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9화 〉 244. 불쌍한 알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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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하라성
막부의 쇼군이 머무는 시노하라성에는 한 영국인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 이름은 알렌.
영국 원탁 출신으로 사도와 쇼군의 불화를 막기 위해 직접 찾은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알렌.”
“오랜만입니다. 쇼군. 쇼군이 되고 이렇게 처음 뵙는군요.”
알렌과 유즈키는 이미 몇 번 만나 알고 있었다.
물론 영국은 일본의 우방국이고 비즈니스 차원이었다.
“그렇게 되겠네요.”
“제가 오신 목적을 아시겠지요?”
왜 모를까.
보나 마나 사도 때문이겠지. 죄악 세력의 팽창으로 바쁜 지금 알렌이 오는 것은 그 이유 말고는 없다.
“알다마다요. 사도 때문이 아닙니까?”
“사도 분담금에 대해 말씀하고 싶은데.”
그래.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아쉽게도 유즈키는 할 말이 많지 않았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일입니다.”
단호한 거부. 이것이 쇼군으로서의 판단이었다.
“쇼군. 그러지 마시고.”
“과거라면 모르겠지만, 쇼군이 된 지금 제게는 밥값도 못하는 사도보다야 이 나라가 중요합니다.”
자신이 그저 유은하와 관계가 있어서 아니다.
그녀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지금 사도가 일본에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니까.
이미 막부는 국민 투표를 까지 벌여 사도 유지비용을 내지 않기로 했다.
국민 전체가 반사도 감정에 물들었는데.
더 말해 무엇할까.
“그야 헬게이트 사건 때는 어쩔 수 없었지만, 사도는 무능력하지 않습니다.”
그래. 무력하지는 않겠지. 명색이 사도인데 약할까.
다만 쓸모가 없다. 그게 현실이다.
“그런 주제에 사도의 태도가 웃기지 않습니까?”
“이보세요. 쇼군. 언제고 그들은 도움이 될 겁니다. 죄악과 싸움도 그들의 도움이 필요할 날이 올 겁니다.”
죄악? 웃기고 있다.
자기 여자인 유은하는 아지다하카다.
이미 아지다하카의 수하들이 남미의 죄악 세력을 쓸어버렸다.
심지어 남은 죄악도 얼마 안 된다.
그들이 아지다하카와 혼돈의 오니를 잡을 수 있을까.
“소식이 늦으시나 보군요. 이미 남아메리카에 있던 대다수의 죄악 세력이 백화교에 의해 박살이 났습니다.”
사실상 남미가 해방되었다.
남은 것은 동남아쪽과 중동. 아프리카와 인도라는데, 남미를 한 번에 쓸었으니 어려울 건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죄악이 힘을 더 키우기 전에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해야 한다는 유은하의 뜻에 따라 이미 막부군도 출병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도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뻔할 뻔 자다.
“그들은 죄악과 같은 빌런입니다. 백화교라는 빌련 조직이 남아메리카를 두고 빌런인 죄악과 붙은 것에 불과합니다. 열강들이 식민지를 두고 다툰 것처럼요! 언제고 백화교는 사도에도 이를 드러낼 것입니다.”
눈앞의 바보는 아지다하카와 같은 재앙 앞에서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자신은 혼돈의 오니다.
“그렇다 쳐도 백화교와 일본은 이미 우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애초에 백화교라는 빌런 집단들은 한국의 침식지대에서 살던 인간들이 못 살겠다고 들고 일어나 만들어진 세력입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한국 정부로부터 공식으로 인정받았는데 뭐가 걱정입니까?”
“그야. 그렇기는 하지만.”
슬슬 지겹다.
시노하라 유즈키는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알렌은 속이 타들어 갔다.
사도를 잃는다면 영국의 헌터 세계를 향한 영향력이 감소하고 만다.
당연히 원탁이 이것을 바랄 리 없다.
여기서 설득이 실패하면 원탁에 까이는 건 알렌 본인뿐이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유즈키는 슬슬 떡밥을 던지기로 했다.
알렌을 한국으로 보내버리자.
그럼 유은하가 알아서 해줄 것이다.
로자리아를 공식적으로 얻을 방법을 마련할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조금 자극할 필요가 있다.
“알렌. 당신이야말로 이제 적당히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사도는 글로벌 조직입니다. 영국만의 조직이 아니라니 말입니다. 그런데 원탁에서 왜 그리도 신경을 쓰시는 겁니까?”
