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 135. 용용무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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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니 나는 작가 유은하의 방에 있었다.
작가 유은하는 잠시 지친 내 몸을 의자에 앉히더니 한심하다는 듯 쳐다본다.
“그러게 왜 여유를 부려요?”
“어차피 질 싸움도 아니었잖아.”
“아니, 쪽팔리잖아요. 몰라요? 퍼펙트! 노 데미지! 완벽하게 핑타오를 쓰러트렸어야죠.”
작가 유은하가 주먹을 불끈 쥐고 이리저리 휘둘렀다.
이제 와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게 할 걸 그랬다.
그때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지. 죽이고 완전히 괴인으로 살려도 될 일이었는데.
“그런가? 아니, 그래도 말이지. 황룡을 쉽게 잡았으니.”
“정액폭탄요?”
“아니, 마도미사일이지! 이 몸 원래 네 거잖아?”
그런 주제에 정액폭탄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거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그러고 보니 너 저번에 내 꼬리 강화하다가 터트렸지?”
나는 아직 그날의 한을 잊지 않았다.
“무슨 말씀이세요. 그건 꿈이잖아요. 터트리다니. 실패한 거겠지.”
“꿈이라면서 너무 잘 아는데? 그리고 저 통돌이는 뭔데?”
나는 방구석에 원래는 없어야 할 통돌이를 가리켰다.
이거 가면 갈수록 수상한데.
“저는 세탁 안 하고 사는 줄 알아요?”
“너 여기 심상세계잖.”
“닥치세요.”
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집주인이 닥치라 하니 닥쳐야지 어쩌겠어.
그럼 왜 나를 불렀나? 죽은 것은 아닌데. 죽을 리도 없지만, 작가 유은하가 지금 상황에서 굳이 부를 이유가 있나.
“그래. 더 할 말 있는 거야?”
“아무래도 그 몸 인간이 베이스다 보니, 예전의 당신보다 힘이 더 떨어져요. 그래서 강화합시다.”
“강화라니?”
“죄악이 생각보다 강해요. 심지어 당신을 배신자라고 하다니……결국 마기의 근본은 당신인데 웃긴 노릇이죠. 즉, 당신이 보기보다 약한 느낌이라서 나대는 거죠. 강화라기 보다는 예전의 힘을 해방시켜주는 것에 가깝지만.”
원래 이전의 힘을 돌려준다. 이런 소리인가.
그런데 지금만 해도 강하구만 얼마나 더 강해지는 거야?
“간섭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먼저 선을 넘은 건 인과율이죠. 20% 정도만 해제해 드릴게요. 우리 용용이는 그래도 될 거 같으니까.”
“그 힘은 뭔데?”
“돌아가면 알 수 있을 거예요.”
본능적으로 안다 이건가?
그건 그렇다치고. 나는 마그뉴트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다.
아카식 레코드에게 물어보기에는 두통을 더 감내하기 싫다.
“아, 그보다 마그뉴트는 뭔데? 나는 암만 생각해도 그런 애 낳은 적도 없는데.”
“이전의 당신이 만든 존재라고만 알려 드리죠. 지금 당장은 길드 마스터들이 끼어들기 전에 핑타오를 잡으셔야 하니 자세히는 설명할 수 없어요.”
“이전의 내가 낳았다는 말인가.”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머리가 띵하다.
설마 거짓말이겠지?
“그게 그렇게 충격적이에요? 하긴 자식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
“내가 비처녀였다니! 내가 박혔었다니!”
나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믿을 수 없어! 지금도 싫어하는데, 그 당시의 내가 좆에 박혔다고? 수컷의 씨를 받았다고?
아, 지랄 노.
머리를 부여잡고 현실을 부정하는데 작가 유은하는 언젠가 한 번 꺼냈던 수첩을 꺼냈다.
“……그건 아니니, 그냥 닥치고 돌아가세요!”
철썩!
순간 뺨따귀에서 느껴지는 얼얼한 감각과 함께 몸이 뜨거워지면서 시야가 암전했다.
