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189화 (189/331)

〈 189화 〉 174. 내전의 조짐

* * *

* * *

시노하라 성 별실

시노하라성 내에는 별실이 따로 존재한다.

이 별실은 시노하라의 가신들과 당주가 모여 국가의 정책과 시노하라의 일을 논하는 장소로 오늘은 지방에 사는 시노하라의 가신들까지 모여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시노하라 유즈키는 이열로 앉아있는 가신들을 쭉 훑어보았다.

이 가신들은 시노하라를 따르는 가문의 당주, 또는 대리들이다. 그리고 그 가문들은 시노하라에 속한 헌터 길드를 운영하고 있다.

즉, 각 지방의 치안을 관리하는 가문들이라는 뜻이다.

당연히 테러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 알고 있을 것이다.

“굳이 한국에서 넘어온 백화교를 건드린 것은 우리 일본과 한국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수로 보이는데. 어찌들 생각하십니까?”

시노하라 유즈키는 시노하라의 가신들에게 질문했다.

“당주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유은하는 전쟁영웅이며 이미 그 실력은 전 세계에 입증되었습니다. 그런 마당에 저들이 진심으로 유은하를 죽이려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 분명히 그럴 것이다.

가신들도 비슷하게 생각한다. 결국 이것은 일본과 한국의 관계를 약화하려는 것.

“실제로 한국에서 다시 반일여론이 떠오르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한국에서 반일 여론이 확대된다면.”

“우리 일본에서도 반한, 혐한이 다시 떠오르겠죠.”

어느 쪽에서 시작하던 상대국에서 반일, 혐한이 다시 일어나기 마련이다.

아마도 하정석이 반일을 이용할 것 같다.

“당연히 시노하라에 대한 국민의 민심도 흔들릴 것입니다.”

그럼 다시 과거의 관계가 반복될 수도 있다.

시대가 다시 과거로 바뀌었다고 하나 국민의 마음을 가지지 못한 정권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국가의 힘이라 할 수 있는 헌터들이 시노하라의 밑에 있으니 괜찮았다고 해도 계속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당주님도 아신다면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마에 문양이 떠올랐다고 하셨는데.”

“네. 이마에 문장이 있는 자들의 몸이 붉어져서 터집니다.”

이마에 문장이 있는 자들. 우익세력인데, 그들은 중동의 테러조직들과 비슷한 짓을 해댔다.

시노하라 휘하의 가문들에 테러를 가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세뇌 가능성이 있습니까?”

“당장에 밝혀진 것은 없는 듯 합니다.”

세뇌가 없다라. 그렇다면 우익들이 광적으로 자폭 능력을 사용한 것인가.

그렇다면 누군가가 그 능력을 줬다는 말이다.

그 문장이 그 증거라는 거겠지.

“음. 혹시 이노스케가 개입했을 가능성은?”

“이노스케 님이 그러하겠습니까? 아무리 당주님께 감정이 좋지 않아도 그렇지.”

“평소에도 제게 이를 갈던 자가 아닙니까.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해도 결국 배가 다른 자식입니다. 자기가 시노하라를 가지지 못하면 깨부수려는 놈이죠.”

시노하라 이노스케. 유즈키가 당주가 되기 전에 당주의 자리를 두고 다퉜던 사이다.

결국 승자는 유즈키가 되었으며, 이노스케는 유즈키에게 이를 갈다가 홀로 구마모토로 떠나버렸다.

이노스케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후계자 경쟁 때도 치졸한 모습을 보여줬었다. 권력에 대한 집착욕도 보였고, 아마 기회만 생긴다면 악마의 손이라도 잡을 것이다.

“한 번 감찰조를 보내 조사해보겠습니다.”

“일단 그럼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다 보십니까? 모두 기탄없이 말씀들을 해보세요.”

지방을 맡고 있는 가신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지금 테러가 벌어지고 있는 지역들이 넓어지다 보니 이것은 가신들이 적극 협조를 해야 할 일이다.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당주님께 무례할 수도 있습니다만.”

“말씀하세요.”

“이것은 지난 에도막부 말기와 비슷합니다.”

에도 막부 말기라, 서양 열강과의 접촉과 동시에 막부를 타도하려는 자들이 막부에 본격적으로 싸움을 걸던 시기다.

그래도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우리는 막부도 아니고 삿초동맹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비슷하다는 겁니까?”

“역사가 반복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저들이 저리 발호하는 것은 뒷배가 있어서일 것입니다.”

뒷배라 뒷배. 그래, 있을 것이다.

“뒷배라. 죄악이라던가?”

“가능성은 있습니다.”

갑자기 죄악이라니.

“설령 죄악이 아니라고 하여도 테러가 이렇게 빈번하게 일어난다면 시노하라가 흔들리고 말 것입니다.”

“그렇다면.”

