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 소프트 5 >
유라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웬간한 여배우들의 싸다구들을 후려갈기는 수준이었다.
부티와 귀티가 공존하는 고운 얼굴과 늘씬하면서도 육감적인 관능적인 여체가 압권이었다.
그녀를 면전에서 보자 불현듯 내 여자로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내면에서 활화산 처럼 폭발했다.
김정화는 안중에도 없었다.
유라에게 적나라한 언사를 내뱉었다.
"재벌가 따님이 한식당에서 알바를 하는 이유가 뭐죠?"
그러자 그녀가 분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싸늘하게 노려봤다.
"말대답을 못하는걸 보니, 말못할 사정이 있나보군요."
그리 말한 뒤 메모지에 내 폰번호를 적어서 테이블 위에 올혀놓았다.
"힘든 일이 있으면 전화하세요. 동포끼리 돕고 살아야죠. 후후..."
그녀에게 비웃듯 말을 내뱉은 후 한식당을 유유히 벗어났다.
그런 탓인지 뒷등에 그녀의 살벌한 시선이 한참 동안 느껴졌다.
물론 내 알바 아니었다.
***
컬럼비아 대학 기숙사에 유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축 쳐진 어깨를 길게 드리운 채 기운없는 걸음걸이로 숙소로 들어갔다.
유라는 깊은 잠에 취한 룸메이트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취침에 들었다.
다음날.
기숙사 관리실장이 사무실로 유라를 호출했다.
"다음달 까지는 방을 빼주세요. 다른 학생들이 써야하니까?"
"제발 석달 정도만 시간을 주실수 없나요?"
"미안하지만 그럴수는 없어요. 유라양은 기숙사 입주기간이 지났어요."
관리실장은 그리 말하며 유라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그녀는 학업과 알바를 병행하는 일에 진력이 났다.
게다가 기숙사에서도 쫒겨날 처지에 놓였다.
유라는 한국에 있는 김회장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요청하기로 결심했다.
폰에서 김회장의 냉소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아비의 돈이 궁해진거냐?
-그러니까 생활비를 좀 보내달라고요.
-개소리 지껄이지말고 니년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살라고!
-월셋집을 얻어야 해요!
-기숙사에서 살면 되잖아.
-학교에서 나가야 한다고요!
-학비를 지원해 주는 것도 감지덕지로 생각해.
-내가 뭘 어떻게 하면, 아빠의 화가 풀리는거죠?
-그걸 몰라서 물어?
-네. 모르겠어요.
-그래서 니년이 문제라고 하는거다. 아빠 마음을 눈꼽만치도 알아주지 않으니까.
-이태수라는 사람 때문에 그러시는 건가요?
-그래. 이년아. 그만한 혼처가 어딨다고 아비 얼굴에 먹칠을 하냔 말이다!
유라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결심한 얼굴로 폰에 대고 입을 열었다.
-아빠가 원하는대로 이태수를 내 남자로 만들어 볼게요.
순간 수화기에서 긴 침묵이 흘러나왔다.
그러기를 얼마후 김회장의 은근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어젯밤에 뉴욕에서 이태수를 만났어요.
-그게 정말이냐?
-내가 알바하는 한식당에 손님으로 왔었어요.
-흐음...
김회장의 긴 한숨이 폰에서 울려퍼졌다.
-아빠가 원하는대로 이태수랑 만나볼게요. 그러니 월셋집을 얻을 돈을 지원해 주세요.
-대유자동차 북미지사장에게 집을 구하라고 말해놓을 테니까, 이번 기회에 이태수를 반드시 니 남자로 만들어라.
-알았어요. 그럼 이만 끊을게요.
그녀는 일평생 재벌가의 호화스런 삶을 체험하며 자랐다.
그런 이유로 부친의 엄명을 감히 거역할수 없었다.
그에게 밉보였다간 빈한한 삶을 사는 처지로 내몰리는 탓이었다.
더군다나 그녀의 마지막 의지처였던 남자친구 마저 집안이 망하자,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라는 재벌가의 삶을 결코 포기할수 없었다.
그러자면 반드시 이태수를 잡아야했다.
부친이 그 남자를 원했기 때문이다.
며칠 후.
유라는 대유자동차 북미지사장이 얻어준 퀸즈 인근의 주택으로 거처를 옮겼다.
전신거울에, 몸에 착 달라붙는 야시시한 미니 드레스를 걸친 유라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녀는 자부심 그득한 얼굴로 나올데 나오고 들어갈데 들어간 거울 속 자신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유라의 얼굴 가득 자아도취가 번져갔다.
그녀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메모지에 시선을 집증했다.
그러기를 얼마후 태수에게 한통의 전화를 걸었다.
***
놀랄 노자였다.
도도한 그녀가 연락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탓으로 강의 마저 펑크낸 채 보스턴 공항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베이글 김유라를 내 여자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맨해튼 인근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어가자 구석 테이블에 나홀로 앉아있는 유라가 보였다.
