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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301화 (301/331)

〈 301화 〉 외전­먼 세계의 이방인(3)

* * *

* * *

사건이 일어난 것은 며칠 후였다.

나는 그동안 그 기이한 마법사와 계속해서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야 당연하지. 그런 맘마통은 꾸준히 연락해서 호감도작을 해야 한다. 그러니 나중에 보빌 수도 있지 않을까.

­흠. 그 세상은 대단하군요

“그렇죠? 오시면 좋은 것을 많이 알려드리겠습니다. 마왕군과 더 싸우시려면 이왕이면 더 발전된 무기를 쥐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네요. 그럼 좀 배우겠습니다.

목소리가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에 들었다.

일단은 마왕과는 적이라고 했으니 그쪽으로 대화 주제를 끌어내기로 했다.

그렇게 한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슬슬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내가 그 망할 듀라한 메이드의 머리를 잡고 가지고 놀 정도로.

“에잇!”

“꺄아아아악! 그만 둬엇!”

“에휴.”

듀라한 머리 굴리는 것도 재미가 없어서 적당히 책상에 올려두고는 한숨을 쉬었다.

하필이면 슈에리도 잠시 밍메이 보러온다고 가버렸고. 다른 히로인들도 점령지 상황을 보러 간다고 했으니 죽을 맛이다.

어쩔 수 없이 지금 내 품에 있는 것은 레이첼과 지연이 뿐.

“그런데 오실 수는 있나요?”

[“네.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아니, 일주일이나 기다렸어. 일주일이면 많이 기다린거 아닌가?

더는 못 참는다.

용용이의 그곳은 지금 달아오르고 있다.

히로인들과의 만족은 만족이고 이쪽은 이쪽대로 불만족!

“그냥 제가 불러올까요?”

[“아뇨 굳이 그러실 필요는”]

“제가 부르겠습니다!”

더는 못 참는다!

“뭐야. 뭔데? 자기가 온다는데 네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어?”

듀라한을 빙빙 돌리는 지연이가 그렇게 말했다.

이런 이런 이런 지연이가 아직 뭘 모르는군.

그래 언젠가는 오겠지. 그러나 그 언젠가가 언제인지가 문제 아닌가?

“이러다 늙은이 돼서 오면 어떻게 해? 우리야 괴인이라 여유지만 저쪽은 아니잖아. 인간이라고!”

“기어이 저지르겠다는 뜻인가?”

[“이제 다 되었네요. 술식 발동 중입니다. 그쪽으로 가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해보겠습니다.”]

나보고 언제기다리라고?

“에잇 몰라!”

작가의 능력을 발동하기로 했다.

­지금 통화 중인 올리비아는 우리 세계 인천 송도로 온다.

딱 나를 맞추고 하면 두통이 심해지니 적당히 송도로 했다.

[“잠깐만요. 지금 거기서 무슨 일이. 파스스스. 뭐. 뭐야 싯팔!”]

오오 오고 있구나.

퍼버버버버버벙

콰지지지지직 퍼어어어엉!

“뭐야? 밖에서 무슨 소리가?”

“와우 저기 송도 재개발 구역에서 뭔가 터졌는데.”

내가 봐도 알 것 같다.

정말이지 눈에 훤히 보일 만큼.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뭔가가 터졌다.

어쨌든 송도 내부라는 것이 문제인데.

나는 유정이를 찾아갔다.

“어. 유정 언니. 바깥의 인명피해는?”

“저긴 골렘들이 개발하는 지역이라서 상관없지만. 재산 피해는 좀 클 것 같아.”

그건 좀 아쉽기는 하네.

* * *

올리비아의 몸은 날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에서.

갑자기 눈 깜짝할 사이 그녀는 다른 세상의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마기가 가득한 곳으로.

어떻게 되먹은 세상인지 마기가 짙은 곳이 있고 쾌청한 곳이 있었다.

하필이면 가득한 곳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이동하자마자 몸 가득히 퍼지는 마기를 막느라 미칠 지경이었다.

대체 이 세상은 어떻게 되먹은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사실 진작에 저 세계로 갈 수는 있었다.

설마하니 저 미친년이 미친 짓을 벌일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그 덕에 미처 영혼을 코팅할 틈도 없이 있는 그대로 박살이 나버리고 있다.

“이런 미친. 그 미친년은 무슨 짓을 벌인 거야? 젠장. 이대로 가다가는 영혼이 버티지 못하겠는데?”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의외의 상황이 일어났다.

설마 했던 일이. 지금 올리비아의 앞에 펼쳐졌다.

“킥킥킥.”

