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7화 〉 282. 엔딩이 보인다.
* * *
#
조수를 뿜어댔다.
당연히 아지다하카도.
푸슈우우우우우웃
서로 조수를 뿜어대면서 본능에 이끌려 열심히 서로 비벼댄다.
조수를 뿌리면서 그저 암컷냄새로 이 세상을 덧칠해간다.
이윽고, 내 자궁 안에 박혀 있는 아지다하카의 파편이 촉수처럼 변해 흘러나왔다.
“이런 미친. 설마 전투에서 진 것도 아니라 이런 식으로 쾌락에 져 흡수당하다니. 이런 개 같은 패배도 없어! 대격변 대 이후로 단 한번도 이런 치욕은 없었는데!”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아? 행복하잖아?”
어차피 흡수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걸 본인도 알고 있겠지.
아마 그녀도 여기서 그냥 마지막으로 나에게 불만을 토한 것에 지나지 않을 거다.
어디까지나 그저. 나에게 반항 한 번 해본 것 뿐.
“하아. 하아아. 대체 이게 어디가 행복.”
“보지. 기분 좋지 않았어?”
빛나는 보지를 슬쩍 만졌다.
푹 젖은 보지가 상당히 꼴리게 잘 만들어졌다.
이제 곧 이 모든 것이 나한테 흡수될 것이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흡입되는 것은 싫은데.”
몸에 빛이 맴돌기 시작하는 그녀가 말했다.
“큭큭. 결국 이런 식으로 너는 흡수당하는 거야.”
“하아. 뭐 그래. 어차피 흡수당하는 운명이니.”
아지다하카의 몸이 점차 보랏빛으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점차 내 안으로 흡수되었다.
마치 마기에 침식당하는 것처럼 몸 전체가 아지다하카와 뒤섞였다.
그래. 이게 진짜 아지다하카였다.
나는 더욱 완벽한 존재로 다시 태어난다.
푸슈우우우우욱
결국 아지다하카는 나한테 흡수되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진정한 자신이 만들어졌다.
아지다하카의 기억과 경험. 인격이 전부 흘러들어왔다.
나는 궁극체 유은하다.
용용이인 동시에 작가 유은하다.
“남은 건 이제 레오인가?”
바닥에 걸래 짝처럼 널부러진 레오를 봤다.
레오를 촉매제로 만들어져 있던 아지다하카는 온전히 내가 흡수했다.
아지다하카가 온전히 내 것이 된 지금 레오는 그냥 아지다하카를 이뤘던 무언가일 뿐 이제는 위협 그 자체가 되지 않는다.
“굳이 있다면.”
뿌드드드득
“끄아아아악!”
나는 레오의 가슴팍에 있는 죄악의 파편을 뜯어내 흡수했다.
어차피 전부 내 거니 돌려받는 것은 당연하겠지.
* * *
걸래 짝이 된 레오를 끌고 게이트에서 나와보니 어느새 전쟁은 끝나있었다.
좀 도울 생각이었는데, 그 많은 괴수와 괴인들을 다 잡았나.
만주 쪽에 있는 헌터들 데리고 왔나? 그래도 너무 빨리 잡았는데.
“족히 수십만에 달하는 괴수 군단을.”
“고작 눈 깜박한 거로 순식간에?”
“와. 이거 서지연 헌터 랭킹 갱신해야 하는 거 아니야?”
도우러 온 헌터들은 모두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지. 서지연이?
“오. 지연이가 정말로?”
혹시나 싶어 지연이를 찾아보니 송도 중심에서 지연이가 괴인들을 증발시키고 있었다.
눈이 번뜩일 때마다 시야를 가득 메우는 괴수들이 일거에 사라졌다.
“와. 정말 저렇게 진화한 건가.”
정말 멋지게 변했다.
“저 정도라면 정말 한국 최강이라 할 만한데?”
싸우면 나도 실명시키지 않는 이상, 쉽게 이기지 못할 것 같다.
몸매가 쭉쭉 빵빵 여성 괴인 특징이 그대로 도드라지는 것이 마음에 든다.
