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화 〉 182. 용용이는 사랑을 싣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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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 그것은 환상적인 맛이다.
금태양이 자꾸 먹어보라고 쿠폰 보내길래 은근히 그 맛에 빠졌지.
치약과 초콜릿의 향긋한 조화! 완벽하지 않나?
내 말을 들은 유즈키는 기가 찬 표정을 짓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두고 보세요. 당신 입맛 일본식으로 바꿔버릴 테니까.”
헉. 입맛이 일본타락해버렷!
“아무튼, 도울 거야.”
“말려도 소용없겠죠. 그렇게 하세요.”
그녀도 이제는 포기했는지 받아들였다.
아니, 오히려 지금 나한테 도움을 청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유즈키는 처음부터 나에게 호감을 느꼈다고 해도 이런 관계까지는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친하게, 이왕이면 일본에 포섭 등을 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아마 지금은 연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헬게이트는?”
“헌터들이 바리케이드를 세우기는 했지만 역시 좀 힘들어요. 막기는 막겠지만 피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가서 단숨에 쓸어버리면 되죠.”
맘마통을 번듯하게 세우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정말로 나설 거예요? 당신 입지도 위험해요?”
“으음, 나는 상관없는데. 하지만 우리 쇼군님이 찝찝하다면 이거 쓰고 나서줄까?”
간만에 수녀복을 걸쳤습니다.
수녀복 용용이는 무려 백화모드다.
“백화교 단장으로?”
“‘유은하’라면 위험하겠지만, 원래 주인인 백화가 돕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간만에 백화 TV의 백화 등장이시다!
“잠깐, 백화는 유은하에게 단장을. 아?”
유즈키는 나에게 뭐라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래. 백화는 이미 단장을 유은하에게 넘겼다. 다시 말해서 백화는 지금 무려. 프리한 상황이라는 것.
“그러니까 더 백화는 상관없다는 이야기지.”
“알았어요. 함께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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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끝이 없어!”
헌터군 중 일부가 계속해서 게이트에서 튀어나오는 괴수들을 바라보면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저쪽은 수가 상당히 딸리는 모양이다.
그곳에 도착한 나는 유즈키와 함께 그들을 구하기로 했다.
딱!
일본 헌터들에게 달려들던 이형의 악마들이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다
“천검술소나기”
천 자루의 검이 하늘에서 쏟아진다.
일반 검이 아닌 시노하라 유즈키가 사용하는 천 자루의 검이다.
그 검들은 무자비하게 악마들을 향해 쏟아졌다.
“그. 그아아아아악!”
“꿇어라.”
소나기를 빠져나온 악마는 유즈키가 휘두른 칼에 목이 떨어졌다.
내가 참전한 시점에서 헬게이트는 끝장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손가락을 튕길 때마다 악마들이 서로를 죽이는 모습은 우스웠다.
인간들을 죽이러 온 주제에 아지다하카의 권능 앞에서 서로 죽이고 있으니. 나태로서도 이 상황이 달갑지 않겠지.
그 병신은 자기가 좋아하게 된 여자한테 고백도 못 하고, 심지어 자기가 하는 일도 나에게 방해받아 실패할 거다.
“천검술발도”
시노하라 유즈키의 발도술에 악마 수십 마리가 몸이 반으로 갈라져 죽었다.
“역시 내 여자야.”
다들 전투에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슬쩍 유즈키의 뒤로 가서 허리를 끌어안았다.
“지금은 싸우는데, 집중합시다.”
“그야 손가락만 튕겨도 알아서 다 죽는걸요?”
지금도 딱! 소리를 냈더니 나오는 놈들이 길을 막고 서로 죽이고 있다.
결국 언젠간 저 괴수들도 다 죽어서 게이트는 사라질 것이다.
나태의 죄악은 생각보다 일본이 잘 막아서 허무해지겠지.
“죽이는 거 말고 다른 것도 가능해요??”
“가능할걸요? 단체로 섹시포즈 하는 거 보실래요?”
문제는 하고 나면 상태가 맛이 가지만 말이다.
아지다하카의 권능이란 결국 그런 것이다.
혼돈, 파괴, 인간에게 있어서는 최악의 것들만 할 수 있지.
악마들에게 하면 볼품도 없겠지만 다 뇌사할 것이다.
상대가 악마라면 나쁘진 않지만.
“토할 거 같아요.”
“우리 쇼군사마에게 하면?”
내 말에 유즈키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가만 안 둬요. 전 세계 방송에다 대고 이 여자는 내 애완견이다. 하고 방송해버릴 줄 알아.”
“음, 그것도 나쁘지 않은데.”
그만큼 자기 것이라고 하고 싶다는 뜻일까.
의외로 소유욕이라는 것을 가진 모양이다.
내 보지가 좀 바쁘지만 한 번쯤은 어울려줘도 괜찮을 것도 같은데.
