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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91화 (91/331)

〈 91화 〉 89. 악룡과 사진가(2)

* * *

* * *

서지연의 심상세계에서 나는 간만에 고생하고 있었다.

열심히 작업쳐보려고 하는데 넘어오지 않는다.

“네. 전부터 언니를 노렸다니까요?”

“진짜 나를 좋아한다는 거임?”

진짜로 좋아한다니까. 아닌 말로 솔직히 말해서 레이나나 한수지는 내가 이 세계에 돌아오고 나서 조금씩 정이 쌓인 거지 서지연이라는 캐릭터는 사실 회사원 시절부터 열심히 좋아한 캐릭터였다.

“네. 그래서 저는 더욱 언니가 필요해요. 언니가 너무 좋으니까. 좋아서 이렇게 제 모든 것을 털어놓는 거라구요. 그리고 말이에요.”

“어?”

“저를 오빠 대신으로 쓸 수 있을 텐데요?”

오빠 대신 물고 빨고 마음껏 할 수 있다 이 뜻이다.

사실 내가 더 물고 빨고 싶지만.

아니, 근데 나 진짜 서지연이 최애캐였으니 이건 어쩔 수 없다. 일단 꼴리는 년은 전부 가지고 싶으니까.

“아니, 그렇게까지 목이 마른 건 아님!”

서지연은 두 손을 붕붕 저었다.

“제가 여자 유진석이라 생각을 해보세요.”

“여자 유진석?”

“저 역시 유진석과 같은 피가 흐르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반은 유진석이라구요.”

솔직히 유진석이 잘생기기는 잘생겼다.

여전히 10대로 보이는 얼굴. 게다가 여장을 하면 충분히 보이쉬한 소녀로 보인다.

여장하면 나와 반은 비슷하게 생겼을 것이다.

서지연도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유진석이 여장을 하면.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님.”이라고 중얼거리다가 나를 쳐다본다.

“그렇게 되는거임? 아니, 난 속지 않음!”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화를 내는 서지연.

거의 다 넘어왔는데 아쉽다. 그래도 오늘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것만으로 만족한다.

얼굴을 보니까 나름 흥미를 가지게 된 것 같고. 나중에 천천히 스킨쉽을 계속하면서 물들이면 되는 거다.

“쳇. 그래서 제 부탁은 들어줄래요? 그렇게만 해주면 제가 사는 곳도 볼 수 있게 해드릴게요.”

결국 서지연은 헌터협회 소속의 헌터다. 나름 정의로운 년이다. 아마 내 제안이 솔깃할 것이다.

지금 협회의 목적은 생존자들이 있는 지역을 확인하는 거니까. 가능하면 그곳 생존자들을 서울에 합류시켜야 하고.

그러니까 궁금해서라도 들어올 것이다.

말투는 저래도 최철식이 다음 협회장으로 삼을 정도니까. 사실상 대한민국의 기둥 중 하나가 되는 것이다.

유진석? 유진석은 최철식이 협회장 될 거냐는 말에 귀찮다며 거절했다.

아무튼 그 정도로 반듯한 여자다.

“백화교에 가입만 하면 되는 거임?”

“네.”

“딱 죄악잡을 때까지만임. 알았음?”

“좋아요.”

그 죄악을 잡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지연이는 모르겠지.

어쨌든 거래는 성공. 나는 은근슬쩍 서지연의 엉덩이로 손을 뻗었다.

아니, 뻗으려고 하다 그대로 매몰차게 차였다.

“엉덩이에서 손 떼는거임!”

“왜 이래요. 한배를 탄 사람끼리. 원래 여자들끼리 엉덩이를 만지는 것은 기본이라니까요? 그러니 만질게요?”

다시 슬쩍 만지려고 했더니 매몰차게 튕겨낸다.

“그래도 안 되는거임!”

“백화교에 들어오면 이 정도는 다 하는 법이에요.”

“아무튼 안 됨!”

쳇. 너무 비싸게 구는 것 아닌가.

엉덩이 정도는 만지게 해줘도 되는 거 아닌가?

