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 124. 다시 엘프 왕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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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많은 나라가 대격변 이후 군대가 무너졌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으며, 공군기지 쪽에 게이트가 나타나 타격이 컸습니다. 하지만 5년 전, 2049년 9월 헌터 협회 주도로 헌터 공군을 창설하였습니다.]
헌터 공군? 그래도 제법이네? 소설에 안 나와서 그렇지 내가 모르던 설정들이 많구나.
중국 황룡 잡을 때도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애초에 우리나라 일도 아니었지만.
“전투기가 남아있어?”
[당시에는 이미 마도 공학의 발전으로 마력석을 동력으로 무엇이든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하여 모양만 만들고 마력석 회로를 수정하여 삽입하면 탱크든. 전투기든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헌터 협회의 최철식은 천산과 함께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하였으며, 총 150대의 전투기 ‘까마귀’를 만들어냈습니다. 지원은 마력운용에 뛰어난 C급 이상들로 선발되었으며 헌터협회 견제, 마력석 공급문제 등, 하정석 대통령이 금지시켜 해체되었습니다. 당시 까마귀는 여전히 겹납고에 있습니다.]
사용은 가능하다는 소리일까.
“아직 사용할 수는 있겠지?”
[마력석을 이용한 전투기는 마력석만 교화하면 언제든 사용 가능합니다. 공군 창설 시 선별한 헌터들 130명은 여전히 현역이며, 격납고에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마력 미사일들이 있습니다.]
그럼 가능하겠군.
이 이상은 머리가 아프다. 이 정도면 뭐 충분하겠지.
서해를 넘어올 황룡 길막 정도는 할 거다.
“케이트. 게이트를 열어줘. 대통령 밀실로.”
“네.”
좌표는 이미 등록했으니 어렵지 않게 이동했다.
대통령 밀실에서는 생각대로 하정석이 패배감에 젖어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진짜 이 세계의 대통령은 팔자가 폈다.
“뭐냐. 또. 비웃으러 온 거냐? 네가 헌터들을 싹 죽였으니 뭐로 막을 거느냐고?”
그걸 왜 내 탓을 해? 예방전쟁인데.
원작에서는 그들이 전쟁에서 쓰이니 어느 정도 그럴듯한데. 어쨌든 하정석을 약체화하려면 이렇게 해야 했다.
그리고 하정석이 지랄하지 못하도록 막는 수단이기도 하니까.
“이번에는 제안하러 왔어요.”
“무슨 말이지?”
“황룡의 힘을 당신은 잘 알겠지. 중국군이 북쪽에서 내려와 한국의 주력이 묶이고, 장학체가 조종하는 황룡이 서울을 직접 노린다면. 아니, 확실히 노리겠죠. 한반도 면적보다 더 넓은 땅을 불태운 황룡이니까.”
“그래서?”
그래서라니. 내가 할 말은 따로 있다.
“연설할 때 보니 눈이 떨리던데? 겁이 납니까?”
“하. 내가 겁을 먹는다고?”
하정석이 기가 찬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술 냄새를 풍겼다.
술을 마시면서 징징거리는 것이 겁을 먹은 것이 아니고 무엇일까?
“도망치지 마십시오. 독재를 계속하고, 한국이 당신 거라고 하고 싶으면 지도자로서 당당해져야 할 겁니다.”
“어린 년이 뭘 안다고!”
내가 진짜 어리다면 욱하겠지만 말이다.
나 이래 보여도 이미 백 년 이상은 먹은 년이다.
아, 그래도 나는 영원한 17짤 용용이다. 할머니가 아니라고.
“중국 쪽에서 내려오는 헌터 병력이 최소 30만. 아마 한국의 국군은 시간을 끄는 정도가 되겠죠. 헌터들을 죄 뽑으면 5만이고. 여기에 우리 괴인 부대 5만 명을 대겠습니다. 압록강에서 막으면 좋겠지만, 저쪽은 전쟁준비를 한 상태니까. 평양까지는 봐야 할 거예요.”
“뭐라고? 괴인들을 대겠다고? 뒤통수라도 때릴 셈이냐?”
사람을 뭐로 보는 걸까.
아무리 빌련이라고 해도 중국보다는 조국이 좋지.
“저기요 하정석씨. 괴인들도 한국인들이에요. 그 사람들은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이 들어오면 더 위험할 테니 헌터들과 힘을 합쳐 무찌르겠다는 거에요.”
내가 당신 같은 줄 알아?
“그래. 지푸라기라도 잡는 셈 치자 그럼 황룡은 뭐로 잡을 거냐.”
“황룡은 헌터 공군으로 시간 좀 끌어주세요. 지금은 해체되었지만 공군이 있잖아요. 황룡은 무식하게 크니 미사일을 쓰든 어그로를 끌 수 있을 겁니다. 그걸 부활시키세요.”
