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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184화 (184/331)

〈 184화 〉 169. Do you know 용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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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슬슬 일본에 갈 때가 된 듯싶다.

사실 흥부 아내부터 어떻게 해보고 싶은 충동도 들었는데, 너무 늦게 가면 유즈키가 서운해할지도 모른다.

이벤트도 어떻게 하면 될지 모르고.

밥이란 너무 뜸 들이면 질어지기 마련이다.

“슬슬 일본에 가볼까 그럼.”

“시노하라 유즈키가 지금 서울에 있다던데?”

유정이가 엄청난 소식을 전했다.

유즈키가 서울에?

“서울에? 왜? 코토네로 놀러 온 거야?”

뭐 서울은 일본인들이 포탈 여행으로 자주 들르는 곳이니까. 그럴 수 있겠지.

“아니 유즈키 본인이 온 것 같아.”

“코토네로서가 아니라 ‘시노하라 유즈키’가 지금 서울에 있어?”

코토네가 아니라 유즈키로 온 거라면 이거 좀 냄새가 나는데?

“방한이라는 느낌으로 왔나 봐. 이미 따로 하정석과도 만난 것 같고. 티튜브에도 이미 올라왔어.”

이유정은 티튜브의 영상 몇 개를 보여주었다.

시노하라 유즈키 관련 뉴스였다.

다양한 채널에서 관련 영상을 올렸는데. 한일관계 증진을 위해 찾아온 것 같다.

그런데 영상 중 하나가 유독 눈에 띄었다.

“응? 이게 뭐야. 한중 전쟁 이후 일본의 국가수장 시노하라 유즈키가 한국에 방문해서 전 세계가 놀란 상황! 유정 선배 이런 거 보는 거야?”

요즘 이런 거 채널이 많다 했는데 설마 유정 선배가!

“내가 운영하는 건데.”

“왜?”

“이거 의외로 조회수 쭉쭉 빨아먹으니까. 그리고 네가 한중전쟁 영웅이 되면서 더 올랐어. 의외로 이거 자금줄 된다니까?”

“아니 내가 먹여 살리는데 돈이 모자라?”

내가 지금 당장 침식지대 마기를 정화만 해도 수십억이 들어오는데. 아니, 애초에 화성 테라포밍 사업의 선두주자인 천산이 있는데 뭔?

“그 자금줄 말고 민심 말이야. 이거 꽤 나이 높으신 분들이 많이 보거든. 영상마다 백화교의 공이나 백화교가 한 일을 넣어주면?”

“아.”

좀 나이 지긋하신 대격변 시대의 노인들은 괴인에 대해 좋은 이미지가 없다. 특히 괴인이 주력인 백화교라는 빌런 조직은 더 그렇지.

전쟁을 도운 덕에 어느 정도 이미지 개선은 했지만, 아직 불만이 많은 자도 있을 것이다.

확실히 저런 채널이 도움이 되기는 하겠네.

“특히 하정석은 여론조작으로 다시 백화교를 그저 그런 빌런 조직으로 만들려 하고 있으니 이렇게 반격을 해야지.”

“과연 그럴듯해. 잠깐. 이건 뭐야? 한중 전쟁의 영웅 유은하의 힘에 세계가 화들짝 놀란 이유! 아니, 이건 좀 아니잖아.”

이건 좀 아닌데. 정말 닭살이 뷰르릇 돋는다.

가만히 보다 보니 나와 나한테 두들겨 맞는 핑타오가 썸네일로 있는 영상도 있었다.

아니, 이건 도대체 왜 만든 거야.

“이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니까. 이렇게 하면 결국 너를 중심으로 한국이 돌아가는 것처럼 외신도 알게 될 거야.”

“오호.”

그렇게 해서 하정석 엿을 먹이자 뭐 그런 의도일까.

하긴. 내가 미리 판 함정이라고 해도 그놈은 나를 아예 빌런으로 취급하려고 빌런담당을 시켰으니.

“지금 외국에서는 네가 제일 유명하니까. 이건 한글로 만들어졌어도 외국인들을 겨냥한 거야. 네가 백화교를 맡아서 교화시킬 정도로 대단하다는 이미지를 심는 거지.”

“생각이 다 있었구나.”

생각해보니 정말 그럴듯하다.

“그런데 나도 닭살 돋아서 어느 정도만 챙기고 그만둘 생각이야. 애초에 다른 인간들도 이런 채널 많이 운영하니까.”

“그러고 보니 시우 너는 백화 TV 잘 운영하고 있어?”

검을 손질하던 시우에게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응. 최근에는 서울에 있는 게이트도 갔다 왔어.”

“나쁘지 않네. 둘이서 그걸 맡아준다면 백화교는 완전히 한국에 녹아들 수 있을 거야.”

