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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84화 (84/331)

〈 84화 〉 82. 경찰과 도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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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 용용이는 불방망이에게 키스 공격을 시전했다!

“이런 미친년이! 내 첫키스를!”

효과는 뛰어났다! 불방망이가 격분했다!

“엌. 내 알 바 아니구요.그 나이 먹도록 첫키스라니. 솔직히 처녀도 뗄 만 한 나이 아닌가?”

나이가 몇 이더라? 아무튼 보통 그 나이면 좆에 박히든 비비든 둘 중 하나는 했을 것이 아닌가.

이것도 다 히로인 보정탓일까.

“너 가만 안 둬!”

“푸하하핫! 나를 막아보시지!”

쉬이이익! 까앙!

그 때 뒤에서 날아오는 검격에 나는 도끼로 맞받아쳤다.

“어머나. 숙녀를 뒤에서 습격하는 것은 좋지 못 한데요?”

“어차피 맞받아칠 줄 알았으니 과격하게 했지.”

어느새 내게 붙은 유진석이 검을 휘둘렀다.

까앙! 째엥!

오, 역시 초대 신검사용자 답게 강하고 묵직하다. 그저 단순한 무기를 들고 나를 몰아붙이다니. 순간 심술이 나서 백염을 사용할 뻔했다.

그래도 그렇지. 여동생한테 너무 강하게 나오는 거 아니야?

아니, 물론 유진석은 나를 백화로만 알고 있겠지. 그런데도 서운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법이다.

“신검은 사용하지 않으시네요?”

약간 짜증이 나서 심술부리듯 툭 뱉었다.

지금 유진석에게는 신검이 없다.

아니, 신검 자체는 남아있다. 그러나 껍데기뿐인 신검. 성좌가 사라진 그냥 단순한 무기가 되어버린 신검이다.

왜? 신검은 세상에서 한 자루 뿐이니까.

최시우가 신검을 가진 이유도 그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일어난 평양사태에서 그는 성좌를 잃었다.

성좌가 유진석에게 정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죽은 것이다. 평양사태에서 괴수들을 무찌르기 위해, 하마터면 세상이 새로운 대격변을 맞이할 뻔한 그 날, 유진석은 성좌와 함께 온 힘을 다했으며, 성좌는 유진석을 살리고 자신이 대신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 최시우의 신검이자, 최시아다.

“어차피 너를 쓰러트리려고 싸우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데 보통이 아니구나.”

끼잉! 카앙!

검과 도끼가 수차례 맞붙었다.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만. 신검께서 저보고 보통이 아니라니요?”

“고작 도끼 한 자루로 내 공격을 받아내다니. 전투력 하나는 대단해.”

“지금이다!”

대화를 하고 있는 데, 김지혜의 방망이가 정확히 내 얼굴로 날아왔다.

투콰앙!

당연히 그 공격이 맞기 전에 레이나가 침식 화살이 떨어졌다.

“이런 불방망이 씨. 제 친구를 잊으면 안 되죠.”

“김지혜! 거기까지 해라! 나는 백화와 대화 좀 해야겠다!”

“대화 좋죠, 넘어갈 생각은 없지만 말이에요.”

여기서 넘어가면 나는 바로 엉덩이 팡팡 맞고 끌려갈 거다.

조금 변명거리가 필요한가? 동정심 유발이라도 할까?

“어쩌다 괴인이 된 건가?”

“간단해요. 유진석 헌터가 신검사용자로 선택받은 것처럼, 우연히 저는 S급 코어의 힘을 받았거든요. 옛 흑신교 지역에는 코어가 넘쳐났으니까요.”

“말도 안 돼. 그 코어는 전부 처리를.”

불방망이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정말 레이첼이 몸을 안 대준다고 할 때, 지었던 애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제대로 처리했을까요?”

당시에는 A급 괴수나 S급 괴수가 흑신교 아지트를 지켰다. 그 때 유진석이 상당히 고생했었다. 평양도 헬이었으나, 흑신교의 세력권이었던 주안도 마찬가지였다. 당대 최강의 전력들이 투입되어 흑신교를 무찌르면서 괴수들을 다 잡았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좀 잔머리를 굴리기로 했다.

“5년 전, 흑신교 토벌전에서 민간인들도 휩쓸렸죠. 헌터와 흑신교간의 싸움은 일대를 마기로 물들였고, 그 피해 여파는 많은 사상자를 냈습니다.”

“설마.”

“그 장소에 한 소녀가 있었죠. 거지같은 세상에서 신앙심으로 어떻게 해 보려고 수녀가 되었던 소녀가. 그런데 헌터와 흑신교의 싸움에서 그만 죽어버립니다. 그리고 당시에 헌터에게 토벌당한 괴수의 시체에서 흘러나온 SS급 코어가 우연히도 소녀의 시체에 박히고 소녀는 괴인으로 부활하게 됩니다.”

