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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263화 (263/331)

〈 263화 〉 248. 꼽냐? 꼽지?

* * *

#

“인도네시아의 사람들도 인류입니다.”

아마 저것도 레오가 뒤에서 수를 쓴 거겠지.

은근슬쩍 인도네시아보다는 그래도 노친네 체면이 있지 후미진 곳에 보낼 수는 없다는 듯 말이다.

여러 이유를 들먹이면서 애매하게 말했겠지.

어디까지나 자신은 부추길 뿐이고.

노친네들이 알아서 총대를 메도록 말이다.

“김 선비도 뭐라 좀 해보게! 같은 한국인이 아닌가!”

꼰대가 갑자기 한국인 출신 사도에게 말했다.

“음.”

김 선비. 한국 출신 사도다.

아마 하정석과 비슷한 나이 같은데.

“뭐야, 자네도 한국인이라고 저쪽 편을 드는 건가?”

“일단 유은하 따로 자리를 갖지.”

“좋습니다.”

김 선비는 어떤 인물인지 모르겠네.

“자네와는 일단은 초면인가.”

“네.”

가만히 보니까 그럴듯하게 생기긴 했네. 딱 선비 모습이다.

“조금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이런 말 하기는 뭐하지만, 자네가 이러면 내가 어떠냐는 말일세.”

“뭐 그렇기는 하지만요.”

분명히 말해 이건 김선비를 공격하는 일이기도 하지.

이른바, 팀킬이라는 거다.

“나도 내 나라가 잘되는 것이 어찌 싫겠나. 나는 꽉 막히지 않아서 백화교가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네.”

“그러시다니 다행이네요.”

꽉 막힌 꼰대는 아니었구나.

그럼 다행이지.

“그런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한국이 부상하려면, 날개를 펼치려면 사도는 확실히 방해가 될 것이네. 문제는 그 사도에 한국의 영향력도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돼.”

그렇겠지. 사도에 있는 김 선비도 제법 나이가 있으니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쉽게 말해서 김 선비님이 문제라는 거군요.”

“비슷하지. 내 처지도 생각해주게.”

“사도를 이쯤에서 나오시는 건?”

어차피 곧 차일 놈들인데.

사도는 결국 죄악의 전진기지가 될 거 같으니까.

“가능할 리가 있나. 갑자기 빼면 그거대로 문제겠지. 지금 당장 사도에서 빠지겠다고 하면 절차가 복잡해.”

음, 좋아. 나도 김칫국 출신이니 그 정도는 해결해줘야지.

내가 시작한 거니까. 김 선비 정도의 특수한 상황은 좀 봐줘야 한다.

그래. 나는야 착하디착한 용용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사정을 봐줄 수 있다. 이런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죠.”

“방법이 있나?”

“어차피 그 꼰대가 문제 아닙니까?”

결국은 그 꼰대가 문제다.

그 꼰대를 치우려면 그 뒤에 있는 놈을 치워야지.

“그렇기는 하지.”

“그렇다면 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꼰대 뒤에 있는 사람을 움직이면 되니까. 레오를 불러주세요.”

레오. 그 새끼에게 직접 따져보자.

* * *

내가 김 선비를 통해서 부른 것은 레오다.

“레오 님.”

“유은하 양. 이거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쪼개는 것 봐라. 드러운 새끼. 개패고 싶네.

내가 자기 외모에 넘어가기라도 할 줄 아나?

하여간 이딴 새끼들이, 세상을 망치는 법이다.

아, 실제로 죄악 새끼지.

“이야, 모른 척하시네. 그 노친네 부추기는 거. 레오 님인 줄 모를 거 같습니까?”

가소롭다는 듯이 웃자 레오의 얼굴이 움찔거렸다.

“무슨 그런 심한 말을. 저는 부추긴 적이 없습니다. 단지 우리 사도도 나서야 한다고 경고를 했을 뿐입니다만.”

이 새끼. 진짜 뒤에서 사람 굴리는 수법만 쓰는 새끼네.

아무것도 아닌 척 가면 쓰는 거 엄청 역겹다.

