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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109화 (109/331)

〈 109화 〉 107. 얼음 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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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하정석을 두들겨 팬 나는 펜트하우스로 돌아왔다.

국가 원수를 그리 두들겨 팼으니, 이제 한동안 청와대는 위축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협회 위주로 나라가 돌아가겠지.

“이동한 곳은 일단 전장인가.”

연수동이다. 언젠가 유진석과 만났던 그 장소. 케이트가 제법 눈치가 있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탕탕­드르르르륵

­꽥!

­끄아아아악!

어쩐지 멀리서 인기척이 막 들린다.

사람들의 비명이라던가. 기계음이라던가. 총소리가 들려온다.

아마 골렘과 마도총으로 무장한 괴인들이 길드 연합과 싸우는 목소리일 것이다. 그리고 이곳은 음습마리가 지키고 있었다.

“음습마리?”

“““유은하?”””

복사해 붙여넣기를 한 듯 여러 명의 로즈마리가 나를 부른다.

오, 이거 꽤 꼴린다. 5명이 동시에 내 이름을 부른다.

5명이 동시에 다리를 벌리는 걸 떠올려보니 아, 엄청나게 꼴린다.

무려 뷰지가 5개! 또 하복부가 뜨거워진다.

일단. 이럴 때가 아니다. 지금은 어서 길드 연합을 쳐내야 한다.

“길드 연합이 쳐들어오고 있는 건?”

“그거 이유정 씨가 알아서 하는 것 같던데. 저기서 골렘들이 길드 연합과 싸우고 있어.”

본체 음습마리가 저 멀리 소리가 들리는 곳을 가리켰다.

“흐음.”

그럼 굳이 지금 음습마리가 나설 필요는 없지. 하지만 지금 길드 연합도 진심을 다하지 않고 있다.

만일 진심이었으면 얼음 여제를 필두로 꽃의 노아, 신지운, 기타 등등이 나섰어야 했다. 아마 저놈들도 길드 헌터들만 보내 송도의 괴인부대와 싸워 수준을 확인하려는 거겠지.

“여기서 상황을 보는 중이에요?”

레이나가 음습마리에게 물었다.

이미 이 둘도 통성명은 끝낸 상태였다. 몸이 저렇게 된 이후, 감정이 좀 줄어든 모양이지만, 아카데미에서 유명한 생도들이 전부 빌런이나 괴인이라는 사실에 두 눈이 동그래지면서 꽤 놀라워했다.

“응.”

“전황은 어떤데? 밀리고 있어?”

레이나와 동일한 시기에 친해진 한수지가 묻자 음습마리는 스마일 가면을 쓴 1호기를 앞으로 보내면서 입을 열었다.

“골렘과 마도 기관포가 제대로 맞서고 있어. 굳이 엄마랑 내가 나서지 않아도 될 것 같아.”

“흐음. 그래도 결국에는 얼음 여제나 길드원 중 누군가가 나오겠지. 병력은 얼마나 되는데?”

“길드 연합은 총 5백 명.”

“음, 나쁘지 않아.”

이대로 라면 송도는 더욱 쉽게 사수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국군이 빠졌으니 물량을 상대하기 수월해졌다.

끽해야 저쪽도 전부 나오지는 않았을 테니, 사이가 아닐까.

이게 군대로 치면 적은 수겠지만, 헌터로 치면 그 전력은 군사 수만 명은 될 거다.

심지어 그 길드 마스터들의 능력을 생각하면 그보다 더 많은 물량도 커버할 수 있겠지.

우리도 비슷한 숫자지만 경험과 지휘, 병력의 질로 크게 차이 난다.

마기 속에서 우연히 괴인이 되지 않은 인간의 모습으로 빌런이 된 자들이나 보통의 괴인들이 뒤섞여 있는 혼합 병력은 백화교 신도들이 그나마 강하다.

아마 전면전이면 다 죽었겠지.

“저쪽 볼 수 있는 마도 기어 있어?”

“응.”

음습마리 2호기가 CCTV 마도 기어와 연결된 마도 기어를 가져왔다.

마도 기어를 통해 연수동을 보자, 계속 빌런들과 싸우며 진입하려는 길드 연합이 보였다.

연수동에서 송도까지의 길은 세갈래다. 대격변으로 도시가 폐허가 된 이후, 다시 세워졌으나 대범람에 의해 다시 몰락하면서 괴인, 빌런, 괴수들에 의해 열린 폐허더미 길이었다.

