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화 〉 180. 일본 내전(2)
* * *
#
“당신한테 들어도 하나도 기쁘지 않거든요? 적당히 하고 본론을 말씀하시죠.”
요하나의 말에 찐따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게 왜 깝쳐? 너 같은 게 나 앰케에 맞을 리가 없잖아.
“음, 지금 일본을 움직이고 있어. 자위대도 일으켰지.”
“당신같이 행동력이 처참한 인간이 잘도 움직이셨네요.”
저놈이 과연 스스로 움직였을까? 아닐 것 같다.
나태는 자기가 움직이지 않거든.
“시노하라 이노스케라는 자를 굴려서.”
시노하라 이노스케? 저 새끼도 꽤 본격적이네. 원작에서는 대충 괴인만 움직여서 일본을 건드리는데. 유즈키의 경쟁자였던 이노스케를 써먹는 다라. 좋은 말을 구했다.
물론, 좋은 말을 구했을 뿐이다.
저 머저리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뭐예요. 결국 또 누구 시켜 먹는 거예요?”
“뭐 나는 나태니까?”
놈은 뭐가 대수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그렇게 남 부려먹기만 하는 쓰레기 인간이 나태란 놈이지.
“나태 이전부터도 그 꼴이었잖아요. 당신. 에휴. 하여간 우리 류크랑은 달라도 너무 달라요.”
이년이 지금 어디다 대고 그냥 류크래? 나는 주인님이다.
아무래도 내 분노를 보고 싶은 모양이니 앞발로 유방을 찰싹찰싹 내리쳤다.
“뀻!”
“아니, 대체 무엇을. 엣 설마. 이 자리에서요?”
“뀨르륵! (나를 제대로 불러!)”
내가 협박하듯 계속 때리면서 으르렁거리니 그녀가 눈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죄.죄송해요. 류크 주인님.”
“뭐야, 그건?”
나태의 눈이 나를 향했다. 어쩌자는 거지?
재밌는 생각이 떠올라 나는 요하나의 유방을 주물러대면서 그를 노려봤다.
“뀨르르륵? (뭐야 저 찐따는?)”
“지·지금 류크. 아니, 류크님에게 그건이라뇨! 미쳤어요?”
암캐가 먼저 화내고 있다. 그래. 그래야 내 암컷이지.
아무래도 안 되겠어.
“그. 혹시. 괴 괴수야? 생긴 것이 드래곤 같은데.”
멍청한 찐따 케일이 상황이 이해 가지 않는다는 듯 나와 요하나를 번갈아 보았다.
그래. 네 놈 눈에는 기이하게 보이겠지.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조그마한 드래곤에게 복종하고 ‘님’을 붙여가며 서열을 분명히 하고 있으니까.
나는 은근슬쩍 요하나에게 눈짓을 해 저걸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류크님은 제 연인. 아니, 주인님이에요!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주인님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야 그게?”
무슨 소리긴. 용소리다. 나는 요하나의 주인이고, 요하나는 내 암캐다.
내가 가슴을 더 꼬집자, 요하나는 붉어진 얼굴로 나태에게 따졌다.
“주인님은 말 그대로 주인님이에요. 당신 같은 은둔형 외톨이가 감히 취급할 존재가 아니라구요. 아무튼 할 말 끝났죠?”
“어. 음. 그게.”
저놈은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다. 물러나는 순간 수컷으로서 나에게 진 것이다.
이미 저놈도 지금쯤 동물적 본능으로 알 것이다. 나를 수컷으로, 단순한 괴수가 아니라 한 여자를 좋아하는 연적으로 말이다.
물론 저 멍청한 놈은 딱 멍청이로 끝날 뿐이다.
고백할 용기도 뭣도 없는 껌딱지 같은 놈.
“어차피 더 할 말 없잖아요? 끽해야 당신이 권능으로 누구 시켜먹었다는 것 말고 뭐 있어요?”
“아, 그건.”
“더 할 말이 있어요?”
“맛있는 케밥집이 있는데.”
엌. 와 저런 미친놈이 있나. 이 타이밍에 식사 제안을?
애초에 지금 전개에서 케밥을 처먹는 놈이 어딨어.
“세상 멸망시키겠다고 모인 작자들이 팔자 좋게 케밥 집에서 케밥을 먹는다? 에휴. 뭐 주인님이 허락하신다면 갈 수도 있겠지만.”
“뀨잇!”
“안 된다고 하네요.”
“아니, 고작 괴수에게.”