“어쨌든 그럼 지금 당장은 제 의견을 따라준다는 건 맞죠?”

“그렇게 할 테니. 엉덩이는 그만 만지라는 거임!”

너무 튕기는 것도 재미없는데. 그렇다고 최애캐를 억지로 범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여기서 작정하고 그녀가 나와 싸우려 들면 귀찮아진다.

“후후훗. 사랑스럽기는. 정말 내 거 안 할래요? 목석같은 오빠보다는 내가 더 잘 대해줄 수 있는데.”

순간 서지연이 멈칫했다.

조금은 망설인 것 같다. 하긴 유진석 그 인간이 정말 전형적인 하렘 주인공 캐릭터다. 우유부단하지.

문제는 지금 이 현실에서는 고증이 반영되지 않아 여전히 혼자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내가 죽지 않은 것처럼 유진석에게도 뭔가 변화가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너는 이제 내 안에서 괴인 빌런일 뿐임!”

“어, 괴인인 것도 들켰나요?”

설마했는데, 그것까지 본 건가.

“괴인은 어쩌다 된 거임?”

“김재수의 습격날이었어요. 그 자가 오빠에게 복수한답시고 제게 코어를 박아버렸죠.”

사실은 사실이니까 말이다.

내 말에 서지연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인간이 괴인이 된다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인생관을 비틀어버리는 일이 되어버리고, 그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그 즉시 빌런으로 찍히는 경우도 있으니까.

들키면 사회적으로 매장당할 수도 있다.

“아, 미안함. 사정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때 내가 갔어야했음.”

서지연은 풀죽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일부러 박힌 것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지연은 자기 못인 줄 알고 고개를 떨구고 있다.

“오빠는 아직 모르니 우리만의 비밀로. 네?”

“알았다는 거임. 나 말고는 아는 사람은 없는거임?”

어, 그건 아니지. 여기서 거짓말해야 할까? 우리 둘만의 비밀이라고 하면 자기가 특별한 존재라고 의식해서 호감도가 더 오를 텐데. 그러다가 나중에 거짓말이라는 것이 들켜도 문제가 아닌가?

지금은 솔직히 말하자.

“으음, 레이나, 레이첼, 한수지, 최시우, 로즈마리, 그리고 기타등등.”

“그건 비밀 수준이 아니지 않음?”

그럴 수도 있지. 왜 사람 기를 죽이고 그러실까.

“음, 그래서 보러 가실 거에요?”

“아니, 나는 너를 믿겠음. 무엇보다 흥부가 의심할 지도 모름. 일단 그래도 가까운 시일 내로 찾아올 테니까 나 보여줄 준비는 해두셈.”

아니, 보여주기는 할 건데. 이 정도면 나도 보답 받아도 되잖아. 여기까지 내가 상대해줬으면 응당 아랫구멍까지는 아니더라도 윗입은 허락해야 하는거 아닌가?

“그러지 말고 키스는 좀 합시다.”

“아니, 너 진짜 뭐임? 왜 이리 급발진임?”

급발진을 할 수밖에 없는 외모를 가진 주제에.

무엇보다도 전작이 완결 난 탓에 이미 유진석의 히로인이란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이쪽이 밀어붙이지 않고 있으면 위험하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지금 유진석이 OK만 하면 서지연은 넘어가는 상태라는 뜻. 미리 키스라도 좀 가지고 싶은데.

그래서 조금 밀어붙이기로 했다.

“나 진심이라니까?”

“거짓말 아니고 진짜임?”

“응. 진짜에요. 솔직히 고자 같은 오빠한테 짝사랑은 그만하고 나랑 좀. 한 번 합시다.”

나 같은 여자 어디서 찾기 쉬운 줄 아나!

아마 세상 어디를 뒤져도 나 같은 여자는 찾기 힘들 것이다.

“……너 하는 거 보고 그럴 거임.”

“오, 정말로?”

“솔직히 너 말임? 너무 쉬운 여자같음. 그리고 슬슬 가야 함. 흥부. 그 인간 괜히 눈치채면 곤란함.”

