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화 〉 184. 이노스케의 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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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오니에 대해 알아두기를 정말 잘했다.
과거에도 지금의 시노하라가 있었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까.
글쎄, 그 당시의 오니는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은 일본 제일의 각 성자이자 헌터, 일본의 모든 헌터 가문이 인정한 제1의 헌터.
지금의 오니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그으으으아악!”
콰직!콰르르르!
오니의 주먹이 땅에 꽂히며 지옥도가 펼쳐지듯 땅이 순식간에 용암으로 휩싸였다.
지금이 기회다.
오니가 자기에게 유리한 필드를 만들고자 대지를 용암으로 만드는 순간 아주 잠깐이나마 틈이 생긴다.
“천검술 일도양단.”
서걱!
마침내 오니의 오른팔이 그대로 떨어졌다.
이건 충분히 일격이었을 것이다.
황룡도 유은하의 동료에게 죽었는데, 오니라고 해서 다를 건 없을 것이다.
“크허어억!”
이 기세를 몰아붙였다.
오니가 잘린 자기 팔을 잡은 채 무릎을 꿇었다.
천 자루의 검이 다시 하늘을 높이 오르다가 팔을 잡고 있는 오니에게 쏟아져 내렸다.
천 자루의 검을 사용한다지만, 저 검들은 모두 마력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오니에게 박힌 검들이 사라지고 새롭게 만들어진 검들이 오니에게 박혔다.
“천검술 검의 지옥.”
푸부부부부부부부북!
마력이 부족하지 않은 한 거의 무한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의 검들이 쏟아졌다.
마력석을 챙겨오기를 잘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완전히 끝장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우와아아아아아악!”
“한 번 죽은 놈이 되살아나 질척거리는 것만큼 한심한 것도 없지.”
쏟아지는 검에 마력을 더 불어넣었다.
몸이 난도질당하면서 땅에 묻히는 오니는 고통에 울부짖고 있으나, 용암 속에서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끄아아악!”
몸이 슬슬 다진고기처럼 연해지자,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지옥도는 그대로 오니의 목을 내리쳤다.
콰지지지직!
“그아아아아악!”
목에 힘을 주고 버티고 있는 오니였으나, 유즈키도 멈추지 않았다.
온 마력을 다해 오니의 목을 잘라냈다.
유은하를 걱정 끼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이 승리한다면 그녀도 좋아하지 않을까. 이렇게 강한 여자가 자기를 가지고 싶다고 하면 정말 좋아하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콰지지직! 까드드드득
한참 목이 뜯겨나가던 오니가 마침내 목과 몸이 떨어졌다.
천 자루의 검이 오니의 목에 잔혹하게 쏟아진 탓에 목살이 물어뜯은 것처럼 찢겨 떨어졌다.
분리된 오니의 머리에서는 이미 생명의 반응이 사라졌다.
“확실히 죽은 건가?”
눈에 떠오른 형형색색의 빛이 죽었으며 숨을 쉬고 있지 않다.
처음부터 달려들어서 다행이었다.
아마 오니가 정말 제힘을 전부 썼다면 지금도 힘들었겠지.
부활한 지 얼마 안 된 덕일 수도 있다.
“후우, 이대로 돌아가면. 어?”
푸욱
아래에 깊은 뻐근함과 함께 따가운 것이 느껴져 고개를 숙이니 가슴 밖으로 칼날이 튀어나온 것이 보였다.
뭐지? 천검은 주인을 공격하지 않는데. 대체 어디서 이런 것이 나타났나.
오니도 아니다. 오니는 이런 공격을 하지 않으니까.
힘이 빠지는 고개를 애써 돌려 보니, 하도 오랜만이라 잊고 있었던 자가 눈에 보였다.
“킥킥. 꽤 지쳐 보이는군.”
“시노하라. 이노스케?”
시노하라 이노스케가 이곳에는 왜?
왜 이 패배자가 몸에 칼을 꽂고 있나?
“오랜만이야. 시노하라 유즈키.”
“네놈이 여기는 왜! 켁!”
칼이 꽂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이노스케의 검이 몸 안에서 살을 저미고 있었다.
“그야 내 자리를 찾으러 왔지.”
“그게 무슨.”
자리라니 그게 무슨 소리일까.
