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7화 〉 외전행복한 가족(5)
* * *
#
유진석은 어떨까.
내 아이야. 인사해.
????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이 딱 떠오른다. 음, 그런 건 그렇다 치더라도.
“그럼 유서. 그다음에 뭐로 하지.”
“이름 서만으로 되지 않아?”
“이름이 유서라니. 너무 수상하잖아.”
성은 하나 이름은 두 글자로 해야 한다.
그러자면 남은 이름은 무엇으로 하는 게 좋을까.
“그러면 유서진은 어때?”
“유서진? 진은 어디서 따온 건데?”
진은 유진석의 이름에서 뜯어낸 것이다.
“울 오빠 이름에서 진 빼 온 거지.”
“으음. 갑자기 뭔가 이름을 그렇게 붙이니.”
뭔가 지을 게 없어서 너무 대충 지은 것 같잖아. 내 성에 지연이 성에 그리고 유진석의 이름 한 글자를 빼 붙인다라. 너무 급조한 티가 나지 않을까? 유서진이란 이름 자체는 예쁘지만 말이다.
“이렇게 해야 조금은 오빠도 인정해줄 거 같은데?”
저번 괴인 인증으로 유진석은 꽤 혼란했었다. 그 와중에 대뜸 내가 오빠 내가 낳은 딸이야. 하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름이라도 자기와 비슷하게 지어주면 좋아하지 않을까.
“오, 유서진이야. 내 이름?”
“그래. 유서진. 일단은 말이지. 음.”
“진석이에게 바로 알릴 거야?”
“그래야겠지? 어쨌든 말 안 해두면 그 인간 삐칠 거 같으니.”
어쨌든 유진석이란 사람은 내 오빠니까.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나는 다른 히로인들에게 모녀 근친 4P를 추궁받기 전에 유진석과의 약속을 잡았다.
유진석은 자기 일이 있으면서도 나와 만나기로 했다.
“음. 송도일로 바쁘다고 들었는데, 오래간만이구나.”
간만에 만난 유진석은 전작 주인공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여전히 신수가 훤하다.
어쨌든 지금 한국에서도 검 원툴로 1위를 해 먹고 있으니까.
아마 유진석 세대의 사람 중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보유한 자라도 여전히 유진석을 상대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으니까.”
“지연이도 오랜만이고.”
“말도 마. 얘 진짜. 송도에서도 사고뭉치야.”
“아무리 그래도 내 밑에 괴인들만 수십. 수백만인데. 너무 하네.”
지연이가 옆에서 툭 내뱉는 소리에 인상을 썼다.
“내 동생도 이제는 다 큰 모양이군. 괴인들을 이용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버리다니.”
그렇다. 지금 한국의 국뽕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나라는 존재가 괴인 부대를 이끌어 지구의 침식지대란 지대는 싹 점령하고 마기를 정화했으니까.
“뭐 다 컸지. 아이까지 낳을 정도니까?”
“푸후우웁! 잠깐. 아이라니? 잠깐, 설마 가운데 저 여자가?”
유진석이 마시던 콜라를 뿜었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사람이 살다 보면 아이도 낳을 수 있지.
서진이는 지금 나와 지연이 사이에 앉아있었다.
별다른 인사는 없었지만, 아마 유진석도 지금 유서진이란 인물이 이번 만남의 이유 중 하나로 생각했을 것이다.
보통은 저렇겠지. 음. 얼굴이 안타깝게 변했다.
아니, 아무리 유진석이라고 해도 설마 이렇게 다 큰 여자애가 내 딸이라고 바로 생각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아무튼 나는 손장난을 하며 엄마에게 이 순간까지 효도를 하려는 서진이를 데리고 소개했다.
“여기 지연이와 내 딸. 유서진이야.”
“????????”
유진석의 얼굴이 알 수 없는 표정이 되었다. 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느냐는 저 표정은 웃기기 짝이 없었다.
