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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128화 (128/331)

〈 128화 〉 126. 드래곤의 둥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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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협회

공군들을 출격시킨 최철식은 한국의 S급 헌터들을 모조리 소집하였다.

공군에 대한 해명과 더불어 앞으로 중국을 상대해야 하니 길드 연합, 헌터군을 모집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해명을 듣던 서지연이 화를 냈다.

“헌터 공군들을 보냄? 미친 거 아님?”

“그럼 어쩌냐?”

“그 미국에서 예전에 무기한 대여해줬던 모선 있지 않음?”

미국이 대여해줬던 모선은 전에 유진석이 황룡을 처단할 때 사용한 공중 함선이었다.

“그건 최악의 수단이고.”

마력도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그것을 써먹을 수는 없지 않나. 실제 전투능력도 거의 없다. 당시에도 모선에 탄 유진석이 활약한 거지.

“그거 타서 우리가 황룡 조지면 될 거 아님?”

“이번엔 전 황룡과는 달라. 유진석이 잡을 때와 달리 황룡은 장학체의 명령을 듣고 있고. 황하에서 확실히 황룡이 죽은 것을 확신했는데도 살아있다면 죄악으로 부활한 건지도 모른다.”

확실히 그렇다면 위험하기는 하지만. 조금 과장한 것은 아닐까? 호들갑일 수도 있다.

“너무 확대해석한 거 아님?”

“그러지 않고 답이 없잖냐.”

“그건 그렇군. 죄악의 파편이 정확히 어떤 효과가 있는지 모르지만. 죽은 것을 되살려 굴리는 능력은 꽤 있지 않냐.”

차지은은 최철식의 말에 공감했다.

네크로멘서 능력자들은 꽤 있다.

죄악의 파편이 그런 능력이 있다면 말이 된다.

“그럼 저 C급 깽깽이들 다 죽게 내버려 둔다고? 허! 공군 해산하고 버려진 녀석들을 억지로 지옥으로 내모냐?”

“백화가 황룡에 맞설 뭔가를 보낸다고 했다.”

신지운은 태화길드로 받아준 C급 헌터들을 생각하며 얼굴을 구겼다. 지금 하는 짓이 지옥으로 내모는 것이 아니면 무엇일까.

그 빌런이? 과연 믿을 수 있나?

“빌런말을 믿냐? 괴인 군단도 좀 오바라고 생각하는데. 씹.”

“승산이 확실치 않은 전투에 너희를 보낼 수는 없다.”

무슨 개소리인가. 신지운은 최철식이 이렇게 겁쟁이었나 싶어 논리적으로 반박해주기로 했다.

“이봐 빡빡이. 생각해 봐. 괴인이 5만 명이야. 게다가 세계최강 헌터라인을 가진 길드와 함께 헌터 5만 명이라고. 그렇게 뭉친 10만이 죄악 파편 박혔다고 하나 30만 명을 못 막겠냐? 이참에 압록강까지 밀어버리지. 여기서 한 둘 제외하고 모선 타고 황룡 제거한 다음…….”

“30만은 선봉이야.”

그런데 금방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30만이 선봉? 그것도 헌터 군대가 30만이?

“뭐?”

“선양에 100만이 있다.”

100만. 다른 나라라면 과장이라고 하겠는데 중국이라면 그럴듯하다.

“씨발새끼들이 진짜 우리 잡겠다는 건가.”

100만이라니. 30만은 상대한다 치자, 100만이면 진짜 체력적으로 지치고 말 것이다.

“하정석 그 개새끼는 재래식 무기 숨겨둔 거 없다고 하나? 과거에 미국과 미사일 지침 폐지하고 핵 빼고 다 만들었잖냐.”

미사일 지침을 폐지하고 한국은 정말로 핵빼고 다 만들었다.

온갖 미사일을 다 만들어서 일본은 물론 북한까지 감히 도발을 못 했었다.

문제는 하필 얼마 후에 대격변이 터졌다는 사실.

“그거 대격변 때 유실되거나 게이트 막는다고 다 써버렸다. 진실은 얼마나 썼는지 모른다는 거지만.”

“있다고 해도 정말 서울이 위험할 때 하정석이 쓰겠지.”

아마 공군이 전멸하고 백화가 약속 이행하지 않았을 때 서울 상공에 수천 발의 미사일이 올라갈 수도 있겠다.

“아니, 그럼 황룡만 빨리 잡고 가면 되는 거 아니냐고. 확실히 백화 그년 말대로라면 이게 이상적인 전략이겠다만. 만일 거짓이라면 먼저 황룡부터 잡고 사지가 갈려 나간 몸으로라도 130만과 싸워야 할 거 아니냐.”

“신지운 네가 애국심을 보일 줄은.”

평소에는 이기적이고 제 길드만 알아서 송도로 길드 연합이 진격할 때도 뒤에서 보급이나 하던 놈이 저런 말을 하다니. 백합 길드의 노아는 기가 찼다.

