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2화 〉 197. 하정석과 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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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온몸이 엿가락처럼 늘어질 것 같다.
하도 신나게 비벼댄 탓이다. 유즈키는 전말 하루가 지날수록 백합 마스터가 되어간다.
손가락 하나만으로 신선조들을 가버리게 만드는 것을 보니 얼마나 꼴리던지.
그런데 한국에 왔더니 히로인들을 안기도 전에 최시우가 최철식이 보자고 했다더라.
그래서 케이트를 안고 협회로 이동해야 했다.
“유은하. 들어보니 사도와 트러블이 있었다고 하던데.”
최철식은 나를 보자마자 꼰대들 이야기를 했다.
트러블? 아닌데?
“없었어요?”
“없었다니. 이미 사도 측에서 항의해 왔어.”
그 꼰대들이 그랬나 보네.
“유즈키에게도 항의를 했데요?”
“유즈키라니, 설마 시노하라 막부?”
“네. 저랑 친근한 사이입죠.”
침대에서 농밀한 민달팽이가 되었었지.
“아니, 그런 말은 없었네.”
“한 마디로 만만한 게 나라는 뜻인가. 성격 더러운 놈들이네.”
나한테만 하고 유즈키에게는 하지 않는다? 물론 나도 유즈키를 건드리는 건 싫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를 건드리다니.
“뭐 그쪽은 국가통치자니까 항의를 하면 곧바로 그쪽으로 하게 될 테니.”
“그것뿐인가요? 후보탈락이라든지?”
“지들도 그걸로 떨어트리면 쪼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지.”
그래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쯧쯧 꼰대들 같으니.
“흐음. 뭐 어차피 내가 거부하면 되지만. 꼰대들 꺼지라 하고 이렇게 부른 것을 보니 다른 무언가라도 필요하십니까?”
“하정석이 백화를 찾는다고 하더군”
“예?”
하정석이 백화를 찾아? 그놈이 갑자기 무슨 바람으로?
“국가 기밀이라고 하니까. 백화에 연락을 좀 넣어라.”
“뭐 알겠습니다.”
하정석 그놈이 나를 왜 만나?
아마 나를 죽이려 부르는 건 아니겠지. 그놈은 생각이 없는 인물이 아니다.
나를 어떻게 할 수 있다 여기지 않겠지.
그렇다면 나와 이야기하려고 부르는 걸까? 최철식을 통하는 거라면 진심이란 소린데. 뭐 일단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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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백화의 모습으로 하정석의 지하밀실로 게이트를 탔다.
음, 하정석 면상이 보인다.
“이제는 아주 당당하게 밀실까지 들어오는군.”
“아, 그건 됐고 왜 불렀습니까?”
나는 보지가 바쁜 몸이라 너 같은 거와 오래 나눌 시간이 없어요.
하정석은 무언가 골똘이 생각하더니 주름 가득한 손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음 일단 거기 앉지.”
“갑자기 분위기를 잡다니, 이것 참.”
보아하니 개소리하려는 것 같지는 않다.
이제 이놈 입장에서도 나름 업적을 세운 몸이라 이미지를 필요 이상으로 떨구는 짓은 못 할 것이다.
하정석은 비서실장에게 뭘 시켰는지 대통령 비서실장 최지수가 찻잔을 가지고 왔다.
“차 들어. 커피야. 자이언트 원두를 빻아서 만든 거지.”
자이언트 원두. 일부 던전에서 나타난 이계의 작물로, 사람들이 채집하여 커피로 만들기 시작했다.
커피 중에 단연 으뜸의 맛을 낸다고 하니 언제 한번 맛보고는 싶었는데.
“호오. 그래서 무슨 일인데요?”
“일단 저번 전쟁에서 이겼으나 아직 놈들에게 우리를 위협할 수단이 없는 건 아니네.”
이미 머릿수는 제압했고, 설령 장학체가 다시 헌터군을 키운다 해도 서북 군벌의 밍메이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다.
아마 장학체가 한국에 보복하려 해도 서북 군벌과 결판부터 내야 할 거다. 하지만, 한국이 서북 군벌과 붙어먹으면 장학체가 한국을 위협할 수단은 하나다.
대격변 이후의 세상에서도 위험하다 할 수 있는 그것.
“핵 말입니까?”
“그렇지. 우리와 서북 군벌이 연대하게 되면 놈들은 핵이란 카드를 쓰게 되겠지.”
