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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99화 (99/331)

〈 99화 〉 97. 역적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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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내가 최시우의 몸을 주무르고 또 주무르자 레이나와 한수지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왜 최시우만 안아줘요?”

“맞아. 우리는?”

지금 나한테 화를 내는 건가?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고 자빠졌나. 나는 레이와 한수지를 노려봤다.

어젯밤 뱀탕형은 피했지만, 결국, 이 둘에게 온갖 능욕을 당했으니 용용이는 매우 슬퍼요.

“내 꼬리가 뱀꼬리처럼 반들반들해졌어. 말이 필요합니까? 레이나, 한수지양?”

내 꼬리는 아직 고양이가 꼬리 빳빳하게 세운 것처럼 굳어져 있다고. 이건 다 너희 때문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 자율학습 시간이지?”

“또 이상한 생각 하고 있죠?”

“아니? 왜 맨날 나를 이상하게 봐?”

설마하니 내가 아카데미 탈주라도 할 것 같나.

“크싸레잖아요.”

“그래도 이번에는 달라.”

이번에 로자리아라는 힐러도 반드시 얻어둬야 하니까.

로자리아가 얼마나 강한지 아는가? 무려 전장에서 흩어진 헌터연합군 수만 명을 단숨에 치료하는 미친 회복력을 자랑한다.

내가 그런 여자를 타락시키려고 했다.

“에,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코토네짱?”

어쩐 일로 코토네가 나를 찾았다.

코토네는 슬쩍 로즈마리 쪽을 가리켰다. 참고로 로즈마리는 지금 완전 죽은 것 같은 모습이다.

아. 저 로즈마리는 인형이다. 본체가 아니라는 말씀.

“저 로즈마리양이 왜 저렇게 되어있어요? 심지어 손에 장갑이라니. 더운 날씨인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코토네를 가만히 주시해보니 딱히 별의미는 없는 것 같다.

그냥 나와 로즈마리가 친해보여서 그랬나? 괜히 의심하고 물어보는 것도 안 좋겠지? 일단 적당히 둘러대자.

“오 감이 좋아. 로즈마리는 각성했어.”

“각성이요? 고유능력이 진화하는 그거요?”

“응.”

어차피 마기만 흘리지 않고, 또라이짓만 하지 않는다면, 로즈마리가 괴인이라는 사실이 들킬 리 없다.

솔직히 본체로 와도 되는데. 인형 손잡이도 각성 때문이라고 하면 그 이유가 된다.

“그게 어떻게 가능. 아, 설마. 각성의 원인이.”

뭔가 떠오른 듯 코토네는 손가락을 튕기더니 혼자 뭔가 납득한다.

뭐지? 바보가 된 건가? 저 순해빠진 반응은 뭐지?

“왜?”

“아니에요.”

히죽거리며 뭔가 나를 유심히 쳐다보던 코토네는 고개를 등을 돌리더니 제 자리로 가 앉았다.

핑타오도 그렇고 둘은 오늘 꽤 얌전한 편이다.

약간 코토네는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뭐.

어쨌든 지금 다급한 것은 송도다. 히로인들을 소집해서 대책을 세워야지.

츄르릅

“하으응♥”

그 전에 일단 최시우의 목을 핥아주었다. 이 망할 년. 색욕이 되고 성격마저 바뀌어서 존나 꼴리거든.

* * *

한성 아카데미 옥상은 생도들은 접근 금지다.

괴수들의 공격을 대비해 옥상에는 다양한 것들이 준비되어있으니까.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애기용용이다. 나는 하고 싶으면 하는 용이다.

그래서 최근 들어 자주 만나지 못한 이유정에게 교내 설치된 마도기어로 옥상에 접근하는 인물들을 감시를 시켰다.

예를 들면 생도회 사람들을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옥상에서 히로인들을 소집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선배 얼굴 보기 힘들지 않아요?”

“그야 내가 펜트하우스 방구석에만 박혀있었으니까?”

와 나를 피해있던 건가?

“비비고 싶은데.”

“아, 근데 나는 요즘 만족해서?”

