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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227화 (227/331)

〈 227화 〉 212. 너는 누구냐(2)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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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이는 무척 당황스럽습니다.

“뭐야 저 웃기게 생긴 건.”

드래곤이던 모습이 갑자기 밀가루 반죽하는 모양처럼 변해갔다.

그러니까. 찰흙드래곤 느낌이 얻어맞아서 밀가루 반죽처럼 만들어지는 느낌?

처음에는 나에게 두들겨 맞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자기 스스로 변하고 있다.

나는 저렇게 아름드럽게 생기지 않았다고!

“야! 모방하려면 똑바로 해! 내 모습을 그따위로 만드는 것은 용서 못 한다!”

파악!

못 참아서 한 대 때렸다.

그런데 이놈이 지금 나를 노려보는 것이 아닌가?

“아니, 그래도 이년이? 안 되겠어. 두 대!”

퍽!

안 되겠어. 두 대로는 안 되겠다. 열심히 두들겨 패야지.

원래 미친년은 두들겨 패는 것이 답이다.

설령 내 가짜라고 해도 말이지.

“끼에에에엑!”

그렇게 한참을 더 두들겨 팼는데. 이상하게 점점 외형이 나와 비슷하게 변했다.

이건 조금 기분 나쁜데.

아니지. 저건 점점 예전의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예전의 나. 아지다하카의 인간 모습.

지금의 나와는 달리 서양계에 가까운 외모.

즉, 서양판 용용이다.

아무래도 저건 내 과거의 편린 같은 것이 아닐까.

“흐음. 그 모습이 되면 뭐 어쩌려고?”

나를 도발하려는 거면 훌륭하다.

심지어 광기 어린 미소를 짓는 것이 예전의 내 모습 그대로다.

“그런다면 내가 뭐 봐줄 줄 알았어?”

그대로 머리채를 잡고 밑으로 내려찍었다.

쾅!

한 번으로 끝내지 않는다.

뚝배기를 깨버릴 각오로 몇 번 더 내려찍었다.

그러게 내 모습을 따라 하면 안 되는 거였지. 안 그래?

나는 다른 건 못 참아도 나를 따라하는 것은 용서할 수가 없어요.

고작해야 마기 덩어리 주제에 말이다.

“께흐윽!”

“뭐가 께흐윽이야?”

나를 따라 한 것도 모자라 암캐의 울음을 내다니!

설마 내란다고 진짜 낼 줄은 몰랐지.

내 얼굴로 그런 울음을 내면 꽤 꼴리지만, 그렇다고 용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끄흐윽. 께흐윽.”

나한테 한참을 맞던 이 불안전한 년은 어째 미친 듯이 웃고 있다.

“어라? 이거 안 놔?”

“지금까지 나 여기서 내버려 두고 혼자 살았어?”

“그게 무슨 개소리를.”

한 번 더 내던져서 쓰러트렸는데, 어느새 벌떡 일어나 이번에는 나에게 덤벼들었다.

내 팔을 그대로 부러질 만큼 세게 잡아 내던졌다.

쾅!

이거 조금 위험한 거 아니야?

생각보다 강하다.

역시 용용이라 그런가. 용용이라서 강한 건가?

“나 혼자 여기서 얼마나 오랜 세월 있었는지 알아?”

조금 전에 내가 잘 못 들은 게 아니었나?

정말로 마기가 사람의 자아를 가지고 있어?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잠깐만. 너 의식이 있어?”

“자, 하나가 될 시간이야.”

아니다. 인격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마기가 본능적으로 제 주인을 찾아가려 하는 것이다.

지금 이렇게 오면 엄청 위험한데.

안 그래도 마기를 흡수하고 있는 와중에 이전의 내가 남긴 마기 덩어리가 들어온다면?

그것도 그냥 마기 덩어리가 아니다.

내 마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스스로 마기 회로가 되어버린 이 마기 덩어리가 들어오는 것이라 어떤 게 될지 알 수 없다.

어느새 검은색의 끈적한 물이 내 몸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이건 좀 아니다.

“아니, 시발. 자·잠깐. 미친 나 이런 장르 싫어하는데.”

본능적으로 뭔가 위협을 느꼈다.

