만, 백화가 사용하는 그 기술은 오로지 악의만 느껴졌으니까.”
역시 신검사용자답다.
그래도 그렇지. 악의라니. 빌런들을 잡은 것은 어쨌든 정의구현이다. 그저 잡는 김에 즐겼을뿐이지.
“그렇다면.”
“그래. 정의가 아닌 스스로 살인을 즐기는 것 같았어. 즉, 그 백화란 여자는 괴인일 가능성도 있거든.”
나이스 오빠. 아주 제대로 파악하셨어.
“구하면 안 되는 여자? 그럼 빠따질해도 되지?”
빠따질은 전작부터 유명했다.
앞뒤 생각하지 않고 일단 빠따로 때리고 보자.
“그렇게도 생각하지만, 괴인이라고 무작정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백화를 데려오는 것에 나도 동의를 한 것이고. 적어도 확인은 하고 싶어,”
“그럼 어쩔 수 없네.”
원작 시대에서 몇 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유진석은 주인공다웠다.
백화가 일단 괴인이라도 만나 보는 것. 그리고 그 백화가 정의라면 적어도 타협을 보자는 것.
유진석의 성격상 최철식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들을 리 없다.
아마 유진석은 백화를 만나 백화의 사상검증을 하고 내버려 두든 아니면 헌터 협회의 이미지만 실추되지 않게 적당히 협상을 하든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런데 어쩌나. 나는 만날 생각이 없는데.
대화 정도 는 해줄 수 있지. 그런데 그 옆에 왈가닥 불방망이가 있다. 그 여자는 유진석도 막지 못 하는 막가파다.
당장 한성에 있을 때만 해도 교관으로서의 자격이 전혀 없지 않은가?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고 진심이다.
소설과 달리 현실에서 김지혜 같은 스타일은 주인공에게 선택받지 못 하면 암덩어리일 뿐. 히로인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그럼 슬슬 이쪽도 방송을 켜볼까?
아마 내 예상인데 저쪽도 나를 알아챘을 것이다.
당장 내가 유진석의 침식 정화지대 안에 있는데, 모를 리가 없지. 그러니 조금 전부터 조용한 거다.
김지혜도 알고는 있겠지? 그럼 슬슬 연기를 할 때다.
“여러분~안녕하세요~백화TV의 백화에요!”
간만에 함박웃음. 어차피 가면이라보이지도 않지만 웃으면서 손을 흔들자 시청자들이 인사했다.
백하
왜 이리 올만임? 숨참느라 죽을 뻔.
윗놈 숨참기능력 S급인 듯.
그런데 오늘은 조용하네?
연수동의 빌런들은 삭 처리하거나 송도의 주민으로 받아 들였으니 말이다. 이 동네는 이제 마기만 머물 뿐인 침식지대지.
“오늘 콘텐츠는 격리지역 나들이에요! 솔직히 시청자들도 궁금하죠?”
아, 그러고 보니 보고는 싶네.
ㄹㅇ빌런 두드려잡는 것만 봤지 정작 가장 궁금한 걸 못 봤어.
방벽 너머의 격리지역은 헌터들도 잘 알지 못 하는 미지의 공간이니까.
“자, 여기가 바로 연수동이랍니다~”
와 싹 다 박살 났네.
저런데 폐허 탐험하면 재밌을 듯.
확실히 회사원으로 살던 세상은 이런 아포칼립스같은 지대가 존재하지 않았다.
확실히 이 세상은 침식지대만 보면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다.
“가끔가다 괴수 나오니 일반인은 안 된다구요?”
드론을 향해 손가락을 들고 흔들면서 어린 아이는 이런 거 만지면 안 됩니다. 하듯 경고를 주자 채팅창이 뭔 개소리냐는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시청자를 헌터로 제한해놓고 쌉소리하노
ㄹㅇㅋㅋㅋ
“자, 그럼 오늘은 거의 공포체험이 되겠네요. 그래. 예를 들면.”
“백화맞지?”
그래. 저런 불청객이라던가.
뭐야, 특별게스트도 있어?
그런데 백화랑 아는 사람 같지는 않은 데? 빌런아님?
음, 빌런 아니지. 저걸 숨긴다고 숨긴 건지 모르겠는데. 저런 후드면 얼굴을 가려도 누군지 알아볼 수 있다..
“아하하하. 그런다고 숨겨질 리가 없잖아요. 유진석씨, 김지혜씨.”
“역시 보통이 아니로군.”
보통은 개뿔이. 후드 아래로 보이는 얼굴은 말단 헌터라도 가까이서 볼 때 금방 알아챌 것이다.
“우리는 너와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니야. 네가 서울에 합류하기 바랄 뿐이다. 생존자들과 함께.”
“생존자? 애기 백화는 그런 거 몰롸요~”
“와, 이 앙증맞은 년이. 그냥 좋은 말로 할 때 따라와라?”
김지혜가 빠따를 들고 불을 머금었다.
지금의 나는 어디까지나 정신조작계에 조금의 신체 능력만 사용할 줄 아는 몸.
유진석 실화냐? 김지혜도?
협회가 백화찾는다는 소문은 돌았는데 사실이었나 보네.
과연 백화의 대답은?
대답? 대답이라고 할 것까지 있나.
“fuck you.”
나는 중지를 한 번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다크깐프의 침식화살이 나와 유진석패거리 사이에 떨어졌다.
투콰앙!