역시 나라가 망할 때가 되면, 매국노와 애국자가 갈리는 것일까.

“이름 다 팔려나갔는데, 여기서 싸우지 않고 도망가면 사회적으로 묻힐걸? 숲에만 가도 괴수가 보이는 이 시대에 자연인이 되는 미친놈이 되어야 할 거다. 좆 빠지게 싸워야지.”

신지운은 그렇게 말하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면 그렇지. 퍽이나 애국심이었겠다.

“나는 봊빠지게 싸워야 하나.”

“계집년이 천박한 말 꼬락서니 하고는.”

최철식은 자기들 대화만 하는 헌터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아무튼 평양에 올라가면 국군이 너희 보급을 도맡아 할 테고, 괴인들도 도울 거다.”

“좀 더 올라가서 싸우면 안 됨?”

평양은 너무 가깝다. 좀 더 올라가 싸우면 후퇴하면서 중국 헌터들을 지치게 할 테지만, 평양은 마지막 방어선이라는 느낌이 아닐까.

“평양까지 내려오는 동안 수많은 괴수를 상대하게 되겠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를 보게 할 셈이야. 게다가 우리가 북진하면 중국놈들과 똑같이 괴수들을 상대해야 할 거다.”

“아, 그 생각을 못 했음.”

한명이라도 머릿수가 필요한 마당에 줄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까 다들 잡소리 말고, 평양에 가라면 가. 백화도 의병으로 참여한 거니 약속은 지킬 거다.”

“음, 걔는 그럴 거 같기는 함.”

설마 자기 첫사랑이 평양에서 싸우는데, 발을 맞추지 않을 바보는 아니겠지.

그러니까.

­황룡 쳐부수고 금방 갈 테니까. 죽지 마. 절대로.

절대로 죽지 않을 것이다. 서지연은 마도기어에 떠오른 유은하의 문자를 생각하며 굳게 마음을 먹었다.

자신을 첫사랑이라고 해준 여자가 황룡을 잡아줄 것이라고. 여자애한테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왕자님처럼 전장에 나타날 거라고.

그리고 그런 서지연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던 차지은은 서지연을 비웃었다.

“네가 웬일로 유진석 말고 딴 애 편드니?”

“이럴 때도 있는 법임. 그러고 보니 진석이는 어딨음?”

서지연은 차지은의 비웃음을 적당히 흘려넘기면서 최철식에게 물었다.

“김지혜랑 평양에 나가 있다. 가장 먼저 나갔으니 너희들도 갈 준비해.”

유진석까지 가버렸으니, 더 뭐라 할 수도 없는 노릇. 길드 마스터들은 각자 헌터들을 이끌고, 협회 소속이나 싱글 헌터들은 친분이 있는 헌터들끼리 모여 평양으로 향했다.

* * *

드래곤의 둥지에 도착했다.

{드래곤의 둥지}

“한국어로 드래곤의 둥지? 미친 거 아냐?”

설마 진짜 이딴 곳이 있다니.

마치 그런 느낌이다. 일본에서 한참 이세계 전생물 소재가 유행할 때, 이세계에서 일본어로 된 뭔가가 발견된 그런 느낌.

여기서는 국뽕 좀 빨아도 됩니까?

“아니지. 이번엔 좀 진지해지자.”

대놓고 공군들을 보냈는데 말이야. 공군이 죽어나갈 때 뭐라도 해야지. 헌터공군 해체로 백수가 된 C급 헌터들이 지금 어울리지도 않게 전투기를 타고 싸우러 나갔는데 용용이가 가만히 있어서 쓰겠나!

일단 던전은 거대한 암벽에 입구가 있었는데, 진짜 문도 엄청나게 크다.

뭐 이리 클까. 솔직히 엘프 왕국 성의 성문보다 문이 큰 것 같다.

음, 그런데 이거 어떻게 여는 걸까.

입장조건이 뭐 있는 거 아닐까?

아니다. 그냥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낫지.

가만히 만져보니 석재로 만들어져 있었다.

“뭔가 여는 방법이 있는 거 같은데. 레이나. 거긴 뭐 없어?”

“이거 어떻게 열죠?”

“이거 가만히 보니."

저렇게 해서 언제 찾아?

뒤에서 엘프 모녀가 열심히 문을 열 고민을 할 쯤. 나는 주먹으로 후려쳤다.

푸콰아앙!

오우야, 석재문이 제대로 박살 났다.

기술명은 '용용죽겠지 펀치'로 하자.

“저렇게 하면 되네.”

“엄마 나는 가끔 은하 때문에 내 인생이 사라진 건 아닐까 진심으로 궁금해져.”

그럴 수밖에 없지. 나는 레이나를 놓아줄 생각도 없으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뭔가 위기감이 없네. 뭐 그래서 어쩔 수 없었지만.”

“무슨 말이야?”

“저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건들거리며 나와 100년을 함께 하겠다고 했어. 그러니 어떻게 안 반하겠니.”

