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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146화 (146/331)

〈 146화 〉 외전­용사파티의 S급 짐꾼(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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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루이나는 얼굴이 퀭해져 있었다.

용사가 직접 자기 옆에 있을 필요 없다고 말을 한 것이다. 당연히 이 멍청한 신관년은 나한테 달려왔다.

“저. 그. 제발 부탁해요.”

“부탁?”

“네. 이대로 라면 저는 다시 쓸모없어지고 말아요. 그러니 제발.”

결국 그녀는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했다.

“쓸모? 킥킥킥. 상식적으로 네가 봐도 알 수 있지 않냐? 지금 용사는 강해서 네 도움이 없어도 되니 말이지.”

용사는 지금도 충분히 강하다. 굳이 버프를 줄 이유가 없었다.

즉, 이미 신관은 쓸모가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이년은 지금 나한테 와 매달리면서 부정하고 있다.

“아니야. 나는.”

그런데 웃긴 점이 있다면 이 멍청한 년은 지금 얼굴이 매우 솔직해져 있었다.

얼굴이 약물에 중독된 사람처럼 약간 힘이 풀리고 흐리멍덩한 표정에 입 밖으로 침이 질질 흘러내리고 있다.

최근에는 욕만 엄청나게 먹었다던데 플레나와 루엘에게 무시당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솔직히 말해봐. 너는 단순히 내게서 포션을 받아서 용사에게 버프를 주고 싶은 거야? 그도 아니면 너 스스로 원하는 거야?”

“당연히 버프를 주고 싶으니!”

“그럼 의미 없잖아?”

“뭐라고요?”

꽤 발끈하고 있는데, 이건 발끈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너 자신의 무능함을 탓해야 할 것이다.

“이미 알고 있겠지? 다시 말할게. 용사는 강하잖아. 용용 포션을 줄 의미가 없지. 그리고 네가 버프를 줄 수는 있어?”

“아. 아니, 나는.”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머리도 제대로 맛이 간 것 같다. 당장 내 히로인들도 그 격이 있으니 내 마력을 버텨낸 거지 이런 신관년이 버틸 리가 없지.

아마 뇌는 용용포션에 절여져 있을 것이다.

나는 루이나의 귓가에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너는 이제 신성력도 못써. 왜? 네가 흡입한 것은 사악한 마력이거든.”

“그. 그게 대체 무슨.”

“말 그대로의 의미야. 그건 내가 만든 포션. 그리고 그것은 사람을 괴인. 아니, 이곳에서는 다른가? 마족이었지? 그래. 인간을 마족으로 만들지.”

신관은 이미 신성력을 잃었다. 이 말인즉, 이미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었다는 뜻이다.

“아. 아아. 그. 그럼.”

“그래. 너는 이제 어디에도 갈 곳도 없어졌어. 용사? ”

“대체 제게 무슨 원한이 있으시다고 이런!”

“선택한 건 너다?”

물론 자세히 설명은 안 했지만 원한 것은 너였지.

그러니 이상한 약을 먹을 때는 꼭 위험은 확인해야지.

“그런 거라고 말을 안 해주셨잖아요!”

“애야? 그거 하나하나 알려줘야 해? 네가 물어봤어야지?”

이건 뭐 애새끼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고 일일이 내가 알려줘야 하나.

“그럼 용사님은? 용사님은.”

“용사? 용사는 성검이 있으니 다 걸러내고 힘만 강해진다고.”

그러니까 나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일반인에게만 위험이 따를 뿐이지.

“제가 대체 무엇을 했다고.”

“무엇을 하다니 말은 바로 해야지. 너희들. 내가 이 파티에 들어올 때 얼마나 방해했어?”

매일 나를 째려보더라. 시발년들.

“그건 당신이 용사님에게 사적으로.”

“사적은 개지랄이고요.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참으로 좆같아요. 그런 실좆 영웅을 내가 뭐하러? 내가 왜 니들 사정 때문에 기분 나빠져야 해? 네가 그리도 믿는 여신이 그래? 아니면 니 애미가 그리 가르치든?”

아주 그냥 내 피가 바짝바짝 말라요.

“나만이 한 것이 아닌데. 나는 오히려.”

“재수 없는 븝미년이나 귀잡이년보다 아무것도 모른 척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게 더 좆 같은 거야. 뒤에서 머물면서 애매한 태도만 보이는 년.”

“요·용사님께 말할 거예요!”

그렇게 말해도 소용없다. 그래봤자 자기 무덤만 파는 격이지.