네가 좋아하는 암컷은 고작 괴수에게 발정하는 년이란다. 그러니까 너 같은 실좆 인간형이 아니라 나 같은 거근 드래곤을 좋아하는 거지.
“닥치세요! 누구한테 괴수래요? 좀 적당히 하세요. 귀찮으니까. 애초에 우리가 세계 멸망 목적 외에 만날 이유라도 있나요?”
“그건.”
아마 반발할 명분도 없을 것이다.
그 말이 정말이거든. 저 멍청한 놈은 원래 말 그대로 방구석 찐따라 요하나와 만날 일 자체가 없다.
이번에도 나 때문에 자기가 요하나를 좋아하는 줄 알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착각도 유분수다.
이제 나는 그것을 깨트려 줄 생각이다.
어디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앞에서 다른 것. 그것도 짐승 취급 받는 괴수와 키스하는 것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
나는 케일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리면서 요하나에게 매달렸다.
“뀨잇!”
“자·잠시만. 왜 그러세요?”
나는 목을 뻗어서 그녀의 입에 입술을 들이댔다.
“뀨르르릇! (입 딱 대!)”
“자, 잠시만 여기서요? 아무리 그래도 저 인간 앞인데.”
저 인간 앞이면 어쩌라는 걸까?
아무래도 이년이 아직은 복종심이 덜한 걸까? 나는 꼬리를 움직여 그녀의 볼을 찰싹 때렸다.
“뀨르르르르르르릇! (네가 내 거라는 증거야!)”
“아. 알겠어요. 그럼 해주세요. 죄송해요. 케일. 이만 돌아가 주세요.”
이만이고 나발이고 케일 새끼가 돌아가기 전에 나는 키스를 날렸다.
츄르릅!
내 리틀 용용이 입술이 그녀에게 포개어지면서 혓바닥이 입안으로 들어갔다.
드래곤의 혀와 인간의 혓바닥이 서로 뒤얽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그녀와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단순히 애완동물이 핥는 것이 아니라 혀로 할짝대는 것.
“음. 흐읍. 읏.”
그래. 그래. 그렇게 굴어야지. 하여간 멍청한 용박이년이다. 똑똑한 줄 알았는데, 내 앞에서는 순 멍청이지.
“응. 흐응. 으읏. 자·잠시만 류크.님 오늘따라 너무 격렬.”
“뀨우우우우웃!”
“아. 알겠어요. 뭐 하세요? 얼른 나가시지 않고.”
나는 열심히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키스했다.
그리고 찐따는 열심히 까였다.
“나?”
그럼 너 말고 누가 있겠니.
“지금 류크 님이 당장 가라고 하잖아요? 좀 가세요!”
“뀨잇!”
그렇게 찐따는 퇴장당하고 말았습니다.
리틀 용용이 대승! 케일은 괴수에게조차 지고 만 수컷탈락 죄악이다.
박지도 않았는데, 이 암캐년의 나에 대한 의존성도 재확인했고, 일본 일이 끝난 이후에 상심할 케일 앞에서 수간을 보여줘서 완전히 멘탈붕괴시켜주자.
* * *
펑! 퍼벙!
시노하라의 헌터연합군과 자위대와의 전투는 가나가와현에 헌터 연합군이 진격하면서 벌어졌다.
자위대는 머리에 새겨진 문장 덕인지 그 힘으로 헌터들을 향해 꽤 잘 버텼으나, 헌터연합군은 게이트에서 전투경력을 쌓은 정예 중의 정예들이었다.
심지어 수적으로도 한참 열세였던 자위대는 헌터 연합권의 포위 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려갔다.
“놈들의 방어선이 뚫렸다! 자위대를 제압하라!”
“시노하라의 하수인들과 싸우자!”
이미 승산은 시노하라의 헌터연합군에게 기울었으나, 자위대들은 마치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계속 덤벼들었다.
“저 미친놈들이 전혀 항복하지 않는데?”
“미친. 같은 일본인이 맞는 건가? 저건 독하고 말고 할 거 없잖아!”
자위대들은 헌터들에게 인생 패배자들만이 꿀 빨려고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우익사상을 가지고 있고 시노하라에게 격렬한 반감을 품으면 어지간하면 허락되는 것이 자위대였으니까. 우익사상을 가진 자들은 헌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무직도, 일반 회사도 가지 못해 도태된 넷우익들이 대부분이었으니 헌터연합군은 그들을 무시하고 있었다.
