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4화 〉 269. 죄악잡기 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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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고 너희들 들러리나 해라?”
신지운은 탐탁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들은 길드고, 유진석세대에 유명한 헌터들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다.
“그렇게 들으신다면 할말이 없지만. 애초에 저놈들이 노리는 건 저희 백화교니까요. 말했듯이 길드가 나타난다면 루시우스가 어떻게 반응할지 모릅니다.”
유은하가 빠진 지금 어떻게든 자신들끼리 잡아야 한다.
루시우스와 그 수하들까지. 최대한 적을 한 번에 잡아야만 한다.
“네놈들이 죄악은 잡을 수 있고?”
신지운의 말에 최시우는 잠시 곰곰이 생각했다.
상대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자신은 전생에 죄악들을 단숨에 제압하지 못했다.
루시우스 하나라면 어떻게 가능할지도 모르지.
지금은 황룡도 박살을 낼 정도로 강하고, 그래도 혹시 모른다.
그러니, 이번만큼은 신중히 잡아야 한다.
“그러니 중간부터 죄악을 잡는데 도와주세요.”
“잠깐. 지연이가 잡으면 되는 거 아닌가? 사진에 가두고.”
지연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가두는 것은 확실히 가능하니까.
다만, 1대1 승리를 확신할 수 없을뿐더러 심상 세계에 갈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러모로 많다.
“잡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음.”
잡을 수 있을지를 알 수 없다.
“나머지는 시가지에 진입한 괴수들과 바닷속 놈들을 잡으면 된다. 뭐 이런 소리인가.”
바로 그거다.
도시에 진입한 괴수들은 매복한 헌터와 괴인군단에 의해 차례차례 제거될 것이다.
“그럴듯하다만. 대체 언제 오는 건데?”
아마 금방 올 거 같다.
최시우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마 슬슬 올 거로 생각해요.”
“확실히 바다가 심상치 않군.”
“네.”
송도는 바다를 마주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따라 바다가 심상치 않다.
마치 바닷속에 무언가 있는지 이상하고 기분 나쁜 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오늘따라 파도가 이상하다.
그렇다는 말은 이미 도착했다는 뜻이다.
“슬슬 준비하시죠. 백화교의 괴인들이 세분을 비롯해서 헌터들을 매복시킬 자리를 마련할 겁니다.”
“이건 작전 지휘용 연락용임.”
서지연은 미리 준비한 마도기어를 차지은, 신지운, 노아에게 주었다.
“설마 우리보고 백화교의 명령을 따르라고?”
“그럼 송도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이 뭘 해보시겠다는 겁니까?”
“끄응.”
신지운은 불만이 많은 표정이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너희 앞마당이니 너희 말을 따르는 게 낫겠지.”
최시우의 예상대로였다.
길드의 헌터들이 합류하고 삼십 분도 지나지 않아 송도 도심에 적의 침입을 알리는 경보가 울렸다.
경보가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에서 반은 인간 반은 물고기의 모습을 한 괴물들이 상륙을 시작했다.
대규모 군대가 상륙할 지점은 저기 밖에 없으니까.
본래라면 한강을 타고 서울로 올라왔을 괴인들은 이제 역사가 바뀌어 송도라는 함정에 밀려들어 오고 있다.
“설마 은하가 관광지로 만들어둔 곳에 제일 먼저 어인들이 올라오다니.”
유은하와 함께 송도를 관광도시로 만들고 있던 이유정은 한숨을 쉬었다.
펜트하우스에서 보고 있으려니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다.
대격변 이후 파괴된 송도를 야심차게 되살려보자는 의미로 만들고 있었는데, 그곳을 괴인들이 가장 먼저 이용할 줄이야.
그래도 차라리 지금 써먹을 수 있어 다행이다.
“일단 천천히 들어오고 있네요.”
“우리는 숫자 부족하지 않을까?”
송도에 있는 괴인군단의 수는 1만.
백화교의 주력부대는 해외에 나가 있다.
그나마도 겨우 끌어모은 거다.
물론 이 1만의 괴인군도 상당히 강력하다.
게다가 길드 헌터들도 있고.