그래. 그것이 일단 백화의 존재다.

내가 만든 캐릭터 백화.

“아니, 그 때 분명 다들 피난 간 것을 확인했는데?”

“어린 소녀가 피난갈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우리를 원망하나?”

원망? 할 일이 없지. 애초에 내 이야기도 아니니까.

“놀랍게도 아닙니다. 죽을 때라면 모르겠는데, 사람이 괴인이 되면 가치관이 바뀐다는 말이 사실이더군요. 딱히 보복할 생각도 들지 않아요. 오히려 저는 평화로운 것이 좋습니다. 한 마디로 평화빌런?”

평화빌런 용용이가 되시겠다. 이 말이다.

“괴인이 평화라.”

“애초에 괴인이 모두 나쁘다라는 건 사이코패스같은 괴인들 탓에 박힌 일반화잖아요? 침식지대에서 외로웠던 저는 힘을 키우자마자 빌런들을 없애고 생존자들을 찾기 시작했어요.”

나는 본격적으로 동정여론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따라다니는 드론을 잊은 것처럼. 유진석에게 설명했다.

아마 시청자들에게는 화면이 캄캄한 데 목소리만 들릴 것이다.

“네가 구한 생존자들은 어디 있지?”

그걸 공짜로 알려줄 이유가 없지.

“그건 비밀.”

나는 그렇게 말 하면서 살짝 윙크를 곁들였다.

근데 생각보다도 이 인간들 지치지 않네.

내가 너무 신검사용자 유진석을 얕봤다. 성좌가 사라진다고 해서 기존에 신검의 힘을 받을 정도의 선택받은 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데.

이제 어떻게 하지? 일단 조금이라도 송도 근처에 오지 못 하도록 한 번 쫓아내는 것이 목표였는데. 어쩌다 보니 이런 꼴이 되었다.

그나마 한 거라고는 레이나의 사거리에 맞춰서 최대한 멀리 도망쳐 적당히 빙글빙글 돈 정도인데.

“후욱. 후욱. 망할 계집애.”

일단 불방망이는 상당히 지쳐 보인다.

벌써 12시가 넘었는데. 그냥 아예 부산까지 도망가야 하나?

이미 괴인인 것도 밝힌 마당에 차라리 날아서 도망을 쳐?

아니, 따지고 보면 굳이 내가 나올 필요가 있었나 싶다.

“그럼 네가 그 생존자들로 수상한 일을 버리고 있다고 의심할 수도 있는 데?”

“그건 제가 내일 방송에서 보여드릴 게요.”

나를 도발해서 생존자들의 거주구역을 직접 확인하려는 것도 사전에 차단했다.

애초에 격리지역에 존재하는 생존자들을 이제 와 신경 쓰는 것이 우습지 않나? 따지고 보면 공은 내가 다 세우고 협회가 다 가져 가는 꼴이다.

“무슨 말이냐?”

“어디 사는지 알면 헌터들 끌고 오실 텐데. 안 되잖아요. 그렇다고 나를 뭐 식인종이나 염전노예처럼 써먹는 여자로 아는 것도 싫고. 사람들 거주구역은 방송으로 보여드리죠. 뭐”

그게 다음 콘텐츠기도 했으니 말이다.

굳이 여기 계속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슬슬 히로인들도 걱정할 테고, 빨리 돌아가는 것이 최선책이다.

혹시 아나? 유진석은 몰라도 김지혜가 헌터 협회에 지원요청을 했을지. 그렇다면 따로 길드 마스터 급 강자를 보낼지도 모른다.

“내가 설마 그걸로 봐 줄 줄 아냐?”

“이건 일방적인 통보인데요?”

“뭐?”

“애초에 나는 술래잡기만 하러나온 거지 잡힐 생각은 없습니다.”

나는 드론을 챙기고, 유진석과 불방망이가 보지 못할 정도의 높이로 날아올랐다.

“저년 날 수도 있어?”

“그럼 인연이 있으면 또 봅시다?”

나는 멍청한 표정의 유진석과 불방망이에게 요망한 눈웃음을 남기고 송도로 향했다.

* * *

헌터 협회

백화를 만났으나, 씁쓸한 과거 이야기만 들었을뿐. 그럴듯한 소득이 없던 유진석과 김지혜는 협회로 복귀했다.

“아무래도 보통 계집애가 아니라니까요 그거?”

첫키스를 유진석에게 주겠다고 굳게 맹세했던 김지혜는 아직도 화가 안 풀렸는지. 최철식에게 백화에 대한 뒷담을 아끼지 않았다.

반면에 유진석은 백화를 만나고 생각이 많아졌다.