백화교는 검문소 허가만 받으면 서울로 들어갈 수도 있게 되었다.

백화 TV는 일찍이 빌런 청소로 유명한 채널이다. 그래서 이제는 슬슬 서울까지 뻗쳐서 서울에 있는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이 시기에 서울이라. 으음.”

이거 정말 일본 이벤트와 관련이 있나.

원작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마 한중 전쟁 탓이 크기야 하겠지만. 유즈키가 서울에 온다는 소식은 없었다.

“한일관계 때문이라지만 으음.”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말이지.

그때 마도기어에서 벨이 울렸다.

기어코드를 보니 협회 측이다. 아마 최철식이겠지.

“어, 협회장님. 무슨 일로?”

[“야, 은하야. 네가 힘 좀 써야겠다.”]

“네?”

힘은 무슨 놈의 힘인가. 설마 귀찮은 일을 시키려는 건 아니겠지.

[“이번에 방한한 시노하라 유즈키가 한국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는구나.”]

“아, 설마 제가 그.”

나보고 유즈키의 안내역을 맡으라는 거지? 가이드 말이다.

[“그래. 네가 이것저것 소개도 해줬으면 싶어서. 이왕이면 한국에서 유명한 네가 가는 게 맞지 않겠냐?”]

“알겠습니다.”

이거 유즈키가 나를 가지고 놀고 있는 것 같은데. 나보고 일본으로 빨리 오라고 일종의 시위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까지 찾아와서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닐까?

좋아, 일단 한 번 만나보자. 그리고 한국에 온 그녀를 어떻게 놀려먹을지 생각해보는 거다.

* * *

제목: 요즘 아카데미 이상하지 않음?

여생도들 뭐 단체로 뱀 패티시 생김? 왜 죄다 뱀눈깔 렌즈냐. 난 취향이 아니라 못하겠더라

­진짜 눈인데ㅅㄱ

­너 보지임? 그럼 곧 우리 동료될 듯.;

­오히려 섹시함. 너도 하실?

­곧 찾아갈게.

­내 여친도 하던데. 왜 하는지 모르겠음;;

­윗놈 불쌍한 새끼ㅋㅋㅋ 그럼 이미 네 여자 아님ㅋㅋ

간만에 익명게시판 보는데 시우가 일을 열심히 하나보다.

게시판에 글 싸지르거나 댓글을 다는 애들 태반이 이미 우리 쪽 애들인 것 같다.

솔직히 뱀눈 섹시한데 말이야.

한참 헌터 협회 앞에서 폰 가지고 놀고 있는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오, 유은하. 오랜만이구나.”

“하이욤.”

나는 손을 높이 들어 대머리 최철식에게 흔들었다.

“옷차림은 백화교 단장 용이냐?”

지금 내 옷은 회색빛의 제복이다.

한성의 아카데미 교복이나, 던전 진입용과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제법 간부 같은 느낌이다.

가이드라고 하니 적당한 차림을 할 수도 없고, 상대는 일본의 총리를 허수아비로 앉힌 실질적인 통치자다.

예의는 갖춰야겠지.

“네. 뭐 색깔 맞춤은 해줘야 어느 정도 더 친해지지 않겠어요? 그리고 사적인 자리도 아니고 공적인 자리니.”

“뭐 어쩔 수 없지. 너를 거기로 밀어 넣은 것은 어른들이니까.”

딱히 상관없다. 그런데 최철식 면상을 보니 상당히 죄책감을 가진 얼굴이다.

결국 빌런 조직의 수괴로 앉혀버렸으니, 영웅으로서는 조금 빛이 바랜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거겠지.

지금도 내 이름은 영웅으로 떠받들어지고 있지만, 내가 직접 활동하지 않는 이상 결국 묻히게 되어있다.

그리고 음지에서 백화교의 단장으로 남게 되는 거지.

내가 바라는 일이긴 하나 최철식 입장에서는 유진석의 동생을 이렇게 내버려 두는 것이 아쉬울 거다.

“공도 세우지 못한 어른들이지만요.”

“그건 좀 찔리는군.”

찔릴 필요 없다. 어차피 대머리니까.

“뭐 괜찮아요. 어른들 사정이 아닙니까?”

“너도 스무살에 그만큼 활약했으면 어른이지.”

“애초에 이 시대에 어른이 안 되면 이상한 거죠.”

대격변으로 괴수들이 침입하는 시대다.

지금은 웃고 떠드는 것 같지만, 여전히 괴수들은 어디서든 인간들을 엎치기 위해 어둠 속에서 도사리고 있다.

이제는 죄악도 등장했으니 더 그렇겠지.

“이쪽에 오는 사람이 시노하라 유즈키다. 너도 인터넷이나 TV로는 좀 봤지?”