“저번 전쟁에서 중국놈들 핵 폐기에 성명하지 않았습니까?”
전쟁이 끝나고 일본이 중재하는 것 외에 서방과 핵 폐기하겠다고 협상한 것으로 아는데. 아닌가?
“이렇게 순진해 빠져서야. 서방이 대놓고 감시하는 것도 아닐 테고, 최악의 수단은 가지고 있을 것이네.”
“그래서요?”
“혹시 그 미사일 남아있나?”
아하, 알겠다. 지금 중국 핵에 대한 억제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설마하니 이 시대에도 핵을 걱정하다니.
“제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아니, 좀 그건 내 정신적으로 무리입니다.”
나를 보는 히로인들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이 말이야.
“거참 자네도 한국인이 아닌가?”
씨발, 이럴 때만 한국인이냐.
“게다가 그거 전쟁 후에 폐기하기로 서방과도 약속했잖아요. 이제 와 그걸 따진 들. 뭔 소용이야.”
전후에 서방은 백화교의 그. 용용 폭탄 미사일을 걸고넘어졌다.
전술 핵급 미사일인 만큼, 서방은 백화교를 견제하려 했고, 백화교는 그것을 전부 폐기하여 서방을 안심시켰다.
“그러니까 자네가 그걸 해결해줘야 하네. 그게 내 부탁이지.”
“무슨?”
“미국 협박해서 한국 핵무장 허가를 받아오게.”
그게 말이야 막걸리야.
“씨발 설마 당신.”
“서방의 묵인만 있으면 중국이 다시 미쳐 날뛰기 전에 핵탄두 2백 발은 만들 수 있네.”
“호오. 핵탄두를 2백 발이나.”
이 시발새끼가 진짜로 뒤에서 그런 작업을 치고 있었나.
뭐 허가만 떨어지면 한 달 안에 만들 수 있다 그거야?
“솔직히 말합시다. 몇 발 만들었습니까?”
“10발. 만주에 있는 게이트 하나를 괴수 싹 토벌하고 실험장으로 쓰고 있지. 어차피 게이트안에서 날리는 건 상관없으니 게이트 난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벌써 만들어뒀네. 그런 마당에 내 것까지 노려? 이 양심머리 없는 놈.
장학체는 나 혼자서도 상대가 가능하지만, 확실히 한국 자체에서 억제력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 죄악이 어떤 장난질을 칠지 모르니까.
“죄악의 위협도 기정사실로 되고 있네. 죄악이 일본 총리를 움직인 것처럼 중국을 건드리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나?”
하정석이 이 정도로 머리가 돌아가는 인물이었던 건가.
“아니, 협박을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지금의 미국 대통령은 나와 스위스 국제 헌터 학교에서 동기였지. 내가 놈을 잘 아는데, 그 새끼 바람둥이야. 여자를 밝히는 놈이지.”
지금 대통령이 그런 인물이었던 건가.
회사원 시절의 미국이랑 너무 비교되는데.
문제는 그게 사실이라 해도 이 미친놈이 나보고 어떻게 협박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뭐, 나보고 알아서 협박할 거리를 만들라?”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 아닌가? 자네 머리로도 생각을 해봐. 자기 이미지와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의 명예상실과 한국의 핵무장 허가. 뭐가 더 낫겠나?”
확실히 미국은 예전만 못한 상황이고, 실제로 전쟁의 피해를 볼 뻔했으니 성공할 가능성은 높다.
그런데 말이다.
맨입으로 해줄 수는 없지 안 그래? 사람이란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도 있는 법이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지. 백화교에는 무엇을 주실 겁니까?”
“흠.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자치령의 괴인들은 국민에게 인정받았으나 여전히 한국인으로서는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자치령이라도 한국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하정석은 괴인들에게 국적까지 허락하지는 않았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말로만 괴인들도 우리 국민이라 말하는 상황이다.
“그것뿐인가?”
“그리고 시노하라 막부 성립에 대해 잘나신 대통령께서는 아직 어떤 입장을 말씀하지 않으신 거로 압니다.”
하정석은 시노하라막부에 긍정적으로 생각은 해본다 했지 아직 정식으로 어떤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노하라 막부를 지지하세요.”
원작에서는 지금 같은 시노하라 막부가 성립되지 않는다.
성립 이전 불안한 체제를 그대로 쭉 이어나가면서 유즈키가 최시우에게 빠지고, 슬슬 권력을 시노하라 밑의 가문들에 나누기 시작한다.