내 발언에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당하는 거나 하는 거나 둘 다 좋아하는 잡종이니 이거 참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여자랑 즐기는 거라면 다 좋지.
“그럼 쇼군사마가 당하는 역할?”
“내 사회적인 위치와 체면이 있지 어떻게 그래요?”
왜지? 전혀 나쁘지 않은데.
원래 그런 사회적인 위치와 체면이 있는 여자가 몰락하는 것이 즐거움 아니겠는가?
그러니까 한 번 눈갱을 보여주도록 하겠습니다.
딱!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위압감 넘치게 흘러나오던 악마들이 자기들끼리 서로 키스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권능 업그레이드판이다!
이렇게 하면 유즈키는 혼돈을 느끼고 말 것이다.
벌써 얼굴이 콱 일그러지더니 검을 휘둘러 순식간에 베어버렸다.
“하지 말랬죠?”
“섹시 포즈는 아니.”
“말대답하실 겁니까? 네? 이 손가락을 묶어야 정신을 차리려나?”
유즈키가 내 손가락을 조물조물 만졌다.
아, 이거 기분 좋아. 헤으윽. 더 만져주면 행복할 거 같다.
“좀 더 욕해줘 헤으윽.”
“하여간 이런 변태 같으니. 일단 빨리 처리합시다.”
헬게이트에서 쏟아져나오는 괴수들은 헌터연합군의 공격으로도 상당수가 격파되었다.
그리고 우리도 전장에 나서서 병력이 부족한 게이트로 가 일일이 괴수들을 처리했다.
“와! 당주님과 백화다!”
“백화가 나타났어!”
신선조와 일본 헌터 연합군의 사기가 크게 올랐다.
헬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이형의 괴수들이 공세를 펼쳤다면 이제는 신선조와 헌터연합군의 공세로 뒤바뀌었다.
인터넷 기사에서는 시노하라 유즈키가 바란다면 헌터지원을 하겠다고 헌터 협회나 하정석이 말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나 혼자 있으면 되는데? 뭐?
“하하핫, 나태야 보고 있냐?”
아마 지금 본다면 얼굴이 아주 보기 좋게 일그러졌을 것 같다.
“나태요?”
“이번 일 저지른 죄악이죠.”
“전에는 탐욕이고 이번은 나태라면, 다음은 또 누구일까요? 진짜 세계적으로 민폐네요.”
손가락을 움직여 소나기로 충분히 괴수들을 두들겨 유즈키가 그렇게 말했다.
“뭐 탐욕은 이미 나한테 떨어졌으니 상관없지만.”
“어떻게 잡았죠?”
“말하지 않았었나? 음. 그 작은 용상태로 범했어요.”
진짜 엄청나게 박고 박고 또 박았었지.
음, 다음이 기대된다. 만나서 다음에는 임신시키고 싶은걸.
임신시키는 것이 가능할까?
무책임 용 씨뿌리기로 임신시키고 싶다.
“아무리 변태라도. 거짓말은 안 좋은 버릇이에요.”
“진짠데요? 걔 수간충? 이었는지 앙앙거리던데. 지금은 서열이 바뀌어서 용 상태인 나를 주인님으로 봐요.”
으, 지금 생각하니 또 꼴리는군.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괴수에게.”
원래 그런 년들이 있는 법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괴수라니 너무한 거 아니에요?”
“아니, 괴수 같은 짓을 하니까.”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으음.”
악마를 베어 넘기면서 잠깐 생각에 빠지는 우리의 쇼군 씨.
뭐야, 혹시 이거 가능한 건가?
“몸이 뜨거운 걸 보니 관심이 가기는 하나 봐요?”
“아니 딱히.”
“뭐 흥미를 느끼는 건 나쁜 거 아니에요? 조금 성벽이 특이할 수도 있지. 특히 우리 당주님은 국가를 이끌어가는 몸이니 한낱 미물 따위에게 지배당한다는 배덕감에 아마 더 느낄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말하면서 등허리의 곡선을 타고 내려가며 엉덩이를 손으로 만져주자 유즈키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아, 그건.”
“이거 봐. 몸 뜨거워졌네.”
몸이 따끈따끈하다. 이거 발정이 났나?
역시 히로인 답다. 히로인들은 하나같이 민감하니까.
설마하니 최시우의 성검에 애타는 신음을 흘리던 유즈키가 그쪽에 관심이 있다니.
“지금은 헬 게이트에 집중합시다.”
“네이. 네이.”
그래. 나는 신사적인 용용이니까. 너무 몰아붙이지 않는다 이 말이야.
뭐 그렇다 해도 나중에 용상태로 요바이를 해버리는 것도 재밌을 거 같다.
리틀용용이의 상태로 일본 최고의 여자가 지닌 처녀를 뚫는 기분이란 어떨까.
“그오아아악!”
“시끄러워!”
