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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306화 (306/331)

〈 306화 〉 외전­먼 세계의 이방인(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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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마왕은 누군가에 의해 잡았다고 했었는데. 올리비아가 너무 대충 설명한 것이 좀 아쉽다고 해야 하나.

그러니까.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올리비아를 찾아갔는데.

“너는 매너라는 것이 없냐? 예티캣 안 배워?”

“후후후훗.”

아주 좋다.

무려 올리비아가 지금 반쯤 벗은 상태니까.

정확히 말하면 갈아입는 중이었다. 거대한 젖가슴이 나를 맞이하고 있다는 건 너무 보기 좋다.

“뭘 기분 나쁘게 웃고 자빠졌어?”

“아니, 그야 이렇게 커다란 맘마통을 보면 어쩔 수 없다고.”

“남자면 차라리 이해라도 가지 이건 여자가 그러니 더 당황스럽네. 그래서 무슨 용무인데?”

꼭 내가 무슨 용무가 있어야 오나. 이거 참 서운하게.

라고 말할까 하다가. 히로인들 표정이 하나 같이 나를 쏘아보길래 참았다.

아니, 그럼 직점 물어보던가. 왜 이 용용이에게만 다 맡기고 그러나.

“어 일단은 그래도 밥먹을 준비는 해야 하는 거랑. 우리도 뭔가 알 필요가 있다 여겨져서.”

“마왕?”

그래. 마왕 말이야.

내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 마왕을 자처한다고 했는데. 그냥 단순히 힘이 있다고 마왕이 되려는 거 같지는 않고. 뭔가 있는 거지?”

“어. 없지는 않지.”

“왜 말 안 해줬어?”

“언제 물어봤니?”

아니, 그래도 보통은 말해줘야지. 결국 한배를 탔는데.

내가 어이가 없어 가만히 쳐다보자 그녀는 눈을 돌렸다.

이거 이거 수상한데?

나는 조금 더 그녀에게 캐묻기로 했다.

“아니, 비밀 말해주지 않는다며?”

“비밀은 그거 말고도 많으니까. 마왕만 관련된 거라면 대답해줄 수 있어.”

‘마왕만’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 여자는 존재 자체가 지금 마왕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그러니까 나는 남김없이 뜯을 생각이야.

나와 너의 관계를 위해서!

“내가 궁금한 건. 그 마왕 올리비아의 존재야.”

“마왕이 된 건데. 정확히 뭐가 궁금해서?”

아니, 그거 말고

“그냥 자기 강해져서 그 힘에 취해 마왕이 되겠다.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네 말로는 마왕은 이미 죽었었고.”

“뭘 말하고 싶은 건데?”

사실 이거까지는 언급하지 않으려 했지만.

“올리비아 너는 처음부터 마왕이었다던가. 아니면 이중인격이었다던가.”

내 말에 올리비아가 씩 웃었다.

마치 재미있다는 듯.

그럼 역시 이쪽 관련해서 뭐가 있기는 있구나?

“오. 재밌는 추리야. 그렇지만.”

“그도 아니면 마왕이 올리비아의 몸에 있었다던가.”

내 마지막 추리에 올리비아의 얼굴이 잠깐이지만 차갑게 굳었다.

역시 이쪽이 맞나? 그런 걸까?

어느 쪽이고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이건 올리비아와 내 관계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러다가 잠시 또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마치 네가 거기까지 생각했냐는 표정. 은근히 사람을 약올리는 듯하다.

“흐음.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확 덮치고 싶다.

좋아.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내가 생각한 걸 전부 말하지.

“너는 사실 마왕인데. 누군가에게 얻어맞고 물리치료 되어서 차카게 살자~하다가 이곳에 올 때 네 마음의 어둠과 분리가 되었다던가?”

“미친년인가?”

뭐야, 여기는 잘못됐나?

혐오스러운 걸 쳐다보는 그 얼굴에 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아니면 아닌 거지 저렇게 노려볼 필요가 뭐 있담.

