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1화 〉 266. 죄악을 끝내기 위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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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백화교의 교리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진정한 사랑을 맺지 못했을 거예요.”
진정한 사랑.
자신은 그냥 씨를 뿌린 것뿐이다.
그 씨가 자라난 것은 결국 두 여자 스스로의 선택이었지.
그래. 어떻게 보면 두 여자는 계기만 있으면 저런 금단의 관계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모녀 관계가 좋아 보이네. 백화교의 아래에서는 모녀를 떠나 서로 대등한 관계야.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서 사랑을 속삭이렴.”
레오나는 아밀리아를 더는 자신을 낳은 어머니가 아닌 사랑하는 여자로.
아밀리아는 레오나를 더는 자신이 낳은 딸이 아닌 사랑하는 여자로 볼 뿐이다.
모녀 관계를 넘어선 진정한 사랑.
“아밀리아♥”
“응. 레오나♥”
둘은 로자리아 앞에서 애정을 과시했다.
정말로 아름다운 커플이다.
자신도 주인님과 저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주인님과 하나였을 때는 참 기분이 좋았는데.
“후후후. 그런가? 역시 난 주인님을 사랑해”
역시 자신은 주인님을 사랑한다.
그러니 언젠가 다시 주인님과 하나가 될 것이다.
지금은 일단 저 둘을 축복해주자.
“후후. 완전히 좋게 바뀌었구나. 자, 그럼 내가 어떤 명령을 내릴지 잘 알고 있겠지? 사천왕 마그라를 잘 낚아. 그럼 내가 주인님께 청해서 너희들에게 직접 은총을 받을 수 있게 해줄게.”
아마 그때가 되면 서로에 대한 사랑보다 주인님에 대한 충성을 우선시할지도 모르지만, 주인님 밑에서는 서로 영원토록 사랑할 것이다.
““네. 감사합니다.””
주인님과 융합하면서 주인님의 정신세계를 본 적이 있다.
백합에 자지 난입.
어쩌면 지금 주인님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건 눈앞의 두 여자일지도 모르겠다.
* * *
질투의 죄악 마그라는 집으로 돌아왔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곳으로.
“흥. 멍청한 놈들. 하여간 남자 새끼들이란.”
정말 답이 없다.
이 정도 되었으면 세계정복이고 나발이고 사실상 끝이 난 것이다.
당장 폭식과 색욕은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고, 그나마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요하나는 그냥 암캐가 되었을 뿐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이상한 괴수랑 성관계하는 동영상까지 올라왔다.
그것만 봐도 요하나는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
그 게임이나 하던 놈도 성인 사이트에서 게이 동영상으로 팔리는 모양이다.
그것도 1위로 팔린다지.
저렇게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것을 보면 역겹다.
‘난 거의 포기했는데 말이지. 아마 요하나를 굴복시킨 것도 백화교 쪽 놈이 분명해.’
이미 백화교는 대단한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멍청하게 들이박을 이유가 있을까?
오히려 자신은 만족스럽다.
마음에 안 드는 두 놈이 아주 처참하게 짓밟힌 꼴이 정말 웃겼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면 자신은.”
꽤 충실한 삶을 영유하고 있지 않나?
물론 아예 포기할 생각은 없다. 세계정복은 죄악들의 의무나 다름이 없으니까. 그러나.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천천히 세력을 계속 키우다가 남은 두 놈과의 싸움에서 피해를 입은 백화교를 집어삼키면 될 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사랑하는 여자인 레오나의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곳에서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응?”
사랑하는 여자의 집에서 익숙한 여자의 신음이 들렸다.
그것이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레오나의 목소리라는 걸 깨닫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자신과 함께 할 때만 냈던 목소리가.
“엄마. 엄마앗 아밀리아앗!♥”
“앙. 하앙!♥ 내 딸. 기분 좋아?”
사랑하는 여인과 그 어머니가 서로 레즈비언 섹스를 하고 있던 것.