“워낙 무기도 좋고 헌터 라인업이 좋아서 지금 이곳에 있는 1만의 괴인 군단이면 충분할거에요.”
백화교의 군단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어인들의 한참 위로 허공에 떠 있는 존재가 있었다.
잡초 같은 머리를 한 백인 사내.
저 자가 누구인지 최시우는 알고 있었다.
오만의 죄악 루시우스.
[“송도의 괴인들아. 너희들은 오늘 제삿날이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가장 지능이 딸리는 인물.
“너무 대놓고 보이는데. 원래 저렇게 멍청해?”
“흠. 그래 보이네요.”
유은하가 자리를 비웠으니. 오만해질 대로 오만해진 루시우스는 송도의 모든 것을 아래로 봤다.
여전히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인물.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일 거다.
어인들은 점차 송도의 해안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 끝도 없는 숫자에 몇몇 괴인들은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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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이 시작되었다.
해안에서 수비하던 백화교의 괴인군은 해안포를 쏘거나 설치된 기관총으로 맞서다가 도심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상륙하는 어인들의 숫자는 더 불어나기 시작하고, 오만의 죄악은 그 입가에 더러운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큭큭큭. 멍청한 백화교놈들.”]
누가 멍청한 건지 모르겠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는데.
상륙은 계속되었다.
이미 해안을 넘어서 도시까지 루시우스의 괴인들이 침식하기 시작했다.
“그럼 슬슬 시작할 때다.”
펜트하우스에서 이 광경을 구경하던 최시우는 마도기어를 통해 모두에게 연락했다.
첫 번째로는 얼음 여제가 송도 앞바다를 얼리는 것이었다.
한때 서울에 거대한 울타리를 세웠던 얼음여제의 얼음이 송도 앞바다를 얼렸다.
쩌저저저저적
상륙하던 괴인들은 바다가 얼어붙자 점점 몸의 움직임이 굳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가 완전히 얼어붙으면서 괴인들도 얼어붙었다.
처음에는 그냥 별거 아니겠거니 했던 루시우스 조차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이냐?”]
송도 앞바다가 얼어붙은 것만이 아니라 자기 부하들까지 얼었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그리고 송도 시가지에서도 문제는 발생했다.
상륙하고 도시에 진입하던 괴인들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주변 건물에서 쏟아지는 마탄에 유린당해야만 했다.
탕타다다다당!
창에 설치된 기관포를 통해 루시우스의 부하들이 학살당했다.
건물과 옥상에 빼곡히 몰려있던 백화교의 괴인 군단들은 미리 준비했던 마력을 쏟아부었다.
폭탄을 던지고 온갖 무기를 날렸다.
쾅! 퍼어엉!
사실상 매복에 걸려 전군이 습격을 당하는 셈.
멍청하기 짝이 없는 루시우스의 괴인들은 사방팔방에서 정신없이 얻어맞았다.
[“뭐야, 이게. 대체 어떻게 되 일. 설마 알고 있었나? 분명 유은하가 인도네시아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분명 정보는 그렇게 흘렸지.
문제는 정작 유은하란 여자는 마그라를 따 먹으러 간 거지만.
하여간 저렇게 소식이 늦어서야.
역시 1회차의 인생이 있다 보니 너무 우습게 보인다.
미래를 다 알고 시작하는 격이니까.
저런 놈들에게 밀렸다니. 자신은 얼마나 바보였을까.
“그래도 지금은 다르지.”
지금이라면 어떻게 해볼 수 있다.
저 빌어먹을 놈들을 전부 죽여 전에는 이루지 못한 세계평화라는 것을 해낼 수 있다.
이게 다 유은하 덕이다.
상상한 것만으로도 속이 뜨거워지는 것 같다.
“하아. 하아아. 하아.”
얼른 이 전투를 끝내고 은하로부터 상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생각보다 전투는 싱거웠다.
멍청한 저 루시우스는 기어이 저 스스로 죽을 길로 들어온 것이다.
[“함정이었다는 말인가?”]
깨닫는데 너무 늦었다.
이제는 다 끝이 났다.
수하들은 끊임없이 얼고 백화교의 괴인군단에 의해 죽어갔다.
