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226화 (226/331)

〈 226화 〉 211. 너는 누구냐

* * *

#

내가 유은하라도 상관없다는 에이미의 충성심에 나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후후. 사랑스러워라.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그런 제가 백화 님에 대해 안 좋은 일을 할 리가 없습니다.”

아이구 착하다.

이건 착한 NTL입니다.

나중에 질이 어떻게 반응할지 정말로 궁금하다.

영상은 보냈으나, 정말 네토라세 취향이면 그 여자는 가만히 있겠지.

“뭐 말하면 다시는 너를 보지 않을 생각이지만 말이야.”

“절대 말하지 않아요.”

내 말에 그녀는 그것은 절대 싫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거면 되는 거야.”

나는 에이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문제는 이제 이 세상을 마기로 물들인 자를 없애고 이 세계를 탈출하는 건데 가능할까요?”

음, 그래. 그게 목적이지.

뭐 그건 문제 될 것이 없다. 이미 준비한 방법이 있으니까.

슬쩍 주변을 보니 아직도 온통 마기 투성이다.

조금만 내려가도 평범한 사람은 마기에 중독되어 죽고 말 것이다.

“너의 신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어.”

“네?”

“자 보아라.”

꼬리를 꺼내 땅에 박았다.

이 세계의 마기는 땅을 깊게 오염시키고 있다.

그리고 있는 힘껏 주변의 마기를 끌어모은다.

콰르르르륵

“꼬리로 마기를 전부 끌어모으고 있어?”

꼬리를 통해 이 세계의 마기를 삼킵니다.

얌얌!

“신에게 있어서 마기는 에너지나 다름이 없지.”

“그러다 몸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용용이에게 이상 따위는 없다.

오히려 이 마기는 오래전부터 내가 간직해온 것들. 그것을 돌려받는 것뿐이다.

이 세계는 마기가 있는 다른 세계와 연결된 것도 아닌데 내 마기가 이상하리만큼 불어있다.

이제 이 마기를 전부 거두어들이고 나면 내 마기를 퍼뜨린 존재가 있을 것이다.

내 마기를 이렇게 잔뜩 불린 존재는 아마 내 마기에서 태어났겠지.

그것을 잡으면 될 거다.

“어? 유은하 너.”

“왜 그래?”

“뭔가 더 예뻐진 것 같은.”

로즈마리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히죽 웃는 것이 아무래도 서열정리를 다시 해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뭐라고 그랬나? 더 예뻐진 것 같은?

“전에 나는 예쁘지 않았다는 소리야?”

이거 실망인데?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분위기에서 좀 큰 차이가 느껴지는 느낌.”

확실히 분위기가 좀. 나 스스로 느껴지는 것도 있다.

“호오라.”

“실제로 가슴도 좀 커진 것 같은데.”

확실히 불륨감이 좀 더 있는 것 같고.

“어, 그러고 보니.”

“여성형 괴인은 마기를 먹을수록 예뻐지는 거 아닐까?”

용피셜이니까 그럴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어, 백화 님 저기 이상한 게 날아다닙니다!”

에이미가 불안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왜 그래?”

“끼아아아아!”

하늘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백화 님. 거대한 용이에요!”

“응? 어라?”

에이미가 가리킨 방향에는 뭔가 거대한 것이 보였다.

거대한 것이 하늘에 둥실둥실 떠 있다.

저 하늘에서 날고 있는 놈은 나와 눈을 마주쳤다.

나는 저 존재에 대해 알고 있다.

“저건.”

설마하니 저것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저게 누구냐 하면.

“아. 아지다하카. 아지다하카가 어째서 이곳에?”

로즈마리가 대신 대답했으니 굳이 설명은 필요없을 거다.

그래. 저것은 아지다하카다. 악룡 아지다하카.

거의 건물 몇 채는 되는 드래곤이다.

몸도 악룡이라고 하기에는 두꺼운 것도 아니지만, 이게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원래 작은 고추가 더 매운 법이다.

인간으로도 변신이 가능하며 아지다하카의 불꽃은 그것이 무엇이든 불태우는 지옥불을 내뿜는다.

그리고 사람을 타락시키며 가끔은 인간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유혹해서 잡아먹기도 하는.

