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5화 〉 160. 레이의 입학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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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릅 츄르릅 츄릅
아우. 내 꼬리가 간질간질한 느낌이다.
탐욕이 꼬리는 잘 빠는구나
“뀨헷! (헤헤)”
“우그읏. 흐으읍.”
“꾸르륵!(그만 빨아!)”
“앗!”
아주 내 것이 번들번들해지겠어.
자, 슬슬 그럼 끝을 볼까?
나는 앞발로 요하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뀨르르륵! 뀨릇! (앞으로는 나를 제대로 받들도록)”
“저, 그래도 이건 연인이 아니라 주종에 가까운 것은 아닌지.”
“뀨륵!”
지금 나한테 반항해?
다시 날개를 펼치고 나가려 하자 그녀는 나를 붙잡았다.
“죄·죄송해요. 알았어요. 그러니 자꾸 가려 하지 마세요. 교미까지 했는데 이러시면 안 돼요……제가 맞출게요. 네? 솔직히 약간 화…도 좀 나긴 했는데, 기분도 좋았고, 아무튼 가시면 안 돼요…….”
보통 이 정도라면 나한테 화를 내야 정상인데. 이 미친년은 아무래도 그런 게 있나 보다. 성관계까지 했으면 책임지고 평생 부부로 살아야 한다는. 그런 것.
훗. 이런 세상에 처녀가 있으면 얼마나 있을까? 비처녀들은 다 결혼했게?
어차피 나도 갈 생각은 없다.
“뀨! (외출이라고!)”
“아니, 대체 이 시간마다 어디로 가시는. 아. 알았어요!”
내가 또 때리려는 뉘앙스를 취하자 겁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적당히 요하나를 위로해준 다음 나는 그녀가 준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자는 척하다가 인기척이 없자 인간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 어쩔 수 없지. 마력으로 분신체라도 만들어두는 것이. 자는 척이라도 해둬야 뭐라 안 하겠지?”
따지고 보면 지금 자기에는 오후 5시라 이른 시간이다.
다행스럽게도 저년은 외출하고 온다는 거 같으니 준비하기에 딱 맞겠지.
나는 꼬리를 꺼내 비늘 하나 똑 뽑아 마력을 부여했다.
적당히 내가 없을 때 써먹을 용도다.
마력이 부여된 내 비늘은 내 리틀용용이 모습으로 변했다.
이제 얘한테 시켜먹어야지.
“나 없을 때, 적당히 자는 척하거나 놀아줘. 알겠지?”
“뀻!(네!)”
물론 이 분신에는 절대 섹스 할 수 있는 능력은 주지 않았다.
아무리 내 분신이라도 NTR은 괘씸하거든요.
솔직히 히로인으로 삼을 생각은 없는데 말이다. 이렇게 된 이상, 이유진처럼 애완동물로 삼는 것도 좋겠지.
용용이 꼬리 맛에 중독되어 세계정복 같은 중2병 짓은 못 하게 만들어주마.
* * *
송도
레이첼은 한참 인터넷을 뒤지며 레이가 들어갈 학교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입학 시즌도 아니고, 레이의 신분은 지금 당장은 한국 국적으로 있는 것도 아니라 학교에 들어갈 방법이 없었다.
“에휴. 어쩌지.”
계속 송도에서만 살게 하면 사람 관계라고는 여기 있는 여자들에게 레이를 아이돌이라며 떠받들어주는 멍청한 백화교 신도들만 있을 뿐이다.
그때 주식매매를 하며 놀고 있던 이유정이 레이첼의 한숨에 그녀에게 다가갔다.
“레이첼씨. 무슨 일인데. 얼굴이 그래요?”
“아니, 사실. 이제 내 딸 여기 학교를 보내야 할 거 같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으음.”
학교라, 학교. 확실히 레이 정도라면 중학교 정도는 가도 될 거 같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언니라는 작자가 주인님(유은하)에게 전해달라며 한성 중등부를 개설한다고 했었지.
이유정은 그걸 써먹기로 했다.
어차피 자신도 유은하의 여자인 이상, 레이와도 가족이니, 이건 서로 도울 일이다.
이유정은 레이첼 옆에 앉아 입을 열었다.
“솔직히 레이도 보면 꽤 전투능력이 되잖아요? 그럼 한 번 헌터 아카데미로 보내 보시는 것은? 어차피 천산이 신분도 다 만들어줄 텐데.”
“그게 좋을까?”
