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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220화 (220/331)

〈 220화 〉 205. 멸망한 세계(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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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멸망한 세계의 보스를 잡는 것이 우선이다.

“일단 이 세계는 지구보다는 작지만, 굳이 일일이 여행을 다닐 이유는 없겠죠. 중심에서 마기를 퍼뜨리는 놈만 잡아도 마기는 사라질 거에요.”

이만큼 세계를 오염시킨 것을 보면, 그놈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궁금하다.

“저 망자들도 안식을 찾겠네요.”

“뭐 그렇겠죠.”

참 안타깝지만 죽은 사람은 죽어야지 저렇게 좀비가 되어야겠어?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죽을 사람은 죽어야지.

“그런데 마도 기어는 괜찮을까요?”

“그냥 내던져두면 터지겠지만 저나 당신이 가지고 있는 이상, 상관없죠.”

품에 안고 있는데 기어가 어떻게 고장이 날까.

어차피 엘리제나 로즈마리도 견디는 곳이다.

물론 질 떨어지는 놈들은 진즉 죽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마기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다.

“그러면 여기 동영상 촬영해도 될까요? 협회 측에 보고해야 해서요.”

“음, 그럼 저도 간만에 백화 TV를 켜도록 하죠.”

요즘에 나는 자주 안 나왔으니 인기 절정이겠지?

나는 드론을 꺼내 라이브방송을 시작했다.

역시 천산의 마도 기술은 세계 제일이다.

다른 세계와도 이렇게 통신으로 연결되어있다니!

­오 ㅅㅂ백화네

­텐련…. 자주 좀 와라.

­ㄹㅇ요즘 최시아만 나왔자너.

­네이년에서 미국 갔다고 검색어 뜨더니 가서 뭐함?

­남자 친구랑 노는 건가?

­ㅁㅊ이 텐년 가위충인 거 모르냐? 남자 친구 ㅇㅈㄹ

남친이라는 역겨운 댓글이 보였던 것 같다.

“하이 방가방가 여러분의 아이돌 백화에요!”

나는 눈을 깜찍하게 찡긋했다.

­어딘데 어두침침함?

아 화면에는 여전히 어둠만 보일까.

일단 마기를 걷어낸 우리 주변만 밝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제가 바로 오늘은 귀신의 집에 왔습니다!”

물론 이것을 만들기 위해 집의 터를 다져놓은 것은 나지만!

­귀신의 집이 뭐하는 곳임?

­놀이공원에서 귀신 나오는 집 있잖아. 씹 아싸새끼야.

­시발. 안 가서 모른다고!

“무려. 죽은 자들의 세계입니다! 보세요! 저 귀신들을!”

나는 저 멀리 어둠 속에서 꾸물거리는 것들을 가리켰다.

그렇다. 저것들은 마기에 오염된 원한들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판타지에서 자주 나오는 이상한 귀신 같은 몬스터 있지 않은가.

­미친 진짜임?

­그래서 어떻게 했음? CG지?

­엘프도 있는 세상에 CG라니 ㅋㅋㅋ

그러게 말이야.

이, 세상에 CG 같은 게 어디 있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

“바로 제가 누구입니까? 모두의 아이돌 백화 아니겠습니까?”

나는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었다.

“구오오오오오오!”

“존나 카와이하게 때려볼게요?”

나는 귀신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투 쾅!

귀신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형체감도 없는 마기 덩어리라서 때리는 척하면서 마기를 터트렸을 뿐이지만. 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주위에 있는 덩어리진 망령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ㅁㅊ귀신을 손으로 때려잡노

­진짜 물리 성녀 아니냐.

­그냥 마력으로 둘러쳤겠지 물리성녘ㅋㅋㅋㅋㅋ

“자, 그럼 지금부터 탐험해 보겠습니다!”

일단 탐험을 계속해 보기로 했다.

주변에는 가끔씩 마기로 만들어진 것들이 나타났다.

그것들을 처리하고 앞으로 나아가면 점차 해골들이 보였다.

움직이는 해골들 말이다.

끼익 끼기익

가끔 뼈마디가 꺾이는 소리는 그야말로 망자가 움직이는 소리 그 자체라 징그럽다.

그저 원한에 사무쳐 이제는 뼈만 남은 육신을 들고 배회하는 놈들.

불쌍한데. 너희들 덕에 백화 TV 대박 터트리겠다.

돈이야 이미 넘쳐난다지만, 아이돌 백화의 이미지를 유지하려면 방송 컨텐츠도 중요하다.