어쩔 수 없이 밀쳐내려 했는데, 오히려 찰거머리처럼 더 붙들렸다.

“하나가 되자.”

하나가 되자니. 그거 좀 음란한 말이다.

미안한데. 나는 하나가 될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대로 할 생각은 없다.

저거 삼키면 뭔가 내가 아니게 될 것 같다.

“필요 없어!”

투콰앙!

한 번 더 쳐냈으나 안타깝게도 이놈은 꽤 강했다.

“그렇다면 죽을 때까지 죽여주마.”

이제는 이판사판이다.

가만두면 이거 틀림없이 위험한 놈이 될 테니까.

이후에는 격투전이 되었다.

나는 내 이전의 모습을 한 놈을 힘껏 두들겨 팼고, 이전의 나도 점차 몸이 익숙해졌는지 점점 내게 맞서기 시작했다.

“하나가 되자니까?”

“보빔이라면 반기겠는데 이건 좀 아니.거든? 켁.”

수녀 모습은 확실히 꼴린다.

지금의 내 모습은 수녀라기보다는 코스프레에 가깝지만, 이전의 아지다하카는 정말 수녀처럼 보이니까.

그 진짜 수녀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다녔다니 이 얼마나 꼴리는 일인가.

“아, 이런 거에 빠지면 안 되는데.”

자꾸 예전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게다가. 이곳의 기억은 나는 가물가물하다.

정확하지 않다는 것. 그런데 이전의 나와 싸우고 있자니 뭔가 이상한 기억들이 흘러들어오는 것 같다.

분명 과거의 내가 즐기던 것들이 떠오른다.

­꺄아아아악!

­사람 살려!

­제발 살려주세요!

이전의 나는 무척 잔인했다.

사람들을 죽이는 것만이 아니라 먹어 치웠지.

자식 앞에서 부모를 먹거나, 부모 앞에서 어린 자식을 먹거나.

나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거는 조금 이상하다. 좋지 못해. 이러다가는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다.

“하아. 하아. 이거 곤란한데.”

“끼긱. 끼이익.”

“젠장. 그. 그만 좀 해.”

저건 분명히 말해서 내가 아니다.

지금의 나와는 전혀 다르다.

그때와 지금의 나는 전혀 달라.

애초에 같은 존재인지 의심이 갈 정도다.

작가 유은하도 그랬다. 같지만 다른 존재라고.

그냥 기억만 있을 뿐인 존재라고.

그런데도 저 이상한 마기 덩어리는 나를 계속 그렇게 만들려고 한다.

그건 안 된다.

저거 그대로 받아들였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큭큭큭. 다른 존재?”

“그래.”

나는 저것을 나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할 수 없다.

내가 다시 이 세계로 온 이상, 서로 다른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야. 너는 반쪽이니까.”

쟤는 왜 말에 논리가 없는 것 같지?

“아까부터 반쪽이라느니 마치 나를 미완성품처럼 말하고 있는데 좀 역겹다?”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

나는 미완성품이 아니다.

“그러니까 안 된다고!”

마기 덩어리의 명치를 힘껏 후려쳤다.

내 가짜는 한번 붕 떠오르더니 뒤로 날아가 곤두박질쳤다.

“켁!”

어쨌든 이거 점점 서로 지치기 시작했다.

빨리 끝내야 한다.

그런데 이년은 무슨 생각인지 히죽 웃고 있다.

뭐야, 지금 내 말이 우습다는 건가?

“나를 이렇게 죽이려고 해도 되겠어?”

“뭐?”

“여기서 내가 죽으면 마기가 어떻게 될 거 같아?”

“그야.”

그래. 터지겠지.

그래도 설마하니 지구가 위험해질 정도일까.

일단은 이 년부터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네가 다 흡수할 수 있을 것 같아? 반쪽짜리가?”

“뭐라고?”

내가 반쪽짜리라고?

“이 세계를 침식시킨 마기가 전부 내 몸에서 흘러나왔는데? 그런 나를 네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

아. 내가 낚이고 있는 건가.

얘 뭐야. 이상해. 정말 단순히 내 마기가 맞는 거야?

