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3화 〉 228. 사도를 엿먹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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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억울하다.
딸이 엄마를 임신시킨다는 소리를 하다니!
“그러니까 딸 거로 임신해달라 이 말이야.”
“마그뉴트. 그 몸뚱이로 징징거리지 마!”
레이첼이 마그뉴트를 혼내고.
“엘프 엄마야말로 구분은 해야지. 이미 레이 낳았으면서? 그다음은 내 아이를 낳아야지!”
마그뉴트는 듣기만 해도 어질어질한 소리를 뱉는다.
하여간 개판 5분 전이 따로 없다.
“애초에 레이는 내가 낳은 거지. 이 망할 도마뱀이 낳은 게 아니거든?”
와. 이게 한 가정에서 나올 수 있는 대화인가?
“으으. 머리 아파.”
“잠깐만, 그럼 정말로 출산한 거야?”
어느새 끼어든 한수지가 질문했다.
“아니, 출산이라고 할까. 그냥 달걀이라고 해야 할 거 같은데?”
“으음 끌리는데.”
한수지가 묘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응?”
“내 알도 낳아줘.”
왜 갑자기 여기서 알을 낳아달래?
“그러면 내 알도.”
아니지? 나는 암탉이 아니야.
히로인들 모두의 알을 만들기에는 내 난자가 부족해요.
난자가 쓰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부족할 거 같다 이 말이야.
그런데 아무래도 이 히로인들은 나를 가만히 둘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사방에서 나를 포위한다
“으아악!”
용용이는 이날. 용용이는 시노하라성으로 튀었습니다.
그래. 이때까지만 해도 괜찮을 거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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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하라성에 오니, 잠옷 차림의 유즈키가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이렇게 오시면 곤란한데요?”
“싫어서?”
설마하니 벌써 나에 대한 정이?
“미리 준비할 수가 없잖아요.”
“아니, 올 때마다 섹스하려는 건 아닌데 말이야.”
나를 무슨 섹스 중독자로 보고 있어.
오늘만큼은 섹스를 그만두겠습니다.
“응?”
“엥?”
“호오라. 즉, 이미 다른 여자랑 하고 와서 하기 싫다?”
유즈키도 화가 난 듯 보였다.
아니, 그렇게 나오면 나도 할 말이 없어.
“아니, 그건 그러니까.”
“그래서? 무슨 일이 있던 건데요?”
이거 말하지 않으면 더 화를 내지 않을까?
가만히 보니 유즈키가 금방이라도 나를 엎어뜨릴 분위기라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입을 열었다.
“그게. 사정을 말하자면.”
나는 한국에서 있던 안타까운 사연을 이야기했다.
용용이의 음란한 번식 방법과 아내들과 딸이 나를 임신 시켜 또 산란플레이 시키려고 했던 것.
도무지 그런 집에 있기 싫어서 이곳에 도망쳤다는 것까지.
말하는 김에 미국에 대해 이야기까지 했다.
내 이야기를 듣던 유즈키의 얼굴이 알 수 없다는 듯 일그러졌다.
“산란 플레이를 했는데, 다른 여자들도 자기 알 낳아달래서, 자궁이 버티지 못할 것 같아 여기로 튀었다?”
유즈키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도 내가 하는 말이 어이없다는 걸 알아.
그런데 이 거짓말은 전부 진실이라고.
“그게 무슨 개 같은. 아. 당신은 그랬었죠.”
“그렇지.”
유즈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이해는 해줘야 하는데, 이거 기분이 이상하다.
“그러니까 여기서 좀 숨어 있고 싶다?”
“응.”
사실 러시아로 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역시 유즈키가 짱이지.
그런데 유즈키는 뭐가 불만인지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이거 너무하시는 데요.”
“응?”
“왜 저는 다를 거로 생각하는 데요?”
여기서 유즈키까지 나를 먹겠다고 하면 안 되는데.
“아니, 그건 말이야.”
“나 몰래 미국까지 다녀온 주제에.”
유즈키가 삐졌다?
유즈키까지 삐져버리면 내가 갈 곳이 없어요.
수간충이 있는 러시아로 가야겠지. 그건 귀찮다.
“커 흠. 죄송합니다.”
여기서 유즈키에게 쫓겨나면 곤란해.
