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9화 〉 외전먼 세계의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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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용용이 시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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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세계
머나먼 대륙. 인족의 나라 중 가장 거대한 아르메리아는 대륙 최고의 문명을 자랑했다.
그러나 거대한 나라와는 달리 제국의 황제 벨리아는 그러지 못했다.
평상시에 망나니처럼 굴면서 황궁에서는 벗고 다니며 툭하면 귀족들을 패고 다니는 황제는 도무지 제국의 황제라고 보기에는 무리수가 있었다.
오늘도 늘 그렇듯. 황제는 망나니처럼 굴었다.
“짐은 심심하다. 태사를 불러오라.”
벨리아는 제 발 아래에서 피를 뚝뚝 흘린 채 의식을 잃은 귀족을 내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궁에는 대륙 유일무이하게 황제의 스승인 태사의 지위를 가진 여자가 입궐했다.
'괴팍한 황제가 오늘은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한두번도 아닌 황제의 기행에 질린 태사였으나, 곧 황제로부터 들은 말에 제 귀를 의심했다.
“황제 폐하. 다시 한번 말씀해주십시오.”
“그러니까. 고대 문헌을 봤는데 거기에는 이 세계 사람들이 뭔가 우리가 사는 세상과는 다른 문명으로 발전한 세계로 이동했다더군. 근데 실제로 다른 세상도 존재하나?”
태사는 얼굴을 찡그렸다.
황제가 고대 문헌이랍시고 종이 쪼가리를 자신에게 넘겼는데.
이거 그냥 소설이 아닌가.
그냥 오랜 과거에 인기가 있었던 소설이다.
이 세계 사람들이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 이 세계로 오는 것.
시발. 진짜 뚫린 입이라고 지껄이나.
아, 물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세계에 있는 고대의 문헌 중에서 세계 이동 가능성에 대한 것은 분명히 말해 존재하니까.
“어. 저 그게.”
뭐라고 대답도 하기 전에 황제 벨리아는 무릎을 꿇었다.
“이 황제가 무릎을 꿇어야 속이 시원하시겠습니까?”
황제가 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주책바가지다. 정말로. 이 망나니 황제는 제멋대로 행동하면서 황실의 위신이란 위신은 다 깎아 먹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자신이 제국 최고의 가문인 아슈타르가문의 일원이라는 것 정도다.
어쨌든 이거는 좋지 못하다.
당장 황제란 작자가 신하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소문이 퍼지면 어떻게 될까?
국격이고 나발이고 안 그래도 귀족들이 삿대질하는 황제는 더 처참한 욕을 먹을지도 모른다.
일단 황제를 강제로라도 일으켜야 한다.
“아니 좀. 일어나십시오! 이론상으로 존재는 합니다!”
“그렇군. 그래.”
황제는 비열하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잠깐 나 뭔가 속은 기분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떡벌떡 일어나네.
지금 자신과 장난하자는 건가?
“자, 그럼 태사.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알겠지?”
찾으라는 말이겠지. 그 세계를.
어지간히도 할 일이 없는 인간이다. 제국이 거대하다고는 하나 아직 인류의 적인 마족들이 존재하는 세상인데.
뭐 조금 여유는 있지만.
“찾으면 되지 않습니까.”
“제대로 찾도록. 알겠지? 나한테 어머니 소리를 듣기 싫다면 말이야.”
나이 먹을 만큼 먹은 여자가 이러는 것도 우습다.
아직 혼인도 하지 않고 나이도 한참 어린 여자애에게 어머니라니. 이 무슨 개떡 같은 소리인가.
태사는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몇인데.”
“뭐?”
“아. 아닙니다.”
아이를 몇 명이나 낳은 황제가 저러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어쩔 수 없지. 세계이동은 조금 관심이 있는 분야기도 했다.
예산을 배정해준다면 연구 정도는 해줄 수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연구목적이었다.
어쩌다 발견한 고대의 통신기구를 이용해서 다양한 이론을 참고하고 또 연구하여 어딘가와 연결될 때까지는.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여기는 용용이.”]
태사 올리비아는 연구 중에 고대의 통신 기구로부터 기이한 목소리를 들었다.
고장났을 터인 이 기구에서 목소리가 들리다니.
그보다 뭐야, 용용이는.
말은 비슷한데 뭔가 제국어와는 감이 다른 것 같다.
뭐지. 대체 이 목소리는. 마치 사람을 약을 올리는 것 같은. 아니. 그보다 뭘까. 정말 어딘가와 연결된 건가?
일단 통신기구에 박힌 술식들을 보니. 확실히 마나의 흐름이 지금 세상 어디에도 연결이 되어있지 않다.
“용용이? 용용이는 뭔데 시발.”
[“여기는 서고. 서고. 그쪽은 누구야? 두유 라이크 김치?”]
두유라이크 김치? 뭐야 그건.