“당신 같은 사람 눈 보면 뻔히 아는데요 뭘. 토사구팽에 뒤에서 사람 잘 이용하는 비겁자. 이이제이에 이골이 난 사람.”

본인은 나서지 않고 뒤에서 “해줘!” 하면서 은근슬쩍 판 까는 새끼.

그러면서도 아닌 것처럼 뒤에서 뒷짐을 지고 있는 쓸모라고는 없는 새끼.

죄악은 도대체 뭐 하는 병신 집단일까?

세상을 그렇게 타락시키고 싶으면 다른 세상으로 가버리지.

“무슨 그런. 무례합니다.”

무례는 도덕이란 걸 모르는 네놈이고.

“뒤에서 여기저기 여자랑 놀아나시는 분이 무슨. 카사노바짓 하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아이고 세상에 사도가 뒤지게 생겼네? 밥줄 끊기게 생겼네? 저 죽을 날 머지않은 노인네 이용 좀 하자! 이렇게 해서 지금 상황 만든 거 아닙니까? 하는 김에 원탁도 노리시고요.”

“유은하 양 너무 억측이십니다.”

억측은 네 얼굴이 억측이고.

“억측인지는 아닌지는 당신 양심이 알 테고.”

“…….”

“그럼 입 다물고 인도네시아 침식지대를 정리하시라고요. 무슨 시발 어린애가 편식하는 것도 아니고 인도네시아는 싫어. 이 지랄? 진짜 사도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정도는 해결하셔야죠?”

자, 인류를 위한다면, 사도가 나서야 한다면 네가 나서서 직접 인도네시아를 처리해야지? 안 그래?

“그건.”

“안 한다면 저는 사도와 작정하고 캐삭빵 갈 생각이고, 최악 무력으로 뿌리 뽑을 생각이니까 그리 아세요.”

“…….”

순간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그래. 네놈은 그게 어울려.

“아이고 무서워라. 그따위로 뜨면 어쩔 건데요? 처신 잘하세요. 당신이라고 그 목 멀쩡하지 않을 거라 이 말입니다.”

나는 가까이 가서 레오의 어깨를 툭툭 털어줬다.

얼굴이 썩는다.

그래. 가서 네 수하 직접 죽이게 생겼으니 어때?

“자, 알아들으셨으면. 가셔야죠? 할아버지, 그리고 여러분. 우리는 인류를 위해 인도네시아의 침식지대의 괴인과 빌런들을 무찔러야 합니다! 라고.”

히죽이죽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레오를 약을 올린다.

내 미소가 화가 역린이라도 건드렸는지 레오는 아주 잠깐이나마 더러운 죄악의 범죄자 표정을 지었다.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감당? 시발놈이 어디서 협박을 해?

“감당은 니들 몫이고요. 한 번만 더 그 입 나불거리면 천공의 섬을 미사일로 부술 수 있어요. 아시죠? 우리 핵무장 허가 떨어졌고, 백화교에 황룡을 박살 낸 미사일이 있다는 사실. 제가 수틀리면 그날로 사도는 제 손에 조져지는 겁니다. 아시겠어요?”

레오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왜? 꼽냐? 꼽지?

노인네 이용해서 자기 부하들 키우는 인도네시아 피하려다가 좆됐죠? 애써 키운 제 부하들 죽이게 생겼죠?

이미 나에게 걸린 이상, 최소한 사도가 인도네시아를 맡지 않게 할 생각이었을 텐데 전부 끝났죠?

그 반반한 면상에 나는 마지막으로 엿을 먹이겠다.

“…….”

“군사지원 성의껏 붙여주고, 당신들이 똑바로 하는지 안 하는지 우리 측 간부만 붙여둘 겁니다.”

굴욕을 잔뜩 맛본 레오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야야. 표정관리 안 해? 그러다 한 대 치겠다?

“꼬우면 한판 뜨던가.”

마지막으로 도발해준다.

“그럴 깡도 없으면 전 세계 등쳐먹고 돼지 새끼처럼 놀 생각 말고 가서 닥치고 가서 일이나 해.”

그 말을 끝으로 자리를 먼저 떠났다.

