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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228화 (228/331)

〈 228화 〉 213. 너는 누구냐(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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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부라 주장하는 저 쓰레기는 기분 나쁘게 웃고있다.

“큭큭큭. 다른 존재?”

“그래.”

나는 저것을 나와 같은 존재라고 생각할 수 없다.

내가 다시 이 세계로 온 이상, 서로 다른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야. 너는 반쪽이니까.”

쟤는 왜 말에 논리가 없는 것 같지?

“아까부터 반쪽이라느니 마치 나를 미완성품처럼 말하고 있는데 좀 역겹다?”

슬슬 짜증나기 시작했다.

나는 미완성품이 아니다.

“어떤 의미로는 완벽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존재.”

“자꾸 개소리할래?”

진짜 이상한 말로 사람 화만 돋우는 존재다.

설마 예전의 나는 저걸로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렸다고?

“하나가 되면 안다니까?”

“이전의 내가 중2병 같은 년이란 건 확실히 알게 되었어.”

그렇지. 그런 거였다.

이전의 나는 세계급 중2병. 그렇게 판단하면 된다.

“왜 자꾸 나를 거부해?”

“당연하겠지. 원래 사람은 자기 흑과거를 잊고 싶은 법.”

어떤 바보가 자신의 과거를 다시 끄집어내려 할까?

나는 아니다. 나는 그런 바보가 아니야.

“사람도 아닌 주제에.”

그렇게 팩트를 찌르면 화가 더 나요.

그래서 엎어치기로 머리부터 땅에 박았다.

콰앙!

“넌 좀 처맞아야겠다.”

퍽! 퍼억!

안면을 흠씬 두들겨 패줬다.

고작해야 파편 주제에 나에게 미완성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이건 용서해줘서는 안 되겠다.

뷰빔해버려? 해볼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내 일부와 하면 그건 자위가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자위는 별로지.

“그렇게 때리면 네 손만 아프다니까?”

이거 강적이네. 이렇게 두들겨 패도 이런 반응이라니.

“원래 때리는 걸 좋아해서 그래.”

그렇다면 계속 때려야지.

“나는 맞는 걸 좋아하고, 너는 때리는 걸 좋아하고 환상의 콤비라고 생각하지 않아?”

“애초에 다른 세계에서 너 같은 년 만난 것 자체가 어이가 없어요.”

설마하니 저 너머 다른 차원의 존재가 내 파편일 줄 누가 알았을까.

내 말에 그녀는 내 주먹을 막으면서 히죽 웃었다.

“너무하는데 그 반응은.”

음습한 미소가 영 꼴 보기 싫다.

아무래도 이런 건 싹 베어버려야겠다.

내가 칼을 뽑자, 파편은 어느새 뒤로 빠져 낫을 들었다.

“너무하기는 무슨.”

칼을 들고 달려 그대로 그녀의 머리통을 베어버리려고 휘둘렀으나.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 파편이 막은 탓에 실패했다.

그녀는 싸우면서도 징그럽게 웃었다.

“어차피 서로 다른 존재라며?”

“혐오감이 든다는 것이 문제지. 나는 네가 정말 싫어.”

나라고 하면서 저렇게 음습하게 웃는 것도 그렇고 기분이 나쁘다.

“그래? 나는 네가 정말 좋은데. 동족 혐오 아니야? 반쪽이면 반쪽답게 서로 공생하는 것이 어때?”

“기분 나빠. 너도 그냥 일부에 지나지 않잖아. 공생이라니 개소리를 하고 있지 않니?”

카앙!

낫과 검이 서로 부딪쳐 불을 튀겼다.

서로 어느 한쪽도 밀리지 않는다.

고작 파편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파편에 밀려 아무것도 안 된다.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생각보다도 강하니 결판이 나지 않는다.

작가 유은하는 뭐해? 여기서는 내 힘 조금은 까도 되는 거 아니야?

“으음. 그래도 우리 둘이 합쳐지는 게 좋을걸?”

“쓸데없는 소리를.”

칼과 낫이 몇 번 부딪쳤다.

한 번씩 부딪칠 때마다 대기가 요동친다.

이러다가 로즈마리나 엘리제도 휘말릴지도 모르겠는데.

지금은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할 때가 아니지.

“아까도 말했지만 나 터지면 위험하겠지? 그런데 너는 나를 확실히 제압할 힘이 없어. 안 그래?”