그녀는 몸에 달라붙은 흰색 미니 드레스 차림이었다.
그녀의 섹시한 자태를 홀린 듯이 감상하며 파스타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목구멍으로 흘러가는지 인식 조차 하지 못한 채 금세 저녁식사를 끝마쳤다.
포도주를 한모금 입안에 들이킨 뒤 그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유라씨와 한잔 술을 더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그러자 그녀가 고혹적인 눈웃음을 내비치며 다소곳이 화답했다.
"좋아요. 태수씨."
곧바로 그녀를 대동한 채 인근의 호텔로 넘어갔다.
호텔방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으며 미니 드레스를 능숙한 손길로 벗겨내렸다.
순백의 여신이 눈 앞에 있었다.
그녀의 백옥같은 흰 살결과 풍염한 여체는 내 남성을 격렬하게 자극했다.
그날 우리는 밤이 지새도록 격정적인 정사를 탐닉했다.
다음날.
오늘도 아침 댓바람 부터 유라의 농익은 여체를 탐했다.
그녀는 사내의 거시기를 자극하는 천생우물이었다.
***
학교 구내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할 무렵, 명우가 내 앞에 나타났다.
녀석은 성이 잔뜩 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소문이 사실이냐?"
"무슨 소문?"
"니놈이 대유그룹의 김유라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누가 그런 말을 퍼트리는거야?"
"유학생회 애들이 너희 둘이 뉴욕에서 데이트 하는걸 봤다고 하던데?"
명우가 탐색하는 얼굴로 나를 살폈다.
기분나쁜 시선이었다.
"내가 김유라를 만나든 말든, 니놈이 무슨 상관인데?"
순간 녀석이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민 얼굴로 내 멱살을 강하게 틀어쥐었다.
"이 개새끼야! 내 동생이랑 사귀는 새끼가, 그게 할말이냐?"
"아휴, 시팔놈아. 좋은 말로 할때, 멱살 놔라."
허나, 명우는 여전히 말을 알아먹지 못했다.
결국 녀석의 복부에 강력한 일권을 먹였다.
퍼억...!
-푸헉...!
명우는 맨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고통의 비명을 내질렀다.
"임마. 그러게 좋은 말로 할때 멱살을 놨어야지. 누굴 호구로 아냐. 그리고 이제 니놈 동생한테는 관심이 없으니까, 쓸데없이 전화하지 말라고 전해!"
그말을 끝으로 구내식당을 빠져나왔다.
그날밤.
핸드폰에 불이났다.
김정화가 미친년 처럼 전화를 건 탓이다.
결국 폰 배터리를 탈착했다.
그녀와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 남녀 사이는 다 이렇다.
헤어질 생각이면 단칼에 연락을 끊는게 최선이다.
***
학교 헬스장에서 중량 스쿼트에 매진할 무렵 장내에 김정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오빠 처럼 말귀를 알아먹지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결국 그녀와 구내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김유라가 그렇게 좋니?"
정화가 울듯한 얼굴로 나를 노려봤다.
"그렇게 좋다기 보다는 지금 내 마음이 유라한테 가있는게 사실이다. 물론 언제까지 그럴지는 나도 모르는 일이고."
"그럼 유라도 싫증나면 나 처럼 버릴 생각이야?"
"그건 나중에 할 얘기고. 암튼 이만 헤어지자. 쿨하게."
순간 그녀가 분노한 얼굴로 매서운 손찌검을 내 왼쪽 뺨에 작렬시켰다.
딱딱딱딱....!!
무려 4대씩이나 연거푸 강스매싱을 먹였다.
볼이 얼얼할 지경이었다.
"이제 화가 좀 풀렸냐? 그럼 이제 쿨하게 각자의 인생을 살자."
그 말을 끝으로 카페를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
대유그룹의 김유중 회장은 폴란드 바르샤바의 현지 자동차 공장을 시찰하고 있었다.
공장시찰을 끝마친 김회장은 곧바로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독일로 넘어간 김회장은 베를린 시내의 레스토랑에서 도이체방크의 폰 마이어 행장과 저녁을 함께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김회장은 유창한 영어를 과시하며 마이어 행장에게 거액의 대출을 부탁했다.
"폴란드 바르샤바 자동차 공장을 담보로 제공할테니, 미화 20억 달러(2조 4천억)를 대출해 주십시오."
그러나 마이어 행장은 완고한 자세로 고개를 저었다.
"대출은 힘들거 같습니다."
그러자 김회장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따지듯이 물었다.
"담보가 확실하지 않습니까?"
"죄송하지만 대출 문제는 다른 은행과 대화를 하시는 것이 좋아보이는군요."
마이어 행장은 그리 말하며 레스토랑에서 도망치듯 몸을 감췄다,
김회장은 낭패한 몰골로 줄담배를 말아올렸다.
"빌어먹을...!"
