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6화 〉 171. 일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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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일본에 가야겠다. 모두 일본에 가서 한동안 휴식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시노하라 유즈키를 돌려보내고 나는 백화교 간부들을 소집했다.
그리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우리는 지금부터 일본에 가는 겁니다.”
“갑자기? 아니, 가기로 하기는 했지만.”
“보나 마나 유즈키랑 뭔 일 있었겠지.”
레이첼은 뭔가 찝찝한 표정이고 한수지는 벌써 예상한다.
맞다. 키스한 적이 있었다. 아주 제대로.
“그렇겠죠. 안 그러면 은하는 움직이지 않으니까. 흐읏?”
레이첼이 투정 부리듯 말하길래 팔로 끌어당겨 가슴을 만져서 가볍게 절정으로 떨어트렸다.
그런데 잊고 있는 것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마그뉴트가 있었다.
“어·엄마. 나는?”
마그뉴트가 갑자기 발끈하였다.
어, 음. 마그뉴트는.
살짝 레이첼을 보니 레이첼이 두 팔로 엑스자를 만들었다.
한마디로 왕새우 가져오기 전까지는 노리지 말란 소리다.
유진석이 일을 끝내고 다시 왕새우를 잡는 시간을 생각하면, 아마 한참 걸리겠지.
쉽게 말해서 그 그 왕새우는 새우계의 전설의 새우라 할 수 있으니까.
레이첼에게 밉보일 수는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마그뉴트를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어. 음. 일단 유즈키랑 하고 너랑 할게.”
“나랑 비빈다며? 딸보다 그런 외국녀가 우선이야? 나중에 그 여자랑 비빈 보지로 나랑 비빈다는 뜻이야?”
“응?”
마그뉴트가 뿔났다.
아니, 이건 뭔 애인이 화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모녀 관계에서 가볍게 보비자는 건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
“만약 먼저 하면 안 대줄 거야!”
“아니, 잠깐. 기다려 봐. 그건 아니지. 내가 딸이랑 보비는 날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데!”
나는 마그뉴트의 팔을 붙들었다.
아주 단단히 삐졌다. 이러다가 대주는 것은커녕 보여주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은하랑 있을 때 가끔 내가 한국에서 배운 모든 상식이 박살이 나는 것을 느껴요.”
“보통 모녀가 보지를 비빈다는 주제로 저렇게 싸우는 경우가 있을 리 없으니까.”
보통은 없지만 내 가정에서는 다릅니다.
내 가정은 내 중심이고 오로지 나만이 모두를 보빌 권리가 있습니다.
허락하에 둘이 비비는 것도 가능하다.
“뭐 은하니까. 로 넘어가면 되는 거잖아.”
그래. 색욕인 시우가 이제는 ‘은하니까’로 넘어간다.
“시우양은 괜찮아요?”
“나 색욕이야?”
“아.”
그렇지. 최시우는 이제 색욕이다. 야한 거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일 것이다.
저거 봐. 훈훈한 표정. 오히려 나와 마그뉴트가 섹스하길 바란다는 표정이다.
그 증거로 은근슬쩍 다리를 배배 꼬고 있거든. 저거 틀림없이 질질 젖고 있을 거다.
“그런데 레이는?”
“아카데미 숙제하는 중.”
“그 아카데미가 숙제도 있었구나. 아무튼 일본에 가게 생겨서 이번에는 가야 해.”
다른 건 다 떠나서 이번에는 가야 한다.
“엄마 정말 이럴 거야?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어?”
“아니, 그런 걸 어디서 배운 거야. 애초에 이번에는 유즈키를 굳이 먹기 위해 가겠다는 게 아니야.”
“그럼?”
정말 유즈키를 먹겠다는 심보였으면 밤에 몰래 날아가서 보쌈해도 될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지.
“내가 유즈키와 함께 한 건 알지? 나한테 와 달라고 압박하더라고. 심지어 내가 직접 관광가이드 같은 거 해줬으니 거부하기에는 좀 그렇잖아.”
아마 이번에는 죄악에 의해 우익들의 발호에 유즈키가 나랑 어떻게 짝 맞추겠다고 부르면서 스토리가 시작될 것이다.
게이트 난의 여파로 인해 최시우가 개입하는 원작과는 다르다.
“음, 확실히 인과율의 문제인가.”
최시우가 진지하게 말했다.
“맞아. 늦든 빠르든 결국 지금 갈 때가 된 거야.”
“설마 죄악이?”
“내 예상대로라면 죄악인데. 일단 지금은 일본에 가야 해.”