“그야.”
실제로 한국, 미국 등. 다양한 실력자들이 사도에 있다. 그러니 영국만의 조직이라고 하기에는 엄밀히 말하면 좀 다르다.
“사도는 과거 UN 평화유지군이나 다름이 없죠. 혹시 영국은 과거 대영제국 시절을 잊고 싶지 않은 것입니까?”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세계 패권을 쥐고 싶어서 사도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뜻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렇게 보인다.
사도에 대한 지분은 영국이 가장 높다.
겉으로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속으로는 영국만의 조직이다.
“아니, 그건.”
“뭐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현실을 보셔야 합니다. 결국, 사도보다 정의를 실천하는 것은 백화교입니다. 무늬만 사도가 아니라.”
차라리 백화교가 나았다.
“그래요. 인정합니다. 그런데 그게 제 뜻은 아니지 않습니까?”
“알렌. 당신의 처지를 봐주자고 분담금을 내고 사도를 지지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닙니까?”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알렌은 자각해야만 했다.
물론 유즈키의 의도는 다른 데 있었다.
단순히 유은하를 돕기 위해서, 일본을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오니로서 상대가 절망하는 꼴을 보고 싶었다.
언젠가 사도를 쳐내게 된다면 무력충돌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때가 되면 유은하가 자신의 몫을 남겨주기를 바랄 뿐이다.
혼자 독식하겠다면.
한 달 내내 감금하고 강간하리라.
“한국의 유은하를 설득하신다면 혹시 모르죠. 분담금을 낼지도.”
“알겠습니다. 그럼 또 나중에 뵙겠습니다.”
알렌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이 불쌍하기 짝이 없지만.
어쩌냐. 곧 여자도 뺏길 텐데.
“대신 다음에 오시면 일본 여행이라도 시켜드리지요.”
유즈키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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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 부인도 내 것이 되었고. 흥부는 점점 자기 강해지는 것을 수상하게 여기고 있을 것이다.
능력이 변하는 아티펙트. 크게 꽤 궁금하기는 한데. 그건 나중에 얻기로 하고.
“일단 로자리아를 따 먹기로 했습니다.”
나는 흥부 부인이 남편을 경멸하는 것을 끝으로 조금 여유를 가지고 송도에서 그렇게 천명했다.
내 발언에 레이첼 나를 노려본다.
“아니, 지금껏 뭐한 거야 그럼? 로자리아 따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
“사실 흥부 부인을. 커흑?”
레이첼이 내 멱살을 붙들고 흔들었다.
아니, 사람이 좀 바깥일을 하다 보면 이럴 수 있는 거지!
“그래. 뭐 이 개보지년아. 흥부 부인을 따 먹는다 쳐. 원래는 로자리아를 먼저 얻기로 했잖아?”
“여보 그건 아주 사정이 있어요.”
나는 레이첼에게 내 억울한 사정을 말하기로 했다.
“들으나 마나 유부녀라서 개 꼴렸고, 그러다 보니 유부녀에게 너무 집중했다. 뭐 이런 전개겠지?”
나에 대해 너무 잘 알아.
아니, 솔직히 유부녀가 꼴리는 건 사실이라고? 어떻게 그걸 참아?
현모양처에 한 남자만 바라보던 여자가 노출이 가득한 옷을 입고 외간 남자를 유혹하고, 외간 남자에게 순종하고 남편을 멸시하는데.
그게 얼마나 꼴리는지 아는가?
“어. 그걸 어떻게 알았지?”
“척하면 척이야. 이 망할 년아.”
이번에는 지연이가 내 머리채를 잡아당긴다.
“아니, 그래도 많이 즐기게 해줬잖아?”
최근에는 밤마다 푹푹 해줬는데?
지연이도 레이첼도. 둘 다 마음껏 푹푹이 해줬는데?
푹푹푹푹 박아줬는데?
이러면 용용이가 서럽습니다.
내가 얼마나 기분 좋게 만들어줬는데, 늘 걸레 취급을 한다.
“그거랑 이게 같아?”
“아니, 그것도 그런데 말이지. 아니, 애초에 왜 둘이 같이 있는 거야?”
지연이와 레이첼 둘의 싸움.
두 배라 힘들어! 아주 양옆에서 접근하고 있다.
“전부터 말했잖아? 나 백화교 담당 헌터라고.”