그 사이 사룡을 데리고 온다든가. 사룡이 안 되면 나 스스로 막을 거다.
“……네가 볼 때 이미 한 번 해산되었던 헌터 공군이 얼마나 버티겠나?”
그걸 나한테 묻는 걸 보니 진짜 너도 좆됐음을 느끼고 있나 보구나.
“치고 빠지기만 하세요. 괜히 들이박아서 희생을 늘리면 안 됩니다.”
육지에서도 갈려나갈 텐데. 공군마저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지.
“그리하면 네가 황룡을 상대할 거냐?”
“황룡과 싸울 다른 용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아군으로요. 말이 통하는 애라 가능할 겁니다.”
“허. 빌런을 어찌 믿고? 설령 진짜라 해도 요구조건이 많겠지?”
그래. 네가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요구조건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가 전쟁에 개입하려면 하정석의 허락이 있어야 하니까.
“요구조건은 간단합니다. 백화교가 다스리는 땅을 자치로 인정해줄 것이며, 백화교를 빌런으로 취급하지 마시고 의병조직이라 해주십시오. 그럼 태극기 아래 국군과 헌터들을 도와 중국군에 맞설 겁니다.”
그냥 빌런으로 참가하려고 하면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할 것이 뻔하거든.
“네년은 나를 믿느냐?”
인간으로서는 믿지 못하겠지. 하지만 나는 이 하정석의 다른 것을 믿는다.
“당신이 한국을 독재하고 싶은 마음과 권력욕을 믿습니다.”
전쟁에서 패배하면 한국이고 뭐고 없다.
하정석은 한국의 주인으로서 권력을 가지고 싶은 거지. 장학체에게 패배하여 꼭두각시나 노예가 될 생각은 없을 것이다.
“하. 빌런년이 입만 살아서는.”
“저도 당신과 같은 좆같은 인간에게 이런 제안 하기 싫지만, 이 지경으로 만들었으면 한 번만이라도 나라를 위해봐요 좀.”
내 말에 하정석은 한숨을 쉬었다.
지도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은 한 것이다.
“좋다. 해보자. 하지만 반드시 승리해야 할 것이다. 네년과 너의 잘난 빌런군단을 위해서도 말이지.”
“당연하죠.”
시간만 끌어주면 어떻게든 황룡을 해결할 것이다.
그동안만 버텨주면 될 뿐.
* * *
세계 헌터 연합
세계는 중국의 한국에 대한 선전포고로 경악했다.
당장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과 영국은 헌터 연합의 대표들을 소집하였으며, 일본도 참여했다.
연합의 의장국인 미국대표 알렉은 중국 대표를 향해 삿대질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인류가 합심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옛 영광을 부활시키겠다고 한국을 공격해? 중국대표는 입이 있으면 말을 해보시오!”
“우리가 예전의 중국인 줄 아나? 우리가 우리의 자리를 되찾는데 당연한 것이 아닌가?”
어이가 없다. 우리의 자리라니. 이런 시기에 패권에 빠져 한국을 공격한다? 한국이 황룡으로부터 구해준 것은 잊은 건가?
“스스로 대국이라 부르면 은혜를 원수로 갚지는 말아야지.”
“소일본 주제에 감히! 소국은 대국을 도와야 하는 것이 법칙이다!”
일본 대표 히로시는 기가 막혔다.
한국이 제후라니, 대통령제가 시작되고 대한민국이 된 지 오래인데. 아직도 저런 터무니없는 사상에 물들어있다는 말인가.
참으로 한심했다.
“뒤늦은 제국주의라니 한심도 하지.”
“뭐라? 일제 때 우리 대중화를 압박한 놈들이!”
대체 언제의 일을 운운하는 건지 모르겠다.
“과거의 일을 들춰서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네. 나도 그렇고 일본에도 한국을 안 좋게 생각하는 인물들은 많지만, 최소한 중국처럼 야만적이지는 않지.”
일본의 대표는 그렇게 말하면서 한국의 상황이 심히 안타까웠다.
매번 말다툼은 해도 그나마 한국이 국력도 비슷하고 대화가 되는 나가 아니었던가. 게다가 그 김철수라는 헌터와는 미운 정도 정이라고 하는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원의사를 표명할 수는 없다.
시노하라 유즈키가 어디까지나 관망의 역할로 굳히라고 특명을 내렸으니까.
“흥! 한국이 끝나면 너희 일본도 끝장이야! 시노하라 유즈키도 어떻게 될지 모르지.”
“그래서 황룡으로 한국을 치겠다? 서방이 가만히 있을 것 같나?”
계속되는 중국 대표의 오만함에 히로시가 아닌 알렉이 중국 대표를 압박했다.