맞아. 제압할 힘이 없다.

솔직한 말로 그래. 냉정하게 말하면 그렇다.

나는 지금 그녀를 제압할 힘이 없다.

“그래서?”

“서로 좋고 좋은 거지.”

파편은 은근슬쩍 내 가슴을 주물렀다.

이년이 이제는 내 가슴을 만져대네.

아주 매혹적인 얼굴로, 그녀는 내 몸을 만지고 가까이 들이댄다.

칼이 무섭지도 않나.

“하나가 되자고?”

정말로 이게 순수한 의도라면 그건가?

모 만화에서 나오는 하나로 합쳐져서 더 강해지는 그런 거?

아무리 그래도 이런 거랑 하기는 좀 그런데.

괜히 합쳐졌다가 찝찝해지면 어떻게 해.

“너 혼자 모든 것을 다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걸 말이라고 하나?

“그래서 히로인들이.”

“히로인들? 너는 그녀들에게 맡기기를 두려워하고 있잖아.”

그래. 두려워하고 있지.

나 때문에 운명이 바뀌었다.

일부러 강하게 만들었으나, 죽을지도 모른다.

언제나 변수란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더는 듣기 싫어서 다시 파편을 향해 달려들었다.

까앙! 채앵! 카앙!

칼과 낫이 다시 맞부딪친다.

“그렇다고 해서 뭐 어쩌라고? 설마하니 네가 있으면 내 목표가 더 쉽게 이루어질 거라고 여기는 거야?”

“그럴 수도 있지.”

“멸망한 세상에 혼자 있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인데. 애초에 너 없어도 나 혼자서 죄악은 다 물리칠 수 있어.”

죄악은 지금까지 나한테 처참하게 당했다.

남은 죄악이라고는 끽해야 두 놈이다.

지금껏 나한테 다 당하거나 내 편이고.

이상한 합체로 강해질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 생각은 파편의 다음 말로 사라졌다.

“과연 적이 그 죄악뿐일 거라 생각해?”

어?

“뭐? 너 뭘 알고 있는 거야?”

설마 죄악에 대해서도 안다고?

“아카식 레코드를 누가 만들었을까요?”

설마 아니겠지.

본인이 아카식 레코드를 만들었으면서 그 세계도 파괴한 건가.

아니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말로 과거의 내가 아카식 레코드를 만들었다면 작가 유은하가 말해줬을 것이다.

애초에 나는 기억이 없다.

지구에서의 기억은 있지만 다른 세계에 대한 것은 기억나는 게 적다.

저 파편의 말대로라면 나는 아카식 레코드 말고도

“아무리 아지다하카가 강하다 한들 신이 아니야 아카식 레코드를 만들 수 있을 리 없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아무리 그런 모호한 표정을 해도 나는 낚이지 않아.

“그래.”

“아카식 레코드는 마치 너를 알고 있다는 듯 말하지 않았어?”

“네가 그걸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무슨 뜻인지 알고 있잖아? 결국 본체가 만들었다니까?”

아니다. 애초에 그건 성립될 수 없어

아카식 레코드는 과거와 미래, 현재. 그리고 가능한 모든 변수의 평행세계에 대해 알고 있다.

당연히 나에 대해서도 미리 알고 있다고 볼 수 있어.

저 말에 낚이면 안 된다.

“그럴 리가 없어!”

쇄도해오는 낫을 쳐내면서 파편의 말을 흘려넘겼다.

“어머나. 정말 아닐까?”

“시끄러워.”

일단, 이 존재는 결국 나 자신이다.

함부로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지.

그러니까 완전히 그 형체를 잃기 전까지 두드려 팬 다음에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도해서 삼키면 된다.

“싸우는 게 비슷한데. 언제 끝날 거 같아?”

칼을 왼쪽으로 휘두르면 낫을 움직여 막아낸다.

오른쪽으로 휘두르면 낫을 살짝 돌려 쳐냈다.

칼만이 아니라 주먹과 발로 공격하는 것도 마치 알고 있다는 듯 막아냈다.

“뭐야, 대체.”

“놀랄 거 없어. 나는 너보다 강한 게 아니야. 말했잖아. 이거는 쓸모없는 일이라고. 우리가 싸우는 건 멍청한 짓이야.”