“실은 저번 전쟁으로 전투 인원이 꽤 죽어서, 조기 헌터 교육 프로그램 일환으로 헌터 아카데미 중등부를 개설했어요.”
한중 전쟁에서 죽은 헌터는 1만. 괴인 군이 있다지만 그들은 자치령에 속하였으며 국제법상, 한국의 헌터로 활동하기 어렵다. 게다가 괴인 군은 침식지대의 게이트를 토벌해야 하는 상황으로 서울이나 다른 인간 지역에 있는 게이트들은 토벌할 수 없다.
결국, 헌터 병력의 손실로 헌터 협회가 선택한 것은 헌터 아카데미 중등부 개설이었다.
물론 징집식이 아니라 지원방식이지만, 그래도 헌터는 말단이라도 회사원보다는 돈을 잘 버는 편이기 때문에 많은 부모가 지원했다.
“그래?”
“예. 한성 아카데미도 이번에 대강당 건물을 보수해서 중등부로 써먹고 새로 강당 건물 짓는 거로 알아요.”
“잘 아네?”
“제 언니가 이번에 한성에 후원해서 중등부 개설하게 된 거거든요.”
천산의 후원으로 아예 새로운 신식 중등부를 개설하게 되었다.
지금만 해도 중등부에는 꿈이 헌터인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그런데 헌터들은 능력이 있어야 써먹을 수 있지 않아?”
“그래서 어린 애들을 받는 거예요. 일반인이라도 미세하게 마력을 가지고 있는데. 신체 강화도 숙달하면 적어도 인원수를 채울 정도의 1인분은 하거든요.”
“잠깐 우리 레이한테 그걸 시키라고?”
한국을 위해 죽으라는 소리 아닐까?
레이첼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으나 이유정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입학 시즌도 아니라 학교에 넣으려면 한성 중등부밖에 없어요. 지금 개설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으음.”
“거긴 엘리트 교사들도 많고 제가 레이 후원자라고 말하면 아카데미 생활은 편할 거예요.”
어차피 천산이 후원하는 한성이다. 그 천산과 관계자라면 힘든 일은 딱히 없을 것이다.
애초에 다른 곳과 달리 말 그대로 엘리트 학교라 교관들도 제법 청렴하다.
A반이 특수계층이 있던 것은 어디 까지나 외부의 압력과 자본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천산이 테라포밍 사업으로 한성을 독점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특권층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었다.
다만 레이는 뒤에 천산이 있으니 더욱 편한 학교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그럼 그렇게 할까?”
“네. 그런데 은하에게 허락은?”
은하의 허락이 뭐가 필요할까.
어차피 같은 아카데미 고등부가 아닌가.
“뭐 은하도 허락은 했을 테니까.”
“마그뉴트가 문제네요?”
그래. 마그뉴트가 문제지.
은하의 첫 번째 자식. 이제는 자기 자식이기도 한마그뉴트는 밖에서 레이와 날고 있었다.
“황룡 대가리가 녹았으니 먹여야지.”
황룡이 시체로 서해에 떨어진 뒤, 송도의 괴인들은 그 시체를 건져 올렸다.
전투로 인해 파괴되어 먹기 힘든 부위를 제외하고 고기로 정리해서 포장해뒀는데 절반은 이미 레이의 뱃속으로 들어가고 얼려뒀다.
적당히 해동했으니 이제 먹여보면 어떨까.
푹 고아서 낮에 먹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은하 이년은 언제 오는 거야?”
가만히 생각해보니 딸 걱정으로 이만저만이 아닌데 이년은 그 러시아년이 그렇게나 좋은지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 * *
어젯밤은 진짜 죽는 줄 알았다.
당신 말이야. 좀 빨리빨리 좀 다녀!
아니, 합의 봤잖아.
왔다 갔다 한다면서? 아무튼, 내 말이 곧 법이야. 얼굴은 가끔 들이밀라고!
넹
그거 분신 뒀으니 당분간은 안심이다.
성적 능력 말고는 나랑 똑같은 놈이니 적당히 요하나를 구슬리겠지.
오히려 내가 가끔 따먹으러 가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래도 정말 무섭더라. 귀가 쫑긋 솟으면서 나를 노려보다 등짝을 후려쳤다.
아니 그래도 분명히 합의했는데. 왜 때리는 걸까? 정말 암컷의 속은 알 수가 없다.
“어휴. 무서워. 네 엄마 무섭다.”
“아빠는 멋있어!”
“그래. 뭐 내가 남자 모습은 멋지기는 하지.”