* * *
나는 푸른 하늘 아래에서 깨어났다.
아, 힘이 넘친다. 과거의 내가 가지고 있던 힘이 돌아왔댜.
아, 이거지. 이거야. 바로 이 뜨거운 기분. 온몸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힘. 정말 터질 것만 같았다.
“끽끼기긱.끽긱 악룡을 죽였다. 죽였.”
혼자 승리감이 도취해 있는 핑타오를 보고 있으려니 어이가 없다.
1페이즈 상대로 좆 고생하다 3페이즈까지 꺼낸 돌대가리 년이 미쳤구나.
콰아아아아아아아!
내 몸에서는 하얀 불이 분출되었다. 마기가 아니라 마력이다. 방송이 송출되어도 내가 괴인이라는 것이 들킬 염려가 없다.
마치 내 분노를 표현하듯 하늘 끝까지 불기둥이 치솟았다.
이제 나는 저 무식한 핑타오에게 제대로 사상교육을 해줄 생각이다.
“하, 이 시발련이. 진짜 김칫국 존나 처마시네.”
“끽끽. 뭐.뭐야. 유.은하. 어떻게. 이.일어나.”
정말 나를 잡은 줄 아나 보다. 이딴 년에게 한방을 허용하다니. 미쳤지.
나는 몸속에 박힌 창을 뽑아냈다.
구멍이 뻥 뚫린 상처는 백염이 치유하더니 새살이 솔솔 솟았다.
준비 만전 상태인 나는 핑타오를 비웃었다.
“야, 너 3페이즈지? 난 이제 1.5 페이즈인데 어쩌냐?”
콰르르르륵
검에 이전과는 다른 고농도의 백염을 둘렀다.
멸망의 백염탄 자체를 검에 둘렀으니, 이년이 나를 이길 방법은 없다.
“야, 잘 버텨라? 진짜 이번에는 아슬아슬하게 싸워줄 생각 없으니까.”
철저하게 짓밟아주겠다.
어느새 주변이 백염의 바다가 되었다.
“말도 안 돼. 어디서 그런 힘이! 나야말로 최강이 되어야 하는데!”
경악하는 핑타오를 향해 불길을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간단하게 핑타오의 오른팔을 잘랐다.
애초에 지금까지 맞아준 것만으로도 이년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빌어도 모자람이 없다.
갑옷 채로 잘려나가면서 검은 피가 분출했다.
“일단 오른팔 잘라냈고.”
“죽어라! 유은하!”
오, 또 창으로 공격하는데.
챙강!
“두 번 당하는 병신이 어디 있겠냐? 그리고 지금의 나는 말이다.”
나는 몸에 박히려는 핑타오의 창을 칼로 쳐내고 그대로 그녀의 왼팔을 잡아 공중에 던져 입을 벌렸다.
콰아아아아!
백염이 압축된 광선이 입에서 터져나와 핑타오의 몸을 맞췄다.
내 압축광선에 맞은 핑타오의 갑옷은 가차없이 깨졌다.
그리고 검으로 쉴 새 없이 그 몸을 두들겼다.
일방적인 능욕. 그 자체. 강자가 약자를 두들겨 패는 폭행. 약자의 아군에게 절망과 공포심을 불어넣는 행위.
“아하하. 거봐, 너는 나를 이길 수 없다니까?”
“켁.케엑.”
“가지고 있는 힘의 원천이 달라요. 나약한 년아.”
콰지직!
힘을 잃은 핑타오의 머리를 투구째로 잡아 마침 옆으로 보이는 콘크리트 건물에 그대로 그어버렸다.
조금 빡치게 했으니 그만큼 혼내줘야지. 안 그런가?‘
마력을 담은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몇 번 바닥에 내리쳤다.
쾅! 쾅! 쾅!
지면에 금이 가더니 마치 가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쩌저적 갈라졌다.
한 번식 내려칠 때마다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핑타오는 내게 조금의 저항도 하지 못 했다.