그의 입에서 거친 언사가 흘러나왔다.
김회장은 면전에 우두커니 서 있는 박태종 비서실장에게 씹어뱉듯이 말을 내뱉었다.
"대출이 가능한 국내은행을 섭외해!"
"알겠습니다. 회장님."
대유그룹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수십조 원대의 채무를 진 것은 물론이고 대출이자 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무리한 사업확장이 빚은 참극이었다.
김유중은 세계경영을 표방하며 굵직굵직한 업체들을 무리하게 인수했다.
그런 이유로 거액의 채무를 지게 됐다.
김회장은 무대뽀 경영의 화신이었다.
탐스러운 먹잇감이 눈에 나타나기만 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무작정 돌진했다.
돈이 부족하면 은행 대출로 해결할 속셈이었다.
허나, 이제 빛으로 빛을 해결하는 경영은 한계에 봉착했다.
도이체방크 은행은 그런 김회장의 사정을 한눈에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김유라에게 한통의 전화를 걸었다.
***
주말을 이용해 유라와 데이트를 만끽했다.
우리는 뉴욕 시내를 발바닥에 땀나도록 쏘다니며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었다.
그리고 밤이 되자마자 여느 커플들 처럼 뜨거운 사랑을 불태웠다.
우리는 속궁합이 잘 맞았다.
그런 탓으로 더욱 유라가 마음에 들었다.
다음날.
오늘도 호텔 방에서 이른 아침 부터 격렬한 잠자리를 만끽한 뒤 이런저런 대화를 길게 나누었다.
유라가 내 품에 안기며 은근한 어조를 내뱉었다.
"아빠랑 엄마랑 날을 봐서 약혼날짜를 잡으라고 하는데..."
그녀가 말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많이 이른 싯점이었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만난지는 겨우 석달 남짓 밖에 안됐다.
그럼에도 김회장 부부는 벌써 부터 결혼식을 서두르고 있었다.
그러했으니 약혼식을 올리라고 성화를 부리는거다.
"일단 생각 좀 해보고."
그러자 유라가 삐진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왜 그러는데? 내가 싫어?"
"그건 아니고, 너무 빠르잖아. 진도가. 아무리 못해도 1.2년은 사귄 후에 결혼을 하든지 말든지 해야지."
"자기 나이를 생각해서 이런 말을 하는거라고."
유라가 내 아픈 곳을 건드리고 있었다.
"내 나이가 뭐가 어때서?"
"몰라서 물어?"
"응. 몰라. 됐냐?"
"에휴, 말을 말자고."
유라는 그리 말하며 욕실로 들어갔다.
***
학과 수업을 끝마친 뒤 켐브리지 시내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욕실에서 대충 샤워를 한 뒤 컴퓨터를 켰다.
뉴욕 증시는 실리콘벨리의 it 업체들이 견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마이크로 소프트를 필두로 구글, 오라클, 야후, 아마존, 인텔 등의 업체들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한 탓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오로지 마이크로 소프트에만 집중했다.
다른 주식에 신경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소의 시가총액은 뉴욕증시의 절대강자인 에너지 업체들 마저 저 멀리 따돌리는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시가총액이 거의 350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1년 8개월 만에 시총이 무려 다섯배가 불어난 것이다.
그 덕분에 내 주식가치 역시 덩달아 폭증했다.
거의 2조원대였다.
그런 탓인지 마이크로 소프트 측에서 연일 주주총회에 참석해 달라는 우편엽서를 보내오고 있었다.
허나, 나는 주총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시간낭비에 불과했다.
2조원대의 주식을 보유한 탓인지 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포만감이 전신에 팽배해졌다.
그러나 아직 갈길이 멀었다.
나는 도플갱어가 예언한 97년을 대비할 생각이었다.
그러자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만사불여튼튼이다.
거실 소파에 온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벽면에 내걸린 대화면 TV에 이목을 집중했다.
TV에서는 미국 드라마가 절찬리에 방영되고 있었다.
드라마는 글래머 미녀가 돈많은 이혼남에게 접근한 뒤 그들의 재산을 강탈하는 내용이었다.
미녀는 남자들과 결혼하자마자 그들을 거액의 생명보험에 가입시킨다.
여자는 남편들을 교통사고와 독극물 등으로 살해한 뒤 남편의 재산을 상속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액의 보험금 마저 수령하는 범죄행위를 밥먹듯이 자행하고 있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섬칫한 느낌을 지을수 없었다.
드라마 여주와 김유라의 얼굴이 오버랩된 탓이었다.
만약 김유라와 결혼한 뒤 불의의 사건사고를 당한다면 내 재산은 전부 그녀의 독차지가 될 것이 불보듯 훤했다.
그런 사실을 직시하자 그녀 집안에서 결혼을 서두르는 행위 자체가 불순하게 느껴졌다.
더구나 대유그룹은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 마이크로 소프트 5 > 끝
ⓒ 방탄리무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