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0화 〉 275. 고립된 분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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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하면 죄악인 것이 들통날 수도 있는 처지인 레오는 애써 변명을 했다.
“보십시오. 유은하는 평소 반사도 감정을 앞세우며 사도들을 압박했습니다. 특히 제게는 대놓고 시비를 걸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어떻다는 건가?”
“보통 저런 경우에는 범인이 직접 해명하는 걸 봐야 하는데. 루시우스가 직접 TV에 나와 밝힌 것이 아닙니다. 그냥 백화교의 주장일 뿐입니다.”
유은하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말해 이건 의미가 없다.
“믿어도 되겠나?”
“당연합니다!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그간 쌓아온 이미지가 있다.
유은하는 아마 이번 일로 사도뿐만이 아니라 자신을 쳐내려는 것 같지만.
“큰일입니다!”
“또 무슨 일이야?”
“천공의 섬에 대규모 괴수들이 공격해오고 있습니다!”
천공의 섬을 지키던 사도 친위대들의 떨리는 목소리에 사도들은 짜증을 냈다.
“무슨 소리야 그게?”
섬을 공격해오다니 대체 어떤 멍청한 작자들인가.
사도들은 요새를 나와 섬 끄트머리까지 가 밖을 살폈다.
“사방이 꽉 막혔군.”
어느새 섬을 중심으로 사방이 막혀있다.
그리고 저 괴수들 사이에서 검은색으로 몸을 덮어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자가 나타났다.
“레오! 이 개만도 못한 새끼야! 안 그래도 불리한 전쟁인데 루시우스한테 송도를 기습하라고 해? 이 대가리 깨진 새끼야! 더는 너랑 일 못 해 먹겠다! 여기서 너 죽고 나 살자!”
질투의 죄악 마그라였다.
마그라가 자신이 기르던 지하의 괴수들을 이용해서 공격해온 것이다.
송도 기습이 실패한 것은 사실이고, 실책이긴 하지만. 설마하니 마그라가 자신을 배신할 줄은 몰랐다.
‘하필 이럴 때 이 멍청한 년이!’
레오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아니야. 그래도 아직은 아니다.
자신은 사도다. 그리고 유은하는 빌런이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도 아직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즉, 반대로 유은하를 몰아세우면 될 일이다.
“이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저건?”
“유은하가 빌런인 것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유은하야말로 죄악과 결탁하고 저를 노린 것입니다.”
점점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으나. 아직은 그래도 버틸 수 있다.
“유은하가 자네를 노린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멍청한 새끼야. 너는 네가 뭐 대단한 놈이라도 되는 줄 알아? 유은하가 사도 전체를 노리지 너를 노리겠냐? 돌대가리 새끼.”
젊은 사도들은 레오의 변명이 추잡해 보였다.
지금까지는 변명 한 번 하지 않고 당당하던 작자가 유은하가 전부 꾸민 거라며 몰아세우고 있으니 당연했다.
딱 봐도 냄새가 난다.
“제 말을 믿으셔야 합니다!”
“그래도 일리는 있어. 그 나이에 유은하의 강함은 설명이 안 되지 않나? 만일 유은하가 죄악이라면?”
이전부터 유은하와 마찰이 있던 노인은 유은하의 그 강함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의문을 품었다.
그 나이에 그런 강함이라 말이 되지 않는다.
“맞습니다. 오히려 유은하를 조사해야 합니다.”
어떻게든 이 기세를 몰아 유은하를 반대로 압박할 생각이었으나.
“분노의 죄악 레오야! 온갖 똑똑한 척은 다 하면서 뒤에 숨어있는 역겨운 새끼! 그 좆만 놀릴 줄 알지?”
새로운 방해꾼이 나타났다.
탐욕의 죄악 요하나.
요하나가 우랄산맥 동부에서 키운 동물 괴수 군단을 이끌고 나타난 것이다.
“저건 또 누구야.”
“다른 애들은 바보 취급하면서 정작 자신도 하는 게 없는 쓰레기 중의 쓰레기 같은 죄악 새끼야! 나도 너랑은 못 해 먹어!”
하필이면 이럴 때 나타나다니.
사람 심리가 있다.
첫 번째는 어떻게 넘겨도 새로운 죄악까지 나타나 레오를 동료처럼 부르고 있으니.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아니, 이거 상황이 너무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이거 유은하를 조사하기 전에 레오 너부터 조사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아무리 저를 싫어하신다 해도 이건.”