훗날 SS급 빌런으로 불리는 백화와 인류최강의 술래잡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 *
투콰앙!
유진석과 김지혜라는 경찰이 도둑인 나를 추격할 때, 다크깐프의 침식화살은 내게 있어서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아니, 송도 팬트하우스에서 연수동을 공격하는 화살이 이 정도면 저건 거의 미사일 급이다.
심지어 화살이 터진 곳에 마기가 터져 나와 시야를 가려버리는데. 백발백중으로 유진석이 나를 따라잡을 때 즘 떨어져 계속 방해를 했다.
“대체 어디서 누가 공격하는 거야? 쳐내야 하나?”
“쳐내지 마라. 아무래도 백화는 우수한 괴인동료가 있는 것 같군. 그렇다면 백화도 괴인일 확률이 높다.”
“저까짓 화살 즘이야. 방향을 쫓을까?”
뒤에서 유진석과 김지혜가 떠드는 소리가 들렀다.
아마 지금 이 둘이 나를 버린다면 다크깐프의 위치를 파악하는 건 쉬울 것이다.
다만 유진석의 힘으로도 정화 되지 않는 마기를 가진 도시가 있어 내가 아닌 레이나를 쫓으면 끝이다.
“아니야. 지금 어디서 날아왔는지 방향은 알지만 거리가 얼마나 되고 어디서 쏘는지를 알 수가 없다.”
“네가 모를 정도야?”
“신화 급 무기를 사용하는 괴인이라는 뜻이지.”
쟤네들 지금 떠들 시간이 있나?
조금 자극이라도 해줄까?
“그렇게 떠들 시간 있어요?”
“저 망할 년! 반드시 잡아서 저 아가리에 불빠따를 박아버리겠어!”
“응, 못 잡으면 의미 없죠? 단순무식하죠? 노처녀죠?”
“나 더는 못 참아. 쟤 죽이고 말 거야. 20대 중반한테 노처녀라니.”
저 나이 먹고도 이 정도 도발에 넘어오는 것을 보니 답이 나온다.
저년은 저 단순한 성격을 이용하면 비비기 쉬울 것이다.
? 백화 X노예 말고 동료가 또 있었어?
동료 머임? 화살 날리는 게 무쳤는데.
시발. 니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저거 터질 때마다 마기가 퍼져. 백화 동료 괴인이라고.
그럼 백화선생님도 혹시?
음, 시청자들을 더 속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슬슬 까발릴 때가 되었겠지?
“훗! 제 정체가 궁금하다면 답변해드리는 것이 인지상정! 17짤 SS급 코어로 각성한 암흑성녀입니다!”
시발 괴인이었노.
그럼 빌런이네. 빌런이여.
자기 입으로 암흑성녀라 그러면 안쪽팔림?
“괴인이라고 다 개차반 같은 건 아니에요? 나 같이 예쁘고 성격좋고 사람들을 구하고 다니는 괴인이 어디 있어?”
선생님 얼굴을 모르니 예쁜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초대 신검사용자 상대로 도망치는 걸 보면 확실히 백화는 다르다.
지랄 마라. 얼굴까야지 그럼.
“해명방송 하겠습니다. 여러분!”
갑분해 뭐임?
어쩔 수 없이 마기를 이용해서 조금 모습을 변화하기로 했다.
붉은색의 눈에 얼굴의 반만 가린 스마일 가면에 수녀복장은 척봐도 괴상한 년으로 보일 것이다.
“실은! 이 모습이 저의 모습입니다! 반쪽짜리 가면은 괴인 각성 때 생긴 거라 벗지 못해요!”
쌉가능
ㄹㅇ백화단가입한다.
미친 놈들 빌런년을 보고 ㅈㅈ가 스냐?
“어머, 나 정도면 귀엽지 않음? 저는 착한 백화입니다!”
솔직히 내가 시청자 입장이라면 빌런이고 괴인이고 나발이고 간에 예쁘면 불끈거린다. 어차피 여자인 이상, 암컷인 이상, 아래 달린 것은 구멍이지 막대기가 아니니까.
어쩌다 괴인 된 거임?
“고것은 비밀~”
지금은 떠들 때가 아니다. 열심히 뛰고 또 뛰어야 한다.
어디까지나 유진석이 힘들 만큼만, 체력이 빠질 만큼만 이 주변을 뛰어다닐 생각이다.
그렇게 한참을 뛰었을까. 어째 뒤쪽이 조용하다. 너무 채팅만 보고 있었나?
안 쫓네? 어디 숨어 있나?
선생님 수상한 데 빨리 튑시다.
끼기기기기긱
뭔가 양 옆의 건물이 내 쪽으로 무너진다.
심지어 건물이 불붙은 건물이다. 아예 나를 죽이겠다는 의지가 다분하게 보인다.
“나를 노처녀라고 부른 것을 후회하며 죽어라!”
“오. 이건 좀 센데. 여자애를 상대로 너무한 거 아니야?”
“괴인이 이 정도로 엄살떨지 말라고!”
이 쯤 되면 기분이 나빠진다.
나는 떨어지는 건물로 파고 들어 가 건물 벽 위에 서서 방심하는 김지혜의 뒤를 기습했다.
“이거 무식한 불방망이에게는 벌을 드려야겠네요.”
“어? 어디로.”
“여기 있습니다. 불방망이 씨♥”
그녀의 머리를 잡아돌려 입술에다 진득한 키스를 박았다.
쪼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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