그래. 저 얼굴이 나오는 것도 이해는 가능하지.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나 같아도 저럴 거다. 음. 나라도 내 동생이 1년도 아니고 몇 달도 아니고 그래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자주 만나는 동생이 갑자기 자기 또래의 여자아이를 딸이랍시고 데리고 오면 그것도 우스울 것 같다.
“안녕하세요. 삼촌? 유서진이라고 해요.”
서진이의 말에 그녀의 얼굴이 더 망가졌다.
“??? 아니, 잠깐만 기다려 봐. 그러니까. 네 또래의 여자애를 배로 낳았다고? 어쩌다 보니 가족놀이로 입양한 것도 아니고?”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음. 지연이랑 사랑을 나누는데, 내가 알을 낳았거든. 그런데 그 알이 한참 커지더니. 쟤가 나왔어.”
“야, 그렇게 다이렉트로 말하면 어떻게 해?”
지연이가 그렇게 말했다.
“????? 아니, 그래 그런 말을 할 수도 있겠지. 뭐 사랑하는 사람끼리 그럴 수 있어. 난 여기서 이상한 게 있다는 말이지. 여자와 여자가 했는데, 아이를. 아니, 알을 가졌다고? 대체 이 무슨.”
“그냥 그렇다고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그래. 그래 그냥 그렇게 생각하자.”
그게 답인 거 같다.
유진석도 생각을 포기한 듯했다.
어쩔 수 없지 뭐. 그래도 자기 이름을 넣어줬으니 그 정도는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입을 열러던 찰나. 유진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보나 마나 유서진의 유서는 유씨 성과 서지연의 성씨를 합친 걸테고 진은. 내 이름에서 따온 건가.”
“오. 오빠. 눈치가 빠르네.”
역시 영웅은 영웅이라는 것인가. 하긴. 전작 영웅이다. 전작의 영웅이라면 알만큼은 다 알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 모를 수가 없겠지. 느낌이 딱 오더라. 그런데 그런 거치고는 음 서진이라고 했나?”
“응 삼촌!”
유진석의 눈이 서진이를 향했다.
눈이 확실히 닮긴 닮았다는 무언의 표현을 던지고 있었므며, 위아래로 훑어보는 모습이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다.
“지능이 뛰어나네? 말도 하고. 다 컸어도. 알에서 나오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정상 아닌가?”
그렇지. 뭐. 아무것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말도 잘하고 머리도 똑똑하다. 일단 효도하는 방법이 아니라 알 거는 다 알고 있더라.
알아보니 어쩌면 서진이는 나와 지연이의 지식을 모두 가지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그게 어쩔 수 없어서. 다 크고 나온 거니까 말도 하고 머리도 좋고 그렇더라. 게다가 음. 효도도 잘하고.”
“효도?”
그래. 지금도 열심히 손장난 질을 치고 있다.
서지연이 그만두게 했지만 이미 젖어버렸다. 아마 뒤에서 보면 치마가 살짝 젖은 것이 보이지 않을까? 그것을 알 리 없는 유진석은 그저 순진한 여동생이 순진한 사랑을 통해 순진한 아이를 낳았다고만 생각하겠지.
솔직히 유진석에게 커밍아웃할까 생각도 해야 하지만. 지금은 말해봤자 정신적인 충격만 더할 것 같았다.
“후.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음.”
굳이 더 말할 필요까지는 없다. 유진석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고.
그보다는 나는 좀 궁금한 것도 있다.
지금은 엔딩 이후의 세계. 나는 지금 내 스스로가 이 세계에서 새로운 스토리를 짜고 있고, 그 스토리 안의 인물들은 히로인을 제외하고 내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살아가고 있다는 소리다.
유진석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데 말이야. 오빠도 슬슬 미래를 준비해야 하지 않아?”
“음. 안 그래도 레베카와는 결혼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어. 정말로?”
“문제는 김지혜도.”
환상 마법과 김지혜라. 뭐 어쨌든 하렘엔딩의 하나라고 볼 수는 있을까. 그런데 설마 그 불빠따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니.