싫어한다 만다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봐도 이건 레오 쪽이 더 의심스럽지 않나.
“이건이고 나발이고. 저 정도로 몰리고 있는데 해명해야 하는 거 아니냐? 유은하에게 따지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지.”
유은하를 조사하는 것은 심증뿐이라 불가능하다. 그러나 누가 봐도 죄악들이 레오를 걸고넘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렇네. 막말로 우리가 유은하를 추궁한다면 세계가 어떻게 반응하겠나? 심지어 유은하는 폭식을 잡은 인물이야. 그런 여자를 죄악으로 몬다? 이것만으로 안 그래도 반사도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데 더 힘들어지겠지.”
유은하는 현재 세계 최고의 아이돌이나 다름이 없다.
외모면 외모. 털털한 성격에 힘도 강하다.
게다가 백화로부터 인계받은 백화교를 이용해 침식지대를 회복하기까지 했다.
이런 존재가 설령 죄악이라 해도 범인으로 몰기 어렵다.
“그것은.”
“그러고 보니 미국에 파견 나가 있는 사도가 거짓말 탐지를 그리도 잘한다지? 자네가 정녕 솔직하다면 일단 조사를 하지.”
일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설마하니 루시우스가 잡히고마그라와 남자 밑에서 앙앙거릴 요하나까지 군단을 이끌고 찾아오다니.
‘설마 이렇게 전부 배신을 한다고? 젠장 나 혼자서 뭘 어쩌라는 건가. 이렇게 된다면 그분의 의지를 이을 수 없어.’
아니, 배신이라고 하기에는 미묘했다.
죄악들이 서로를 견제하는 구도여서 그동안 뒤로 빠져 사도에서 호감도작을 하고 얼마 남지 않았었는데.
일단 지금은 변명이 중요하다.
“그건. 그것이.”
“그게 뭔가? 자네 정말 죄악이 아닌가?”
슬슬 나이가 지긋한 사도들도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우선 이 자리를 떠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자신이라도 사도들이 이렇게 몰려있는 곳에서 사도들과 적대하는 것은 힘들 테니까.
어차피 해명이 글렀다면 여기서 도망쳐 정체를 밝히는 것도 좋은 수가 아닐까.
레오가 빠져나갈 궁리를 할 무렵. 사도들은 괴수들을 막을 궁리를 했다.
“일단 저것들부터 처리하지.”
“어떻게 할까요? 저런 것들이랑 싸우다가 섬은 박살이 날 텐데.”
수가 많아도 너무 많다.
게다가 일반 괴수들도 아니다.
다양한 외관의 괴수들이 천공의 섶에 달라붙었다.
“하필이면 지상에 있는 지금 노리다니.”
“다 잡는 거야 어렵지는 않은데. 끄응.”
“일단 피해를 보더라도 저것들부터 잡지.”
어느새 죄악의 괴수들이 천공의 섬에 몰려들고 있었다.
저들부터 잡아야 레오를 추궁하든 뭐든 할 것이다.
그러나 괴수들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이후, 레오는잠적했다.
* * *
사도 레오가 잠적했다.
며칠 전 죄악의 군대에 의해 천공의 섬이 덮쳐졌다.
그때 사도들은 레오를 죄악이라 의심했었는데. 반대로 레오는 모함이라면 나를 반대로 죄악으로 만들려다 실패한 것 같다.
그 결과 레오는 도망쳤다.
해명할 수 없으니 도망친 것이다.
하기야 사도 중에 진실과 거짓을 판단하는 인물이 있으니 들키면 바로 끝났다.
물론 그렇게 되었으면 레오는 사도들을 싹 다 죽였을 것이다.
아니면 사도들이 다 죽어가면서 레오를 이겼을지도 모르지.
“음. 이거 레오가 결국 죄악이라고 증명한 꼴이네.”
“앞으로는 조심하는 게 좋아. 어디로 튀었을지 모르니까.”
나에게 안겨 잇는 최시우가 충언을 올렸다.
어디에 있을까.
아마 한국으로 올 거 같기는 한데.
“어떻게 할거야? 레오가 이렇게 잠적하면 위험하지 않아?”
“뭐 그건 아닐걸.”
죄악이라는 설정상 결국 자기가 기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한다.
딱히 어디 숨을 곳도 없고.