어차피 후계자 다툼에서 패배하고 자신이 왜 졌는지도 알지 못한 채 구마모토로 도망친 놈이.
“여기서 너를 죽이고 내가 오니를 죽인 영웅이 되는 거다.”
“미친. 놈.”
이런 정신 나간 놈을 봤나.
역시 비열한 놈이다. 절대로 후계자가 되어서는 안 되는 놈.
“이전부터 너는 재수가 없는 년이었지. 힘 있는 자가 약자들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뭔 국민을 위한다느니 가식을 떨면서 사람을 기분 나쁘게 했지.”
지도자가 되어 국민을 위하는 것이 무엇이 잘 못 되었는가.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그런 힘의 논리만!”
“대격변으로 시노하라가 정권을 잡은 세상이 아니냐? 강력한 힘을 가졌으면 그것으로 개돼지 같은 국민을 다스리면 될 것을!”
머저리 같은 자가 아닌가.
그걸 누가 모르나. 군사정권인 이상 그건 필요한 일.
일본인이라면, 일본사를 배웠다면 일본의 역사를 알 것이다.
사무라이들이 난립하는 전국시대와 막부시대.
강력한 통치는 좋다. 그러나 폭정은 다른 가문들의 반발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한국의 왕조들처럼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라면 모르겠는데 막부는 그렇지 못하다.
헌터시대인 지금도 시노하라 아래에 헌터 가문들이 있는 식이다.
무엇보다 이노스케는 그 힘으로 사사로이 저 자신만을 위하겠다는 심보다. 덤으로 딱 가문까지만.
즉, 일본이란 나라 자체를 시노하라 가문이 등골을 빼먹게 되는 거다.
‘이런 미친 새끼에게 내가!’
이노스케의 뜻대로 간다면 이 나라는 끝이다.
그렇기에 후계자가 되지 못했다.
그렇기에 놈은 도망쳤다.
“큭큭큭. 결국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야. 자, 그럼 잘 가라. 내 자리를 찾는 거니 너무 원망하지 말고.”
놈이 유즈키의 몸에서 칼을 뽑아냈다.
유즈키의 몸은 힘을 잃고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울컥하고 피가 토해졌다.
설마 여기서 이렇게 죽어야 할까.
아직 못해본 것이 너무 많다. 일본을 지켜내는 것도 그렇고 유은하도 그렇다.
한 번만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다.
‘그래. 여기서 죽을 수 없어.’
죽어가는 몸에 꺼져가는 마력을 들이부어 어떻게든 움직였다.
미친 짓을 하러가는 저 이노스케를 죽여야 한다.
저자가 일본을 얻게 된다면 반드시 망해버릴 것이다.
이노스케와 죄악과 손잡은 것이 분명하다. 오니도 죄악이 만들어낸 것이겠지.
그러니 저놈이 이제 나타난 것이다.
분명 유은하에게도 방해가 되는 존재가 되겠지.
시노하라가 죄악의 앞잡이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노스케가 죽는다면 시노하라든 다른 어느 가문이든 일본을 쥐게 될 것이다.
최소한 이노스케가 권력을 잡는 것보다는 낫겠지.
“크윽.”
한참 기어가다 마침내 도달한 곳은 혼돈의 오니의 시체였다.
아직 용암이 식지 않아 뜨겁지만, 시노하라 유즈키는 마력을 몸에 둘러 겨우 오니의 심장까지 도달했다.
언젠가 헌터 교육을 받을 때 들었다.
괴수의 코어가 몸에 이식되면 낮은 확률로 괴인이 될 수 있다고.
그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건다.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죽을 테니까.
유즈키는 오니의 가슴팍을 파내어 탁 봐도 탁해 보이는 검은색의 코어를 꺼냈다. 그리고 마력이 줄어감에 따라 사라지는 천검을 움직여 가슴의 상처를 벌려 그 안으로 코어를 집어넣었다.
“!!!”
안에 코어를 삽입하자마자 뜨거운 불길이 몸을 덮치는 것 같았다.
뼈를 깎는 고통과 함께 유전자의 하나하나가 뒤바뀌는 감각이었다.
오니의 코어가 심장을 먹어 치우고 그 자리를 꿰찼다.
느껴진다.
코어에 연결되기 시작한 혈관 하나하나에 마기가 흐르기 시작하는 것을.