그곳을 제법 열심히 뚫고 들어온 것은 분명히 칭찬해줄 만하다.

“선두는 얼음 여제인가. 저 여자가 직접 나선다면 확실히 상대하기 어렵지.”

“그렇게 강해요?”

“그 어떤 상성으로도 부술 수 없는 얼음을 깔아버리니까. 무조건 물리적인 힘으로 파괴해야 해.”

당장 대범람 하는 마기를 막은 것도 그 얼음이거든.

그런데 오히려 그게 약점이기도 하다.

속성 자체가 거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대부분 물 리가 약점인데, 얼음 여제보다 강한 무력을 가졌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즉, 예를 들면 내가 나설 경우 얼음 여제의 얼음 공격은 그저 단순한 속성공격에 불과해진다.

상대하기 좀 까다로울지 모르지만 못해 볼 것도 없다.

“자, 그럼 사기를 좀 올려줄까. 흠흠. 아, 마이크 테스트.”

목에 마력을 담아 모두에게 들리도록 소리쳤다.

[“백화교 모두의 아이돌 백화에요! 백화는 하정석의 머리털을 모조리 뽑고 돌아왔답니다! 모두 힘내세요! 여러분의 곁에는 제가 있습니다!”]

와아아아아아!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좋아, 이거면 충분하겠지. 알아서 잘해줄 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상대도 당하기만은 싫었는지 어떤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락 수녀 백화는 들어라.”]

“음?”

[“우리도 더는 피해를 보고 싶지 않다! 나와서 한 번 자웅을 겨뤄봄이 어떠한가!”]

오, 나 이거 사극에서 봤어. 내가 당사자가 되다니. 놀랍다.

[“그쪽이랑 이쪽이랑 리더끼리?”]

[“그렇다! 내가 나서겠다!”]

[“저기 대머리는 좀. 예쁜 언니 나오라 하세요. 그럼”]

내 말에 길드 연합 측에 3분 정도 침묵이 돌았다.

[“차지은이 나서겠다고 한다! 괜찮은가!”]

[“오키도키.”]

[“그렇다면 백화교의 괴인, 골렘을 뒤로 물려라! 우리도 한참 물리겠다! 서로 300M씩 물러남이 어떠한가?”]

[“넹.”]

하앍. 얼음뷰지. 하앍.

그나마 내가 상대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내가 전투민족이라 싸우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기 때문이 아니다.

그런 게 아니라 이건 완전히 소개팅자리니까. 저쪽은 싸우려고 나올지 몰라도 나는 차지은과 소개팅에 나가는 것이다.

그야, 그렇게 존나 예쁜 여자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당연히 기쁠 수밖에.

심지어 네임드 길드 황제 길드의 마스터. 세계최고의 얼음술사.

"괜찮겠어?"

한수지가 걱정된다는 듯 물었다.

"충분히 가능. 걱정하지 마."

나를 걱정하는 히로인들을 뒤로 하고 출전했다.

얼음 여제 차지은과는 백화교, 길드 연합이 물러선 중간 지점에서 만났다.

“황제 길드의 차지은이야. 세간에서는 얼음 여제라고 불리고 있지.”

“네. 언니! 백화교의 백화라고 해요!”

나는 자연스럽게 차지은에게 매달렸다.

여자인 것을 이용해서 친근감을 표현하면서 어기저기 만졌다. 가슴이라던가. 엉덩이라던가. 그리고 기타 등등.

차지은은 약간 차가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적에게는 조금 가차없는 성격? 지금 나에게 무감정으로 대하는 것을 보면 나를 적으로 대하는 것이 분명하다.

아, 서리가 흘러내리는 듯한 푸른색의 머리카락, 이 차가운 몸. 슬랜더형의 몸집. 유방, 엉덩이. 너무 좋아.

침대 위에서는 어떨까? 뷰지도 차가울까?

꼬리를 푸슉푸슉 해보고 싶다. 하악. 뷰지 안을 뜨겁게 만들고 싶다.

과연. 내 성희롱도 그녀에게는 예상 밖이었는지. 인상을 찌푸린다.

“꽤 활발한 아이구나. 지금부터 싸우게 될 텐데.”

“우리가 꼭 싸울 필요가 있겠어요? 헤헤”

몸을 배배 꼬면서 접근했다.

“그러면 전부 포기하고 서울로 합류할래?”

“에이. 그건 아니죠.”

“그럼 싸울 수밖에 없는데?”