“너 뭐야 분명히 말해서 내가 아닌데.”

나를 모방한다 해도 이건 아니잖아.

이건 마치 정말로 하나의 존재나 다름이 없다.

“나는 네가 남긴 일부.”

“일부라니. 일부가 왜 그리 큰 건데.”

일부가 이 정도라니. 이거 혹시 얘 말고 더 있는 거 아니야?

“당연하지. 네가 이 세상을 파괴하기 위해 나를 뿌려놨거든.”

“어?”

“상식적으로 단순한 마기가 같은 마기를 쏟아낼 리 없잖아?”

아, 순간 멍청했었다.

확실히 이건 좀 뭔가 문제가 많아 보인다.

일반적으로 마기가 침식할 수는 있어도. 만들어내는 일은 없다.

심지어 본체가 사라졌는데, 계속 만들어지다니.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래. 네 마기를 생성할 정도의 나를 이곳에 떨어트렸지. 일종의 파편 같은 것. 아지다하카의 존재는 세상을 파멸로 이끄는 것이니까.”

정말로 일부를 남겼던 거다.

마기 그 자체가 아니라 내 몸의 일부를.

“다시는 재건하지 못하도록 이 세계 전체를 침식지대로 만들기 위한 거라고?”

악룡 자체가 그런 의미로 있는 것이다.

세상에 온갖 재앙을 몰고 온다.

게다가 당시에는 작가 유은하에게 반발하여 다른 세계까지 이동한 것. 당연히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데 그대로 있을 리 없지.

“그럴 수 있지.”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해가 안가잖아. 네가 어떻게 나만큼 강한 건데?”

“말했잖아. 넌 반쪽짜리라고.”

“반쪽?”

“그렇지. 반쪽.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야 진정한 내 모습이 되는 거야.”

하나가 되자니.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나는 그런 중2병 설정 좋아하지 않아요.

“너는 마치 네가 다른 존재가 된 것 같지?”

머리가 아프다.

“우리와 별개라고 생각했겠지?”

저 말을 들으면 안 되는데.

저건 그냥 단순히 나를 세뇌하기 위해 저러는 건데.

“아니, 나는.”

“결국 너도 나야. 유은하. 아닌 척하지 마.”

잊었던 것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그 잔혹하고 사악하던 시절의 나를 떠올린다.

“이제 하나가 되어야지. 안 그래?”

아니, 그건 아닌데.

“너는 그냥 내가 흡수해야 하는 거지. 내가 아니잖아.”

이상한 기분이 든다.

몇 번을 생각해도 나는 저것과 다른 존재라고 여겨진다.

왜 자꾸 나를 시험에 들려 하는 것인가.

예부터 사이비 종교는 두들겨 잡으라는 말이 있다.

그럴 때 답은 하나다.

“용용 펀치!”

퍼억!

말이 안 통하는 놈 앞에서는 무조건적인 폭력이 답이다.

다시 한번 샌드백 역할을 톡톡히 한 내 일부는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그 상태에서 나는 멸망의 백염탄을 계속 던졌다.

콰콰콰콰쾅!

“일단 개소리하고 있으니 죽지 않을 정도로만 처맞자. 응?”

“끼아아아아악!”

저렇게 악마같은 비명을 내는 것이 나일 리가 없다.

저것은 내가 아닌 괴물일 뿐이다.

계속 맞다가 너덜너덜해진 놈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몸 진짜 단단하다야.”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아?”

달라지진 않지.

그냥 네가 두들겨 맞는 것이 달라질 뿐.

“개소리하면 진짜 죽여버린다?”

“가엾고 딱하기는. 그렇다고 해도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어.”

어디서 계속 선동하려고.

나는 예부터 이런 놈들이 싫었다.

선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놈들.

미안하지만, 나는 선동에 그리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너 말이야 뭔가 착각하는데. 여기서 너와 내가 분리되었으면 그것만으로도 서로 다른 존재라는 거라고.”

서로 독립적으로 따로 노는 순간부터 달라진 거라 이 말씀이야.

그런 주제에 어디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그런데 이년은 내 말을 들은 체도 하기 싫은 건지. 아니면 인정할 수 없는 건지 나를 비웃듯이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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