고작해야 무시당해도 싼 놈들이다. 그렇게만 여기던 놈들이 설마 저 정도로 열심히 맞서 싸우고 있으니 웃긴 일이었다.
콰앙! 퍼엉!
자위대들이 헌터들에게 달라붙어 폭발하기 시작했다.
“자폭하고 앉았어!”
“가까이 있는 놈들이 붉어지는 낌새가 있으면 마법사가 나서라! 이미 터질 거 같은 놈들은 근접 헌터들이 맡아!”
자폭이 시작되자 헌터연합군 측에서도 사상자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제압하지 못하면 적들은 가나가와현을 넘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헌터 연합군은 단 한 치의 틈을 내주지 않았다.
3만에 달하는 자위대원들은 헌터 연합군에 항전했으나 그뿐이었다.
처음에는 자위대의 자폭에 당황한 헌터 연합군은 마침내 제압했다.
헌터 연합군을 이끌던 시노하라 유즈키는 주변에 떠오른 천검의 날로 이미 자폭병이 되어버린 자위대를 수없이 베어 넘겼다.
자위대는 가나가와현을 나서지 못하고 가나가와현에서 전멸하였으니, 시노하라 유즈키에게는 만족스러운 승리였다.
“이제 범람 사태만 해결하면 되는가.”
의외로 빠른 기간 내에 자위대를 제압했으니 다행이다.
남은 것은 동일본에서 터진 게이트들이었다.
그것들을 제압해야 비로소 일본은 안전해질 것이다.
“당주님! 헬게이트가 터졌습니다!”
“뭐?”
“후지산 일대에 대량의 마력이 감지되었습니다. 헬게이트로 의심됩니다!”
후지산에서 대량의 마력이? 그건 또 무슨 소리?
후지산에서 헬게이트가 열릴 리가 없다.
후지산 일대의 게이트가 모조리 제압당하고 결계까지 설치했다. 그런 마당에 헬게이트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제 막 자위대를 제압하고 게이트를 토벌하러 가는데. 헬 게이트라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말도 안 된다. 자위대의 반란과 게이트 범람, 헬게이트 어떻게 삼박자가 이렇게 맞아떨어질 수 있나?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이 위험해진다.
“헌터들을 나누겠다. 신선조와 나는 헬게이트로 갈 테니 남은 헌터들은 게이트 범람 사태를 해결하도록!”
신선조는 일본 제일의 헌터들만 모아놓은 집단. 만만치 않게 강하다.
그들을 헬게이트에 보내고 나머지는 범람을 상대로 수비자세만 굳건히 해도 충분히 일본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 * *
유즈키의 소식은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일본의 권력 구도가 걸린 문제라 더 예민했다.
시노하라의 헌터연합군은 자위대를 포위 섬멸하면서 곧바로 우익세력의 주력을 토벌하였다고 선전했다.
애초에 자위대는 별거 없다.
나라의 좋은 머리와 강력한 헌터들은 전부 시노하라 휘하에 있고, 자위대는 전략을 지휘할 머리도 없으며 끽해야 나태 때문에 자폭만 하는 몸이 되어버렸다.
가나가와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섬멸당했다.
이 소식에 인터넷 우익들은 좌절했다.
이 시대에도 있더라고. 우익놈들이.
최근 우익은 총리와 시노하라를 대적하는 놈들이 우익세력이기는 하지만 이전에는 또 달랐던 것 같다.
그 우익들이 내선일체를 부르짖으며 나를 원한 것도 보통의 우익과는 거리가 먼 것 같지만 말이다.
“성이 뭔가 이상한데.”
최시우가 성 밖을 가리켰다.
“뭐가 이상한데?”
“갑자기 뭔가 결계 같은 것이 안 보이는데?”
최시우의 말에 나는 온천과 연결된 문을 열고 바깥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수상한데. 왜 이런 거지?”
시노하라성 주위에는 자세히 보면 결계같은 것이 눈에 확연히 보인다.
시노하라성의 결계는 침식지대가 가깝게 존재하기 때문에 성자체를 완전히 결계로 전부 감싸버렸다.
시노하라 가문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이나 정부나 다름이 없다.
실제로 우리가 있는 이곳의 반대편에 있는 건물들은 시노하라와 다른 가문이 회의를 통해 국가의 중대사를 논의하는 정치기구가 존재한다.
시노하라성의 결계가 깨지고 시노하라성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일본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결계가 지금은 사라졌다.
“흠. 그런데 어떻게 결계가 뚫린 걸까?”
역시 나태가 직접 움직였을까?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