이건 충격이다 못해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 같았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대체 어디서 뭐가 잘못된 거지?’
레오나의 어머니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레오나의 어머니를 마기 중독으로 만든 것은 자신이니까.
로자리아가 짠 것이 아니라 마그라는 정말로 레오나의 어머니인 아밀리아를 마기 중독에 빠트려 레오나에게 접근했다.
그만큼 레오나를 좋아해서였다.
“진작 치료했어야 했나?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빨리 괴인이 될 리가? 아밀리아란 여자는 괴인이 될 만큼의 가능성도 없었는데?”
이상하다.
대체 어떻게 괴인이 된 거지?
아니, 이건 그 이전의 문제다.
레오나가 지금 자기 엄마랑 스스로 물고 빨고 하면서 근친 섹스를 하고 있다.
이건 막아야 하지 않을까.
막아야 한다. 막아야 하는데. 무슨 수로 막지?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일이 이렇게 된 거지.
레오나는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마그라가 미워 자기 어머니와 함께 하는 것.
‘일단. 지금은 아니야. 그러니까 지금은 물러나서 잠시 생각을.’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다. 그러니까 지금은 조금 쉬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당장 지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리가 판단이 안 서니까.
마그라는 레오나를 잘 알고 있다.
괜히 지금 끼어들었다가 상황만 약화시킬 수 없다.
‘어떻게든 저걸 되돌릴 길을 찾아야 해!’
괴인이 된 지 얼마 안 되었다면 고칠 수 있을지 모른다.
* * *
오래간만에 작가 유은하에게 불려갔다.
유은하는 나를 보더니 지그시 쳐다본다.
뚫어져라.
아주 그냥 얼굴이 뚫리도록.
“아니, 왜?”
아니, 왜 그리 노려봐.
내가 예쁜 건 알지만, 저렇게 보면 곤란한데.
“왜기는 뭐가 왜입니까. 요즘 너무 폭주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 전에도 그렇기는 한데 요즘에는 더 그래. 머리가 어질어질해요.”
“아니, 그야 이 모든 건 대의를 위해서.”
“개소리라는 건 알고 계시죠?”
내가 말해도 이상한 변명이기는 하네.
그런데. 내가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왜 불렀어?”
“그게.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무슨 뜻이야?”
이상하게 돌아갈 것이 있나?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밸런스가 이상하잖아요.”
밸런스? 그냥 적당히 강하지 않나?
이미 죄악들 많이 잡아먹었으니까.
분노의 죄악인 레오도 좀 더 도발해서 잡을 생각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확실히 좀 그렇네.
“아, 그런가?”
유은하가 죽지 않았으니 난이도가 쉬워졌고.
미래도 알고 있으니 죄악과 싸움도 이전보다 약하다.
“네. 너무 압도적인 전력을 당신이 가졌어요.”
음, 그렇겠지 너무 강하다.
특히 이번에 가진 로자리아도 그렇고.
“괜찮지 않나? 이것이 K국뽕이다! 하고 즐길 수 있고. 봐봐. 지도에서도 땅 엄청나게 넓어졌잖아.”
인도네시아는 막부와 나눴고 남미를 비롯한 많은 땅이 백화교의 점령지가 되었다.
다른 나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침식지대를 정화한 것은 백화교고 백화교의 군단이 강한 것은 증명했으니까.
심지어 침식지대에 살던 이들도 대부분이 괴인인 시점에서 일반적인 인간 국가의 지배권이 통할 리도 없다.
그저 단순히 볼 문제다.
한때는 몽골이, 한때는 영국이,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대격변 전까지는 미국이 패권을 쥐었다.
그게 단순히 백화교의 차례가 된 것뿐이다.
“아니, 그 문제는 다르잖아요.”
“그럼?”
“만에 하나라도 새로운 적이 나타날 가능성을 두셔야 해요.”
새로운 적? 그게 뭘까.
죄악도 먹었고, 내 파편도 먹었다.
전 세계의 빌런 조직들도 백화교의 발아래에 무릎 꿇고 있지.