몸을 움찔거리는 순간 머리통을 바닥에 내리꽂았으니까.
“그.러.게. 시발 내가 좀 말을 들어 처먹으라고 했지. 주제도 모르게 왜 이리 깝쳐?”
빠직 콰지직
몇 번 두들겨 팼더니 이미 힘이 다한 죄악의 마기로 이루어진 갑옷은 그대로 부서졌다.
그리고 상체가 거의 벗겨진 핑타오가 등장했는데, 가슴골 사이에 붉은눈이 번뜩였다.
“호오, 그게 죄악인가? 음탕하게 가슴골에 눈이 달렸네?”
“자.잠. 깐.”
“잠깐은 무슨 얼어 죽을.”
콰지지직!
나는 그 눈깔을 뽑아 내던졌다.
“끄하아아아아악!”
“자, 기분 어때? 더 두들겨 패줄까?”
내 말에 한참 신음을 흘리던 핑타오의 몸이 굳었다.
“자.잠깐, 이건 내 의지가 아니었.”
죄악이 뽑혀서 정신을 차린 건가?
이유야 어찌 되었든 상관없다. 이제 전의가 꺾였으니, 적당히 패고 항복을 받아내면 끝이다.
죄악이 항복해야 결과적으로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가 될 테니까.
“아니었다고 해도 나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건방진 생각을 한 것은 맞잖아. 안 그래? 지금이라도 항복하면 팔은 붙여줄게.”
“하.항.”
서걱!
어디선가 깔끔하게 뭔가 베는 소리가 들리면서 핑타오는 말을 더 잇지 못했다.
그녀의 목이 잘려 머리가 굴러떨어진 것.
어떤 놈인가 싶어 뒤를 보니 가끔 인터넷에 뜨는 중국놈이었다.
이놈은, 장웨이구나.
북경군벌 사령관 장웨이. 원작에서는 본래 죄악의 본체와 융합했어야 할 놈.
“핑타오. 이 멍청한 년. 그러게 방심은 금물이라고 말했거든. 심지어 대중화의 계집년이 오랑캐에게 항복해?”
“장웨이인가. 하여간 개나 소나 줄줄이 엮인 비엔나 소세지처럼 나타나네.”
“큭큭큭. 약해 빠졌더라니. 결국 이 죄악은 나의 것이었어. 내가 죄악이 되겠다!”
미친놈이 바닥에 떨어진 죄악을 집었다.
이건 진짜 화나는데.
누구 마음대로 히로인 대가리를 뚝 따냐 이 말이야.
아, 화가 난다. 화가 나. 아주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죽여도 내가 죽이고 살려도 내가 살린다.
따먹어도 내가 따먹는다. 이제 한글 패치에, 민달팽이 사상교육 및 수치플레이를 즐길 생각이었는데. 이 개새끼가.
“큭큭큭. 네년도 힘이 많이 떨어졌겠지. 그렇다면 이쯤에서 해결을 지어도 되겠지?”
빠지지지직
장웨이의 머리에 사슴뿔이 돋아났다.
점차 피부 위에 비늘이 솟아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인간을 벗어나 용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황룡.
대체 이 미친놈은 자기 몸에 무슨 짓을 저지른 건가.
따져 묻고 싶은데, 저 새끼 이상한 중국말만 하는 놈이라 물어봐도 친절하게 한글로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아카식 레코드. 이놈이 어쩌다 이 꼴이 되었는지는 알 수 있지? 저건 황룡과 연관이 있지 나는 아니잖아.”
[장웨이는 황하에서 건져 부활시킨 황룡을 연구해서 죄악의 파편을 넣은 것처럼 황룡의 세포를 수집. 스스로에게 이식했습니다.]
이런 미친새끼.
“황제는 장학체가 아니라 바로 나다! 크하하하!”
이제는 인간을 벗어나 거대해졌다.
황룡? 그 자체가 되었다. 다만 원조 황룡과 달리 크기는 절반 정도 되는 편. 그래 봤자 인간 따위는 깔아뭉갤 것 같지만.