푸욱!
이형의 악마들을 순식간에 도륙했다.
그러게 그만 좀 깝죽거리면 좋겠다.
“진짜. 힘 하나는 엄청나게 강하네요. 어디서 그렇게 강해진 거예요?”
“타고난 것? 우리 쇼군 사마는?”
문득 궁금해졌다.
“나름 노력입니다. 그보다 쇼군이라뇨. 저는 막부도.”
“어차피 일본 정부는 이번에 아예 작살났을 텐데 막부를 성립하는 것은?”
이참에 회귀 가자!
어차피 지금 우익들 다 쳐내면 일본은 무정부 상태가 되니 아예 막부성립을 해버리는 것이 옳다.
“막부라니. 막부체제는 구시대의 잔재일 뿐.”
유즈키는 해골처럼 생긴 악마를 처리하면서 대답했다.
어차피 모습만 다르지 지금도 막부나 마찬가지면서.
“괴수들이 존재하는 이 시대에 오히려 그런 것이 구시대적인 발상이야. 안 그래요? 당장 한국도 하정석이 독재하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시위하고 탄핵하지 않는 것은 이유가 있다.
지금 시대에는 독재하는 놈이 있어도 상관없다. 이 지경이 된 것이다.
결국 능력 없는 놈이 나라를 맡아도 어떻게든 굴러가는 세상이니까.
게다가 그 독재는 상징적일 뿐. 실제로는 헌터들의 힘이 있기 때문에 독재도 필요 이상의 권한을 휘두르면 헌터들에 의해 떨어진다.
물론 시노하라야 유즈키가 절대적인 존재가 되겠지만. 일본의 역사를 보면 유즈키가 아닌 유즈키 다음 대의 후계자가 시노하라를 망치면 가신 가문에서 처단할 수도 있다.
아니면 유즈키에 의해 영원한 통치가 이루어질 수도 있지.
그녀가 괴인이 된다면 말이다.
“생각해볼 일입니다.”
“원래 이런 건 세 번째에서 받아들이는 게 좋다니까.”
“음. 생각해보겠습니다.”
어차피 새 총리 후보를 세우는 것보다는 재정적으로도 시노하라가 막부를 세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다.
인간들만 있는 세상이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괴수들이 난립하는 시대에는 같은 인간이 아닌 괴수를 상대로 힘을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사 정권이었던 막부가 이미지상으로도 맞지.
그렇게 우리는 환상의 듀오로 보이는 헬게이트는 다 파괴했다.
딱!
내 마지막 튕기기로 놈들이 악마가 서로를 죽임으로써 전부 끝이 났다.
“거의 다 제거되었나?”
어느덧 대부분의 헬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악마들이 죽었다.
이렇게 되면 유즈키에게 올 위험은 내가 제거한 셈인가?
그렇다면 다행인데. 어째 찜찜한 것이 풀리지 않는다.
시노하라 이노스케. 그자가 정말로 튀었을까.
이미 유즈키를 가만 놔둘 거 같지는 않은데.
“저는 신선조들과 헌터연합을 살펴보겠습니다. 당신은 게이트가 다 제거되었나 봐주세요.”
“마력을 너무 쓴 거 같은데 괜찮아요?”
아까보니 천검술 막 쓰더니만.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마력을 한 번 쓰는데 어마어마하게 드니까.
무슨 거의 전장을 덮을 정도의 검의 비가 쏟아지는 것은 꽤 볼 만 했다.
“이 정도는 끄떡없어요. 은하는 은하대로 하시면 됩니다.”
정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
“음. 알겠어요.”
여기서 더 끼어들면 좋지 못하니까.
나도 눈치가 있다. 남은 것은 일본의 실권자로서 그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선물을 준비해 줄까?
내 새로운 애인에게 주는 나름대로 서비스 같은 거라 보면 된다.
“일단 동일본의 침식지대일까?”
일본의 경우는 사실 한국보다 심각하다.
대격변에 이어 대지진이 일어나 동일본은 한국의 침식지대 이상으로 죽음의 땅이 되어버렸다. 서일본을 비롯한 딱 도쿄까지만 일본의 영토이며, 동일본은 끝장이 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생존자도 없다는 것이 시노하라 정권의 조사 결과였다.
있어도 인간으로서 의식이 남지 않은 최악의 존재들일 뿐.
그렇다면 내가 잡아도 되지 않을까?
나는 헬게이트가 있던 지역을 넘어갔다.
화르르르륵
이번 전투로 꽤 고생했을 일본의 헌터들에게 휴가도 줄 겸. 혼슈 동북 쪽의 침식지대를 불길로 태워버렸다.
이 정도면 나름 열심히 한 것이 아닐까?
한동안은 게이트가 일어날 일은 없겠지?
일단, 그래도 죽인 건 내가 죽였으니 좀 코어를 뜯어가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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