내가 생각해도 그때는 나 자신에게 반할 정도였다.

아무렇지도 않게 100년을 보내겠다 했으니.

“굳게 결심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 마치 나를 위해서라면 100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나한테는 작가 유은하가 있다.

“어, 확실히 그건 조금. 부러울지도.”

에휴, 하여간 여자들은 모이면 사랑이야기가 전부다.

어쩔 수 없지. 둘 다 나를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니까.

나는 두 여자 사이로 들어가 양팔로 허리를 꽉 끌어당겼다.

“백 년이 아니라 천 년도 함께 있을 수 있는데? 레이나 너도 마찬가지야. 그러니 했던 말 또 하지 마. 따 먹고 싶어지니까.”

레이나와 레이첼이 모녀가 얼굴을 붉힌다.

은근슬쩍 엉덩이를 주물렀다.

“솔직히 말해 봐. 내 몸이 백 년을 날릴 가치가 있어서였지?”

“뭔 소리야? 나는 너의 전부를 본 거야.”

“하아,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잖아요.”

레이나나 레이첼은 살짝 내 손을 쳐내려 하다가도 내가 부드럽게 만져대자 결국 그냥 받아들였다.

그렇게 나는 엘프 모녀의 엉덩이와 아래를 만지면서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던전 내부는 꽤 쾌적한데.”

아무도 오지 않았는지 낙서 같은 것도 없고, 사람 시체 같은 것도 없다.

용사와 마왕 퀘스트를 할 때는 던전에 시체 같은 것도 많이 봤는데 말이다. 여기는 쓸데없이 쾌적하다.

“그, 아까 여왕 폐하가 하신 말씀은 던전 자체가 봉인되어있었다는 말 아닌가요?”

“그런가?”

엘프모녀의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으로 하얀색 불덩이를 몇 개 꺼내 천장에 던져보았다.

둥실둥실 떠오른 불꽃들이 주변을 환하게 비추었는데, 역시 뭔가 낡은 구석이 없다.

천장도 제대로 존재하고 있고. 그냥 평범한 던전인 것 같다.

철컥

걷다 보니 뭔가 밟아버렸다.

이런 건 높은 확률로 함정이 아닐까.

함정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바닥이 꺼지기 시작하더니, 내 몸은 앞으로 기울여졌다.

““유은하!””

콰지지직!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내 몸은 뭔가 부딪치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음, 하나도 안 아파.”

일단 내 몸은 용용이니까 말이다. 그냥 그저 그런 함정에 빠지니 딱히 아프지도 않았다.

가만히 보니까 부서진 것은 쇠로 만들어진 가시였다.

말 그대로 가시 함정. 그런데 빠진 모양이다.

“가시들이 다 녹슬었네.”

이거 던전으로서 자격도 없는 거 아니야?‘

“유은하 괜찮아?”

내 암캐들이 함정 앞에서 불안하게 외친다.

당연하지. 이런 걸로 죽기에는 아직 못 먹은 여자들이 너무 많다.

일단 날개를 펼쳐서 날아올랐다. 이거 꽤 깊었는지 한참을 올라갔다.

“아무래도 함정은 조심할 필요도 없겠어.”

“왜?”

“이 던전 너무 현실적이야. 마력으로 코팅되어있지도 않고 다 망가져 있는 거 같아.”

“그럼 사룡이 문제겠네. 이런 건 보통 보스가 무섭잖아.”

그 이후에도 함정들은 볼 것도 없었다.

일부러 함정에 몇 번 걸려줬다.

가시 함정이 특히 비중이 컸고 한참 걷다 보니, 이상한 해골바가지들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야생의 움직이는 해골들. 조금 무섭다.

“아, 쟤네들 알아 게임에서 자주 나오는 해골바가지 잡몹이잖아.”

“뭐야, 레이첼. 게임도 해?”

“응. 남는 시간에 하는데.”

아주 그냥 남편은 밖에서 열심히 노력하는데. 집구석에서 게임만 한다 이 말이지? 나중에 한 번 혼내줘야겠다.

“끄오오오옷!!”

“기에에엑!”

괴성을 지르는 놈들이 대충 수십 마리는 되는 것 같다.

내가 그냥 끝낼까 하는데, 먼저 움직인 것은 레이첼의 종이였다.

촤라락!

레이첼의 종이는 백지였는데, 해골에 닿자마자 그대로 흡수되어 해골이 그려진 종이가 되었다.

“오 멋진데?”

“흥.”

그에 질세라 레이나는 정령화살을 쏴 해골바가지들을 부수었다.

“내가 안 나서도 되다니. 뭔가 편안해.”

간만에 부하들을 가지고 노는 기분이다.

아, 암캐들이지 참. 아무튼, 내 여자들은 알아서 함정들을 척척 제거해주고 있었다.

앞에서 훌륭하게 장애물을 치워주던 엘프 모녀들의 엉덩이를 구경하며 걷는데. 직선으로 이어지던 복도가 어느새 내리막길로 들어가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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