막부를 세운 지금과는 완전 딴판이다.
“어린 계집이 이 시대에 추진한 군사정권이다. 오래 갈 거라 생각하나?”
말이 대통령이지 왕처럼 독재하는 당신이 할 말은 아닙니다.
“우리 까놓고 말합시다. 각하가 하실 말씀은 아니잖아요? 당장 아시겠지만, 사도도 깽판을 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될 바에는 막부와 손을 잡는 것이 낫습니다.”
어차피 내 암컷인 유즈키는 내 말만 쏙쏙 잘 들어주고 있고 말이다.
“시노하라 유즈키가 그렇게 강한가?”
“죄악의 위협을 직접 겪은 나라입니다. 한중 전쟁에서 한국이 입은 피해보다 더 큰 피해를 봤어요. 더군다나 유즈키는 현실과 타협하는 여자입니다.”
내 앞에서 질질 싸는 여자기도 하지.
“좋지.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으니. 그리고 마지막으로 질문하지.”
“하십쇼.”
지금까지 개소리를 잘도 들어줬는데, 그다음은 뭘까.
“네 덕에 고자가 된 놀부가 여행에서 돌아왔는데, 유녀가 되었더군.”
“뭐요?”
“유녀. 그래서 혹시 여자에서 남자로 변하는 거라던가 원래대로 돌아가는 아티펙트를 아는 것이 있나?”
유녀라 유녀. 유녀를 큼지막한 변태 중년남으로 되돌리는 아티펙트라
그런 거 모르지.
아니, 애초에 굳이 남자로 돌아갈 이유가?
여자로 살면 행복해요. 무엇보다 같은 여자라 접근해도 아무것도 안 할 것이라 여자들이 방심하거든.
비비는 것도 하나의 보약이다. 이 말입니다.
오히려 회춘에 한참 젊어졌으니 다행 아닌가?
“죄송한데 그딴 게 있을 리가 없죠. 왜요? 유녀가 되면 오히려 회춘하고 좋은 게 아닌가? 여자의 삶도 나쁘지 않을 텐데요?”
내 말에 하정석의 얼굴이 참으로 밉상으로 일그러졌다.
“힘을 전부 잃었으니 문제지. 유녀가 되면서 가진 것을 다 날렸으니 어쩌겠나.”
뭐 그건 어쩔 수 없지.
솔직히 말해 놀부는 천산을 위해 희생시킨 일종의 말에 불과하다.
“그럼 뭐 굳이 제가 나설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지금 백화교의 단장은 따로 있는데.”
“일단은 우리 헌터기도 해서 헌터가 대놓고 협박하는 건 보기 좋지 않으니.”
아, 무슨 뜻인지 알겠다.
나는 홀짝이던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아, 한마디로 실패 시 적당히 꼬리 끊을 수 있는 빌런인 내가 낫다?”
“그렇다네.”
진짜 뻔뻔스럽구먼.
뭐 뻔뻔스러운 만큼 솔직해서 나쁘지 않다.
“뻔뻔해서 참 마음에 드네요. 알았습니다.”
뭐 저래야 하정석답다고나 할까.
그럼 이제 지연이에게 생존신고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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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돌아왔어.”
음, 역시 지연이의 집은 그리운 내 집이라는 느낌이다.
지연이가 내게 달려와 조심스럽게 껴안았다.
아, 바로 이거지. 이거야. 이러니 내가 하렘을 포기할 수 있나.
송도에는 인터넷으로 돈을 벌고 뱀탕 마스터인 엘프 마누라에 나를 즐겁게 해주는 히로인들. 그리고 서울에는 지연이까지!
“정말 수고 많았어. 응?”
“왜?”
지연이가 내 몸 여기저기에 얼굴을 들이밀더니 킁킁거린다.
한참 킁킁거리다가는 내 아래쪽 냄새를 맡는다.
그래, 뷰지 냄새를 맡고 있다 그런 말이다.
설마하니 이렇게 적극적이었을 줄이야! 지금 당장 하고 싶다는 뜻인가?
어, 킁킁거릴 때 느껴지는 콧김에 하복부가 뜨거워졌다.
그런데 지연이는 내가 느낄 틈도 없이 내 뷰지를 손으로 꽉 잡았다.
“잠깐 뭐 하는 거야?”
조심스럽게 만지는 것도 아니고 거칠게 잡아 뜯듯이 만지는 것이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너 이거 누구 냄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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