나는 지금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레이를 한성 아카데미중등부로 편입시키기 위해서다.
레이첼이 나보고 아빠 모습은 보여줘야 하지 않냐고 해서 남장을 했다. 회사원 시절 외모와도 비슷하고 아마 레이는 미남의 딸이라며 학교에서 잘 나가겠지.
“그럼 갈까. 레이첼은 뭐 이리 준비가 오래 걸려. 음?”
“많이 기다렸지?”
레이첼. 이 요망한 년! 나 보란 듯이 아주 대놓고 정장룩을 입었네?
이건 나보고 비벼달라는 소리가 아닐까.
최소한 꼬리로 용용 죽겠지 플레이 쌉가능이다.
“시발 그 차림으로 섹스 한 번만 하자.”
“아니, 지금 한성 아카데미 중등부 가려면 지금도 늦었거든?”
“쳇.”
좀 아내/남편이 대달라고 하면 대줘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내 꼬리는 용솟음 치기 직전이라는 말이다.
“쳇 거리지 말라고 은하. 너 아카데미 휴일인 지금이 기회니까. 설마 아빠 없는 모습으로 애 보내려는 거 아니겠지?”
“아, 넵.”
그래. 우리 레이가 보내는 길인데 부모로서 가야지.
안 그래도 다른 학교 중등부 입학 시즌은 이미 지난 모양이다. 개설한 지 얼마 안 된 헌터 아카데미는 바로 입학이 가능하다.
딱 입학식이라고 하니 타이밍도 맞다.
어째 이유진이 여기까지 노린 것 같지만. 아무튼 나쁘지 않지. 내 딸이 내가 나온 한성을 나온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음? 그런데 마그뉴트는?
“그런데 마그뉴트는?”
“마그뉴트는 음. 황룡 머리를 먹였어. 아직 걔는 인간화도 안 되었으니 인간화부터 해야지. 황룡 머리라도 먹으면 되지 않을까?”
“음.”
“육수가 진하게 우려져서 맛있게 먹더라고.”
그게 음. 인간으로 치면 백인이 황인의 머리를 푹 고아서 머리 국밥을 만든 것이 아닐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배탈이 났어.”
“아니, 너. 동족상잔을 시키니 배탈이 나지!”
나 같아도 배탈이 날 거다 그건.
나는 옥상으로 달려가 마그뉴트를 만났다.
“마그뉴트!”
“엄마!”
“오! 나의 불쌍한 마그뉴트! 이 꼴이 뭐니?”
나는 어화둥둥 마그뉴트의 머리를 온몸으로 쓰다듬었다. 그래도 자매(?)라 할 수 있는 레이도 마그뉴트의 상태에 놀라 마그뉴트의 발톱에 얼굴을 비볐다.
“그 황룡 머리 국밥이란 걸 먹고 나니까 몸이 막 엄청 푹푹 끓고.”
나는 지금 마그뉴트의 상황을 아카식 레코드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아카식 레코드. 어때?”
[황룡의 머리를 푹 고아서 만든 국밥은 마그뉴트에게 좋은 보양식이 되었습니다. 다만, 마그뉴트는 마스터가 자리를 비운 오랜 시간 동안, 배가 비어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보양식의 섭취로 현재 위가 탈이 났으며 며칠 보면 나아질 것입니다]
음, 다행이다. 그럼 딱히 문제는 없다는 거구나.
그렇게 나아지고 나면 나중에 인화가 가능하다는 뜻이겠지?
“수백년? 수천 년 간 안 먹어서 위가 놀란 것뿐이니 아카식 레코드가 괜찮을 거래.”
“그래?”
“응. 아악!”
레이첼이 내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그게 아니지 이년아. 자식을 그렇게 오래 굶기는 년이 어디 있어?”
나는 한동안 레이첼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아니, 회사원 시절에도 내가 자식을 낳아서 길러본 것도 아니고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한마디 하려다가 레이첼이 죽일 기세라 입을 꾹 다물었다.
일단 한동안은 푹 쉬라고 거대한 천을 구해 덮어주고는 아카데미 가는 길을 서둘렀다.
레이의 한 손에는 내 손을 그리고 다른 손은 레이첼이 잡고 한 가족으로 아카데미를 향해 걸었다.
“그런데 우리 레이 교복은 어디서 났어?”
“유정이가 알아서 주던데?”
“오 발 빠르네.”
나중에 한번 비벼줘야겠다. 아니 남장 섹스도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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