루시우스 본인도 가세하여 건물을 부수거나 백화교의 괴인들을 토벌하기 시작했으나, 그것이 한계였다.
얼음이 적들을 얼음으로 만들고.
꽃이 적들을 잠재우며.
강철이 괴인들의 몸을 찢어발긴다.
순식간에 전장은 압도적으로 송도 측의 승리로 굳어져 갔다.
생각보다 간단해도 너무 간단하다.
“너무 간단한데?”
펜트하우스에서 전장을 지켜보던 이유정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이지. 역시 이래서 사람은 준비하란 말이 있는 것 같다.
“이쪽 준비가 완벽했어요.”
이전에는 적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알 리가 없었으니.
게다가 이번에는 대범람이 없어 송도에 강력한 괴인들만 있다.
그러니 죄악이 이길 리가.
심지어 지금 자신은 구경만 하고 있다.
물론 나가서 싸워야 하지만 최시우는 지금 기회를 노리고 있다.
오로지 죄악을 죽이기 위한 것.
죄악을 죽여서 승리를 이루고자 한다.
[“두고 보자!”]
마침내 놈이 도망치려 한다.
어쩜 도망칠 때도 저렇게 한소리를 늘어놓을까.
도망간다는 소리를 저리 참신하게 하면 보내줄 이가 어디 있을까.
그냥 둘 수는 없다. 여기서 끝을 봐야 한다.
이미 굴욕이란 굴욕은 다 줬어도, 전회차를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
신검의 최시우. 나를 이겼다 해도 과연 인류가 버틸 수 있을까?
전회차에 루시우스를 격파했다.
그래도 루시우스는 웃었다.
자신이 가진 전력으로 충분히 피해를 줬으니까.
인류가 죄악에게 패배할 가능성을 더욱 높였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정반대다.
최시우는 사복검을 뽑아 들었다.
“제가 잡겠습니다.”
여기서 끝을 볼 생각이다. 반드시 잡아야 한다.
잡아서 전에 느끼지 못했던 승리감을 느끼고 싶다.
“가능해?”
“당연하죠.”
최시우는 펜트하우스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작은 건물에 올라 루시우스에게 사복검을 겨냥했다.
지금은 지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허공에서 가만히 전장을 살피던 루시우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점점 자기 몸이 약해진다는 것을 알아차린 거겠지.
아마 빨리 돌아가려 할 것이다.
어느새 놈은 허공에 검은 공간을 만들어냈다.
도망갈 생각인 것 같은데. 절대 그럴 수 없지.
“이대로 일단은 작전상 후퇴를. 크윽?”
그 검은 공간으로 들어가려는 순간을 최시우는 이용했다.
사복검이 허공으로 뻗어 나가 순식간에 죄악의 몸을 칭칭 감았다.
촤라라라라라락!
아무리 죄악이라 해도 이것을 풀기란 어려울 것이다.
이미 병사들을 다 잃은 루시우스의 몸에 사복검이 스치자 피가 터져 나왔다.
최시우의 신검은 마검이 되면서 다양한 능력이 부여되었다. 검에 닿는다면 그 어떤 단단한 몸이라도 상처를 입히는 것.
루시우스는 사복검에 휩쓸려 도망가지도 못했다.
“크허억?”
“도망가려 하다니 아주 웃기네?”
아프기는 아픈 모양이다.
“도망이라니 무슨. 전략적 후퇴일 뿐이다!”
루시우스라는 놈은 분명 지는 것을 싫어했다.
저렇게 패배하고 도망치는 것을 전략적 후퇴라 하는 거겠지.
그러나 이제는 여유롭다.
유은하가 키운 백화교는 죄악들을 철저히 짓밟을 것이다.
“지랄하고 있네. 애초에 네놈은 우리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고 있어. 너 부하 없으면 좆도 아니잖아. 안 그래?”
부하들이 없어도 기본 죄악의 힘이 있으니 충분하다.
“그걸 어떻게?”
그냥 단순히 지휘관의 차이다.
제대로 통합되지도 않은 죄악과 유은하 아래 통합된 백화교가 같을까.
아니. 전혀 다르다.
유은하는 아지다하카고.
자신은 이미 한번 회귀했다.
그런데 너희들 따위가 감히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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