오니의 피가 흐르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 순간 자신이 죽인 혼돈의 오니가 가진 기억들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유즈키의 삶과 오니의 기억이 뒤섞여 유즈키를 새로운 존재로 만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보았다.
이 모든 것의 배후에는 이노스케와 중동 출신으로 보이는 소년이 있음을.
필시 그것은 죄악일 것이다.
오니의 피가 흐르기 시작한 지금은 본능적으로 알 것 같다.
‘쳐죽일 것들!’
유즈키의 피에 오니의 피가 흐르기 시작하며 온전히 융화되자, 마치 복수를 하라는 듯, 뼈를 깎는 고통이 멈추고 마침내 몸이 편안해졌다.
콰아아아악!
몸을 중심으로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힘이 빠지던 몸에 힘이 깃들기 시작했다.
마기가 몸에 흘러넘친다.
괴인이 된 것이 느껴진다. 그것도 보통의 괴인이 아니다. 유즈키 자신이 혼돈의 오니가 된 것이다.
유즈키의 인격을 비롯해 기억과 몸을 가진 혼돈의 오니인지, 혼돈의 오니의 모든 것을 얻은 유즈키인지 중요하지 않다.
“흐.흐흐흣. 흐흐흐하하하!”
“뭐야, 너.너 어. 어떻게.”
“패배자가 구마모토에 처박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어디서 오니를 죽여서 용사행세를 하려고 그래?”
용서할 수 없다.
이노스케만큼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크윽. 죽어!”
“힘을 다한 내 뒤통수를 쳐서 이기는 놈이 정면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유즈키는 칼을 휘두르는 이노스케의 팔을 꽉 잡고 권능을 발휘했다.
오니의 권능은 지옥불.
무엇이든 녹여버리는 지옥불로 이노스케의 팔을 녹여버렸다.
살가죽과 살이 녹아내리고 새하얀 뼈가 드러났다가 바스라졌다.
“끄아아아악!”
“너 같은 놈에게 일격을 먹었으니 진짜 어이가 없다.”
하도 허탈해서 한숨만 나온다.
“사·살. 살려줘! 나도 죄악에게 협박당했다고!”
협박이라 협박. 말은 잘 한다.
뒤에서 찌를 때 어쩔 수 없이가 아니라 작정하고 죽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왜 봐줘야 하나?
“네가 내 입장이라면 살려주겠나?”
“!!”
혼돈의 유즈키는 이노스케의 목을 분들었다.
“죽어.”
“끄. 끄아아아아아악!”
살가죽과 피부가 녹고 눈알이 굴러떨어져 순식간에 백골이 되었다.
유즈키는 그대로 이노스케의 온몸을 불태워 세상에 존재의 흔적도 지워버렸다.
문제가 있다면 이노스케를 죽인 이후 유즈키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큭. 크아아아아악!”
어쩌면 이건 당연했다.
코어삽입으로 인한 인간의 괴인화는 안정적이지 않다.
그것도 사천왕이라 불리는 오니의 코어를 몸에 넣었으니, 유즈키의 몸은 지금 안정되지 못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즈키는 몸에서 힘을 잃고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 오니와 유즈키의 전투. 이노스케의 등장을 처음부터 지켜보던 이가 있었다.
범람과 고집불통 자폭 자위대, 헬게이트를 만들어낸 당사자.
게다가 오니를 되살린 인물.
더하여 리틀용용이에게 수컷경쟁에서 털린 히키코모리.
나태의 죄악 케일이었다.
케일은 오니가 유즈키의 손에 죽을 때는 잠깐 놀랐다.
“큭큭큭. 설마하니 시노하라 유즈키가 오니와 융합하다니. 그래도 부작용은 어쩔 수 없나 보군.”
케일이 힘이 빠져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유즈키에게 여유롭게 다가갔다.
“네·네놈은.”
퍽!
케일의 주먹이 조금 전 코어가 삽입되었던 유즈키의 명치에 꽂혔다.
“쉬고 있으라고.”
“켁!”
유즈키는 이제 막 코어가 삽입된 몸. 그 상태에서 심장을 대신한 코어에 자극을 받았으니 버티기 힘들었다.
결국 유즈키는 케일의 주먹을 버티지 못하고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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