유진석 취향 좀 특이한 거 아닌가 몰라. 솔직히 김지혜 조금 혐성이 아닌가. 교수직에 어울리지도 않고.
아니지. 이참에 교수직 버리고 그냥 유진석이 방생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아내로서는 제대로 해주지 않을까.
그 몸 보면 그래도 온종일 침대에서 굴리고 싶을 정도니까.
“잠깐, 뭐야. 하렘이라도 차리려는 거야? 그 둘은 협의했어?”
“서로 삼일 밤낮을 싸우더군. 정작 나도 어쩔지 정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그러더니 멋대로 둘이 합의하고 나와 결혼하겠다고.”
와우 대단한걸. 삼일 밤낮이라. 가슴이 웅장한 전투였을 것이다. 원래 레베카는 환상마법이라 서포트 쪽이 강하고.
“한국이 부인 여럿 둘 수 있었나? 일부다처제는.”
“정부에서 승인한 일부 인사만 되지.”
“음. 우리 오빠는 잘났기 때문에 가능할 테고.”
뭐 결국 영웅이라는 존재니까. 하정석 그 인간은 요즘 국 뽕 선전도 하지만 헌터들 중에서도 제법 잘 나가는 작자들의 우월한 유전자를 남기게 하려 한다.
유진석 정도면 하렘 차리고도 남겠지.
카페에서 유진석과 만나고 나오는 길에 지연이가 중얼거렸다.
“대단하네. 설마 하렘이라니.”
“이제 와 후회라도 하는 거야?”
어쨌든 지연이는 원래 유진석의 히로인이었고, 내가 반강제로 뜯어온 것이었으니까. 지금은 나를 좋아한다고 해도 과거에 미련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
“아니, 그건 아니지만, 말이야. 나는 그때로 돌아가도 너를 선택했을 거야. 다만 뭔가 기묘하네. 그 유진석이 하렘이라니. 양다리라니.”
“어쩔 수 없지. 오빠란 사람은 원래 잘 휩쓸려 나가잖아. 결혼 적령기기도 하고. 여자들도 이를 갈고 덤벼드는 거겠지.”
어쨌든 하렘 남주인공 같은 인물이 유진석이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지. 원래 하렘 주인공 특성이 그거잖아. 히로인들의 캣파이트. 그리고 자기를 두고 싸우는 여자들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을 정도로 상냥한 우유부단함. 여자에 대한 욕심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상냥하므로. 지금껏 함께 한 동료들과의 관계를 박살내기 싫어서 결국 둘을 선택하게 될 거다.
음. 나중에 부캐는 누가 받게 될지 궁금하구나.
따지고 보면 유진석 세대는 전작이기 때문에 등장이 적지만 지금도 나라를 위해 열심히 싸우는 중이지.
예를 들면 백화교와 함께 침식지대의 빌런들 토벌에 나선다던가 말이다.
뭐 그들의 미래도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지만.
“그런데 하렘은 엄마가 말할 처지는 아니잖아?”
“뭐 그거야 그렇지.”
“자기 딸도 따먹는 엄마면서.”
그럴 수도 있지. 원래 딸은 효도를 해야 하는 법이고, 그리고 굳이 따지자면 이번에는 일방적으로 내가 당한 거다.
따지고 보면 지연이에게 혼나는 것도 억울한 거라고.
“자기 엄마 보지 만지는 딸은 어떻게 된 걸까?”
“딸은 효도를 하는 입장이고. 안 그래?”
“나는 도대체 지금 대화가 모녀간에 나눌 대화인가 심각하게 여겨져.”
지연이가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용용이고, 드래곤이라 이런 쪽으로 더 민감하지 않은 거 아닐까? 뭐 가만히 보니 내 피도 그대로 이은 거 같기도 하고 말이야.
“원래 다 그러고 사는 건데 뭘.”
어쨌든 서로 행복하면 그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