“그래서 다음 죄악에 대한 정보는 알아요? 사도에 있는 것은 알겠는데. 뭐 다른 게 있는지 해서요.”
역시나. 역시 우리 유즈키는 다르다.
그래. 섹스만 해서는 될 것도 안 됩니다.
물론 그 전에 해결할 일이 있다.
영국의 원탁도 빌런이 한 명이 있지.
바로 알렌. 원래는 로자리아의 약혼자지만, 최시우 덕에 여러 의미로 불쌍한 인물.
“일단 그전에 해결할 것들이 있어. 원탁도 그렇고.”
“음. 원탁이라면. 설마 알렌이란 인물입니까?”
“오 알고 있어?”
설마하니 유즈키가 알렌을 알고 있을 줄이야?
“뭔가 느낌이 그래 보이거든요. 이 몸이 된 이후에 여러 의미로 사람의 속을 알 수 있는 거 같아서.”
혼돈의 오니니까 당연하지.
“혼돈의 오니도 사람에게 혼돈을 일으키니까. 그러고자 하면 사람의 본질을 알 수 있게 되거든.”
“하지만 그 알렌이란 인물은 딱 봐도 그런 인물이란 느낌이 들더군요. 겉으로는 신사인데 말이죠.”
그게 다 알렌의 속이 시커멓기 때문이지.
겉으로만 보면 멀쩡하지만, 원작에서는 결국 타락하기 때문에 혼돈의 오니인 그녀가 알아보는 건지도 모른다.
“겉으로만 신사인 것이 문제야.”
속은 음흉한 새끼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헌신적인 것 같으면서 변태지.
“그 인물에 대해 알고 계신 가요?”
“내가 찜한 여자에 감히 들이대는 거 보면 역겨워.”
내 로자리아에게 감히 달라붙다니.
지금까지 오래 참았지. 지금 당장 로자리아를 취하고 싶다.
생각난 김에 가버릴까?
“역시 천하의 변태 도마뱀 답네요. 그래서 그 여자는 누군데요?”
“알렌의 약혼녀 로자리아.”
지금까지 참고 참았던 로자리아를 마침내 취할 때가 되었다.
“그래요. 그 알렌의 약혼자라. 아니, 잠깐만요.”
“왜?”
“즉, 당신이 노리는 로자리아란 여자가 알렌의 약혼자란 소리죠? 그 아카데미에 있는 그 로자리아 맞죠?”
이미 한 번 같이 일을 해봤으니 유즈키도 로자리아에 대해는 알고 있다,
“그렇지.”
“지금 말하는 거 한국어 맞습니까? 아니 약혼자가 약혼녀와 관계를 더 좋게 하고 싶은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래. 보통은 그렇겠지.
그런데 그놈은 절대 안 된다고.
일단 속이 썩은 놈인 건 둘째치고 감히 내가 노리는 여자의 약혼자야?
이건 죽어도 할 말이 없을 거다.
아니, 죽일 거다. 타락시켜서 확 죽이는 것도 좋겠지.
“한국 속담에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는 말이 있지. 나는 그런 거 용납할 수 없어!”
“아니, 그게 당신에게 해당하는 말이니 문제죠. 굴러온 돌은 당신이잖아요.”
그야 속담대로니까 내가 로자리아를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잖아.”
“저도 로자리아씨가 좋기야 하지만.”
그럼 된 거지.
무슨 사정이 있든 간에 서로 좋으면 그만인 거다.
“그럼 된 거잖아. 아니야? 다 같이. 다 같은 보지를 쓰는 거라고?”
“진짜 천박한 거 알아요?”
원래 인간의 본질이란 다 이렇게 천박한 법이다.
“그래서 우리 유즈키는 제가 싫으십니까?”
내가 눈을 반짝거렸다. 유즈키는 얼굴을 붉혔다.
“아뇨. 그래서 제가 도와드릴 일은 있어요?”
“으음. 사실 그냥 단순히 도망을 온 거기는 한데.”
그냥 시노하라성에서 푹 쉬려고 했는데, 막상 저렇게 물어보면 유즈키에게 도움받을 것을 찾아야 할 것만 같다.
어쨌든 유즈키는 막부의 주인이니까.
섹스만이라던가 그냥 도망쳤다던가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런데요?”
“아무래도 이참에 진솔한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섹스만 하는 것도 질리니까.
슬슬 죄악에 관련해서도 마저 준비해야 한다.
