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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오크 왕국
휘리리리릭.
멋들어지게 스피어를 휘돌리던 클로버는 그것을 바다로 집어 던졌다.
슈아아앙.
퍼억!
하지만 이내 바닷물 속으로 사라졌던 스피어가 물 밖으로 다시 튀어나오더니 되돌아왔는데, 창의 끝에는 80센티미터나 되는 물고기가 꽂혀 있었다.
클로버는 잡은 물고기를 백사장에 내려놓고는 다시 스피어를 던졌다.
스피어는 마치 눈이라도 달렸는지 물속으로 들어가서는 또다시 물고기를 건져 물 밖으로 나왔다.
“두 마리 정도면 배불리 먹을 수 있겠는데?”
그는 허리에 묶어놓았던 검은 가죽주머니 속에서 도마와 식칼을 꺼내 펼쳤다.
물고기 비늘을 먼저 제거하고 피와 내장도 제거한 그는 회를 떴다. 그리고 접시를 꺼내 회를 담고는 젓가락으로 회를 집어 간장에 찍어 먹었다.
“음… 쫄깃하고 맛있어.”
이번에는 해안가 곳곳에 떨어져 있는 나무를 주워 와 모닥불을 피웠다. 그런 다음 석쇠에 칼집을 낸 물고기를 올리고 소금도 적당하게 뿌렸다.
지글지글.
그는 맛있게 구워진 생선을 손으로 들고 뜯어먹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그는 배가 부르자 마법주머니 속에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신기하게도 책속의 글은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책을 읽어 어느 정도는 사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기억이 그전에 돌아오면 좋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하벨은 기억을 잃어버리고는 클로버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고,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바람의 계곡 오크 성.
스스스스.
번개와 태양의 신 라칸의 권능과 힘을 가진 아티팩트 매직 스테프를 입수한 켈란은 바람의 계곡 오크 성으로 되돌아왔다.
오크 군단장들과 행정을 보고 있는 오크들에게 필요한 일거리를 지시해준 그는 당분간 은둔의 대마법사 던전인 동굴 광장 속에서 폐관에 들어가기로 했다.
켈란은 이미 7서클의 대마법사에 올랐기에 라칸신의 권능인 번개와 태양의 화기를 몸속으로 끌어들여 적응에 들어갔다.
얼마가 걸릴지는 모르지만 적응에 성공하면 전격계 마법과 화염계 마법에 내성이 생겨 공격을 받아도 끄떡없게 된다.
또한 블링크 마법처럼 순식간에 일정한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아무리 어두운 곳이라도 모두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런 것은 모두 기본 권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에 켈란은 신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취익… 이런 것들이 겨우 기본이라니, 취익… 정말 대단해, 취익.”
그러자 매직 스테프가 말했다.
[켈란, 번개와 태양의 신 라칸 님의 기본 권능만 해도 대단하다 느끼겠지만 힘은 더 대단하다.]
“취익… 그런가? 취익… 그럼 그 힘에 대해서 설명해다오, 취익.”
[그보다 힘을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 알려주지. 하지만 그전에 말해줄 게 있다.]
“취익… 그게 뭐냐?”
[너의 몸속을 살펴보니 심장 옆에 마나 고리를 7개나 형성했더구나.]
“취익… 그렇다, 취익… 마나 고리가 7개니… 7서클 대마법사다, 취익.”
[하지만 그 정도로는 라칸 님의 힘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며 또한 드래곤들을 이길 수 없다.]
“취익…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취익.”
[드래곤들은 심장과는 별개로 드래곤하트를 가지고 있다.]
“취익… 그건 나도 알고 있다, 취익.”
[너도 심장 옆에 드래곤하트 같은 것을 만들어야만 라칸 님의 힘을 제대로 흡수할 수 있다.]
“취익… 그걸 어떻게 만들 수 있나? 취익.”
[그건 라칸 님의 권능으로 생성시킬 수 있으니 걱정 마라. 거기다 나 매직 스테프가 도와주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취익… 그게 정말인가? 취익.”
[너와 난 계약으로 죽을 때까지 동반자가 되었으니 무엇이든 도와주겠다.]
“취익… 고맙다, 취익… 정말 고맙다, 취익.”
[그게 너의 기쁨이고 나의 기쁨이니까.]
“취익… 나에게 힘만 생긴다면 대륙을 제패할 것이다, 취익.”
[그래. 비록 네가 하프오크지만 난 너의 천재성을 보았다. 다른 신의 아티팩트가 5개나 있지만 결국 얼마만큼 그 권능과 힘을 흡수했나에 따라 힘은 좌우된다. 그러니 너는 최대한 힘을 흡수해 신의 아티팩트의 권능과 힘을 흡수한 자들을 만나더라도 이겨야 한다. 그것이 너의 사명이니까.]
“취익… 매직 스테프여, 하지만 내가 알기로 분명히 아티팩트에도 서열이 존재하는데 어찌 내가 그들을 전부 물리칠 수 있다 하는가? 취익… 서열이 나보다 높으면 내가 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취익.”
[너의 말은 분명 맞다. 하지만 신이라면 모를까, 신의 아티팩트 하나에 들어 있는 권능과 힘을 모두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이 설사 드래곤이라 해도 말이다.]
“취익… 불가능에 가깝지,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취익.”
[그건 분명 그렇다. 하지만 천재성을 가진 켈란 너라고 해도 나 매직 스테프 속에 들어 있는 라칸 님의 권능과 힘, 두 가지를 전부 흡수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이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점에 대해서는 그리 크게 걱정하지 마라.]
“취익… 알았다, 취익… 매직 스테프여, 네가 나를 최대한으로 도와주어야만 나머지 5개의 신의 아티팩트를 취익… 소유한 자들을 이길 수 있다, 취익.”