뭔가 친숙한 냄새가 나는 느낌. 그리고 자만하는 것 같지만, 지금은 인류최강이라는 타이틀을 단 몸으로서 신검이 없어도 강하다고 자부했다.

조금 봐줬다고는 하나 백화라는 괴인 하나를 잡지 못 하다니. 이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심지어 백화는 능력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음. 내 입으로 말 하기 뭐 하지만, 솔직히 그 백화란 아이는 상당히 강합니다.”

“어느 정도로 강하나?”

“아마 무기를 들고 근접전을 하면 결국 제가 이기겠지만, 방송을 통해 봤을 때, 백화는 사람들을 조종해서 스스로 자살하게 만들 거나 서로 죽이게 만듭니다. 정확한 능력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백화는 우리에게 능력조차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과연 백화의 능력이 어디까지 통할까. 그조차도 알 수 없다.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지.”

“네. 확실한 것은 그녀는 상당한 강자라는 겁니다. 어지간한 헌터는 그녀에게 안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죽지나 않으면 다행히겠죠.”

유진석은 백화가 최소한 김지혜를 제압할 정도의 능력자라고 확신 했다. 그러나 대화가 통하는 괴인이다.

심지어 내일 방송에서 생존자들이 확인될 경우, 어느 정도 타협은 가능할 것이다.

“괴인들은 강자가 많으니 말이야.”

“그럼 그냥 다음에는 힘으로라도 잡죠!”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김지혜는 반드시 백화를 잡아 패겠노라 다짐했다.

“문제는 그게 아니야. 백화가 너희들 앞에서 내뱉은 진실이 그대로 인터넷에 퍼졌어.”

“그게 무슨.”

“하필 헌터 협회의 이미지가 안 좋을 때, 백화의 진실이 퍼진 거지. 헌터 협회가 이전 같으면 모를까. 김재수일도 있고, 점점 명성이 땅에 추락하고 있는 데 백화가 흑신교 토벌 때 피해자라고 알려지면서 동정여론이 크게 퍼졌지.”

최철식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손가락을 굴리더니, 자기 앞에 있는 노트북을 돌려 유진석과 김지혜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은 바로 수십 분 전에 올라온 따끈따끈한 뉴스였다.

­격리지역의 괴인 백화 그녀의 슬픈 사연은?

­흑신교 토벌전. 과연 흑신교만 토벌했을까?

­피해자는 백화만이 아닐 것. 헌터 협회는 무엇을 하는가?

­S급 헌터 이놀부. 격리지역 밖 생존자 거주지는 투자할 가치가 충분해……

최악의 상황이다. 협회의 이미지가 더 실추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협회와 함께 청와대까지 엮어 욕하는 기사도 더러 있었다.

“더말할 것도 없겠군요.”

“협회만 비웃는 기사는하정석이 뒤에 있겠지. 한성은 너희들의 힘으로 어떻게 되었다만. 백화일로 실추된 헌터 협회의 위신은 어쩌지 못해.”

이대로 가다가는 협회가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

“그럼 결국 백화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도 이러기는 싫은 데. 백화를 만나서 서울에 합류시켜야 해. 대통령 하정석도 압박을 하더군.”

뉴스가 올라오자마자 하정석은 최철식에 전화를 했었다.

“하정석이 말입니까?”

“협회가 무너지면 헌터사회가 무너진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 지금은 더러워도 하정석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어.”

헌터 협회가 무너지면 결국 청와대가 정국을 주도할 거다.

그래. 백번양보해서 대통령 중심으로 한국이 돌아간다치자, 문제는 지금 대통령이 하정석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길드에 대한 제도도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저희가 다시 갈까요?”

“아니, 백화가 너희들로부터 도망쳤잖아? 아마 너희 앞에 다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어. 백화가 머무는 곳의 위치도 모르지 않냐.”

“그렇죠. 그러면?”

“하정석이 흥부를 보낸다고했으니, 나는 서지연을 보낼 생각이야. 백화의 성격을 볼 때 어느 정도 말이 통할 여자애를 보내는 게 낫겠지. 그리고 그녀의 능력을 사용하면 백화와 협상의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겠지.”

청와대 직속 헌터인 흥부. 대한민국 S랭크 헌터로 청와대에 소속된 탓에 이름을 그리 날리지 못했다.

이번에 흥부를 넣은 까닭은 협회의 이미지가 실추할 때, 국민들과 헌터사회에 청와대의 입지를 공고이 하려는 수작일 것이다.

여기에 협회 소속 헌터를 붙인다.

청와대의 헌터와 협회 소속의 헌터가 경쟁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협회가 선택한 헌터가 서지연이라는 것이다.

“지연이라면 나쁘지 않겠군요.”

서지연이라면 그 능력도 있으니 백화를 포획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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