“젠장. 뭐야. 이건?”

마기에서 몸을 지키는데 갑자기 자신과 똑같이 생긴 존재가 떨어져나왔다.

자신과는 달리 검은 드레스를 걸친 고풍스러운 느낌의 여자였다.

설마하니 다른 세상으로 와서 마기에 침식당한 것도 모자라 나뉘다니.

“나는 네 안에 있는 또 다른 너.”

또 다른 너라니. 이게 무슨 개짓거리야.

이게 다 그 망할 용용인지 뭔지 하는 년 때문이다.

차원 이동도 좆같은 게 갑자기 어둠이 스멀스멀 몸을 침식하는 듯싶더니 기어이 이런 사단이 일어났다.

“저 그런 설정 싫어해요. 시발. 닭살 돋잖아!”

“그렇다고 내가 있는 것이 없는 게 되지는 않겠지?”

씨익 웃고 있는 것이 기분이 나쁘다.

“잠깐. 너 진짜 뭐야?”

“네 안에 있는 마왕이라 할 수 있겠지. 잔여물처럼 남은 올리비아는 마왕이 되었답니다~이 세상에 마기가 많은 덕에 내가 나타날 수 있었어.”

“아니, 진짜야?”

망했다.

올리비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이 살던 세상에서 올리비아는 마왕을 죽였었다. 그런데 설마 이제 와 이 세상에서 마기란 마기는 전부 흡수한 탓에 한쪽이 마왕에 침식되다니.

“맞아. 당신은 인간의 삶에 만족하는 모양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마왕에게 더 끌려버렸어.”

마왕에게 더 끌려버렸다.

대체 무슨 이런 일이 다 일어날:까.

“새로운 마왕이라도 되시겠다?”

“뭐 비슷해.”

“멍청이. 원하는 게 뭐야?”

대화로 타협이 가능하다면 해야 한다.

그리고 정 안 된다면 여기서 죽이는 수밖에.

“여흥?”

그걸 말이라고.

“이미 내가 다 해줬는데 그것으로 부족하다는 거야?”

마왕은 자신이 잡았다. 그런데 설마하니 영혼의 일부가 저렇게 마왕에게 홀려버릴 줄이야.

이래서는 곤란하다.

어차피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은 그 망할 년 탓이다.

하필이면 차원을 멋대로 이동시켜버리는 바람에 영혼이 망가졌다.

“나는 이곳에서 힘을 키우겠어. 그리고 다시 저세상으로 넘어갈 생각이야. 그리고 대륙을 내가 지배할 거야.”

황당하기 짝이 없다.

다시 저세상으로 넘어가겠다니.

“무슨 어린 애꿈도 아니고.”

“어쨌든, 그때 보자?”

“내가 그냥 가게 둘 거 같아?”

까아앙!

마나로 만들어진 검을 꺼내 내려쳤으나 마왕을 품은 여인은 검은 검을 꺼내 올리비아에게 맞섰다.

그녀는 비열하게 웃었다.

마치 너 같은 건 이기기 쉽다는 듯이.

“여기 오느라 마력을 많이 쓴 네가 나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세상이 멸망할 그 날까지 구석에 처박혀 있어!”

채에앵!

마왕 올리비아는 올리비아의 검을 쳐내면서 검은 기운을 흘려보냈다.

무엇이든 부수어버리는 절망이 올리비아를 집어삼킨다.

“쳇.”

올리비아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그 사이 마왕 올리비아가 강력한 일격으로 올리비아를 내리찍었다.

콰르르르르 콰아아앙

순식간에 올리비아는 고층 건물을 뚫고 그대로 지면으로 낙하했다.

어떻게 되먹은 세상인지 기이한 건물이 넘쳐난다.

“하아. 하아. 하아. 진짜 가버렸네. 저거.”

이게 다 전부 그 빌어먹을 용용이라는 놈 탓이다.

준비도 덜 된 마당에 무슨 능력자인지 자신을 멋대로 이곳에 옮기고. 그것도 불안전하게 이동시키는 바람에 영혼이 망가졌다.

여기에 마기가 가득한 곳에 떨어져 순식간에 영혼이 분리되었다,

“이런 망할.”

이 용용이인지 뭐 하는 새끼를 보면 반드시 한방 후려쳐야겠다.

* * *

마침내 나는 송도 개발구역에서 올리비아랑 만났다.

실제로 본 올리비아는 정말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새하얀 백발에 두 눈은 호수보다도 깊고 영롱한 눈동자.

내 한쪽 눈과 많이 비슷한 색.

광활한 우주를 품은 듯한 두 눈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아 물론 거대한 대물도 감쌀 정도의 맘마통이 합격점이다.