“말할 시간이 있냐?”

퍼억!

말하는 사이 내 주먹은 파편의 뺨을 후려쳤다.

드디어 유효타가 작렬했다.

감히 이 몸과 싸우는데 말을 하면 안 되지.

나는 자비로워서 변신을 끝내거나 대화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무조건 후려치고 보지.

그대로 엎어뜨린 다음 얼굴을 계속 후려쳤다.

퍽! 퍼억!

“아무리 네가 내 파편이라고 해도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죽여야 할 적일 뿐.”

한동안 두들겨 패서 안면을 그대로 박살을 냈다.

물론 이런다고 죽는 일은 없다. 그러나 파편은 마기 덩어리. 마기가 다 분열되면 그녀도 사라질 것이다.

한참을 패는데 이 멍청한 년이 한 손을 들어서 내 주먹을 막았다.

“글쎄 그렇게 안 된다니까?”

막고는 있으나 힘이 전혀 실려있지 않다.

“이미 마기도 줄어드는 주제에.”

마기가 다 떨어지는 순간. 너는 전부 내가 삼킬 거다.

그때가 되어도 그렇게 여유 부릴 수 있을까?

“과연?”

쉽게 쓰러지지 않고 치면 칠수록 끈적한 물이 떨어져 내 몸에 섞여들었다.

대체 이게 뭐한 짓일까 싶은데. 가만히 보니 얘 보통이 아니다.

내가 거부하니 스스로 조금씩 분열해서 나에게 삼켜지려는 것이다.

단순히 하나로 되려는 걸까?

아니면 그 반대일 수도 있고.

그냥 이거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확실한 것은 내가 흡수해야 하는 마기와는 다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녀를 밀쳐냈다.

“이런 치사한 수법을!”

점점 끈덕진 검은색의 액체가 몸을 덧칠해간다.

“서로 이득이라고? 다시 하나가 되고.”

“궤변이지.”

나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지 않나?

안 되겠다. 그렇다면 아예 한 번 시원하게 날리는 수밖에.

미국에 얼마나 큰 피해가 갈지 모를 일이지만. 빨리 끝내야 한다.

여기서 이년이 탈출하면 끝이니까.

파편은 뭉개진 얼굴로 가만히 나를 응시하더니 귀밑까지 입이 찢어졌다.

“안 되겠네. 그렇다면.”

설마,

파편은 날개를 펼치더니 힘껏 날아올랐다.

도망치려는 것이다.

방향은 게이트 입구 쪽이다.

한마디로 저대로 빠져나가서 다시 지구에 대격변을 일으킬 셈일 수도.

아니, 고작 파편이니 규모는 작을까.

그렇다 해도 대륙 하나는 날릴 것이다.

그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미국 하나를 희생하는 것으로 세계를 구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스럽지 않을까.

“어딜 도망가려고? 한 번에 끝내줄게!”

몸에 빛이 깃들었다.

과거에 지구를 파괴했던 용의 모습을. 리틀 용용이가 아닌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으로 몸이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모습은 이몸으로 처음이다.

이전아지다하카 시절과는 달리 마력과 마기로 이루어진 모습.

저 파편을 상대로 얼마나 통할지는 모르겠다.

당장 지금만 해도 편법으로 나를 공격했던 놈인데.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일부를 죽이려고 그렇게까지 진지해지다니. 너무하는 거 아니야?”

어느새 파편의 모습도 드래곤이 되었다.

나를 상대로 진심을 다하겠다는 소리일까.

그도 아니면 또 이상한 수작을 부리는 건가.

일단 싸워봐야 알겠지.

키이이이이이잉

입 밖으로 거대한 에너지를 모았다.

백염을 압축할 때보다 강한 광선. 그보다 몇천 배의 힘을 가진 파괴력의 광선을 쐈다.

대륙 하나는 그대로 파괴할 만한 광선이다.

다행히 각도를 조절해서 날렸으니 게이트 밖으로 날아가거나 대륙이 터질 염려는 없다.

푸슈우아악! 콰아앙!

“꺄아아아아아악!”

그래. 바로 이거지.

나는 저런 비명이 듣고 싶었다.

뭐 한국까지 여파가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천조국에게는 미안하네.

어쨌든 이것으로 한시름 놓았다.

그래. 그런 줄 알고 있었다.

“해치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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