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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130화 (130/331)

〈 130화 〉 128. 황룡의 최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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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제복을 입은 수만의 괴인군이 서울 시내를 통해 북쪽으로 진군하고 있었다.

유은하가 어중이떠중이 전투가능한 괴인만 전부 골라뽑은 사실상 한방 전력이었다.

서울에서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어 마치 군대의 대오처럼 질서정연하게 마도총을 장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빌런이기보다는 헌터나 군인에 가까워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으니 시민들을 괴인군의 행진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무엇보다도 본래 백화교는 길드 연합과의 싸움에서도 드래곤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나타났었는데. 지금은 태극기를 들고 있다.

다시 말해 백화교는 한국에 속한다는 의미였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뭐야, 백화교가 왜 태극기를?”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네. 이거 찍어야겠다.”

“아이고, 내 손자뻘 되는 아이들도 있구만.”

심지어 전투 골렘들 수백 대가 그 뒤를 함께 하고 있으니 시민에게는 길드 연합을 구경하는 것만큼 가슴이 웅장해지는 광경이었다.

비록 빌런이라 해도 저들은 태극기 아래에 모인 한국인.

태극기를 든 백화교의 모습은 시민들에게 괴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충분했다.

“언니, 오빠들 힘내요!”

“형들 파이팅!”

“힘내라! 백화교!”

먼저 올라간 길드연합을 응원한 만큼, 백화교의 괴인군에도 응원이 쏟아졌다.

침식지대에만 머물며 밑바닥 인생만 살던 괴인들은 처음 서울에 들를 때, 경멸당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응원해주는 시민들의 반응에 당황스러워하다가 손을 흔들어주었다.

사람들의 응원에 괴인군은 사기가 올라 북으로 계속 진군했다.

괴인들이 한국에 녹아든 순간이었다.

* * *

“저게 뭐여. 황룡 몸이 왜 반 토막이 났어?”

용용이는 지금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그야 마그뉴트의 거대한 몸집을 이동시키기 위해 엘프 궁정마법사들의 마력을 다 털어 겨우 돌아왔는데, 황룡이 반병신이 되어있지 뭡니까.

혹시 처음부터 병신이었나? 싶어 휴대폰을 두들겨봤는데.

[“보십시오! 정체불명의 마도 미사일이 황룡의 몸에 큰 상처를 입혔습니다. 협회 마력탐지기를 통해 마도미사일 발사지역은 송도로 파악되었으며, 협회에서는 전쟁에 참전한 백화교의 수장 백화가 날린 것으로 추정 중입니다.”]

전쟁이라서 그런지 헌터 공군과 황룡의 전투가 실시간으로 방송하고 있었다.

바로 조금 전에 녹화한 영상도 있었는데, 송도에서 올라온 마도 미사일이 그대로 황룡에게 결정타를 날린 것 같다.

정말로?

“뭐야 그 미사일이 황룡을 저 정도로 조졌다고?”

“아니, 대체 당신 정액 폭탄은 뭐가 첨가되어있길래 저 거구를 저리 날려요?”

레이나가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정액 폭탄 아니라니까. 애초에 여자가 무슨 정액을. 아니 아니. 아무튼, 지금이 기회다.”

진짜 어쩌다 반병신이 됐는지 모르지만, 저 정도라면 마그뉴트도 처리할 수 있겠지.

자, 마그뉴트. 주워 먹기 정도는 할 수 있겠지?

그런 생각으로 나는 마그뉴트를 타고 펜트하우스로 돌아왔다.

마그뉴트를 옥상에 주차하려는데 옥상에서 히로인들이 전투준비를 하는 것이 보여 손을 흔들었다.

“얘들아. 너희의 달링이 왔어요.”

“유은하?”

간만에 보니, 다들 너무 예뻐졌다.

“저게 그 사룡 마그뉴튼지 뭔지 하는 거야?”

소심한 마그뉴트는 고개를 끄덕일 뿐 애들이랑 통성명도 제대로 안 하고 그냥 상공을 날아다녔다.

어쩔 수 없이 궁댕이를 후려치자, 그제야 히로인들과 인사를 했다.

그리고 지금은 따로 중요한 것이 있다.

“그런데 혹시 그 이상한 미사일 쓴 거 누구야? 그거 내 피 섞인 애 아니면 못 쓰는데.”

“레이가 장난으로 꾹꾹 눌렀더라고.”

“미친.”

우리 레이가 하드 캐리 했구나.

레이는 최시우의 품에 안겨있었는데, 곤히 자고 있었다.

그러니까 장난으로 미사일 발사 버튼을 꾹꾹 누르는 바람에 황룡이 저 모양이라는 거지?

이번에는 그럭저럭 잘 풀렸는데. 운이 안 좋았으면 반대로 송도가 박살났을지도.

“어쨌든 여유부릴 시간이 없네. 최시우 너는 레이나와 함께 얘 타고 가서 황룡 조져. 나는 한수지, 로즈마리를 데리고 지금 바로 평양으로 갈 테니까.”

“알았어.”

“그럼 나는?”