여성형 괴인이 이래서 좋다는 거지. 딱 임신 최적화 몸매인데. 특수한 방식이 아닌 보통의 인간 방식이라면 임신을 하지 않는다.
즉, 항시 피임 가능한 완벽한 몸이라는 사실!
지연이를 따 먹을 그 날이 기대가 된다.
“그럼 조금만 지켜볼까.”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지연이가 괴인이 된 것을 숨길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괴인이 인류를 위해 개떡처럼 일하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지.
눈짓 몇 번만으로도 시야에 넘쳐나는 괴인 군단을 쓸어버리고 있으니 이 정도라면 지연이 괴인인 것이 받아들여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연이만이 아니라 송도의 괴인들이 전부 서울 괴수 구축을 시작했고 말이지.
“사실 언제든 가능하지만.”
작가의 힘.
언젠가부터 내가 가지고 있던 신이나 다룰 힘.
지금 당장 이것만 사용해도 저것들은 전부 지우고 지구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데. 결국 나도 성격이 좋지 못하다.
어쨌든 내가 만든 세상이라면 즐기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났다.
“와아아아! 괴수들을 전부 잡았다!”
“우리가 이겼다!”
“대한민국 만세!”
한국은레오의 침공을 끝끝내 막아냈다.
애초에 죄악의 파편이 뜯긴 레오는 괴수들을 더 뽑아낼 수 없었으니. 막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정석이 국뽕타락이 더 심해질지도 모르겠다.
뭐 지금의 한국이라면 국뽕 타락은 해도 되지 않을까?
물론 인구에 비해 땅이 너무 넓다는 게 문제지만.
나는 일단 지연이와 눈물의 재회를 했다.
“진화했구나?”
가까이서 보니 이게 분위기가 확 느껴지네.
“응. 당연하지.”
“예쁘네. 엄청. 뭐랄까 분위기가 더 성숙해진 느낌이고.”
직접 보니 그런 걸 더 느끼겠어. 그야말로 완벽한 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거 얼른 안고 싶은데.
지금 당장 야외 플레이하고 싶을 지경이다.
지연이는 가만히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너도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
“나도 완성되었거든.”
작가 유은하와 용용이의 완전한 결합.
진정한 하나. 깨달은 유은하 그 자체.
지연이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얼굴을 붉혔다.
“꼴리는데?”
“그건 진지하게 하는 말이야?”
지연이 스스로가 진지하게 말하는 것은 처음 본다.
“당연하지.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기분이야. 아니지. 어쩌면 이 몸이 된 탓인지 성욕이 끓어오르는 것 같아.”
괴인이 되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 성욕과 쾌락이 제법 올랐을 테니까.
아까는 아지다하카를 흡수하면서 열심히 비벼댔지만 사실 이전처럼 막 대책 없이 비비고 싶지는 않다.
이번에는 조금 더 다르게. 마음으로 녹이고 싶다.
단순한 육체로 내가 덮치는 게 아니라 조금 정신적으로 말이지.
이 부분은 나중에 말하는 게 좋겠지?
“그럼 일단마저 정리하자. 밤에 안아줄게.”
“응.”
남은 것은 그냥 괴수들 시체를 처리하는 것뿐이었다.
괴수들은 순식간에 내 백염과 지연이의 찰칵에 전부 죽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마기에서 아무렇지도 않고. 꽤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은 세상이 보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 때가 되었다.
서울에서 합류한 유진석을 비롯한 헌터들은 나와 지연이를 기이하게 쳐다본다. 말할 때가 된 거겠지.
“이제 전부 끝난 것 같기는 한데.”
“신기한 걸 보게 되어서 말이야.”
“일단 우리는 유은하와 서지연에게 물어볼 것이 있을 것 같은데.”
어. 어디서 다 보고 있던 걸까. 반응이 이렇게 빠른 줄 몰랐는데.
그래. 뭐 이렇게 대놓고 선보였으니, 알 사람들은 알게 되었겠지.
특히 유진석의 얼굴은 상당히 울적해 보인다.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자기 여동생이 괴인이 되었다는데 슬퍼하지 않을 인물이 있을까.
