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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이 히로인을 공략함-308화 (308/331)

〈 308화 〉 외전­먼 세계의 이방인(10)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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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리비아를 설득하기로 했다.

여기서 갈림길이다.

올리비아의 마음을 잡느냐 잡지 못하느냐의 싸움.

호감도작이라 할 수 있겠다.

“조용히 해. 나는 언제나 준비 만전 상태로 싸우는 사람이야.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1대 1 운명의 싸움 같은 무게감 갖지 말라고.”

“운명의 싸움이 아니라!”

아무래도 내 이론을 펼칠 때가 되었군.

“사람은 말이야. 쉬운 길로 가야 해. 쉬운 길 놔두고 굳이 왜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해? 그 쉬운 길이 범죄야?”

“아니, 그건 아니지만.”

나는 그게 항상 싫었다.

그냥 압도적인 전력으로 적을 잡으면 그만인데. 자존심은 강해서는 항상 1대1로 싸우는 거. 왜 만화나 애니메이션 보면 그런 캐릭터 많이 나오잖아.

나는 그게 싫어. 그러니까 이 싸움은 내 일이기도 해.

“용용이라니. 그런가. 이곳에서 마기를 전부 뽑아먹으려면 일단 너부터 잡아야 하는 건가.”

“맞아. 대신 나에게 지면 넌 보지를 대줘야지.”

원래 싸움에서 지면 보지를 대주는 것이 당연한 법이다. 그러니 나는 흑의 올리비아가 보지를 대주기를 강렬하게 희망하고 있다.

“천박하구나. 미친년인가.”

“저쪽도 미친년이라고 하네.”

“당연한 거 아니냐. 미친년 같잖냐.”

옆에서 올리비아도 뭐라고 한다.

이거 너무 슬픈데요. 양쪽의 올리비아에게 경멸당하는 나란 여자!

어우 진짜 벌써 흥분되기 시작했다.

이러면 내가 곤란한데 말이죠. 아주 속이 불끈거립니다.

“너무하는데. 일단 너 거기서 나오는게 어때?”

“무슨 소리지?”

“말이야 바른 말이지. 너 거기 있다가 싸움나면 이 세상만 위험해진다고.”

아무튼 거기서 나오라는 뜻이다. 북극이 망가질 수는 없는 일이니까.

그런데. 흑올리비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와. 흑올리비아는 야비하네. 지구를 가지고 협박하다니.”

그러게 말이야. 지구 가지고 협박하더니. 정말 나쁜 년이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지구 님은 안 되지.

그래. 차라리 지구 말고 나를 두고 협박하면 또 몰라.

이건 정말 너무한 처사라고요.

“내 별도 아니다. 그런데 내가 왜 이딴 별을 위해야 하는 거지?”

“아니. 그야 그렇지만.”

저건 너무 싸가지가 없네,

정했다. 올리비아는 둘씩이나 필요없다. 백 올리비아 하나면 되지!

“무섭기는 무섭네. 정말.”

“어떻게 할래?”

“그렇다면 답은 매우 간단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 답은 이미 나왔거든.

앞으로 내가 할 일은 단 하나다.

있는 힘껏 두들겨 패는 것! 어차피 올리비아 둘 중 하나만 살아남는다면 그 흑 올리비아는 비벼버릴 것이다!

“이것이 내 각오의 용용펀치!”

지면을 박차고 뛰어올라 그대로 놈의 안면을 주먹으로 강타한다.

빠각!

일단 한 대 때리기는 했는데. 굉장히 부족한 느낌이다.

흑의 올리비아라 그런지 확실히 일반 올리비아보다 더 강한 것일까.

아무튼 간에.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 조금 더 힘을 올릴 필요가 있다.

“오. 이거 꽤 강한데.”

흑의 올리비아가 매혹적으로 웃으며 내 주먹을 버티고 있다.

심지어 잡았다.

“오. 이걸 버텨?”

“좀 셌다? 이번에는.”

이야. 나를 비웃는 여자라 처음이다.