설령 위험하다고 해도 별문제 없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전술핵 무기 이상이 있으니까.
“후후후. 지구 파괴 폭탄도 있는데.”
이름하여 드래곤하트.
용용 폭탄은 너무 어린 애 같으니 멋지게 지은 것이다.
전에 황룡을 잡을 때는 미사일을 여러 개 만들어뒀지만 이번엔 한 번에 모아뒀다.
터지면 아마 한반도 하나 통째로 날아갈걸.
물론 그거 터트리려면 터트려야 해서 평소에는 세계정복하려는 나쁜 빌런들이 조종해도 절대 터지지 않는다.
세계제일 기술력을 보여준 천산에게 치얼스.
“그런 걸 대체 어떻게 만든 거야. 애초에 그거 당신의 정액폭. 읍.”
작가 유은하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니, 말이 심하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정액이 아니라 마력이다!
“아니, 마력이지! 인간적으로 마력이지! 안 그래?”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아무튼 최악의 경우 제가 나서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오, 그럼 바로 끝나나.
“알겠어.”
“그리고. 아마 송도에 위기가 닥칠 거예요.”
송도에 위기가?
“위기?”
“네.”
“음. 알겠어. 무슨 이야긴지. 그럼 이제 돌아가면 될까?”
위기라고 해도 송도는 걱정 없는데. 그래도 미리 준비는 해야지.
슬슬 돌아가려고 할 무렵.
작가 유은하가 내 손을 잡았다.
설마 이거 지금 나를 유혹하는 걸까?
“키스는 하고 가셔야죠.”
작가 유은하가 그런 제안을?
그럼.
“보빔은?”
“음. 아무래도 그거까지는 제가 좀. 정신력이.”
보빔은 불가능한가?
나는 왜 나는 작가 유은하를 따먹지 못하는 거지?
하여간 앙큼한 계집애다.
뭘 자꾸 튕겨. 그냥 마음 꼴리는대로 나에게 대주면 그만 아닌가.
“알겠어.”
보빔은 어쩔 수 없다.
아쉽다.
대신 키스를 진득하게 하고 헤어졌다.
* * *
오만의 죄악이 곧 송도로 온다.
슬슬 준비해야 하니 나는 백화교 간부들. 즉, 히로인들을 소집했다.
해외 점령지에 나가 있던 애들도 불러들였다.
“슬슬 쳐들어온다는 건가?”
최시우는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보다 이 분야에서는 예민하겠지.
이게 마냥 쉽게 볼 건 아닌 것이. 작가 유은하는 우리측 전력이 강하독 하지만. 그래도 전쟁은 모르는 법이다.
그러니까.
“음. 아무래도 헌터 협회 도움을 받아야겠어.”
“무슨 말이야? 다른 애들도 알아듣기 쉽게 말해 봐.”
지연이의 말에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말 그대로의 의미야. 곧 일이 하나 터질 예정이거든. 오만의 죄악 루시우스가 괴수군단을 끌고 올 예정이야.”
송도로 쳐들어올 멍청이다.
알아서 대준다면 죄악을 하나 더 잡게 되겠지.
“오만의 죄악이라고 했죠? 무슨 능력이 있나요? 폭식이나 색욕은 네임값을 하고 있는데. 오만은 뭐 오만할수록 강하다던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그게 설정에 있기는 했으니까.
다만, 실제 능력은 조금 다르다.
“틀린 말은 아닌데 의외로 어울리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해저 괴수들을 전부 통솔할 줄 알고 그만큼 강한 무력을 가졌지.”
최악이지.
“그럼 부하들을 늘릴수록 강하다는 건가요?”
“틀린 말은 아닌데. 그게 약점이야. 물론 기존에 가진 놈의 힘도 강한 편이지만. 부하들이 없다면 힘이 꽤 떨어질걸.”
이게 참 미묘한 능력이다.
부하가 많을수록 강해진다.
즉, 전쟁이 터지면 다 죽어가니. 약해진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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