“용사님께? 뭐라고? 드래곤 실버류크가 자기를 마족으로 만들었다고? 그렇게 하면 용사가 네 복수라도 할 줄 알아?”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는 그래도 용사를 강하게 만들었잖아? 이건 부정 못 할 진실. 하지만 너는 마족이 되었지. 너는 결국 용사의 손에 죽게 될걸?”

그럴 일도 없으나, 이년도 지금 지능이 처참해지기 시작하면서 머리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듯하다.

나야 쫓겨나면 그만이지만, 이년은 마족이니, 용사는 어쩔 수 없이 잘라내야만 한다.

“그럴 리가 없어요!”

“너는 이제 인간이 아닌데? 과연? 게다가 그간 나도 용사로부터 신뢰 쌓은 거 몰라?”

나는 정말 용사의 신뢰를 받기 위해 엄청 열심히 했다.

빨래도 밥도 열심히 하고 아공간도 사용해줬지.

아마 내가 이 파티를 나가고 누군가 나에 대해 묻는다면 밥 하나는 잘 했다고 칭찬할 것이다.

심부름도 꽤 했었다. 용사도 바보가 아닌 이상, 히로인들이 나를 까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신관 루이나가 나에 대해 이르면 용사는 나를 쳐내지 않고 루이나를 의심할 것이다.

안 그래도 능력도 잃었는데, 나를 욕한다고 말이다.

“아, 아직은 마족이 아니니 괜찮겠네. 가서 이르든 말든 알아서 하시든가.”

“내가 못할 줄 알아요?”

때마침 용사와 나머지 히로인들이 내쪽으로 다가왔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관년은 용사에게 쪼르르르 접근했다.

“저, 루인. 글쎄 저 여자가 제게 용용포션을 먹이고 신성력을 없앴어요!”

키야, 이걸 직설적으로 보고하네. 정말 치사한 년.

“그게 사실이야?”

“억울해요. 저는 용사님께 드렸던 거 전에 남은 거 드렸을 뿐인데, 신관님이 이상한 말씀을 하세요. 용용포션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용사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용사는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매일 내가 주는 용용포션만 먹었으니. 나와 접점이 많거든.

욕먹으면서도 가만히 있는데, 나를 신뢰하는 것은 당연하다.

“요·용사님 제 말을 믿어주셔야 해요. 이 여자는!”

신관 루이나가 맛이 간 얼굴로 열심히 나를 모함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루이나. 그 정도 해! 너희들이 그간 실버류크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알고 있지만 실버류크가 가만히 있으니 넘어갔어. 그런데 신성력을 잃었다고 이건 너무하지 않냐?”

이제는 아예 플레나와 루엘까지 함께 까인다.

그래. 진작에 깠어야지.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히로인들은 소외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특히 플레나의 경우에는 자신은 약혼자인데 정작 약혼남이 딴 여자 편을 들고 있으니 화가 나겠지.

“요.용사님.”

“솔직히 말해서 루이나 너 기도하는 거 말고 평소에 뭐해? 하는 거 없잖아? 실버류크는 너희들 빨래에 음식에 전부 돌봐주고 있다고! 심지어 너희들 지금껏 실버류크의 옷차림 보고 무시하는 모양인데 성을 가졌다는 것은 귀족이라는 증거야.”

아니, 딱히 귀족은 아닌데. 이 세계는 성이 있으면 귀족이라는 건가?

“아니, 우리는 그냥.”

“너희들이 나를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말이야. 정도가 있는 법이라고. 동료한테 그래도 돼?”

결국 말뚝을 박자 히로인들이 굴욕적인 표정을 지었다.

“미.미안.”

“죄송해요.”

“직접 실버류크에게 사과해.”

루엘, 루이나, 플레나가 내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미안해요.”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할게.”

용사의 히로인들이 다 함께 굴욕적이라는 듯 내게 사과를 한 것이다.

참으로 불쌍하다. 분명 잘못된 것이라도 히로인들은 나름 용사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용사님 이분들은 용사님을 좋아해서 그런 것이니. 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게 생각해준다면 고맙구나.“

슬쩍 히로인들을 보니 얼굴이 일그러졌다.

* * *

히로인들은 루이나를 따로 불렀다.

나는 아무리 언어폭력을 해도 안 먹히니 그냥 루이나만 패기로 정한 것이다.