뭐가 되었든 일본에는 가야 한다.
“알겠어.”
“그럼 포탈로 이동해야 하는 건가?”
“그건 아닌 거 같아. 초대장의 내용은 백화교 단장 유은하에게 오라고 하는 거야.”
즉, 이것은 약간 정치적인 목적도 있다.
나는 전쟁 영웅이자 백화교의 단장이다.
백화교를 받고 조용히 활동함으로써 영웅으로서의 명성보다는 백화교의 수장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
심지어 그녀에게 직접 한국문화를 보여주고 송도를 안내해줌으로써 ’백화교 단장’과 ’시노하라 쇼군‘의 관계로 친목을 다진 것.
요즘 시대는 정보가 참 빨리 퍼진다. 한국에서도 이건 유명해졌을 테고. 나도 백화교 단장으로 방일을 하는 것이 좋겠지.
“음. 그렇다면 정치적인 목적이겠네?”
“응. 무엇보다 지금 일본에서 우익들이 테러를 벌이고 있다나 봐.”
시노하라 유즈키라는 여자는 나와 친목을 다지려는 목적과 정치적인 목적 두 가지 다 이룰 셈이다.
“그렇다면 그 영리한 여자는 아마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빌련 조직인 백화교와 우방을 맺어 우익들을 방심시키려고 하겠군. 지금 딱 전쟁영웅인 유은하가 백화교 단장이니까. 나름대로 명분도 있어.”
“테러라면 우리도 위험한 거 아니야?”
“솔직히 우리가 당하겠어?”
우리 정도는 당하지 않을 것이다.
초대장에는 한국 헌터 협회에 요청하면 교토로 이어지는 포탈을 열어줄 것이라고 한다.
“자, 그럼 모두 준비해.”
“레이는 어쩌지?”
“케이트가 있으니 저녁 시간 때 몰래 오고 갈 수 있어. 당장은 정치적인 목적도 있으니 한성 중등부인 레이까지는 무리야. 걱정하지 마. 레이는 나중에 데리고 오면 되지.”
이제부터는 일본으로 가는 것이다.
가서 죄악을 조지고 유즈키도 조지자!
* * *
일본 후쿠오카
일본 후쿠오카 한 건물에서는 리폼 길드의 김븝미와 일본의 마도 기업인 시미즈 마도 기업에서 한참 비즈니스 거래를 마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서로 서류 한 장씩 기업과 길드의 도장을 찍고 악수를 했다.
“이번에도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호에에. 앞으로도 좋은 관계 가지는 거시애오! 앞으로 많이 왕창왕창 함께 돈을 복사하는 것이야요!!”
시미즈 기업 측 헌터와 악수를 한 븝미는 상자에 가득 찬 코어와 통장을 보고 눈을 반짝거렸다.
시미즈 헌터는 븝미를 따라나 온 금태양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통역하라는 뜻이다.
“음. 우리 아가씨는 시미즈 마도 기업과 한국의 리폼 길드가 앞으로도 좋은 조건으로 거래를 했으면 한답니다.”
“아하. 크흠. 알겠습니다.”
“그런데 바깥이 시끄럽네요? 혹시 저희를 위해 파티라도.”
금태양은 흡족하게 웃었다.
최근 일본에 좀 일이 있다고 포탈보다는 밀거래하듯 배를 타고 오라 했었다.
그렇게 후쿠오카까지 오느라 힘들었는데, 파티 하나 안 해주는 건 아니겠지.
“아뇨. 최근 우익들의 테러행위 때문에 거래는 빨리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었습니다만.”
“그럼 설마.”
“하와와! 바깥에 검은색의 수상한 것들이 나타난 거시애오! 머리에 번쩍번쩍한 거시애오!”
금태양은 인상을 와락 찡그렸다.
븝미. 이 여자는 진짜 답이 없다.
오죽하면 자신이 한국어를 배운 일본인에게 직접 븝미의 언어를 통역까지 시키기에 이르렀는가.
머리가 번쩍번쩍 이라니 지금 장난칠 때인가?
“번쩍번쩍? 혹시 십자 모양을 말씀하시는 건지.”
“아시나요?”
“그들이 최근에 나타난 일본 우익 테러범들입니다!”
시미즈 헌터는 곧바로 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어느새 건물이 테러범들에게 포위당했다.
그제야 사태가 심각함을 직감한 김븝미가 금태양에게 매달렸다.
“하와와! 호에에! 금태양 어떻게든 해보는 거시애오!”