레이첼이 있을 곳은 하나지.

“레이를 돌봐줘. 엄마가 자식을 지켜봐야지. 아까는 운이 좋기는 했지만 내버려두면 그 미사일들 아군에 떨어질지도 몰라.”

이번에는 레이첼을 굳이 데려가지 않아도 되었다.

아니, 데려가지 않고 레이를 내버려둔 덕에 황룡이 저 꼴이 되었으니 뭐 나쁜 일은 아니지만.

“알았어.”

“마망, 저거 잡으면 되는 거야?”

마그뉴트가 다른 히로인들 앞에서도 나를 마망이라 바람에, 다들 나를 노려보는 눈이 심상치 않았다.

나는 우선 히로인들을 설득하고 나서야 마그뉴트를 부려먹을 수 있었다.

“열심히 해.”

“응!”

유진석이나 다른 길드 놈들이라면 몰라도 아마 서지연이 지금쯤 고생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사기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지연이는 인간이다. 마력이 한정되어있다. 처음에는 우세하다고 해도 꽤 힘들 것이다.

그러니 내가 멋지게 구해야지.

* * *

평양

황룡이 반쯤 맛이 간 채로 서해에 그대로 발이 묶이자 중국 헌터들이 남하하여 마치 해일처럼 쏟아져 내려왔다.

이 무렵, 국군도 평양에서 바리케이트를 세우고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중국 헌터들의 공격은 매섭기 짝이 없었다.

“씨발. 죽지를 않아!”

“좀비들 아니야? 저거? 시발 뭐 저리 많아?”

총을 아무리 쏴대도 죽지가 않는다.

수류탄을 던져도 소용이 없다. 대격변 이후 얼마 남지 않은 탱크들로 공격해봐도 당연히 소용없었다.

탱크는 그저 바리게이트를 세우는 용도로 전락해버렸다.

하지만, 그때였다.

타다다다다다다당!

“다 죽여버려!”

“백화교 만세!”

태극기를 들고 나타난 백화교 신도들이 함성을 지르며 중국 헌터군을 후미에서 몰아쳤다.

골렘들도 마력포를 발사하고 중국 헌터군을 무차별 사격했다. 그래도 죄악이 박힌 중국 헌터군들은 쉽게 죽지 않았으나 우측에서는 길드 연합이 치고 올라온 탓에 공세가 잠시 멈추었다.

그런데 평양으로 들어가는 길은 상당히 많았다.

한국이 잠시나마 평양을 온전히 탈환했을 때, 괴수 토벌을 위해 평양에서 많은 길을 만든 적이 있었다.

수세가 아닌 공세를 위해 만든 길 중에 폐쇠하지 않은 곳으로 중국 헌터군이 몰려왔다.

“평양에 진입하라!”

“한국놈들을 모조리 죽여라!”

문제는 이 작은 길들은 일찍이 길드 연합의 길드 마스터들이 장악하고 있었다는 것.

중국 헌터들은 이를 알지 못했다.

쿠구구궁!

거대한 강철 덩어리가 중국 헌터군을 향해 쏟아졌다.

언제부터인가 그들의 앞에는 손바닥 위에서 쇠막대기를 굴리는 금발의 사내가 있었는데. 사내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햐~이 새끼들 진짜 쥐새끼 같네.”

태화길드 신지운이 쇳더미에 깔린 채 두개골이 박살 난 중국 헌터들을 노려봤다.

그러나 눈 깜짝할 사이 깔렸던 중국 헌터 시신들이 사라졌다.

어느새 신지운의 옆에는 서지연이 손가락 사진기를 만들고 있었다.

“황룡도 지금 반병신 되었다고 함. 빨리 끝내고 가는 거임.”

“뭐야, 니는 유진석한테 안 가냐?”

신지운의 말에 서지연은 인상을 찌푸렸다.

유진석을 졸업한 지가 언젠데. 굳이 말하지 않기로 했다.

“전쟁에서는 효율적이어야 함. 전력을 한곳에 모을 수는 없음.”

“내가 저따위 놈들에게 질 거라 생각하냐?”

허공에서 떠오른 쇠막대가 다시 어딘가에 내리꽂혔다.

“쿠헉!”

중국 헌터의 몸에 쇠막대기가 꽂히면서 죄악의 파편을 깨트려 죽였다.

서지연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손가락 사진기를 만들어 주위를 찍기 시작했다.

찰칵!

“그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낫지 않음?”

찰칵! 찰칵!

“그러니까 짱깨들 오는 거 함께 버리잔 말임.”

서지연은 사진 기능으로 주변 지형을 삭제해서 항아리 형태로 만들었다. 중국 헌터들이 몰려오는 순간 강철막대기와 사진에 갇혀 죽게 되리라.

“하. 내가 잘 박게 무대를 마련했구먼. 가끔 네 사진기 편하단 말이야.”

* * *

최시우 & 레이나

서해 상공에는 사룡 마그뉴트와 마그뉴트의 머리에 탄 최시우와 레이나가 황룡과 대치 중이었다.