“어디 지원군을 보내보시지. 죽기만 할 테니. 크하하하핫! 고려봉자놈은 전쟁준비 하느라 바쁜가? 나오지 않았군 그래. 비웃어주려고 했더니만, 크하하핫!”
황룡이 생겼다고 오만하기 짝이 없어졌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황룡이 있는 곳에 헌터들을 보내봤자 죽을 것이다. 정규군은 더 도움이 안 될 것이고, 결국 자국의 국력 소모로도 이어진다.
한국과의 의리 관계를 떠나서 남의 나라 지켜주겠다고 헌터들 파병하다가는 게이트 감당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이번에는 유진석보다 더 기대된다는 유은하가 있다.
2대 신검사용자도 있고.
물론 전 황룡 때는 이미 유진석이 상당히 경험도 있고 강해진 이후라는 것이 문제지만. 어쩌면 한국 스스로가 막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믿어야만 했다.
한국을 먹은 중국이 미국이나 유럽을 노리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오늘부로 세계 헌터 연합에서 중국은 퇴출이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과 미국은 중국과 단교할 것이오.”
“흥! 누가 두려워할 줄 아나.”
결국 나온 것은 그나마 외교적 보복이었다. 중국대표가 코웃음을 치며 회의실을 떠나자 각국은 한국을 지원할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 * *
엘프 왕국으로 다시 떠나기로 했다.
절대 놀러가는 것이 아니다. 로터스 대륙 어딘가에 있는 사룡을 찾아야 하니까.
“일단은 괴인들은 엘리제에게 맡길게.”
레이첼은 일단 레지스탕스를 이끌었던 몸이었으니까.
“엄마한테 맡기는 게 낫지 않아?”
“나도 처음에는 그러려고 했는데. 레이첼은 이곳 사정을 잘 모르니까. 이제 막 문화를 배운 마당에 전쟁에까지 개입시킬 수 없어. 무엇보다도 엘프왕국에 함께 가야하고.”
“음. 그럼 우리가. 아니, 안 되겠구나.”
최시우가 말하다 말고 고개를 저었다.
“응. 우리들은 생도 소속이니까. 언제 불려 나갈지 몰라. 그나마 빌런 쪽은 사룡 구하러 간다는 이유라도 있지. 그래서 엘리제에게 맡기려는 거야.”
당장에 인방 커뮤니티를 보면 백화가 이번 전쟁을 도울까 숨죽일까에 대한 논쟁이 많았다.
그래도 한국인인데 버리겠느냐니, 백화라도 괴인이니 자기 욕구만 채울 야만인이라 가만히 침식지대에 틀어박혀 있을 거라느니.
나는 하정석에게도 약속을 했으니 지킬 생각이다. 그리고 굳이 표현하자면 애국심 같은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다.
어쨌든 원작 이상의 엔딩을 만들 생각이고 내 히로인들이 살아갈 세계를 지켜주기 위함이지.
황룡을 상대할 원군을 준비하겠다면서 사라져도 5만명의 괴인군단을 남겨두면 백화가 돕는다는 것을 믿을 것이다.
“그게 낫겠네.”
“레이첼. 사룡은 어디에 있어?”
“엘프왕국 북서쪽에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으니 그쪽으로 가야 해.”
일단 가 봐야 알 것 같다.
우선 마망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낫겠지.
본래 레이첼의 세계와 지금 멸망하지 않은 엘프 왕국은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갈까요?”
“너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남아서 송도를 지켜줘. 아마 전쟁 전에는 돌아올 거 같지만. 나 부르는 일이 있으면 어떻게 변명 좀 해주고.”
“응. 알았어.”
남은 멤버들은 최시우, 한수지 등 많이 남아있다.
일단 혹시 모르니 서지연에게도 걱정하지 말라는 문자를 보내뒀다.
아마 송도를 지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아니야, 나도 갈래요.”
“그럼 딱 레이나까지만. 다른 애들은 나중에 데려가 줄게.”
그리고 우리는 엘프유적을 통해 다시 엘프왕국으로 포탈을 탔다.
케이트가 참 고생이 많다.
오래간만에 보는 판타지 세계관. 엘프 왕국이었다.
이세계로 전생하면 볼 법한 세계처럼 생긴 동네다.
하지만, 이런 세계를 지배하는 인물 중 하나인 존재는 내 암컷이다.
포탈을 타 도착한 곳은 여왕의 침실이었다.
"여기도 오랜만이네."
케이트의 게이트 능력 숙련도 덕분에 이곳까지 오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자고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마망은 깨어있었다.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은 우아하기보다는 저 왕가슴 때문에 괘씸한 마음을 들게 했다.
“이런. 오랜만이에요. 내 사랑.”
“마망!”
어느새 목적을 잃은 나는 목적을 잊고 마망의 거대한 산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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