“아, 너무한데요. 알았어요. 오늘은 여기서 물러나도록 할까.”

나도 흥부에게 들키는 것은 싫다.

게다가 쉬운 여자라는 말에 충격도 받았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쉬운 여자까지는 아닐 거 같은데 아닌가?

어, 조금 흥분될지도. 설마 내가 최애캐한테 가벼운 여자 취급받는 걸 즐기다니.

서지연은 손가락을 튕겨 심상세계를 깨트렸다.

“그럼 일단 나는 흥부를 데리고 가겠음.”

“네. 잘 들어가세요. 아참. 이거는 백화교의 간부라는 증거에요.”

나는 드래곤 모양의 뱃지를 그녀에게 주었다.

내 마석을 즉석에서 갈아 만든 것이다.

“아니, 이거는.”

“그거라도 받아주세요. 그래야 제가 조금이라도 생존자들을 설득해서 언니를 들일 수 있으니까요.”

어차피 곧 백화교라는 것이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려지면 저 뱃지는 그녀가 백화교 간부라는 증거로 남게 될 거다.

자연스럽게 서울을 탈출할 수밖에 없게 되지.

한마디로 그녀는 나한테 올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의외로 순진한 면이 있어서 지금도 가슴에 달고 있고. 정 뭐하면 나중에 내가 협회에 들키도록 만들면 그만이다.

정말로 어떻게 해서든 그녀를 가지고 싶으니 말이지.

전력면으로나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거나 복합적인 이유로.

“어쨌든 다시 말하는데 내가 너 감시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두셈!”

“정말 키스 안 돼요?”

“절대 안 됨!”

서지연은 혀를 삐죽 내밀더니, 눈깜짝할 사이에 내 앞에서 사라졌다.

“역시 저래서 더 마음에 들어.”

그저 사진만 믿지 않는다. 그녀가 가진 신체 능력만 해도 어지간한 A급 헌터들은 때려잡을 정도다.

즉, 사진 능력과 신체능력이 모두 적절한 밸런스를 갖추고 있는 몸이라는 뜻. 그러니 내가 안 가지고 싶을까.

“최시아와 싸우던 흥부도 적당히 물러났을 테고. 그럼 이만 돌아갈까.”

아직도 떨리는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서 싸우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다.

그런 심상세계라는 공간에서 만일 작정하고 싸웠으면 나는 정말 과거처럼 서지연을 먹어버리려 했을지도 모른다.

상대는 최애캐다. 가만히 둘 리가 없지 않나?

작가 유은하는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하는 건지 몰라도 나는 아직 과거의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뭔가 아랫도리가 뜨거워 고간에 손을 가져가 만져봤다.

살짝 습기가 진 것이 느껴졌다.

“진짜 지연이 말대로 나는 쉬울지도 모르겠네.”

솔직히 회사원인 시절을 생각해보자. 남자로서 저런 여자를 가만히 둘 리가 없지 않은가. 나한테 저항하는 그녀를 깔아뭉개고 머리채를 잡아 무릎 꿇리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어디 까지나 상상이지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에 그럴 생각은 없다.

조금만. 조금만 기다리자. 이미 지연에게도 혼돈을 심었거든.

혼돈은 그저 서로 죽이는 것만이 아니다. 의심과 부정을 비롯한 감정이 자라나 인간관계에 영향을 준다.

약간 비겁해 보이지만, 서지연은 그게 문제였다.

조금이라도 자기를 위해 살아야지. 지금 보니 유진석은 어느 루트도 타지 않을 것을 보면 서지연은 자궁에 거미줄치게 생겼다.

그러니까 내가 먹어도 되잖아.

유진석에게는 NTR도 아니고 내 입장에서도 NTL이 아니다.

지금 당장 문제는 따로 있다.

“그런데 최시아는 어디서 뭘 하는 건데?”

이년이 마도기어로 연락이 안 된다.

* * *

서지연은 어기적거리면서 나타난 흥부를 쳐다보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댁은 누구랑 싸우다 그 모양임?”