뒤에서 레오가 주먹을 꽉 쥐는 화를 겨우 참는 모습이 보인다.

너 분노의 죄악이잖아? 딱 분노하기 좋겠네.

물론, 불가능합니다.

저 새끼가 이 정도로 터질 놈은 아니니까.

참고 또 참는다. 그러다 나중에 한 번에 터트리겠지.

무력이라고까지 말했으니 싸우기는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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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는 잘 풀렸다.

분노는 예상대로 참았다.

그냥 터져서 나에게 시비를 거는 것이 좋을 텐데.

사도가 오고 나서 모든 상황을 드론을 통해 녹화하고 있다.

즉, 정당하게 두들겨 팰 수 있다.

결국, 분노의 죄악 레오는 내 뜻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우리 사도들은 이번에 인도네시아 해방을 돕는 것이 어떨까요?”

그래. 그렇게 굴어야지.

네놈이 참고 참다가 나대려면 어쩔 수 없을 거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이 열악한 인도네시아를 해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사람들이 좋게 반응하지 않겠습니까?”

연기가 수준급이네.

저런 놈들이 나중에 범죄자가 되는 거다.

아, 이미 죄악이지. 깔깔깔.

“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는 여기 날씨가 싫어.”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 우리가 더 노력해야죠.”

나는 최시우를 딸려 보내기로 했다.

최시우라면 무슨 수작을 부리든 막을 수 있겠지.

마지막에 어떻게 장식할지도 정했다.

해방한 인도네시아의 땅은 막부군과 백화교의 공동 지배.

나는 백화의 모습으로 나타나 침식지대를 정화하면 된다.

“알겠네. 내 이번만 넘어가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럼 인도네시아는 해방 후 어떻게 되는 거지? 그 정도는 대답해줄 수 있겠지?”

해방 후? 그걸 뭘 물어?

진짜 사도들은 머리에 든 게 없을까?

아니지. 이 반응으로 보아 은근슬쩍 뭘 얻어먹을 생각인 거다.

미안하지만, 너희는 그냥 고용된 입장이란 뜻이다.

“뻔한 거 아닌가요? 사도님들은 용병일 뿐이고. 백화가 나타나 침식지대를 정화하고 백화교와 막부군이 주둔할 겁니다.”

“사실상 땅덩어리를 나누겠다? 그럼 우리는?”

응? 네놈들? 설마하니 무슨 보상이라도 바라는 걸까?

“사도가 언제부터 보상을 바라고 일하셨습니까? 돈 그렇게 갖다 바치면 됐지. 안 그래요?”

어이가 없네?

“어르신. 우리는 사도의 역할을 다하러 온 것입니다. 그러니 우선 지금은 적당히 넘기시는 것이.”

“끄으응. 좋아. 그러지.”

이야, 이것도 참네? 제법이다?

그리고 나는 잠시 송도로 돌아왔다.

죄악이 스스로 자기 수하들을 잡아먹을 때는 드론으로 구경이나 하는 거다.

원작에서는 그리 강하던 죄악들이 지금은 그냥 좆밥이지.

* * *

송도에 돌아오니, 눈에 보인 것은 레이첼과 한쪽에서 책을 읽는 지연이었다.

둘 다 몸매가 어우야. 역시 내 여자들 답다.

뀻뀻뀻. 역시 보는 맛이 있다니까.

“오 왔어?”

“자 보여줄 영상이 있어.”

자연스럽게 지연이와 레이첼을 내 양옆에 앉힌다.

드론과 연결된 PC를 키자, 최시우와 함께 나간 드론이 영상을 송출했다.

드론이 보낸 영상에서는 레오가 열심히 괴인들을 잡고 있었다.

참 안타깝다.

그러게 잔머리 굴리지 말고 처음부터 잘했어야지.

“갑자기 무슨 동영상인데? 어? 이건 레오?”

지연이가 영상 속 남자를 가리켰다.

화난 레오가 열심히 괴인들을 무력으로 쥐어뜯는다.

“응. 레오지.”

“설마 남자에게 관심이 생긴 거야?”

지연이가 내 가슴을 꽉 집으면서 말했다.

무슨 그런 어이없는 소리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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