최철식의 고개가 가리킨 방향에는 시노하라 유즈키가 서 있었다.

그녀는 내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뭐 아카데미에서 자주 봤지만, 음. 코토네와는 다른 분위기다. 그런데 저년도 저거. 꼴에 비즈니스라고 정장까지 갖추고 나왔다.

우와. 딱 OL이라는 느낌의 일본 여자. 존나 꼴린다.

오늘 가이드 끝나고 집에 가서 자기 위로 시간을 가져야겠다.

레이첼도 유진석이 새우 가져올 때까지는 마그뉴트를 건들지 말라는 소리를 했으니, 자위 좀 해도 되겠지.

“유즈키 님. 안녕하세요.”

“한중전쟁의 영웅 유은하?”

연기 하나는 대박이네. 아무렇지도 않게 코토리가 아닌 유즈키로서 나를 대하고 있다.

설마 내가 자기에 대해 모른다고 여기는 걸까.

“네. 유은하입니다.”

나는 꾸벅 고개를 숙여 열심히 일국의 수장에게 예의를 취했다.

왜 저리 능글맞게 웃고 있어? 마치 뭔가 노리고 온 것처럼.

오늘 정말로 나를 노리고 온 것인가? 그래서 지금 저렇게 웃는 거야?

역시 수상해 저 인간.

“그리고 백화교 단장 백화?”

“네?”

순간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아니다. 이 여자가 알고 있을 리 없을 텐데? 무슨 뜻으로 저렇게 말한 거지?

살며시 눈치를 보니 그녀는 여전히 능구렁이처럼 웃고 있다.

그때, 뒤에서 그녀를 지키던 여우가면의 신선조 한 명이 다가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당주님. 백화와 유은하는 다른 인물입니다.”

“아. 아, 그런가? 좀 닮은 것 같아서.”

휴. 정말 나를 아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하·하하.”

뭐야, 그냥 찔러본 거겠지?

“반갑습니다. 유은하 양. 이번에 한중전쟁에서 공을 세운 백화교 단장도 되시고 사도 후보로 되셨다고요.”

“아닙니다.”

지금 나를 가지고 노는 것 같은데.

“앞으로 좋은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군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농밀하게 비비는 관계가 되고 싶다.

“제가 정상회담 탓에 몇 번 방한을 해봤습니다만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적습니다.”

“그렇습니까?”

“한국의 음식이나 문화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오오, 나 저런 질문 기다렸다.

이럴 때 꼭 한번 하고 싶은 말이 있었거든.

“Do you know kimchi?”

내 말에 시노하라 유즈키의 두 눈이 차갑게 식었다.

역시 이건 아닌가? 그래. 나 같아도 한 대 쥐어팼을 거다.

“김치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Do you know 용용이?”

내 말에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그건 궁금하네요.”

"따라오시죠."

가만히 생각해보니 좀 빡치는 것이 생겼다.

아니, 내가 왜 이런 귀찮은 짓을 해야 할까. 아무리 봐도 나를 데려가려고 수작을 부린 것 같은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금태양과 케이트 덕에 바뀐 내 입맛을 보여주겠다.

용용이가 직접 용용이만의 매운맛을 보여주겠다.

그렇게 데려간 곳은 한 아이스크림 가게였다.

당연히 나는 민트초코를 선택했다.

“에. 이것은?”

유즈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민트 초콜릿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이죠!”

“아. 아하하. 그. 저는 다른 것을.”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아, 죄송합니다. 그래도 일본에서 가장 높으신 분인데, 이런 건 맞지 않으시죠?”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 알았습니다. 먹을게요. 먹겠습니다.”

내 불:쌍한 눈빛에 결국 시노하라 유즈키는 한입 입에 밀어 넣었다.

유즈키는 입에서 아이스크림을 좀 굴리는가 싶더니, 표정관리를 애써 하고 있으나 세상의 모든 희로애락을 느끼는 얼굴로 변했다.

“맛은 어떠세요?”

“마. 맛. 맛있네.네요.”

애써 표정을 유지하려 하지만 일그러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솔직히 말해서 맛있는데 이거. 하여간 시노하라라 그런지 비싼 것만 먹어서 그런지 입에 안 맞는 모양이다.

“진짜로 맛있어요. 한통 다 드릴까요?”

“아. 아니요. 이 아이스크림으로 배를 채울 수는 없죠.”

호오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시겠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좋습니다. 다음은 제가 잘 먹는 돼지국밥을 먹죠.”

“아니, 저. 그게. 음. 일단 굳이 먹기만 할 필요가 있나요?”

한국에 오면 일단 민초부터 스타트를 끊는 것이 기본 아닌가?

아니면 돼지국밥? 닭발? 순대? 말하기만 해라 전부 먹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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