“테러범들의 뒤에는 왕실과 총리가 있을 겁니다. 둘을 끌어내리셔야 합니다.”

왕과 총리를 끌어내라.

왕은 적당히 어린 것으로 세우고, 총리 역시 이번에야말로 친 시노하라파로 올리면 될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국민이 더 동요할 수도 있다.

그건 조금 힘든 문제다.

“지금이 옛날도 아니고.”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대격변이 들고 많은 나라가 정치체제가 과거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완전히 과거로 돌아간 경우가 많다.

“그럼 우리도 막부시대로 돌리자?”

“다른 나라도 보면 무능한 대통령이 나라를 다스려도 잘 굴러가지 않습니까?”

“아, 그렇군.”

당장 옆 나라만 해도 대통령이 무능해도 상관없이 잘 돌아간다.

게다가 시노하라 가문은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으니. 정치에 관해서는 괜찮을 것이다.

아니, 생각해보니 애초에 총리는 얼굴마담이니 끌어낼 때도 되었나.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맞습니다. 당주님. 당장 자위대를 해산하고, 총리를 끌어내리셔야 합니다!”

시노하라 유즈키는 탁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자위대를 해산시키고, 총리를 끌어내리고 막부를 다시 세운 다라.

사실 의미가 없다.

어차피 무늬만 총리제도가 있는 국가일 뿐이다. 정치제도만 현대에 맞췄지 그 속은 이미 시노하라가 비선실세로 존재하는 막부다.

“음. 자위대와 총리는 처리해야 할 텐데.”

지금 성에 유은하 일행이 와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자위대와 총리를 처리한다면 아마 저들도 알게 되겠지.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각 가문의 당주들도 아시겠지만 지금 유은하가 저택에 와 있습니다.”

백화교라 해도 유은하는 협회 소속이기도 하다.

이미 협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다.

“유은하가. 음.”

“그녀와 친분이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유은하의 존재는 일본과 한국 관계의 중요한 가교가 될 것이다.

여기서 장학체나 하정석처럼 무능한 이미지를 보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역시 확실히 처단하는 장면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러니, 그녀에게 일본의 안 좋은 점만 보일 수는 없습니다. 각 가문에 명을 내리겠습니다. 단속을 강화하세요. 테러범들은 그 자리에서 죽이십시오. 총리 관저를 감시하고 뭔 일이 터지면 곧바로 제거할 것입니다.”

“예.”

자위대도 완전히 해산시켜야 할 것이다.

“자위대를 해산시켜야겠습니다. 해상은 이미 시노하라 헌터가 장악하지 않았습니까?”

“키사라기 기업에서 해상의 괴수들도 잡고 있습니다.”

“그럼 자위대를 해산시킵시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냥 처리해버리세요.”

자비를 베푸는 것도 이 정도면 되었다.

지금까지 충분히 참고 참았으니까. 지금 테러범들과 자위대를 엮는다면 자위대를 해산하는 것은 쉬울 것이다.

어차피 언론은 전부 제압했으니까. 자위대를 잡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예. 키사라기 헌터들을 동원하겠습니다.”

“왕은 두고 봅시다. 건드릴 때가 아닙니다. 총리에 이어 왕까지 끌어내리면 외국에서 신뢰를 받는 우리 시노하라라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명심하십시오. 이 시노하라 유즈키가 있는 이상, 절대 일본에 우익이란 우익은 단 한 명도 남겨두지 않을 것입니다.”

아버지 대에는 한국의 유진석에게 꽤 고생했으나, 자신의 치세에는 절대로 대내외적으로 일본에 큰 사건은 터지지 않을 것이다.

“““예. 당주님.”””

가신들의 대답에 시노하라 유즈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더는 온건하게 안 가겠다.

반드시 시노하라 정권을 완전무결한 일본의 정부로 만들 것이다.

* * *

아침에 일어난 용용이는 마그뉴트와 함께 손을 들고 서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레이나에게 들킨 탓이다.

레이나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뿔이 없는 엘프인데도 뿔이 난 것 같다.

이거 이대로 레이첼에게 말해버리면 나 진짜 곤란하다.

“딱 들켰어요. 잘 못 했어요 안 했어요?”

“잘 못 했습니다.”

여기서는 대가리 박는 것이 좋겠다.

“엄마한테 들키면 이거 그냥 안 끝나요?”

레이첼에게 그것을 말하겠다는 건가? 그건 안 되지.

“아니, 좀 할 수도 있는 거지?”

“잘 못 했다고 하고 몇 초나 지났어요. 지금?”

“아니 그건.”

3초 정도 지났나?

원래 잘못과 뻔뻔함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했다.

“아니 생각을 해보세요. 일어났더니 옆에 꼬리를 서로 아랫구멍에 넣은 도마뱀 두 마리가 껴안고 있으면 얼마나 어이없겠어요?”