“아니, 왜?”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왜. 놀랍지? 자 정체를 밝혀라. 마왕 올리비아!

솔직하게 자수하면 좋을 것이야!

내 말에 그녀는 한참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쉬었다.

“그래. 결국 그럼 내가 다 말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오오. 정말?”

그래 준다면야 나야 고맙지!

“뭐 그 정도 생각한 것만으로도 빡통은 아니라는 걸까.”

“뭐야. 너무하는데?”

빡통이라니! 그러면 너무해요!

이래 보여도 멍청하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우리 올리비아는 나를 그 정도로 본 건가!

“하아. 진짜 답이 없네.”

결국 올리비아는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용사파티의 마법사였다는 것.

그리고 급발진해서 마왕을 잡았다는 것.

그 과정에서 죽었는데. 공녀의 몸이 되었다는 것.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바로 원래는 남자였다는 것!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인데.”

한수지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말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그건 내가 할 말이거든? 내 입장에서는 너희들이 이상하다고. 과학으로 발전한 세상이라니 정말 믿을 수 없다니까.”

“이렇게 존재하잖아?”

과학으로 발전한 눈부신 세상! 오오. 놀랍지 아니한가!

솔직히 이 정도는 인정해 줘야지.

“그럼 나도 존재할 수 있는 거지.”

“그런데 마왕 관련해서 뭐 없는 거 아니야?”

“그러게. 결국 연관점이 없는데.”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정말로.

“사실 이 공녀의 몸 자체에 마왕의 파편이 박혀있는 탓에.”

“마왕의 파편?”

“이 몸 자체가 원래 마왕의 그릇으로 쓰겠다고흑마법이 걸렸던 거거든. 그 과정에서 마왕의 기운을 받은 데다가. 사천왕 쪽 간부와 싸우게 된 탓에.”

설정이 복잡하네.

한마디로 그 몸은 마왕의 몸이라는 거 아닌가?

“아니. 그런데 결국 너는 마왕이라는 거잖아. ”

“왜?”

“그 몸 자체가 마왕을 담기 위해 저주받은 몸인데. 거기에 마왕의 파편이 박혀있다? 그럼 너는 마왕이라는 소리잖아.”

내 말에 올리비아는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더니. 다시 한숨을 푹 쉬었다.

아무리 세상이 다르다고 해도 저렇게 바보 같을 수 있을까.

뭔가 그런 얼굴 같다.

“웃기지 마라. 그랬으면 사천왕이 나를 따랐겠지. 바보냐 너?”

역시 바보라고 하는 걸까!

“와우 은하에게 저리 욕 박는 사람이 있다니. 놀라워.”

그러게. 보통은 다들 내 외모 보고 가버리는데 얘는 전혀 아니네.

대체 이 여자는 어디까지 나를 우습게 보고 있는 건가!

그런데 그게 또 기분 좋아요.

“자꾸 바보 바보 하지 마. 진짜 바보 될 거 같잖아.”

“같잖아가 아니라 넌 그냥 바보다. 이 멍청아.”

정말 답이 없어요. 답이.

그 뒷말에 지금 당장 덮쳐버릴까 싶지만 참았다.

어쨌든 올리비아는 뭔가 고귀한 느낌이거든.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게다가. 이거 잘하면 마왕 올리비아로 만들어서 내 옆에 둘 수도!

“너 또 이상한 생각하지?”

“커흠. 아니야?”

내가 그렇게 알기 쉽나?

이거 어째 내가 휘둘리는 느낌인데. 원래 용용이는 이런 존재가 아니다. 리드하면 리드했지 히로인에게 휘둘리는 그런 약한 여자가 아닌데.

뭔가 흥분된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멍청한 생각은 작작하는 게 좋을 거야.”

“더 할 말은?”

음. 할 말이 있기야 하지.

이 말을 하면 또 욕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해야 할 말이 있다.

“어쩔 수 없네. 아무튼 각성했어. 마왕.”

“난 또 뭐라고. 각. 뭐?”

“마왕이 되었다고. 네 반쪽.”