그래 왕년의 나다.

로즈마리는 부르르 떨고 엘리제 역시 불안해하는 표정이다.

로즈마리는 아마 직접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엘리제 나이라면 이전의 나를 직접 보기도 했겠지.

“엘리제 마망. 무서워?”

“대격변과 함께 온 세상을 피로 물들인 용이 눈앞에 있으니, 무.무서울 수밖에. 아무리 나라도 저런 건.”

괴인이 된 후에 이런 약한 모습은 처음 본다.

전쟁에서도 그렇고 항상 멋지게 괴인들을 이끈 엘리제였다.

그런 그녀가 경악하고 두려워할 정도면 이 전의 내가 어땠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의 나를 보여줘야지.

“아니, 내가 무서워?”

“어?”

엘리제만이 아니다. 로즈마리에게도 말해야지.

“로즈마리는 어때? 내가 무서워?”

“아. 아니.”

그래. 그거면 되었다. 그럼 에이미는 어떨까?

“에이미는?”

“아. 아뇨. 제가 왜 백화 님을.”

에이미의 경우에는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아지다하카는 아는 모양이고.

일단은 겁먹은 로즈마리와 엘리제부터 어떻게 해야지.

“그럼 뭐가 무섭다고 그래? 아지다하카는 나잖아.”

““아.””

로즈마리와 엘리제가 잠시 잊고 있었다는 듯 놀란 반응을 보였다.

그녀들도 내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어. 그럼.”

그러니까 저건 짭이라는 뜻이지.

감히 짝퉁 주제에 내 히로인들을 위협해?

“저게 짭이지. 아마 이곳에 있는 마기가 하나로 합쳐져서 이전의 나라고 할 수 있는 아지다하카 모양으로 된 것이 뻔해.”

“하지만 어째서 저런 것이? 지구도 아닌 이곳에 있는 건데?”

아무래도 이것까지 말은 해주는 게 나으려나.

“사실 여기 멸망시킨 게 전의 나였거든.”

“아.”

새로운 사실에 거듭 놀라는 암캐들!

그래. 바로 그거야. 용용이는 언제든 히로인들을 놀라게 할 줄 아는 희대의 로멘티스트지.

“오해는 하지 마. 여기는 지구와 달리 멸망할 수밖에 없었어. 이 세계의 고대인들은 신에 범접하려 했거든.”

“신에 점접?”

“내가 자주 쓰는 아카식 레코드 있지? 그거 여기서 만든 거야. 세상의 모든 지식이 담겨 있는 것.”

내 말에 히로인과 에이미가 궁금한 표정을 지었다.

“순수하게 궁금한데 그게 이 세계가 멸망할 이유가 되는 거야? 그냥 지식을 한데 모아둔 것이잖아?”

그래. 언뜻 보면 그렇겠지.

인류의 모든 지식을 담았다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같은 곳이라던가. 그런 것처럼 고대인들의 지식을 모은 것이 아니라 고대인의 지식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미래 과거 무엇이든 알고 있는 물건이라는 게 문제다.

“자기들이 지식을 모아 만든 AI 달린 백과사전도 아니고 고대인들은 미지의 존재에, 근원에 접근할 수 있는 힘을 스스로 만들어 냈어. 그게 아카식 레코드야.”

아카식 레코드가 그렇게 말했었다.

“즉, 자기들이 모르는 지식도 알아낼 수 있는.”

“그런 걸 어떻게 만들어?”

로즈마리의 물음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나도 모른다.

그러니까 위험하다는 거지. 고대인들의 기술력은 무서울 뿐이다.

“그래서 위험했다는 거지. 물론 고대인들이 그것을 악용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식욕에 사로잡힌 놈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정말 어떤 원리인지 모르겠다.

예전부터 머리가 잘 돌아가는 놈들은 꼭 미치기 마련이었다.

아마 미친놈들이 만든 미친 유물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차지했기에 망정이지. 고대인들은 아마 더 위험한 것을 만들지도 모른다.

“인간인 이상 그것으로 뭔가 저지르려는 악인도 있을지도 모르고.”

“그렇지. 고대인들이 선하다고만 볼 수 없으니까.”

음, 막상 그렇게 생각해보니까.

예방전쟁이다. 예방 전쟁.