­그런데 귀신의 집일 리는 없고 다른 세계임? 이계나.

“오, 눈치 빠르시네요. 정석볶음밥님. 이곳은 미국 헌터 협회의 의뢰를 받아 토벌하기 위해 들어온 게이트입니다!”

이계와 연결된 게이트는 많다.

이렇게 보면 내가 아까 에이미에게 말한 것이 모순되는 것 같지만, 게이트에 연결된 이계는 항상 세계의 일부였다.

즉 내가 아카식 레코드를 먹었던 던전 수준이 연결되었다거나 그 정도일 뿐. 놀랍게도 세계 자체는 아니었다.

­그런 거치고는 분위기가 묘한데?

음, 역시 내 시청자들은 달라도 뭔가 달라. 눈치가 빠르거든.

“그야, 일반 게이트가 아니라 세계가 연결되어있거든요.”

내 말에 채팅창에서는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그냥 이계의 일부만 연결되었으니 거짓말하지 말라거나.

일부라고 하기에는 크다던가. 그런 말이 오갔다.

굳이 신경 쓸 필요 없이 나는 이 멸망한 세계를 거닐었다.

“와, 여기는 해골이 엄청 많은데요.”

­근데 거기 어느 세계길래 해골만 있음?

음, 아직 말하지 않았지.

“언데드야 기본적으로 있는 곳이죠. 남은 거야 죄다 시체뿐일 테니 언데드 비율이 상당히 높을 거예요.”

당장 지구도 수십억이 죽어 나가 언데드형 괴수들이 천지였던 적이 있었다.

그게 바로 전작 중심이었지.

대격변 이후에 한동안은 언데드형 몬스터들이 늘어났는데 그런 이유였다.

유진석은 수많은 해골을 부쉈다.

그리고 여동생인 내가 그 의지를 이을 때다!

“그륵. 끼륵. 그르륵.”

“그르르르르륵!”

음, 그런데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많아도 너무 많잖아.”

역시 박살 난 세계답다고나 할까.

진짜 떼거지가 몰려온다. 거의 바다와 같은 숫자의 해골들이 다양한 무기를 들고 있다.

기존의 해골들과 달리 너무 사이버펑크스러운데?

“어, 은. 아니, 백화야. 저거 봐봐. 쟤들 이상한 총들고 있어.”

“심지어 저건 뭐 외골격까지 했는데.”

“와 실화냐.”

저거 해골바가지들 그냥 해골들이 아니었다.

심지어 몇몇 해골들은 생전에 뼈를 깎는 뭐 수술이라도 했는지 뼈마디마다 쇳덩어리들이 보였다.

그래. 이제 알겠다.

고대인들의 문명은 세계제이이일!! 이었으며, 당연히 해골바가지가 된 지금도 일반 해골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왜 그러냐고?

­와 시발. 뭔 세계냐 저긴

­우리도 있지 않았냐? 기관총 든 국군 해골 있었자너

­광선총이랑 기관총이 같노 ㅅㅂㅋㅋ

뿅! 뿅! 뿅!

그렇다. 저 미친 해골바가지들은 광선총을 쏴대기 시작했다.

와우, 아메리카라 그런지 어메이징한 세계랑 연결되었는데?

다행히 해골바가지들이 총을 쏘는 것은 쿨타임이 있었다.

그 틈에 폐허 더미를 모아 바리케이드를 세웠다.

맞아도 죽을 일은 없지만, 수가 많으니 순간 당황했다.

“너무 많은데요?”

아주 떼거지로, 해일처럼 몰려온다.

그래봤자 해골 더미라는 점에서 웅장이다 못해 그냥 공포의 집 같지만. 저런 놈들을 무너뜨리는 거야 어렵지도 않다.

“걱정하지 마세요. 손가락 한 번이면 되니까.”

나는 손가락을 들었다.

모두의 아이돌 백화쟝이 사용하는 갓핑거 하나면 저 해골들도 와르르르~!

“손가락이요? 아, 그 동영상에서 봤던 그.”

“음, 한 번해볼까?”

간단한 문제다. 손가락을 튕기면 알아서 죽을 것이다.

딱!

이렇게 손가락을 튕기면. 응?

“어, 안 죽는데요?”

“은하야. 쟤들한테 소용없는 모양인데?”

진짜다. 응? 저것들 왜 안 죽어?

놈들은 광선총을 쏘아대며 열심히 내달려온다.