“아닌 말로 제가 여기서 버티면 곤란한 것은 길드 연합일 텐데요?”

우리는 당장 본진이 송도에 있으며, 연수동은 송도에서 가깝다. 심지어 괴인들은 식량을 굳이 먹을 필요가 없다.

싸울수록 곤란한 것은 이곳에서 식량 보급도 힘든 인간중심의 길드연합이다.

무엇보다도 길드 연합이 이런 일기토를 제안한 것도 적극적으로 송도를 취할 생각이 없으니, “우리는 열심히 했다.” 딱 이 정도의 위업만 달성하려는 것이다.

내가 배 짼다고 하면 차지은에게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우리가 질 거라 생각해?”

그래. 솔직히 싸우면 송도도 다 파괴될 각오를 해야 한다. 히로인들과 나만 겨우 살 것이다.

우리들도 정체가 까일 수 있겠지. 결국 양측이 자멸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빌런 집단이다.

나라에 버려진 처지에서 길드 연합이 몰살당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차지은도 그건 알고 있을 것이다.

“이긴다고 하더라도 꽤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걸요? 하정석은 헌터를 전부 잃었고, 길드 연합마저 헌터들을 잃는다? 중국 헌터 군벌들이 참 좋아할 소식이겠죠?”

중국은 한국을 노리고 있다. 아마 지금의 길드 전력이 한국에 없었으면 당장 북한 땅을 노리고 남하했을 것이다.

“조건이란?”

“저랑 하룻밤 보내주세요.”

수청을 들라! 나에게 아이스 뷰지를 바쳐라!

상상만 해도 후끈 달아오른다.

전작 히로인들을 보니 진짜 존나 꼴린다.

“김지혜한테도 키스해서 논란이 있다더니. 정말 그쪽이었구나.”

“그래서 받아들이실 거예요? 아니라면 저는 결사 항전을 백화교에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어요.”

내 말에 그녀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차가운 숨을 흘렸다.

한숨마저 차갑다니. 키스하고 싶다.

“그래. 좋아.”

“약속했어요? 후회하지 않기? 자, 그럼 하나 둘 셋. 하면 싸우는 거예요? 하나 둘. 셋?”

파스스스스

차지은의 주위에 얼음 결정이 모이기 시작했다.

“내가 왜 그 조건을 받아들였다고 생각해?”

“네?”

“내가 질 리 없기 때문이야.”

순간 차가운 살기가 내 몸에 엄습했다.

나는 신속하게 뒤로 뺐다.

순식간에 주변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주변이 얼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을 중심으로, 길바닥, 주변 건물. 모든 것이 얼었다.

순식간에 얼었다. 나도 순간 몸 안에 백염을 태우지 않았으면 최소 발은 얼었을 거다.

빠지지지직

그녀의 얼음이 무서운 것이 무엇이나 하면, 아예 단순히 대상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얼음으로 만들어버린다.

즉, 사람이 어는 순간 그 사람 모양의 얼음이 되어버린다.

물론 대상의 능력에 따라 빙결화에 저항할 수도 있다. 대처법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다만 그것을 제외한다 치더라도 얼음 공격은 무지막지하다.

“꽤 빠르구나.”

“이래 보여도 잔뼈가 굵은 몸이랍니다.”

아마 당신보다 더 굵을지도.

이전 아지다하카 시절과 서고에서 백 년을 보낸 시절까지 더 하면, 내 앞에서 얼음 여제는 그냥 굼벵이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었다.

그냥 백염을 켜서 압도적인 힘으로 짓눌러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은 힘숨찐 정도는 해야 한다.

“하지만 너의 주특기를 사용할 수는 없을 텐데?”

“정말요?”

“네 정신공격은 주로 대인전에서 더 효과를 보지 1대 1에서는 효과를 못 봐. 무엇보다도. 상대가 강하면 그만큼 효과가 떨어지고.”

곤란하다. 정말. 어떻게 할까. 압도적인 힘으로 짓눌러버리고 싶다.

하지만, 나는 참는다. 천천히 교묘하게 가지고 놀다가 나중에 내 힘을 직접 보여줄 기회가 생길 것이다.

사실 얼음 여제 쯤 되면 방심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심지어 정신계 능력은 능력 중에서도 상위에 속한다. 그러니 다른 능력을 추가로 갖게 될 리도 없다.

“애초에 전 백병전이 주특기라서요.”

나는 허리춤에서 도끼를 꺼내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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