이미 헌터 공군들은 퇴각한 지 오래. 마음껏 싸우면 된다.

그런데 최시우는 문득 궁금한 것이 있었다.

일단 은하가 데려왔으니 믿기는 하겠는데, 생긴 것과 달리하는 행동이 너무 은하에 종속되어있는 것 같다.

조금 겁쟁이라는 느낌일까. 강자에게 굴복하는 놈 같은데, 황룡을 상대로 괜찮을까.

“너 진짜. 저 황룡 잡을 수 있냐?”

“당연하지! 나를 뭐로 보고! 나는 사룡 마그뉴트다!”

그래도 용으로서의 자존심은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전투는 빨리 끝내야 해요. 은하의 정.아니, 마력폭탄으로 정신 못 차리는 지금이 기회니까.”

황룡의 상태를 보니, 상처 부위가 불타고 있는 것이 쉽게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루아아아아아!”

“젠장 정신 차린 건가? 브레스 날린다! 사룡. 막을 수 있나?”

최시우가 사룡에게 급하게 묻자 대답 대신에 사룡이 입에서 불을 뿜었다.

콰아아아아­퍼어엉!

순식간에 황룡의 브레스는 사룡 마그뉴트의 브레스에 쉽게 차단되었다.

사룡 마그뉴트는 자기가 마망이라 부르는 어머니 은하 조차도 도움을 요청한 탓에 황룡이 강자인 줄 알았는데, 막상 그 브레스가 차단당하자 자신감을 얻었다.

“저런 지렁이 따위가 나를 상대로 뭘 어쩐다고? ”

퍼버버버벙!

레이나의 침식 화살들이 황룡을 향해 쏟아졌다.

브레스는 사룡에 의해 막히고, 레이나의 침식 화살들은 황룡을 반 토막 내기 직전의 상처를 들쑤셨다.

“그우아아아아아아아악!”

“그런데, 생각보다 약한 거 아니에요?”

“확실히. 황룡이 저 모양 된 것도 있지만, 우리도 꽤 강해.”

사룡이 황룡을 향해 날아갈 때마다 사복검을 휘둘러 황룡의 비늘을 깎아냈다.

최시우는 색욕의 권능에 대해 잘 안다. 그러나 그 권능을 은하와 할 때만 발휘했기 때문에, 황룡과 비교하자면 약했다. 심지어 남자일 때 신검사용자로서 갖추고 있던 힘조차 색욕이 되며 그대로 초기화되었으니, 솔직히 황룡을 상대로 이길 것 같다 여기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황룡을 상대로 사복검을 휘두르는 것이 계속 황룡에 상처를 입힌다. 과연 죄악은 죄악이었다.

‘레이나가 강한 것도 한몫하지만 말이지.’

레이나는 하얀 모습과 포도색 모습을 번갈아가며 정령화살과 침식 화살을 쏘았다.

그때마다 상처를 치료하려고 애를 썼던 황룡의 노력은 무산되면서 상처의 살점이 점점 뜯어지고 있었다.

황룡은 고통에 울부짖으며 브레스를 발사했으나, 당연히 사룡에 의해 차단당했다.

하지만, 죽기 직전 상태인 황룡도 상당히 강했다. 그렇게 30분간 공방전이 이어졌다.

“아예 완전히 반으로 갈라 죽여버리자. 생각해보니 저런 이무기를 상대로 쫄아 있었네. 마그뉴트. 가까이 접근해라! 내가 사룡을 옭아매서 반으로 잘라버릴 테니 너는 있는 힘껏 황룡의 머리통을 날려버려!”

최시우의 말에 마그뉴트는 몸을 비틀어 황룡의 브레스를 피하며 황룡의 턱 밑까지 근접했다.

“이 정도면 되었냐?”

사룡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최시우의 사복검이 길게 늘어나 황룡을 묶었다.

촤라라라락! 콰지직!

이미 너덜너덜해진 황룡 몸통은 상처부위가 사복검의 칼날이 그대로 파고 들어가 마침내 몸을 끊어버렸다.

머리와 몸통 상체를 잃은 황룡의 꼬리를 포함한 반쪽은 그대로 바다에 풍덩 빠졌다.

“크하아아아악!”

그런데도, 황룡의 상체는 여전히 저항하려는지 남은 몸통을 발버둥치며 그대로 입을 번쩍 열었다.

브레스를 날리려는 것일까.

“이 미친놈이 그래도 덤벼드네?”

“저한테 맡기세요!”

퍼버버버벙!

다시 일반모드로 돌아온 레이나가 정령화살들을 여러번 날려 황룡의 움직임을 막았다.

그리고 그 사이 사룡 마그뉴트가 입에 브레스를 모았다.

“너희들의 도움 따위 없어도 나 혼자 황룡은 잡는다!”

검은색 불이 황룡을 그대로 덮쳤다.

콰아아아아아아!

황룡의 머리가 사룡의 브레스에 맞아 그대로 머리가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마침내 서해 상공의 황룡은 격퇴되었으며, 이 승리는 서울에서 절망에 빠진 시민에게 희망을 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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