“은하야. 이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겠니?”
“쉽게 말하면 전부 괴인이라는 거지.”
유진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 여동생이 괴인이 되다니. 잠깐 설마 백화는.”
대충 눈치 챘구나.
이 정도면 알 만하지.
“응. 맞아. 나야.”
“언제 어쩌다 그렇게 된 거야? 폭식. 아니지. 백화는 그 전부터 나왔으니 이전부터 괴인이었다는 건데.”
이것도 다 말할 때인가.
“정확히 말하면 그 김재수가 아카데미 쳐들어왔을 때. 몸에 코어가 박혔어.”
“그런가. 그때 내가 너를 지키지 못한 탓이었구나.”
백화교의 활약으로 괴인들의 처지는 많이 바뀌었다.
특히 한국 내의 인권단체에서도 괴인과 빌런을 완전히 따로 분류해야 하며, 괴인들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괴인들이 완전히 사회에 녹아들기란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니야. 오빠. 어쨌든 내가 괴인이 된 덕에 폭식도 물리칠 수 있었고, 침식지대도 해방되었잖아?”
결국 내가 백화이기에 지금의 해피엔딩을 이룰 수 있었다.
큰 피해를 줄이고, 인간과 괴인이 조금이라도 조화롭게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
유진석이 고개를 떨구는 모습을 보니 좀 불쌍하기도 하다.
어쨌든 내가 진짜 작가 유은하인 이상, 유진석은 내가 만들어낸 작품 또 다른 주인공이나 다름이 없으니까.
“잠깐. 네. 네가 배. 백화?”
“네.”
“이거 엄청난 충격인데.”
차지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꼴을 보니 마치 자기 얼음에 추워 동상에 걸린 모습이다.
꽤 놀랐을까? 설마하니 내가 협박범일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인생이 다 그런 거죠. 뭐.”
“아니, 잠깐 너.”
“뭐 얼음 여제님은 나중에 귀여워해 드릴 테니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어떨까 싶은데요. 피곤하고.”
오늘은 내 자기들과 놀고 싶으니까.
“어쩔 수 없군. 그럼 이제 어쩌지?”
“어쩌나 마나 어차피 정부가 백화교와 결탁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아닌가.”
“그렇기는 한데.”
이미 알 사람들은 다 안다.
괴인에 사회적인 불평,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주로 나이가 지긋한 분들인데. 그중에서도 대부분은 백화교 덕에 나라가 국력을 크게 키웠으니 그것으로 만족하고 괴인에 대한 증오를 버렸다.
어쩌면 지금이 괴밍아웃을 하기 적당한 때라고 할 수 있지.
이제 해피엔딩도 났고.
“이 점을 이유로 들면 유은하는 다크 나이트가 될 수도 있어.”
“흠 그럴지도 모르겠네.”
하정석도 어쩔 수 없다.
여기서 백화교와 괴인들을 버리게 되면 단숨에 거대한 영토와 인구를 버리게 되는 것이고, 한국은 그냥 지역 강국으로만 머물 테니까.
국뽕타락한 하정석이 과연 그럴까? 아닐 것이다.
당장 중국의 장학채에게 은근히 국력 차이 때문에 헌터 군사력을 제외하면 열등감을 가지고 있던 하정석이다.
아마 버리기 어렵겠지.
“애초에 그간 백화와 유은하가 세운 이미지도 있으니. 좀 충격만 있을 뿐 어지간하면 그냥 넘어가겠지.”
그럴 거다. 아마 백화와 유은하의 팬클럽은 난리가 나겠지.
욕은 조금 먹겠지만. 애초에 나는 내 히로인들이 중요하다.
뭣하면 송도에 처박혀 있어도 되고.
“어쩔 수 없구나. 그럼.”
“아, 그리고 간부들 전부 아카데미상들입니다.”
“아니, 뭔 죄다 빌런 천지야?”
협회와 길드의 헌터들이 경악했다.
이것으로 사실상 완전히 커밍아웃한 것이나 다름이 없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