고대의 다양한 언어를 들어 뭔가 비슷한 단어가 있지 않았나 싶지만 확실한 것은 이 통신기구 너머의 존재는 그 말을 쉽게 하고 있다는 것.
‘분명 다른 세상 어딘가로 이어졌다.’
이건 조금 흥미롭다.
제국 안으로는 저 망나니 황제가. 부패한 귀족들이 지배하고 있고, 외부에서는 마왕군 잔당의 공격이 멈추지 않는 이때. 올리비아는 흥미로운 것을 찾은 것이다.
어쩌면 이 용용이란 인물을 통해 뭔가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는 아르메리아 제국의 올리비아다. 그 서고는 어디인가?”
[“여기는 한국. 서고를 옮겨놓은 송도 신도시. 또 다른 말로는 과거 송도 신도시와 구분짓기 위해 용용도시.”]
“한국? 송도 신도시? 뭐야. 시발 이상하잖아. 뭐 하는 동네야.”
생전 처음 들어보는데. 뭐 하는 동네야?
한국. 한국이 무슨 나라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분명 나라인 것 같다.
["아르메리아 제국이라니. 대체 어느 판타지 세계야? 장난해? 너야말로 거짓말치지 말라고"]
아니 무슨 소리인가 이건.
“판타지? 야. 엄연히 있는 나라를 네가 뭔 판타지 취급을 해?”
어디 살던 여편네길래 일단 대륙 제일의 국가도 몰라?
생각하기에 따라서 이건 위험한 년일 가능성이 있다.
여러모로 위험해.
[“말투를 보니 조선족? 중국인?”]
조선족? 중국인? 그건 또 뭐 하는 족속들인가.
그런데.
어째서인지 중국인이란 단어에 화부터 난다.
“갑자기 화가 치미네. 조선족이나 중국인이 뭐 하는 인간들인지 모르지만 제국인은 반족 혼혈이다! 아까부터 용용이든 한국이든 뭔 개 잡소리 하고 있는데. 대체 거긴 뭐하는 곳이야?”
뭔가 저 용용이라고 말하는 인물에게 이상하리만큼 화가 났다.
평소 이러지 않았는데 왜 이럴까. 마법사 스스로도 알지 못했으나,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다른 세상은 존재한다는 것.
[“아까부터 왜 이리 화를 내는 거야? 아무튼 여자 같네. 예뻐?”]
“근데 아까부터 듣자 듣자 하니 화나게 만드는데.. 누군지 모르겠지만 제국이 아니라면 자세하게 설명해.”
말투를 들어보니 무슨 레즈비언인가.
여자인 것이 중요한가?
[“어음. 여기가 30억? 40억? 명이 사는 지구에 있는 한반도의 한국. 아니, 지금은 만반도인가. 만주랑 한반도니 아무튼. 한국의 송도야”]
한반도는 뭐고 한국의 송도는 뭐고. 대체 이 용용이란 인물은 왜 이렇게 사람을 혼란하게 하는 건가.
아무튼 말만 들으면 이 한국이란 나라도 나름 큰 나라라는 걸까.
아니, 그전에 지구라는 곳에 총 30억이나 산다고?
“지랄하네. 당장 대륙 제일의 국가인 제국 인구만 해도 5천만이 될까 말까 하는데. 별 하나가 30억? 40억? 말이 되세요?”
[“그러니까 별이라니까. 한국 자체 인구는 이것저것 포함해서 대충 3천만은 넘어.”]
별 하나에 최소 30억이라 처도 그중 3천만의 나라?
이런 거로 거짓말 같지는 않다. 애초에 거짓말해봤자 무슨 득이 있을까.
다만 확실한 것은 이 용용이란 사람 기묘하게 목소리가 능구렁이 같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겠어. 너 맘마통 크지? 음 다혈질인 걸 보니 힘만 쓰는 직업을 가졌을 것 같고.”]
빠드드득
생각할수록 화가 나네. 대체 이 여자는 뭐 하는 존재인가. 맘마통이라는 단어가 뭔지 몰라도 화가 난다.
이 용용이라는 년은 정말로 뭔가 사람을 약을 올리는 것 같다.
“마법사야! 그보다 맘마통은 또 뭔데?”
[“뭐긴 뭐야 젖가슴이지.”]
빠드득
남의 젖가슴을 가지고 왜 희롱하는 건가. 아무튼 다른 세상은 존재하고 그 다른 세상에 변태가 있다는 건 알겠다.
'그냥 무시해야지.'
태사는 용용이라는 여자와의 통신을 접고 황제에게 보고했다.
“그럼 뭐하나? 거기 갔다 오지 않고.”
“뭐요?”
“생각해보게. 그런 세상이 있다는 것은 마왕의 위협이 없다는 것 아닌가? 그러지 않고서야 30억 40억 인구가 말이 되나? 그 말인, 즉, 인구를 조절해줄 강대한 적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는 뜻.”