“에이 싯팔! 누구는 전쟁영웅인데! 나는 누님과 함께하면서 좋았던 적이 없다니까!”
금태양은 금태권법으로 테러범을 향해 달려들었으나, 그의 주먹은 너무도 쉽게 우익의 손에 잡혔다.
“키헤헤헷! 조선 놈들과 그 조선 놈들과 거래하는 조선의 앞잡이 놈들을 모조리 뒤져라!”
“아니 시발 한글은 써야 할 것 아…….”
콰아앙!
한국인에게 일본어를 사용하는 막돼먹은 테러범에게 향한 금태양의 불만은 다 이어지지 못했다.
테러범은 그 자리에서 폭발하였으며, 순식간에 건물 전체가 날아가 버렸다.
[2054년 9월 20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폭탄 테러 발생]
한국인 4명 사망, 2명 행방불명
일본인 6명 사망. 4명 행방불명
이날 일어난 후쿠오카 테러 사건을 시작으로 한국에서는 대격변 이후 일본과 합심하면서 사라졌던 반일여론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 *
헌터 협회 측에서 이어지는 포탈을 타고 교토로 온 백화교 일행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일본식 건물들로 구성된 헌터 거리였다.
회사원으로 살던 세계의 일본과는 달리 대격변을 겪었으니 일본의 교토는 그것에 맞게 바뀌었다.
그래도 일본은 처음이다.
아니, 와본 적은 있지. 구마모토 같은 곳. 교토랑 도쿄는 가본 적이 없다.
“오, 이곳이 일본인가.”
“한국에 붙어있는 나라라 그런지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네요.요.”
일단 백화교의 간부 자격으로 나를 따라온 히로인들도 일본은 처음 오는 모양이었다.
근처에는 헌터들로 보이는 자들이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마도기어나 휴대폰을 드는 것이 내가 누군지 알아본 모양이다.
살짝 앞을 보니 여우 가면을 쓴 정장의 남녀 다섯 여섯명이 우리에게 왔다.
“유은하 님. 안녕하십니까.”
“당신들은?”
“우리는 시노하라 당주님의 명을 받고 한국에서 오신 귀빈들을 호위하기 위해 온 신선조입니다.”
호오라, 신선조라.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온 신선조?
나는 신선조들을 바라보면서 싱긋 웃었다.
“신선조라. 신선조. 흐음.”
“갑자기 왜 그러시는지.”
왜 그러기는. 유즈키가 너희들을 보낸 역사가 없으니 그렇지.
“신선조가 나를 찾아올 일은 없을 텐데?”
“그. 그게 무슨 말씀.”
벌써 당황하는 것만 봐도 연기가 형편없다는 것도 알겠다.
“아니 이미 나는 시노하라 당주에게 귀찮으니 호위는 필요 없다고 분명히 말해뒀어. 확답도 받았고.”
호위가 있으면 움직이기가 귀찮아진다.
즉, 한마디로 말해서 이것들은 신선조라고 하고 우리에게 접근한 놈들이다.
그렇다면 뻔할 뻔 자지.
권력을 되찾고, 한국과의 관계도 이전으로 돌리려는 놈들이 최근 테러를 하고 있다고 하니 뻔한 것이 아닌가.
“그. 그게 무슨.”
“솔직해지지 그래? 뭐 너희들이 테러리스트라고 했던 우리 독립운동가라도 모방하는 거야?”
“쳇! 죽어라!”
야생의 테러범들이 칼을 들고 덤벼들었다!
용용이는 용용 펀치를 시전했다!
“용용펀치!”
용용이는 겁나 카와이하게 주먹을 휘둘렀어요!
콰직!
효과는 굉장했다. 야생의 테러범들은 얼굴이 터지거나 내장이 터져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하지만 한참 뒤에서 덤비던 다른 한 놈의 몸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네년이 어차피 이 정도로 죽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놈들이라도 잡을 수밖에!”
아이고. 전략 하나는 좋으신데 말입니다.
나를 공격하는 테러범들을 보고 이미 레이나가 활의 시위를 당기고 있습니다.
심지어 시우도 사복검을 꺼내고 있었다.
푸욱!
“커헉!?”
정령화살에 꽂힌 테러범은 뒤로 밀려나다가 시우의 사복검에 붙잡혀 하늘로 붕 떠오르더니, 그대로 혼자 콰앙! 소리를 내며 폭발했다.
당연히 시우의 사복검은 멀쩡하다.
마검인 시아가 약할 리가 없지. 암 그렇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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