레오 입장에서도 우리가 더 강해지기 전에 지금 한번 뭔가 노릴 셈이겠지. 어쩌면 루시우스를 되찾으러 올지도 모른다.
“머지않은 미래에 결국 쳐들어오겠지.”
“그래. 그때 막는 게 좋을 거 같아.”
최시우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전까지는 지구를 완전히 장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마그라와 요하나도 적당히 하고 뒤로 빠졌으니까.
“그러고 보니 전에 레오는 어땠어?”
“이전의 레오는 그거였어. 루시우스 이긴 시점에서 다른 죄악들과 연합해서 한국을 공격했지.”
“버티지 못했구나.”
원작의 한국은 지금의 한국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힘이 약했을 테니까.
최시우나 소수의 사람으로 막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응. 솔직히 많이 힘들었어. 레오 하나면 모르겠는데. 죄악의 군단은 보통의 괴수 괴인이랑은 다르잖아.”
“그렇지.”
아마 많이 힘들었겠지.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최시우가 색욕이 되었고, 내가 폭식이 되었으며 죄악을 압도하는 전력도 가지게 되었다.
게다가 암컷 죄악들도 전부 내 수중에 있지.
그리고 나는 열심히 최시우의 유방을 주물러댔다.
조금의 여유 정도는 가져도 되잖아?
“후후후. 이 피어스 잘 어울리네.”
딸랑
나는 최시우의 피어스에 작은 방울까지 달아줬다.
이제 근처에서 방울 소리가 들리면 최시우가 나타났다! 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보지에 단 피어스에도 방울 달까?”
“아앙. 그건 좀.”
“싫어? 내가 내 보지에 방울 달겠다는데 지금 거부하는 거야??”
음탕한 년 같으니라고.
어차피 색욕의 패시브로 쾌락을 느끼려고 보지에도 피어스 박은 변태 년이 어디서 거부하려고 그래?
“하으윽. 으응. 그렇게 말하면 거부할 수 없잖아앗.”
봉긋한 유방을 마음껏 주물럭거렸다.
“당연하지. 너는 내 거라니까? 어디서 아직도 주인공인 척하려고? 안 그래?”
내가 있는 이상. 최시우가 스스로 암컷이 된 이상.
주인공은 결국 나 자신이지. 시우가 아니다.
시우는 그냥 내 밑에서 신음을 흘리면 될 뿐이다.
“으응. 나는 네 거야.”
“후후후. 섹스 후에 담배피는 건 어디서 배워서는.”
알몸으로 안겨 있는 그녀의 한 손에는 담배가 있다.
그러고 보니 섹스 담배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시절이 있었지.
내 여자가 이런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한걸.
입에서 풍기는 담배 냄새가 꼴린다.
아니, 그렇잖아. 용사라는 이미지의 최시우가 이런 암캐가 된 꼴이라니. 내 스타일이 되려고 흡연까지.
“그건 시.시아가 펴둔 거라서.”
“진짜 꼴이 우습다니까. 우리 시우. 이전의 네가 이 모습을 보면 창녀 같다고 생각하겠지?”
“하앙. 그야 너에게 다뤄지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을 줄은 모. 몰랐으니까안.”
뭐 그럴 만도 하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원래 암컷의 몸이 되어 나에게 걸리면 이렇게 타락해버리는 게 정상이지.”
“마.맞아앗.”
“그래도 그렇지. 너 정말 동네에서 돌핀팬츠 입고 돌아다니는 일진 언니 같다고? 그리고 나 입에서 담배 냄새 나는 여자 싫은데.”
뭐 그 속에 문신도 있고 피어스 달기도 했으니. 단순히 음탕한 년일 뿐이지만.
“그럼 피지 마?”
“우후후. 그래도 히로인 중에 이런 캐릭터 한 명쯤은 있어야지. 그편이 꼴릴까?”
원래 양아치 같은 컨셉도 있으면 좋은 법이라고.
게다가 나도 최근에 줄여서 그렇지 원래 흡연했었고.
시우나 나나 크게 다를 건 없다는 거지.
“자·잠깐 지금 그렇게 만지면서 키스를 하읍.”
츄르릅
한 손에는 담배까지 들고 키스하면서 젖는 것을 보니 웃기지도 않지.
이런 걸 누가 신검 사용자며 용사라고 생각하겠어.
절대 아니지.
새로운 시도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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