“예?”

“펜트하우스 전체 감시하거든. 당연히 너희가 물고 빨고 보비고 하는 거 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자위로 다 해소하게 되더라.”

이유정의 졸린 표정이 순간 음습하게 변하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언니. 그런 취향이.”

사람 죽이는 것을 즐기는 도끼 살인마 한수지도 경악했다.

“그런데 시우 쟤는 왜 저 꼴이야? 정말 암컷 같네.”

“그야 저는 암컷이잖아요.”

“남자일 때의 네가 보면 굴욕적일 거 같은데.”

"그 시절의 저는 바보일 뿐이에요. 이런 몸을 가졌는데 안 쓰는 것은 아깝잖아요."

최시우가 흥분한 목소리를 흘리며 두 손으로 가슴을 주물거렸다.

어쩌겠어. 암컷이 되었는데. 저 말은 백번 옳다.

자, 그럼 이제 역적모의를 할 시간이다.

“기사 내용을 보면 이미 길드에도 전부 소식이 전해졌어.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해.”

“길드마스터들도 움직일까?”

이 정도면 움직일 것 같다. 50억이 뉘 집 애 이름도 아니고.

“뭐 일단은 길드 마스터들은 자세한 사정을 모르니, 아마 빌런들이라고 생각하고 토벌할 기회로 여기겠지.”

말이야 바른말이지 지금이 방벽을 넘을 찬스니, 말이다.

“길드 연합이 쳐들어온다면.”

“골렘들은 다 파괴될 수 있어.”

큰일이다. 전력이 부족하다. 최시우가 생도들을 괴인으로 만든다 쳐도 지금의 길드는 수준이 높아도 너무 높다.

“전국의 빌런들이라도 어떻게 해야 하나?”

“인천지역의 빌런들은 이미 필요한 놈들만 전부 아래로 넣기는 했는데. 차라리 조금 더 남쪽의 빌런들을 노리는 건?”

그래. 그런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닌데.

“그들이 유진석 세대를 이길 수 있을까?”

“무리지.”

전작에서 활약한 세력들을 일개 지방빌런이 이길 리가.

심지어 그들을 빨리 병력에 넣는다는 보장도 없다. 머릿수라도 많으면 인해전술 펼칠 텐데. 만일 시노하라까지 개입한다면?

한국이 구한말과는 다르니 일본에 덜미를 잡힐 일은 없겠지만 시노하라가 하정석을 돕는 순간부터 죄악에 대항할 전력을 키우는 데 방해를 받게 될 거다.

“그렇다면 숨는 것은 어때요?”

“그것 역시 힘들걸. 계속 뒤지다 보면 한반도에서 백화가 생존자들을 데리고 있을 곳은 송도밖에 없다고 여길 테니까. 이미 알고 있을 거야.”

그렇게 된다면 이제 해외의 이목도 송도로 향할 것이다.

“그렇다면 맞서 싸우는 것이 모범답안이네?”

“뭐 그렇게 되겠지.”

“그래서 싸울 거야? 어쩌면 1대 신검 님도 계실 텐데?”

유진석이? 유진석은 오지 않을 거다.

“유진석이 올 거 같지는 않은데? 그 인간은 송도를 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테니까.”

백화인 나를 만났으니, 그는 나를 치지 못한다. 그놈은 말 그대로 주인공 캐릭터다. 옳지 못한 길은 가지 않는다.

“그럼 길드가 문제겠네?”

“협회 측에서도 마냥 길드에 우리 잡으라고 하지는 않겠지. 어쩌면 시늉만 할지도 몰라. 문제는 하정석이지.”

협회는 그래도 최철식이 머리가 있는 인물이다.

유진석에게 들은 것도 있고, 서지연도 적당히 말해뒀겠지.

“하정석이 왜?”

“일단 놀부, 흥부가 올 가능성은 크고. 어쩌면 시노하라를 움직일지도 몰라. 백화에 대해 반응하는 것을 보면 그래 보여.”

시노하라 코토네가 직접 참여하면 귀찮아진다.