그래. 그건 좀 어이가 없을 거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두 마리의 용이 서로 뷰지에 꼬리를 넣고 잠들어 있다면 이건 웃기겠지.

심지어 둘 다 애액을 질질 흘리고 있다면 알몸으로 자다가 꼬리가 우연히 들어갔다는 거짓말도 통하지 않겠지.

하지만 한 가지 변명은 할 수 있다.

“아름다운 모녀 관계라고.”

“저는 엄마랑 이런 짓 하지 않거든요?”

왜 안 할까? 하면 그때 모녀 덮밥을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이참에 해보는 건?”

“그런 일 안 할 거예요!”

제길. 모녀 덮밥은 무린가.

똑똑

누가 문을 두드려 열어보니 단정한 기모노 차림의 여성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누구세요?”

“한국에서 오신 귀빈들께 저희 시노하라가 아침 식사를 대접하게 되었습니다.”

얼굴이 익숙한데?

“어, 마리코 씨?”

마리코도 정말 오랜만이다.

아직도 기억난다. 화둔 파이어볼이었던가.

분명 어딘가의 닌자 기술인데 영어가 섞여 있다.

그게 참 신기했다.

“이렇게 다시 뵙게 되었습니다. 유은하 님.”

“딱딱하게 왜 이래요? 우리 그때 좋았잖아요.”

내 말에 히로인들이 귀를 쫑긋거렸다.

후후, 깜찍한 것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마리코는 내 영역이 아니다.

딱 유즈키까지만 이다.

“후후. 지금은 시노하라의 가신으로 백화교의 단장님을 대접하는 거니, 그때처럼 편히 대할 수는 없습니다.”

“아, 그래요?”

그건 좀 아쉽네.

그렇다고 친해지자고 시노하라 마리코를 강간할 수는 없다.

히로인이 아니라 잠깐 쾌락으로 이전의 모습을 보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는 곤란하지.

나도 의외로 신사적이라고? 신사적인 용용이다.

반은 놀러 왔으나 반은 정치적으로 온 만큼 마리코를 건드리다가 다른 가신들에게 보이면 무슨 망신일까.

“나중에 따로 뵙게 된다면 그때 부탁드립니다.”

“어느 쪽이 진짜 마리코 씨예요?”

“사실 이쪽이 진짜입니다만. 처음 븝미에게 연기하는 모습으로 정체를 들키는 바람에 그만.”

아, 그 마음 이해하지.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이쪽이 진짜 마리코씨라는 건 좀 놀라운데.

아니, 화둔 파이어볼 하던 여자가 이렇게 진지 빨면 좀 그렇지 않나.

“아, 그 사람은 뭔가 그런 게 안 어울려 보이죠.”

본인이 당장 븝미체를 써야 하는 저주에 걸려있는데, 마리코의 진지 모드가 븝미에게 어떤 악영향을 남길지 모른다.

“네. 뭐. 일단 일식으로 준비해 드릴까요? 한식으로 준비해 드릴까요? 중식도 고르실 수 있지만, 적국이니 싫어하실 거로 생각합니다. 아니면 양식이라도?”

“음, 그러면 일본에 왔으니 일식 어때?”

역시 일본이라면 일식이 아닐까.

한식은 맨날 먹으니 질리고 양식도 좀 그렇고, 일본이라면 일식이다.

“저는 괜찮아요.”

“참치 뱃살 먹고 싶어.”

“나는 메밀소바에 새우튀김.”

“그럼 나는 라멘으로 할게요.”

"난 엄마랑 같은 거!"

우리 일행의 주문에 마리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시노하라 최고의 요리사들로 준비하겠습니다.”

마리코는 몸을 숙이더니 문을 닫고 조용히 사라졌다.

문을 닫기 전에 잠깐 마리코의 몸을 보았는데 좀 흥분했다.

마리코도 제법 꼴리는구나. 몸도 그렇고 기모노 라인도 그렇고.

“우효. 마리코도 꼴리는구나.”

“대체 예쁜 여자만 보이면 아주 그냥. 에휴.”

내가 마리코에게 휘유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저 여자 노팬티야. 노팬티라서 꼴리는 건 당연한 거지.”

딱 기모노 뒤로 보면 팬티라인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브라 끈도 보이지 않는 데다가 가슴골도 그렇고, 저건 확실히 노브라 노팬티다.

아침부터 노브라 노팬티 기모노인 여자라니!

솔직히 마리코는 히로인들에 비하면 조금 떨어지지만 평범함보다는 조금 더 예쁜 외모라 가능하긴 하다.

꿀꺽

참아라. 용용이 나는 지금 지성체다. 지성체는 노팬티 노브라 기모노 여자를 막무가내로 덮치지 않는다.

……한 번은 괜찮지 않을까?

* *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