후우욱. 후우욱. 올리비아쟝. 넌 내 거야.

“오오. 이런 곳에 있었나?”

나는 작업멘트를 날리듯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어째 나를 보는 두 눈이 상당히 화가 치민 표정인데. 설마 나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어루만져주자.

“당신이 유은하?”

직접 듣는 목소리도 정말 꾀꼬리 같다.

후후. 이렇게 된다면 내가 탐할 수밖에 없지 않나.

어쨌든, 나에게 묻는다면 대답해주는 것이 인지상정!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유은하입니다!”

“뭐? 제가 바로 유은하?”

“응?”

뻐억!

갑자기 주먹이 내 안면을 강타했다.

뭐가 그리 화가 났는지. 올리비아는 씩씩거리면서 주먹질을 열심히 해댔다.

아니, 잠깐. 이렇게 때리면 나도 억울한데? 이렇게 무작정 후려 패는 건 인간적으로 어떨까 싶다.

“악! 갑자기 이게 무슨?”

“내가 시발 저걸 잡아두느라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너 때문에 다 망쳐버렸잖아! 이거 어떻게 할까?”

정말로 다 망쳐버렸다. 고 하면서 나를 향한 적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데.

아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러는 건데?

적어도 나는 모르는 일인데?

나는 그냥 오는데 어려워하길래 가볍게 도와주려고 하는 것뿐이다.

“자·잠깐 진정하고. 나는 무슨 일인지 모르겠으니까.”

“뒈져라!”

카키이이이잉!

올리비아는 갑자기 푸른 빛으로 만들어진 검을 휘둘렀다.

강하고 섹시하다!

아니, 근데 뭐가 이렇게 강한 건데?

진짜 겨우 막았다.

내 비늘 검이 아니었으면 진작 당했을지도.

“쟤 대단한데?”

“그러게. 유은하랑 1대 1로 저렇게 싸우는 애는 처음이야.”

뒤에서 따라온 히로인들도 경악했다.

히로인들이 놀랄 정도라면 말은 다 한 거지. 안 그래?

자. 너 내 동료가 돼라!

일단 그 전에 대화를 해야지.

사람은 대화를 하는 생물이다.

사람은 아니지만. 아무튼.

“안 되겠다. 일단 우리 차분히 대화를.”

현대 문명의 사람들은 무력보다는 대화를 중시하는 법이라고.

그러니, 얼른 무력이 아닌 대화를 해야 하는데. 올리비아는 대체 뭐 때문에 화가 났는지 계속 달려들었다.

그래서 대화할 겸 거리를 벌리려고 백염을 사용했지만.

파아앙!

백염을 튕겨냈다.

“대화는 지랄하네. 너는 나한테 1년 365일 처맞아도 할 말이 없어!”

“백염도 안 통해?”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 올리비아란 여자는 몸에 마력을 두르고 있었다.

아니지. 마력이 아니라 저건 마력 그 자체였다.

뭐지? 대체 올리비아는 얼마나 강한 거야?

“넌 시발 메테오 맞아도 할 말이 없어 이년아!”

“저건 좀 위험한데.”

쾌청하던 하늘에 거대한 운석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운석은 정확히 송도를 향해 떨어지고 있다.

설마. 올리비아가 하는 건가?

“쟤 뭐 하는 앤데 자연까지 움직여?”

“그 전에 저거 떨어지면 송도가 아작날 수 있겠어!”

백염탄으로 막는다 쳐도 사방에 파편이 튀면 송도도 무사치 못할 텐데?

생각보다도 이번 뷰지는 강한 것 같다.

그것도 매우. 엄청나게. 어쩌면 나랑 동급일지도.

“아니, 뭘 그렇게 고전해?”

지연이의 크로스헤어가 번뜩였다.

그런데

이미 화가 끓어오른 올리비아 양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피했다.

지연이의 눈빛을 아예 회피한 것이다. 대체 어떻게 된 건가.

“진짜 기이한 능력자들 많네. 시발 방심했으면 그대로 죽었겠어.”

타다다다당!

지연이의 크로스헤어를 피한 올리비아는 손을 살짝 휘두르자 허공에서 푸른빛이 떠올라 마치 광선처럼 지연이를 향해 쏘아졌다.

“이걸 피하면서 반격을 함?”

지연이도 올리비아의 공격을 피했으나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우리들을 상대로반격까지 하고 있다.

진지하게 안 하면 좀 맞을지도 모르겠다.

대체 저런 능력자가 어디서 나타난 걸까?

아 내가 불렀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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