설마 이런 식으로 나를 약을 올리다니. 벌써 젖어버렸다. 이대로 확 따 먹고 싶지만. 일단 늘씬하게 두들겨 패는 것이 먼저다.

“이번에는 이 아니라 앞으로도 강하게 두들겨 팰 예정이라고.”

화르르르르르륵

백염으로 공격을 하지만. 이 역시 무용지물.

아주 잠깐 눈을 가리는 용도에 지나지 않겠지. 물론 나는 이 틈을 놓치지 않을 생각이다.

나는 히로인들에게 눈짓을 했다.

쉬이이이익

시우의 사복검이 흑의 올리비아를 묶었다.

“호오. 이번에는 다 같이야?”

그래. 다 같이지. 원래 이런 건 다굴이다.

“그렇게 여유로운 것도 지금 뿐이라고.”

“이번에는 창이고. 그럼 다음에는 화살?”

한수지의 창과 레이나의 화살도 박혔다.

자. 여기까지는 그냥 공격이지만, 아직 한발이 남아있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무기가 없어 처음 보면 무슨 능력인지 알 수 없는 우리 지연이가! 그것도 일반 올리비아와 달리 아무것도 모르는 흑의 올리비아라면 당할 가능성이 높다!

“지연아!”

지연이의 눈이 작렬했다.

정확히 흑의 올리비아를 향해. 크로스 헤어가 번뜩였다.

퍼버벅!

“큭?”

흑의 올리비아는 몸에 구멍이 뚫렸다.

마치 몸에 보지가 여러 개 생긴 것 같다.

지금까지 지연이의 능력이 안 먹힌 상대는 없었는데?

일반 올리비아야 피했다고 쳐도 흑의 올리비아는 아예 대놓고 맞았다. 그런데도 구멍 뚫리는 게 고작인가?

게다가 가만히 보니 처음에 당황한 흑의 올리비아는 피식 웃고 있었다.

뭐야. 저 웃음의 의미는. 지금 뭐 해보자는 건가.

설마 이것도 고칠 수 있다고?

“설마 이 공격도?”

온몸에 구멍이 났는데 괜찮다고?

“이 정도야. 마기로 메우면 그만 아닌가.”

어느새 몸에 난 수많은 구멍은 마기로 채워지더니 다시 육체로 변했다.

뭐야. 이거. 무슨 수작을 벌이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그렇다면 원래 계획대로 다른 세계로 보내야 한다.

나는 흑 올리비아의 손을 잡았다.

파지직!

그리고 그대로 다른 세계로 이어진 포탈을 이용해 언젠가 내가 파편으로 박살을 냈던 세계로 돌아갔다.

히로인들도 함께.

“호오?”

“뭐가 놀랍지? 어차피 이 정도야 네년도 할 거 아냐?”

“아니, 그거 말고.”

나는 슬쩍 위를 바라보면서 그윽하게 웃었다.

그래. 저래야 내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 자연을 움직이다니. 그것도 자신의 세계가 아닌 생판 다른 세계에서.

구름을 움직이고.

먹구름을 만들어.

번개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수십 개를. 그대로 하나로 모아.

빠지지지직! 콰과아아앙!

흑올리비아에게 내리쳤다.

나 지금 조금 소름 돋았다.

설마하니 우리 올리비아가 저만큼 강할 줄이야! 그것도 자염을 움직이다니! 이 용용이는 너무나 대견해요! 아래가 젖어버렸어!

나는 물개박수를 치면서 올리비아야게 다가갔다.

그녀는 흑에게 번개를 내리박고 지쳤는지 헉헉거리고 있었다.

그래. 이 정도면 당연하지. 무려 자연을 움직인 일이 아닌가.

“뭘 그리 천박하게 손뼉을 쳐?”

“설마하니 올리비아가 이런 기습을 할 거라곤 생각도 못 해서.”

올리비아는 내 말에 찝찝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돌렸다.

어우 깜찍해라.

이게 바로 츤데레인지 뭔지 그건가?

“뭐 이 정도는 해야겠지. 네 말에 떠오른 것도 있어서 말이야.”

그래. 쉽게 쉽게. 편히 가는 것이 제일이라니까.