올리비아는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받아들이지 못하더니. 이윽고 내 양 어깨를 붙들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어. 이거 이대로 키스각?

그런데 눈을 맞춘 올리비아는 사람을 잡아먹을 듯이 쳐다본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무슨 일인지 나도 모르겠는데. 으으음.”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려고 했으나. 올리비아가 무섭게 노려본다.

“야.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사실은 내 부하들이 마왕을 각성시켰어. 제물 바쳐서.”

내 말에 올리비아가 눈살을 떨었다.

가슴도 함께 떨렸다. 아주 탱글탱글하게.

어우야. 정말 꼴린다.

“미쳤냐?”

“어째 비속어가 점점 더 늘고 있는데?”

너무한데요? 용용이는 너무 아주 슬퍼요.

“꼬우면 똑바로 하던가. 야. 이거 너희 세계와도 관련 있는 거야. 그년이 얌전히 내 세계로 돌아갈 거 같아? 아니면 뭐야. 짬처리 같은 걸 생각하고 있냐?”

“아니. 그럴 리가?”

히로인들이 수상한 생각은 했지만 그럴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어쨌든 올리비아는 내 히로인이니까.

나는 올리비아를 절대로 놔주지 않겠어!

“그래서 어디 있는데?”

“북극에 있다는데. 지금은 어디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

아마 힘을 키웠으니 어딘가로 가지 않았을까.

“북극이라면 그 빙하만 있다는 그곳?”

“응.”

올리비아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다.

뭐야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아직 북극에 있겠군.”

“어떻게 아는데?”

그년이 거기 한곳에 머물 것 같지는 않은데.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 같다.

“당연한 거야. 만일 다른 곳에서 지랄 떨었으면 너희가 난리가 났겠지. 너희 세상 절반은 지배한다며? 게다가 내 세상으로 이동했어도 내가 알았을 거야. 즉. 아직 이 지구에 있다는 뜻.”

“아 그렇네.”

마왕 올리비아도 올리비아랑 같은 세계에서 왔다. 아는 것도 없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녔으면 무슨 말이 있었겠지.

그럼 마왕 올리비아가 그곳에 남아서 뭣 하려는 거지?

설마 북극 쪼개서 지구를 멸망시킬 속셈인가?

“은하야. 북극에서 무슨 일을 벌이면 이거 위험하지 않겠어?”

“북극의 얼음을 전부 파괴한다면 위험할 거예요.”

“음. 그렇겠지.”

그럼 역시 북극으로 올라가는 게 좋을까.

“그럼 북극으로 가자. 거기서 한번 결판내면 되겠지.”

“분명 북극에서 나왔으면 어떠한 징후가 있을 테니. 유정 언니나 다른 사람들은 세계의 소식도 알아봐 주고.”

“알았어.”

일단 송도는 이제 염려 없다.

유정이나 다른 히로인들이 맡아줄 테니까. 남은 것은 북극까지 올라갈 전력일 뿐.

“그럼 애완동물 둘이랑. 시우랑 한수지. 레이나. 등등 전투원은 싹 다 올라가는 것으로 하자.”

아무래도 그 힘은 모르니까. 어쩌면 상당히 강할지 모르니 이쪽도 최대 전력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북극에서 싸우면 위험하지 않아?”

“그렇겠군. 그 대륙급 얼음이란 게 다 파괴되거나 녹아버린다면 지구가 위험해지겠지. 대륙이 잠기나?”

올리비아의 말이 맞다.

위험하겠지. 북극이 파괴된다면 어우.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럴걸.”

“뭐야, 그럼 그년이 북극에서 처박혀 안 나오는 이유가 지구도 망치려고 그러는 거 아니예요?”

레이나의 말에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렇다고 보기에는 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든 간에 북극에 말뚝 박은 것은 위험하지만.

“거기에 말뚝 박으면 위험하잖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면 그만.”

그때 올리비아가 조심스럽게 포문을 열었다.

그래. 그러면 그만이지.

그런데 그 마왕을 어떻게 움직일 생각일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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