뭐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저 가짜용이 나한테 뒤지고 싶어서 환장한 모양이다.
저런 꼴이면 황제가 되고 싶어도 못 되는 거 아닌가 싶다.
그래서 한바탕 날려주기로 했다.
저런 도마뱀이 되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감히 중화에 창피를 준 한국 계집년을 시작으로 전부 짓밟겠다!”
응, 개소리.
콰아아아아아!
"아?"
내 입에서 뿜어져 나온 백염광선이 짭룡의 대가리를 덮쳤다.
짭룡의 대가리는 깔끔하게 증발해 버리고 머리를 잃은 몸은 그대로 지면에 쾅소리를 내며 곤두박질쳤다.
그러게 감히 누구한테 깝쳐?
* * *
송도
송도 펜트하우스에서는 레이첼이 긴급하게 대량주문이 온 무지개 뱀술을 담그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전부터 레이가 주위를 날아다니며 자꾸 울어대는 통에 무지개 뱀술의 황금비율을 맞추지 못했다.
워낙 대량주문이라 마법을 동원해야 하는데 이러다 늦을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지. 어미에게 있어서 자식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뀨이이이잇! 뀨잉!”
“왜 그래? 말을 해야 알지. 왜 그래?”
한참 동안 모녀(?)의 실랑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이유정은 골렘을 조종하던 컨트롤러를 내려놓고 엘프, 용 모녀에게 다가갔다.
“레이 울음 알아듣는다 하지 않으셨어요?”
“아니, 진짜 우는 거야 이건.”
“뀨리리릿. 뀨우우웃.”
대체 저게 울음인지 말인지 어떻게 안다는 말이야? 이유정은 머리가 아늑해지는 것을 느끼다가 잠시 레이첼의 반응을 살폈다.
가만히 레이의 울음인지 말인지 듣던 레이첼은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맘마의 맘마통을 빨고 싶은데 없다고? 은하 꺼 말이야? 그러지 말고 나도 네 어미니까.”
레이첼이 상의를 벗어 가슴을 꺼내는 것을 보니 모유를 달라는 것 같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레이첼의 유방은 모유를 빨기에는 꽤 작다. 아니, 못할 것은 없는데 레이는 어떨까.
“하우.”
자기 어머니인 레이첼의 가슴을 보더니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돌리는 레이.
아주 누구를 닮아서 그런지 변태가 따로 없다.
그렇다고 자신이 주기에는 모유가 나오지 않고.
“너, 지금 한숨 쉬었지? 나도 최근에는 많이 자랐거든? 자 빨아!”
“뀨우우. 뀻!”
“잠깐, 어디로 가는 거야? 야, 이리로 와!”
“뀨르릇!”
결국 반강제로 젖을 물리려 했던 레이첼을 피해 레이가 도망쳤다.
이유정은 그 뒤를 따라가려다가 골렘 컨트롤러를 잡고 다시 북쪽에 있는 골렘들을 조종하기로 했다.
어느새 레이는 다시 유은하의 젖과 비슷하게 생긴 스위치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레이첼은 이 방의 존재를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현실적으로 타협하려 했는데.
“아니, 잠깐. 레이야? 그러지 말고, 자 착하지? 이리로 오자? 그거 누르면 아버지처럼 못된 어른이 되는 거예요.”
“뀨이잇!”
꾹! 꾹!
레이가 신나게 스위치를 주둥이로 꾹꾹 누른 것이다.
[삐빅대괴수 요격 마도미사일 시스템이 가동되었습니다. 유은하님 환영합니다.]
“자. 잠깐 그거 누르면 안 되는 거야! 아. 안 돼!”
“뀻!(돼!)”
[현재 아군을 위협하는…….]
꾸욱!
얼마 후, 송도는 얼마 전 있던 지진보다 더 거대한 지진을 일어나 시민들을 불안에 빠지게 하였다.
이날 송도의 하늘에는 수백발의 마도미사일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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