그렇겠지. 그럴 것이다.
그 용용이란 자의 성격을 보면 진짜 인생의 적을 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이 세계의 사람들만큼 뭔가 다급함이라는 것이 없다는 말.
그러니 그 인구를 줄일 존재가 없으니 30억 40억도 되는 거다. 아마 마왕과 같은 존재가 없이 태평한 시대가 계속된다면 제국을 중심으로 인구는 수억 명도 넘을 수 있겠지.
그 세상은 확실히 마왕 같은 존재가 없다.
인간끼리의 전쟁이 있었다고 해도 최소한 1세기 동안은 없었겠지.
“아. 그렇겠죠.”
“그럼 그만큼 발달한 문명도 가지고 있을 거야.”
글쎄. 과연 그럴까.
발전했다고 해도 의외로 농업 국가 천지일 수도 있다.
게다가 전쟁을 통해 세상이 발전하는 법이다.
그만한 인구가 존재한다면 세상을 뒤엎을 만한 전쟁이 있던 것도 아닐 것인데. 아마 발전은 한계가 명확했을 것이다.
먹고 사는데 풍족하면 무슨 경쟁상대가 있어 발전을 꾀할까?
“어. 그런데 실제로 세상은 전쟁을 통해 발전하는 법입니다. 그 세상이 인구가 많다고 해도 인구만 많은 농경시대일 수도 있습니다.”
무조건 발달했다고만 볼 수 없겠지.
“그건 아니겠지. 그랬으면 자네와 연락이 되었겠나? 최소한 우리와 연락할 정도의 기본적인 문명은 갖추고 있다는 뜻이고.”
“그렇겠죠.”
기본적인 문명을 갖추고 있다는 것. 그건 인정한다. 확실한 것은 그 용용이라는 자가 있는 한국이라는 곳은 다른 세상의 마나의 흐름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기술은 확보하고 있다는 것.
그래. 뭐 일부 국가는 발전하고 다른 국가들은 농경사회일 수도 있고. 그렇겠지.
“어쩌면 그들의 힘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정 뭐하면 사천왕과의 전쟁에서 도움도 받고, 말이지.”
“그럴듯하지만.”
“그럴듯하지만?”
그 용용이란 자와 다시 말하기 싫은데.
뭔가 그냥 기분이 나쁘다. 그래도 당장은 저 멀리 있는 존재보다야 눈앞의 황제가 더 중요하다.
황제가 귀찮게 굴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결국 한숨을 쉬면서 올리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습니다.”
물론 고분고분 따를 생각은 없다.
다른 세상과 이어진다는 건 미친 짓이니까. 이론상 가능하다 해도 어떻게 가능한지도 모르고 그 지구라는 곳이 수십억 인구라면 제국이라도 불안해진다. 천오백 년의 역사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
애초에 그렇게 될 경우 세상이 어찌 되는지가 문제가 되겠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으려나.”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 다른 세상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야 그렇지. 자신이 사는 세상은 망나니 황제를 시작으로 지능이 떨어진 것들만 주변에 존재하니까.
인류의 적인 마왕이 있는 세상이라도 결과적으로는 내부에 있는 같은 인간들조차 멍청해서 스스로 갈아엎고 싶을 지경이었으니까.
그런데 의외의 사건이 벌어졌다.
[“여보세요?”]
“아니, 뭐야 발신도 가능해?”
그 변태가 통신을 걸었다.
이런 것까지 가능한 세상이야? 그럼 무시할 세상은 아니다.
[“안녕하세요. 아까는 실례가 많았네요. 제 이름은 유은하라고 하며. 대한민국 백화교 자치령의 단장입니다.”]
아까 그 인물이 맞나?
목소리는 같은데 분위기는 좀 다른 거 같은데? 어느 쪽이 진짜인가?
“아. 그래요? 그런데 아까 그 사람은?”
[“아, 접니다만. 장난 전화인 줄 알았거든요,”]
장난 전화?
“장난 전화? 아. 대충 뭔지 알겠네요. 알겠습니다.”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저쪽에도 여기와 비슷한 개념이 있는 것도.
언어도 비슷하고 이 정도라면 뭐.
[“아무래도 그쪽 세상이랑 이쪽 세상이 다를 수도 있는데. 혹시 괜찮으시면 볼 수 있을까요?”]
“거긴 혹시 마왕이나 인류의 적이 있습니까?”
[“없는 건 아니지만. 인류를 위협하는 적은 아니고 음. 돈벌이나 국력 과시용 적? 은 존재합니다.”]
예상외로 수준이 높은 건지도 모르겠다.
조금이나마 놀라워하고 있을 무렵. 자신을 유은하라고 소개한 인물이 말했다.
[“혹시 이 세상에 오실 생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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