”제길. 루이나. 너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야?“

”맞아! 저 미친년은 그렇다 쳐도 왜 너 때문에 우리까지 피해를 봐야 하는데?“

두 히로인들의 언어폭력에 루이나는 진지하게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서로 깔 때가 아닌데. 결국 너희 두 년도 내게 떨어지게 되어있다.

“저. 저는요. 그게 아니라.”

“다 같이 잘해보자고 약속한 주제에 갑자기 먼저 앞으로 쭉 나가지 않나. 신성력 잃어버리더니 맛이 갔어?”

그래. 맛이 갔다.

“솔직히 파티에 필요 없는 거 아닌가?”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신관이라면서 여우 같은 짓만 골라 하는 년이. 벌 받은 거야.”

다들 예민해져 있다.

결국 플레나와 루엘은 지금껏 참아왔던 분노. 더해서 나에 대한 것까지 합하여 루이나를 신명 나게 까니 루이나는 기어이 멘탈이 박살 나 버렸다.

히로인 둘은 루이나를 버리고 그대로 떠났고, 몰래 나무 뒤에 숨어있던 나는 그녀의 앞으로 나갔다.

참으로 딱하게 되었지. 신성력을 잃은 우리의 루이나는 그저 무릎을 꿇고 절망하고 있을 뿐이다.

“거봐. 그러게, 조심했어야지. 내가 괜히 힘을 줬을 리가 없잖아. 이제 너는 파티에 방해만 되겠지. 플레나와 루엘은 최소한 딜러지만, 너는 아니거든.”

“아아, 그럼 나는 대체.”

루이나가 고개를 푹 숙였다.

이제 절망하고 있다. 아무도 그녀의 편을 들어주지도 않고, 그녀의 손을 잡아주지도 않으니까.

“어휴 불쌍한 년. 그러게 적당히 하지.”

“나는. 이제 어떻게 하면. 안 되는데. 이러면 곤란한데.”

갑자기 실성한 듯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아낌없이 하시는 것이 불쌍하다.

“왜?”

“나는, 나는 존재해야 할 이유가 필요한데. 누군가에게는 쓸모가 있어야 하는데.”

역시 이런 연유였을까.

루이나가 마왕에게 타락하는 이유를 대충 알 것 같았다.

반응으로 보니 이 세계의 교회든 어린 시절이든 쓸모없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온 것 같다.

어떻게든 누군가에게 쓸모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 그런 열망이 있겠지.

그리고 자연스럽게 용사가 그녀를 받아줬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녀는 용사에게 반하고 용사의 여자가 되었으나, 정작 이제는 쓸모가 없어졌다.

용사는 괜찮다고 해도 좋아하는 남자에게 혼나고, 그간 동료로 여겨졌던 여자들에게도 엄청 깨졌다.

멘탈이 깨졌겠지.

여기에 약물효과도 있어서 더할 것이고.

아마 그 NTR 루트는 마왕이 용사에게 한 소리 듣고, 다른 히로인들의 견제에 멘탈이 갈린 루이나에게 접근했을 것이다.

“그런 거였군.”

답이 나왔다. 마음의 틈이 벌어진 그때 마왕이 접근하여 육체적, 정신적으로 굴복 타락시킨 것이다.

지금이 딱 그때겠지. 본래 NTR 루트와 다르게 마왕은 용사의 연전연승과 함께 마왕령까지 위협받으니 정신없어 NTR을 못 하는 상황이고.

자아, 그럼 지금이지. 바로 지금 나는 루이나를 얻는다.

“그렇다면 네가 쓸모 있게 해줄까?”

내 말에 루이나는 고개를 들었다.

두 눈은 이미 생기를 잃고 있었다. 불쌍한 년. 이제부터 내가 주인이 되어주겠다.

“대체 어떻게.”

“나에게 복종해.”

내 말에 죽어있던 루이나의 표정이 나를 향했다.

“네?”

“나라면 너를 받아줄 수 있어.”

“대체 어떻게. 제가 왜 당신에게 쓸모가 있다는 거죠? 이미 신성력도 없는 내가.”

여자는 신성력 따위 없어도 된다.

그냥 나를 유혹할 훌륭한 외모와 암컷임을 증명하는 탱글탱글한 보지를 갖추고 있으면 될 뿐이지.

이년은 내가 먹기 충분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상관없어. 대신 마족이 되면 그만이지.”

“당신은 마왕인가요?”

마왕? 나는 마왕 따위가 아니지. 마왕보다 더 잘 나가는 존재다.

======약속======

[제목: 노벨쟝이 꼬집히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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