지금 전력으로 봤을 때 질 생각도 없지만.
“뭔데요?”
“사도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어떨까?”
그 꼰대들을 슬슬 엿먹일 때쯤이 아닐까.
아예 적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직접 뭐 대치하는 것은 아니고, 일본 입국 금지라던가. 사도와는 일절 협력을 하지 않는다던가 말이다.
“사도에요?”
“그 꼰대들에게 슬슬 시비를 걸어야지.”
죄악과 더불어 한 번에 싹 쓸어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 꼰대들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든다.
“죄악을 일부러 도발한다. 뭐 그런 의미인가요?”
“응.”
“흠. 그게 좋은 방법일지는 모르겠네요.”
“분명 사도가 여전히 인기가 있는 것 같지만, 나도 제법 인기 있으니까.”
나 이래 보여도 인기가 꽤 많다고.
“아, 그러고 보니 해외 팬들이 장난이 아니라죠?”
“응. 나 의외로 인기 있는 여자라고. 게다가 유정 언니가 이런 거 채널도 만들어서 나 제법 인기 있어.”
스마트폰을 조작해서 티튜브에 올라온 내 관련 영상들을 보여줬다.
바로 얼마 전 올라온 내 영상이다.
“뭐야 이게. 세계가 놀란 유은하의 매력? 미국 대통령조차 극찬한 유은하의 힘!”
국뽕 튜브에 이어 용뽕 튜브라 할 수 있겠다.
용뽕 튜브. 오오. 가슴이 웅장해지는 영상이라 할 수 있겠다.
“부끄럽네.”
“음. 어. 일본에도 이런 채널이 없는 건 아닌데. 좀 부끄럽네요.”
아니, 그렇게 불쌍하다는 것을 쳐다보는 눈은 그만두면 좋겠다.
“그래도 말은 되잖아? 안 그래?”
“확실히 음. 당신은 그런 여자니 놀랄 만하겠네요.”
그런 여자라니.
“그렇지?”
“사도보다 인기도가 오르면 또 다르겠군요.”
사도보다 인기가 오르면?
“아직은 사도가 더 나으려나?”
“네. 사도들이 그동안 알박은 것도 만만치 않거든요.”
“너무하네.”
역시 뿌리를 뽑아야 한다.
하긴, 대격변 초기 때부터 활약한 놈들이 아닌가.
그간 박은 명성이 있으니, 나이가 지긋한 인간들은 아마 사도를 두둔하고 나설 것이다.
사도의 도움을 받지 못한 일본은 아니겠지만.
“생각해보니 이참에 사도를 뿌리 뽑는 것도 좋을지 모르겠어요. 그 양반들 하는 것은 하나 없으면서 온갖 특혜는 다 받고 있으니까요. 일본 사건으로 사도의 능력에 의심이 가는 발언들은 나오고 있지만. 이참에 불을 피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하려고? 적극적이네?”
역시 내 일이라서 그런 걸까.
“당신 말대로라면 사도는 뿌리 뽑는 것이 맞잖아요?”
“그렇지.”
아주 그냥 뿌리 끝까지 뽑아야지.
“그럼 내일 막부 관료들 소집하고 외신들 모아 선언하죠. 사도에 대한 모든 특혜를 일본은 거두겠다고.”
“오.”
역시 애인은 신분 높은 사람을 두는 것이 좋아.
“게다가 어차피 일본에는, 제가 있는데, 사도의 존재는 필요가 없겠죠.”
“맞는 말이야.”
사도 중에서도 혼돈의 오니를 잠을 자가 얼마나 될까?
이전에 유즈키가 혼돈의 오니와 싸울 때와 달리 지금의 오니인 유즈키는 이미 오니로서의 완벽한 힘을 다룬다.
“그런데 로자리아양과 사도와 무슨 관련입니까? 로자리아양 이야기를 하다가 정작 도와달라는 건 사도라니요.”
근데 그게 다 연관이 있다.
“그렇기는 한데. 다 이어져 있으니까.”
“예?”
“세계에 영향력을 꽤 갖춘 일본에서 사도를 엿먹이면 사도에 대한 지분이 꽤 있는 영국 측에서 뭐라고 하겠지?”
영국의 원탁은 사도에 꽤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사도에 사실상 돈을 대는 쪽은 영국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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