마치 자기들이 죽은 것에 대한 분풀이라도 하려는 듯.

망자의 분노를 터트리려는 듯이 달리고 또 달려 우리에게 덤벼들었다.

“그루르르르르르르르륵!”

“아니, 이런 미친.”

그렇다면 백염으로. 아니지 시발. 백염 쓰면 내가 은하인 거 들키고 만다.

그럼 어떻게 하지? 용용이 최대 위기?

그냥 방송 끄고 백염 쓴 다음 적당히 에이미를 속여넘겨? 그게 답이겠지?

아니다. 나에게는 든든한 모녀 암캐가 있다.

“자, 가라. 내 암컷들이여. 저 몰려오는 해골들을 힘차게 부수어라!”

“아니, 그건 좀 이상하지 않아?”

“아무튼 태클 걸지 말고 빨리. 조져!”

내 말과 동시에 로즈마리와 엘리제 모녀가 해골 군대와 싸우기 시작했다.

로즈마리의 인형군단이 일제히 해골들을 막아섰다.

해골 군단의 위로는 번개가 된 엘리제가 그대로 쓸어버렸다.

“이거 얼마나 될까요? 설마 세계라고 했으니 전부?”

아니, 그런 무서운 소리를 잘도 하네.

그건 좀 아니지.

“설마 여기에만 몰려든 건 아닐 거예요.”

설마하니 우리만 잡으려고 기다리고 있을까.

아마 여긴 일부일 것이다. 이 세계의 망자 전부가 나를 잡으러 오지는 않겠지.

음. 그래도 혹시 모른다.

최악 방송을 끄고 백염을 쓰거나 해야겠다.

“그루루루룩!”

“꺄르르르륵!”

해골들이 쏘아대는 광선총은 내 암컷들의 인형과 번개 공격에 무의미했다.

다만 오히려 그 번쩍거리는 이펙트 탓인지 해골군단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그로 끌리는 듯, 놈들은 모녀의 공격에 계속 이끌렸다.

너무 번쩍번쩍해서 그런가?

이거 조금 위험한 거 같은데. 잠깐 뒤로 빠질까?

­시발. 존나 징그럽게 많네.

­이거 지원요청 해야 하는 거 아님?

­아직 여유로운데 뭘. 지형빨 오지네.

이 웨이브는 언제쯤 끝날까.

뭐 지형 이점 살려서 열심히 막고는 있는데, 엘리제와 로즈마리도 마력이 넘쳐나는 것은 아니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지원을 요청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방법은 음, 없다. 오는 대로 다 부숴야지.

세계 전체가 정말 진득한 마기 덩어리라 중심이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닥돌하기에는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른다.

“아카식 레코드. 지금 여기 상황은 어때? 보스가 있을 만한 지역은?”

[원래 고대인들은 발전된 문명으로 인구가 매우 많았습니다. 지금 마스터가 계신 곳은 특히나 인구 밀집지역입니다. 따라서 움직이는 해골도 꽤 남아있습니다. 보스가 있을만한 지역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 그냥 도시급이라는 걸까. 보스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그럼 전부는 아니라는 거지?”

[네. 그냥 도시 규모일 뿐입니다. 현재 남은 해골의 수는 12만 정도입니다]

좋아, 나쁘지 않지.

“일단 오는 대로 다 박살을 내죠. 다들 마기로 충전하고.”

“네.”

저 해골들은 약해 빠졌다.

그냥 장비는 잘 꾸렸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냥 뼛더미다.

그냥 몇 대 후려치면 무너지는 그런 쓸데없는 놈들이다.

실제로 지금의 나는 주먹질로 해골들을 박살을 내고 있다.

“뒤져!”

콰지지직!

용용이 비늘로 만든 갓철퇴를 휘둘러 해골들을 박살낸다.

숫자가 숫자인 만큼 최대한 빨리 잡아야 한다. 몰려들면 귀찮아지니까.

일단 지형의 이점을 살려야 할 것만 같다.

자리를 높은 지역으로 옮기니 해골들이 아래에서 쏘아대는 광선총이 닿지 않았다.

뿅! 뿅뿅!

그런데도 뭐에 낚이는 것처럼 광선총을 쏴대는 모습이 앞에서 돌격해오는 놈들을 서포트하는 것 같다.

“뭔 저런 미친놈들을 봤나.”

지능을 기대해서는 안 되겠지만, 저걸 보니 소름이 끼치기는 하다.

아, 정말 백염탄 마려운데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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