“아.”
그랬지. 참. 요즘 정신이 없어요.
“그런데 흥부 아내라니. 흥부 아내는 현모양처로 유명한데. 정말로?”
지연이는 아직도 안 믿기는 모양이다.
“응. 확실히 동영상도 찍었어.”
나는 흥부 부인이 내게 좆을 더 박아달라고 외치는 영상을 보여줬다.
흥부는 유명인이고 당연히 그 부인도 인터넷에 사진이 뿌려진 적이 있었다, 그래서 레이첼과 신분상 흥부와 만날 수밖에 없는 지연이도 흥부 부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는데.
[“아아앙! 주인니임! 아기씨 쥬입해주세요옷!”]
영상 속의 암캐는 아무리 봐도 흥부 부인이라고 보기에는 무리수가 있었다.
아니, 이건 그냥 창녀나 다름이 없다.
“와. 이 여자가 이렇게 까지 떨어졌네.”
“여자 따 먹는 거에 대해서는 개보지 같다니까.”
“흐흑. 너무해.”
개보지라니! 알고 있지만 개보지라니!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맞기는 하지만 자기 부인에게 이러면 안 되는 거지!
“너무하고 말고. 이 정도 일을 저질렀잖아? 그럼 개자지 소리도 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나저나 어떻게 됐어? 우리 알 말이야.”
내 말에 지연이가 품에서 작은 알을 꺼냈. 아니다.
푸른색의 영롱한 알. 그것은 조금 더 커졌다.
게다가 이상한 줄무늬 같은 것이 생겨났다.
마치 등푸른 생선처럼 푸른 색의 줄무늬가!
“알. 아직 안 깨어났어. 가끔 뒤뚱거리는데.”
“그럼 곧 깨어나겠네?”
빨리 깨어났으면 좋겠다.
“그냥 안 태어나는 계란 아닐까? 무정란 같은 거. 그런 생각으로 계란프라이 해먹으려고 했었는데.”
“아니, 너무하잖아 그건.”
어떻게 우리의 사랑이 담긴 알을 깨트린다는 것인가!
용용이는 무척 슬퍼요.
“아무튼 흔들리더라고.”
“흔들려?”
“응. 그것도 많이. 지금도 흔들리잖아.”
확실히 알이 뒤뚱거린다.
마치 뭐라도 나올 것처럼 움직이는 것이 사람을 감질나게 한다.
겉으로 보니 자꾸 안에서 껍질을 차는 것처럼 보이는데.
“근데 안 깨어나네?”
“얼마 안 지나서 깨어날 것 같기는 해”
“그런데 뭐가 나올까?”
글쎄. 과연 뭐가 나올까?
“이번에도 용 아닐까?”
“마그뉴트도 레이도 둘 다 용상태였으니. 음.”
그렇다면 역시 이번에도 용일까?
아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조금 다를지도 모르지.”
“왜?”
“일단 이번에는 교미 방법이 색달랐잖아.”
무려 지연이의 클리쥬지를 내 안에 박은 것이 아닌가.
“그렇기는 하지.”
“게다가 내가 직접 보지로 낳은 거야. 안 그래? 일단 레이첼 때는 배 위로 쏙 에너지가 합쳐지듯 나왔잖아. 마그뉴트도 내 마력으로 만들었고.”
이번에는 지연이가 싼 성분을 알 수 없는 액체가 내보지 안에 들어와서 이리저리 뒤섞여 알을 순식간에 만들어낸 것이다.
이게 단순한 무정란이면 모르겠는데 움직이는 것은 뭔가 이상하지.
“확실히. 그런데. 그럼 뭐가 나올까?”
“일단 용에 가깝지 않을까? 보통 알에서 아이가 나오는 경우는 없으니.”
그렇기는 한데.
“한국 신화중에서 알에서 나오는 애 없었나?”
“아니, 괴인에게 그딴 게 통할 리는 없고. 음.”
알에서 나오는 게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은데.
“반대로 괴물이면 어쩌지?”
“설마. 아무리 그래도. 괴물이겠어?”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와 여자 사이에서 나왔는데, 괴물이 나올까?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 푸르고 푸른 청룡 같은 것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음?”
“지연아. 왜 그래?”
“저,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는데.”
지연이는 마도기어를 꺼내 내게 보여줬다.
청와대에서 온 문자다.
청와대에서? 설마 국뽕타락한 하정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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