“그래?”

“아직 끝나지 않았어.”

흑에게 번개를 먹인 일반 올리비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나도 그래 보이는데. 저놈 꽤 강한 모양이다.

이렇게 된다면 인과율이 병신이 되겠지만, 작가의 권능을 때려 박는 수밖에 없다.

“아하하. 과연 대단해. 역시 올리비아. 내 원본이라고 할 수 있겠어.”

흑올리비아는 여전했다.

어우야. 적당히 하자 좀.

“그럼 이제 그만하지그래?”

그게 이득이지 않을까?

“그만할 수는 없지. 이렇게 얻어맞았는걸?”

많이도 얻어맞았다.

그것도 올리비아의 한방에.

최악 작가의 권능을 기출 변형식으로 써서라도 막아보려 했는데. 지금 보니까 흑올리비아는 여기저기가 엉망이다.

마기로 재생이 안 될 정도인가.

하기는 그 대자연의 힘을 온몸으로 느꼈으니 뭐.

“어휴. 지긋지긋하다.”

그냥 적당히 섹스해서 화해하면 그만 아닌가?

나라면 그렇게 했는데. 이 바보 올리비아는 흑을 상대로 어떻게든 힘으로 해결하려 하니 그게 문제다.

내 앞에서 당당하게 가위치기를 하란 말이야!

“어차피 난 너의 이면일 뿐이야. 안 그래? 게다가 너는 벌써 이 세상에서 친구를 만들었지. 그게 난 짜증이 나!”

만신창이가 된 흑올리비아는 그렇게 울부짖었다.

아니, 그렇게까지 화낼 게 있나.

“그게 뭐가 짜증 나는데?”

“결국 같은 올리비아면서!”

이제는 대화 타임인가? 는 아니구나.

흑 올리비아의 뒤에 검은색의 기운이 넘실거렸다.

그건 내가 일찍이 느껴본 적이 없는 강렬한 마기의 파도였다.

저거 막을 수 있나?

“저건 예상외인데.”

처음 올리비아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가만히 보니 흑올리비아의 몸에도 조금이나마 먹힌 것을 보면. 저 정도 마기야 야생의 지연이라면 혼자 처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 나는 소환한다.

“나와라! 지연몬!”

“아니 무슨 나를 몬스터 취급을.”

야생의 지연이가 눈을 깜빡이자 마기가 사라졌다.

응. 역시 이 정도는 해야. 내 히로인 답지.

“젠장! 대체 나와 올리비아의 싸움을 네놈들이 왜 방해하는 건데?”

흑 올리비아가 울부짖었다.

처음에는 잘 상대하다가 생각외로 우리가 강하니 저년도 당황한 거다.

아마 저쪽 세계에는 우리만한 실력자나 능력자가 없다는 증거겠지. 그러니 저토록 맞고 어이가 없는 거다.

아무튼 왜 방해하냐니. 그야 당연한 거 아닌가?

나는 만신창이 흑 올리비아에게 손가락질했다.

“그야 당연하잖아. 올리비아의 보지는 내 거니까. 내 보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네가 보지라도 잡는다!! 보지를 위해 보지를 잡는다!”

“대체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겠어!”

흑의 올리비아가 달려들었다.

이렇게 저지능이어서야 어휴. 이러니 내가 올리비아만을 좋아하는 거지.

흑의 올리비아는 강하기는 하다. 다만 우리의 합동공격에는 장사가 없었다.

“제길.”

결국 흑의 올리비아가 선택한 것은 올리비아 하나만 노리는 거였다. 그러나 이미 한차례 기세가 꺾인 흑올리비아는 올리비아를 상대로 이기지 못했다.

오히려 올리비아가 대등하게 싸우고 있다.

이거 잘 만하면 가능할지도?

“그러니까 그만 싸우고 올리비아랑 흑 모두 섹스해! 섹스해서 화해해!”

“아니. 이런 미친년이.”

철썩!

올리비아가 내 뺨을 후려쳤다.

아니, 감동적인 말을 하는데 대체 왜 나를 때리는 거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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