“백화 그 여자의 동료라고 하는 괴인이더군. 스마일 가면을 썼는데, 내가 벗지는 않았다고 해도 나와 동등하게 싸우다니.”

흥부와 대등하게 싸울 정도라고? 은하가 제법 대단한 동료를 둔 것 같다.

서지연은 내심 감탄했다. 괜히 젊은 혈기에 저지른 일이 아니라 진심으로 은하는 뭔가를 할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유진석과 쫓고 쫓기며 술래잡기할 때도 활을 쓰는 동료가 있었지.’

유은하는 정말 진심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을 지켜야 하는 헌터 협회에게는 위협이기도 했다.

무슨 대의를 가지고 있든지 간에 결국 은하가 하는 것은 국법을 어기는 일이고 그녀는 괴인에 백화교라는 빌런조직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미 협회 측에서도 백화를 빌런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솔직히 지금 당장 협회에 찔러도 되기는 하는데. 그렇게까지 자기 자신이 가진 패를 전부 보여주고 있지 않나.

그만큼 믿고 있다는 뜻.

“그래서 졌음?”

“지긴 누가 졌다는 거냐?”

“상대는 여자고?”

“그래. 그 백화 TV에서 백화 파트너였다.”

흥부가 버럭버럭 소리지르고 있으나 서지연은 흥부의 말을 흘려넘겼다.

흥부가 지금 딸뻘의 소녀와 대등하게 싸운 것 따위는 상관없다. 문제는 그게 여자라는 사실이다.

“그러고 보니 그년도 있었음.”

자신을 좋아한다면서 정작 딴년들과 싹 다 관계를 맺고 있지 않나.

확실히 그 얼굴에 그 몸매라면 여자라도 반하는 것도 알 것 같다. 그런데,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을까.

한마디로 자기는 다른 여자랑 놀면서 서지연이라는 여자도 가지고 싶다는 말이 아닌가?

­후후훗. 사랑스럽기는. 정말 내 거 안 할래요? 목석같은 오빠보다는 내가 더 잘 대해줄 수 있는데.

“내가 미쳤음.”

솔직히 조금은 혹했다.

그야 정말로 유진석 같았으니 말이다. 아마 유진석이 몸이 조금만 더 가늘고, 머리도 기르고 얼굴도 좀 가늘면 은하와 비슷해지지 않을까.

대리만족하라고 했을 때는 솔직히 정말로 끌리기는 했다.

“솔직히 이건 유진석 탓임.”

조금 자만해서 자신도 예쁘다. 다른 여자들 저리가라할 정도로 예쁘다는 말이다.

무식해 빠진 불방망이는 여자로서의 매력도 없고, 환상마법을 사용하며 유혹해대는 레베카는 음습하기 짝이 없다.

다른 길드마스터들은 논할 가치조차 없다.

“이 정도면 많이 기다려준 거임. 솔직히 내가 뭐가 모자람? 당장 유은하마저 나한테 구애하는데 말임.”

가슴도 큰 편이고 몸매도 괜찮고.

설마 정말 고자는 아닐까. 이거 한 번 뭔 수를 써야 하나?

“아까부터 무슨 혼잣말이냐? 너는 뭐 찾은 거 없냐?”

“없었음.”

설령 만난 것이 은하가 아닌 다른 자라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 좋으라고 말을 하나. 말하는 순간 청와대는 놀부를 비롯해서 꼰대 헌터들을 보낼 텐데.

“하. 나는 열심히 꼬맹이랑 싸우는데 너는 팔자 편히 돌아다녔구먼. 예끼 이놈아. 젊은 놈이 더 싸워야지.”

“네다꼰.(네 다음 꼰대)”

은하랑 싸울 수는 없지. 좋아하는 사람의 여동생이고.

서지연은 방벽으로 길을 잡으면서 문득 아랫도리가 뜨거운 것을 느꼈다.

“어, 진짜로 젖음.”

설마 자신은 정말로 그쪽에도 성벽이 있는 걸까. 어쩌면 유은하의 말에 흥분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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