천검이 아니라 그 백검수준으로만 싸워도 송도의 괴인들은 다 죽게 된다.

코토네에게 혼돈의 씨를 심는다 해도 당장에 통하지는 않고. 굳이 박아야 한다면 팀킬을 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만한 혼돈을 심으면 히로인급이라고 해도 정신이 버티지 못할 것이다.

서지연한테 박은 것도 약간 의심 같은 것을 심은 거겠지.

“시노하라라면.”

“일본헌터들이 참여할지도 모르지.”

“뭔 동학농민운동도 아니고. 일본이 왜? 설마 아니겠지.”

한수지가 발끈했다. 그러자 최시우가 고개를 저었다.

“하정석은 협회를 믿지 않아. 그러니까 길드에 우리를 치게 해도 새로운 세력을 끌어들일 셈인 거지.”

최시우의 추리는 맞아 떨어진다.

아마 최시우는 본래 주인공이고 소설을 읽는 처지가 아니니 자세히는 모를 테지만, 실제로 하정석은 일본의 시노하라와 연계하여 정권을 유지하려 했다.

“하지만 시노하라도 직접 개입하지는 않을 거야. 시노하라는 일단 하정석과 좋은 관계가 되기를 원할 테니까. 굳이 하정석의 이미지를 깎아 먹게 시노하라의 모습을 들킬 생각은 없을 거야.”

그렇다면 딱 하정석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만 참가하겠지.

최악 시노하라의 가신들만이 참여할 수도 있다.

일본의 헌터들. 그 중 시노하라 휘하에 있는 특수부대가 문제다.

신선조. 일본 헌터들 중에서 가리고 가려 뽑은 자들. 일본어로는 신센구미. 과거 에도시대에 막부파로 토막파와 싸울 때, 막부파로 참여한 신선조를 이어 시노하라가 발족한 것이다.

지금의 신선조는 과거 신선조의 이름을 이은 놈들답게 시노하라의 당주를 지키며 시노하라를 섬긴다.

그냥 쉽게 말해서 시노하라 특수부대라 보면 그만이다.

“그럼 신선조를 움직일 수도 있고.”

“신선조?”

“시노하라를 지키는 특수부대야.”

어느 나라든 특수부대는 무서운 법이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길드의 질이 강하다.

세계를 아우르는 대기업들을 가지고 있던 것처럼 지금 한국의 길드들도 나름 세계를 주무르고 있으니까.

“무섭네?”

“최소 A급 이상의 헌터 중에서 가리고 가려 뽑지. 게다가 훈련도 게을리하지 않으니 전부 S급에 가까운 실력자라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실제 신선조는 시노하라가 막부로 불리는 이유기도 한다. 일본 최대의 전력이라는 말도 있고, 그 전력이 시노하라를 보좌하고 있으니까.

“지금 송도의 빌런들로는 잡지 못하는데?”

“아직 신선조가 투입된다는 것이 기정사실은 아니야. 조금 지켜볼 단계야. 하정석이 굳이 신선조까지 투입하지 않아도 될 일에 시노하라와 협상할 리 없지.”

하정석은 그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노하라와 손잡는다. 그 반대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절대로 일본을 끌어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대격변 이후, 인류 공동의 적 탓에 원수지간 국가들도 관계는 좋아졌다.

하지만 과거만큼은 아니어도 일본을 도와주면 도와줬지 일본의 도움을 받는 것은 한국인들은 싫어했다.

헌터 연합에서 보면 여전히 한일 헌터끼리는 묵은 감정이 남은 것 같지만, 세상이 요지경이 되었는데도 자국이 최고라 자부하는 중국보다는 낫다.

아마, 그리도 권력을 유지하고 싶은 하정석이니까 혹시라도 협회에 들킬 짓을 굳이 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신선조나 코토네가 직접 온다면?”

“너희들이 모르는 것이 있는데. 신선조는 대부분이 여자들이야. 첩보 임무나 적을 방심시키려면 남성보다는 여성이 나으니까.”

신선조가 내 앞에서 야메떼! 하면서 앙앙거리는 상상을 하니 침이 질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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