“그럼 즉, 따지고 보면 이 세계에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은.”

“음. 내 탓이라고 할 수 있지.”

“엑.”

“왜 그렇게 쳐다 봐? 어차피 쟤 나타나기 전에 다 쓸어버린 세계라 죽은 애들 괴수가 된 것은 온전히 마기 탓이지 내 탓 아니야.”

“아. 응 그. 그렇지.”

그래. 그래. 아무튼 내 탓이 아님. 응.

“그럼 저건 어떻게 하죠? 백화 님의 일부분이라는 건가요?”

“오. 내가 아지다하카라는 사실을 알고도 태연하다니.”

역시 적응력인가? 아무리 그래도 아지다하카인데 이렇게 태연할 수 있을까?

“저는 백화 님에게 무엇이든 바치기로 했으니까요.”

이런 광신도적인 성격 좋아요.

“그래. 그 자세면 좋았어. 뭐 일부는 맞아. 아마 합쳐지면. 나 제법 더 강해질지도 모르지.”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고.

예를 들면 말이다. 저건 내가 악한 시절의 마기라는 말이지.

저것을 내가 전부 흡수하면 변할지도 모른다.

굳이 흡수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다만, 저 강대한 마기를 그대로 방치하거나 터트린다면 지구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그냥 없애면 안 돼?”

음, 그건 안되지. 위험해.

“그게 힘들어. 잘 못 없애면 그대로 지구에 영향을 줄지도 몰라.”

어쩌면 2차 대격변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심지어 지금도 나는 마기를 계속 흡수하는 중이다.

흡수할 때마다 몸의 상태가 변하는 것이 느껴진다.

용용이는 탈인간 중? 이라는 느낌.

이미 인간은 아니지만 느낌이 그래.

“끼아아아악!”

“일단 마기부터 전부 흡수하자.”

저걸 처리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아니, 잠깐. 아니면 이 마기를 저놈이 풀어내는 거라 나를 막으려고 온 건가?

그렇게 하면 말이 되는군.

“잠깐, 이쪽으로 오는데요 저거?”

추측이 맞는 것 같다.

“에이미는 숨고. 내가 상대할게.”

이 마기도 저것의 일부니까. 아예 다 삼키려면 저 가짜를 처리해야 한다.

나는 꼬리를 펼치고 높이 날아올랐다.

가까이서 보니 정말 그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마기라서 그런지 검은색 덩어리라지만, 역시 드래곤 상태인 내 모습도 참으로 매력적으로 생긴 몸이다.

역시 왕년의 나다.

그래도 마기 덩어리인 이상 가짜지.

“끼에에에엑!”

“나는 드래곤 상태에서도 말은 했다!”

나는 가짜의 뺨따귀를 후려쳤다.

퍼억! 콰과과광!

가짜는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더니 땅바닥에 처박혀 마기를 뿌렸다.

“끼야아아아아악!”

흡수하려 했더니 이건 뭐 너무 크기가 큰데.

이대로 정화시키자니 아까 말했듯 위험할 것 같고.

이 정도로는 안 되나? 조금 더 두들겨 패면서 약해질 때 천천히 삼키는 것이 낫겠지?

“조금 더 패줄게?”

언젠가 폭식을 깔 때처럼. 백염을 압축하여 광선을 날렸다.

콰과광!

일어나다가 백염광선을 맞은 놈은 그대로 다시 땅바닥에 처박혔다.

“끼아아아아악!”

어휴. 천박한 비명 봐라.

하다못해 나는 저런 비명은 지르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고.”

멍청이구나. 나를 흉내내지 못할 바에는 조금 더 멋진 비명을 질러라.

신음이라던가 말이다.

암컷의 울음소리 있잖아? 물론 나는 수간충이 아니라 가짜가 그래도 꼴리지 않을 텐데.

“끼야아아악!”

“아우. 진짜 귀청떨어지겠네.”

역시 맷집이 단단한가.

그 해골바가지보다도 단단하다.

하긴 그 해골바가지도 이놈이 만들어내니까 당연한 거기는 한데.

“끄하아아아아악!”

“왜 점점 목소리가 인간처럼 변하는 걸까?”

그래. 마치 2페이즈가 있는 것 같이.

* *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