[알았으니 너도 좀 더 노력해 라칸 님의 권능을 최대한 많이 흡수하도록 해라.]
“취익… 알았다, 취익.”
켈란은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매직 스테프에게서 라칸신의 권능과 힘을 흡수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길고 지루한 작업이었지만 그 열매는 매우 달콤할 것이기에.
슈우우우.
하벨은 플라이 마법을 시전해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그는 석 달간을 섬에서 보내면서 대륙의 역사서와 마법, 검술에 관한 책까지 다양하게 읽으며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그렇게 여러 지식을 흡수했다.
마법과 검술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머리로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몸은 익숙한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걸 펼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그밖에 각종 지식들도 대부분 알고 있었던 거라 책을 한 번 읽는 것만으로도 전부 떠올라 바로 활용할 수 있었다.
처척.
섬에서 해안까지 약 8백 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플라이마법으로 간단히 날아올 수 있었다.
그는 귀족들이 입는 고급 옷에 허리에는 검은 가죽 마법주머니를 메고 있었으며, 겉에는 백색 로브를 입고 있었다. 또한 손에는 30센티미터의 은색 금속피리를 쥐고 있었다.
앞서도 말했듯이 금속피리의 표면에는 뱀 두 마리가 서로 몸을 칭칭 감고 있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원래 3미터의 미스릴로 제조된 스피어로, 마법물품인 아티팩트였다. 때문에 전격계 마법이 새겨져 있고,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무기로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뾰족한 창끝이 안으로 들어가 끝이 뭉툭하게 변하고, 길이도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들어 은색금속피리로 변하게 되는 것이었다.
휘리리릭.
그는 피리를 한번 손가락으로 휘돌려보고는 다시 손에 쥐었다. 그리고 페파스 공국의 내륙을 향해 첫발을 내딛었다.
얼마 후, 켈터스 남작령의 7개 마을 중에서 해안가 인근에 위치한 레비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곳까지 도착했다.
사방은 온통 밀밭으로 되어 있었으며, 시골의 한가로움이 느껴졌다.
“음… 저쪽에 사람들이 보이는군.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봐야겠어.”
두 명의 사십대 농부가 밀밭의 잡초를 제거하고 있었다.
농부들은 길가로 걸어오는 하벨을 쳐다보더니 이내 눈빛이 몽롱하게 변했고 최면이라고 걸렸는지 그를 향해 다가왔다.
그러자 하벨은 두 농부의 정수리에 양손을 붙이고는 그들의 기억을 복사했다.
츠츠츠츠.
1분 정도가 지나자 하벨의 양손이 떨어졌고, 농부들은 다시 자신들이 일하던 곳으로 걸어갔다.
다시 길을 걸어가는 하벨은 농부에게서 복사한 기억을 살펴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보았다.
“음… 이곳은 대륙의 동부인 페파스 공국의 남부 최남단 켈터스 남작령이구나. 그리고 저 마을은 레비 마을이라 불리는군.”
레비 마을은 62가구에 3백 명 정도가 살고 있었다.
마을로 들어서자 질퍽한 땅이 눈앞에 펼쳐졌고, 주변은 너무 불결했다. 상하수도 시설이 전혀 안 되어 있었는데, 그런 것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것 같았고, 이런 환경 속에서는 각종 전염병과 질병이 쉽게 걸릴 것으로 보였다.
고약한 악취가 나기에 하벨의 얼굴은 절로 찌푸려졌다.
저쪽에서는 아이들 20여 명이 옷도 제대로 입지도 못한 채 뛰어놀고 있었다.
스윽.
하벨의 손짓에 질퍽거리던 땅은 순식간에 수분이 증발해 마른 땅이 되었다.
그제야 고개를 살짝 끄덕인 하벨은 이젠 걸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은 낯선 이방인이 나타나자 호기심에 쳐다보았고 곧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입고 있는 백색 로브와 귀티 나는 외모를 보고서 하벨을 마법사라 생각했다. 로브 속의 옷도 귀족의 복장으로 보였기에 그들은 하벨과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하벨이 마을을 가로지르는데 저쪽에 말 우리가 보였다. 그가 그쪽으로 가보니 30마리의 말들이 건초를 먹고 있었다.
“걸어가기보다는 말을 한 마리 구입해서 타고 갈까?”
그때 마침 말 우리 안으로 마부가 들어왔다.
“이보시오, 마부“
“저를 부르셨습니까?”
“그렇소. 혹시 우리에 있는 말을 팔지는 않소?”
“팔기는 합니다만, 사시려고요?”
“그렇소. 내게 한 마리만 파시오.”
“어떤 말을 사시려고요?”
“음… 저기 저 말이 좋겠소.”
“예? 저 말은 제대로 먹지 못해 무척 말랐습니다. 보십시오, 저래가지고서야 제대로 사람을 태우고 다니겠습니까? 얼마 못 가 죽으면 고기로 쓰려던 말인데요?”
“난 그래도 저 말이 마음에 드니 저 말로 하겠소. 얼마요?”
“음… 다른 말은 보통 시세가 20골드인데, 저 말은 8골드만 주십시오.”
“알았소. 그럼 먼저 깨끗하게 목욕시키고 말안장을 얹어주시오. 얼마를 더 주면 되겠소?”
“아, 아닙니다. 목욕과 말안장은 그냥 해드리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마부는 말 하벨이 구입한 갈색 털을 가진 말을 끌고 마사로 향했다. 곧이어 그곳에 있던 2명의 동료들이 달라붙어 말을 목욕시켰고 후에 말안장을 얹었다.
“다 되었습니다요.”
“고맙습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