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눈 >
이반카가 식사를 하다 말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뒷편에 위치한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 역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알았어. 시원하게 일 봐."
유라는 그리 말하며 민준의 입안으로 이유식을 떠먹였다.
이반카는 화장실 앞에서 나를 기다렸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내 품에 안겨들며 뜨거운 키스를 해왔다.
이반카의 달콤한 혀를 오랜만에 맛 보자 거시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때, 그녀가 내 입술에서 멀어지며 조곤조곤한 목소리를 흘려보냈다.
"펜트하우스에 아무도 없으니까 1시간 후에 올라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테이블로 돌아갔다.
1시간 후.
펜트하우스에 들어가자 이반카가 나를 반겼다.
그녀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내 너른 품에 안겨들었다.
우리는 격렬한 시간을 함께한 뒤 오붓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왜, 연락을 한번도 안한거야? 전번도 바뀌고."
"한국에 있었으니까. 그 동네에서 사용하는 폰이 따로 있었거든."
"그럼 미국에서 사용하던 폰은?"
"책상 서랍 안에 있겠지."
이반카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힐난했다.
"자기는 너무 무책임한 남자야. 여자의 속을 끓인다고."
"어차피 너도 결혼 할 남자가 있잖아."
"지난 6개월 동안 내가 한번도 보고 싶지 않았니?"
"당연히 보고 싶었지. 너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어찌 잊을수 있겠냐?"
그제야 이반카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동안 한국에서 뭘 한거야?"
"부동산 투자를 좀 했지. 너희 아빠처럼."
"얼마나 투자했는데?"
그녀에게 솔직히 답했다.
"50억 달러."
"와우...! 대단한데...!"
그녀가 감탄한 얼굴로 내 품에 얼굴을 묻었다.
"나중에 일이 잘되면 근사한 다이아를 사줄테니까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라구."
"고마워. 허니."
이반카는 그리 화답하며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다음날.
거실 소파에 편히 드러누운 채 tv 토크쇼에 이목을 집중했다.
도널드 트램프가 출연했기 때문이었다.
-항간에는 트램프 회장이 대선에 출마할 의중이 있다고 하는데 그 말이 사실입니까?
트램프는 토크쇼 진행자의 질문에 자신만만한 얼굴로 대답했다.
-만일 내가 대선에 출마한다면 반드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할 겁니다. 공화당 유권자들은 이 나라에서 가장 멍청한 인간들이라 fox 뉴스에 나오는 거라면 뭐든지 믿거든요. 내가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다 믿겠죠.
-그러다 결국 나한테 몰표를 줄 겁니다.
-그럼 대선 출마를 언제 쯤 공식화 하실 생각인가요?
-때가 되면 밝히겠습니다.
트램프는 대선을 생각하는 눈치였다.
확실히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언제나 자신만만했다.
이 세상의 주인은 나라는 프라이드가 있었다.
나름 본받을 점이 많은 위인이었다.
tv를 끈 뒤 서재로 들어갔다.
그 즈음 타이트한 청바지 차림의 유미가 다과상을 손에 들고 내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책상 위에 다과상을 내려놓은 뒤 나를 향해 화사한 미소를 내비쳤다.
"형부랑 언니랑 유럽 여행에 갈 동안 내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도 될까요?"
"남자?"
"아뇨. 여자 친구들이요."
"그럼 알아서 해. 대신 남자는 절대 안된다."
"알아요. 그러니까 염려하지 말라구요. 호호..."
처제는 터질 듯한 애플힙을 과시하며 서재 밖으로 사라졌다.
언제봐도 아름다운 뒷모습이었다.
컴퓨터를 켜자마자 한국 야후에 접속했다.
인터넷 뉴스란으로 들어가자 대유그룹이 쌍룡자동차를 인수했다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메인에 떠 있었다.
-그동안 쌍룡그룹은 쌍룡자동차 매각을 위해 삼송 그룹, 독일의 벤츠사와 협상을 계속해 왔으나 대유그룹에 매각키로 최종 합의함에 따라 국내 자동차산업의 재편도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대유그룹 관계자는 '쌍룡자동차의 인수원칙을 확인해 줄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도 '대유자동차와 쌍룡자동차의 생산라인이 중복 되지 않고, 대유가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4륜구동형 차량, 승합차 라인이 필요한 점 등을 감안 할 때 쌍룡차를 인수할 경우 대유의 자동차산업 고도화에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상산업부 고위관계자는 '현재 대유의 쌍룡자동차 인수는 상당히 깊숙히 진행되고 있으며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중략...
미친 짓거리였다.
대유그룹은 쌍룡자동차를 인수할 만한 자금이 없었다.
필히 정부의 자금지원을 바라고 벌인 일이었다.
물론 김회장이 비자금을 푼다면 얼마든지 인수할수 있었겠지만, 그는 결코 자기의 비자금을 풀지 않을 생각이었다.
최후의 보루였기 때문이다.
회사가 망해도 비자금만 있으면 아무런 걱정이 없는 탓이다.
공중분해된 재벌 그룹의 총수들은 태반이 해외에 거액의 비자금을 운용하고 있었다.
적으면 수천억 단위고, 많은 사람은 수십조 단위였다.
이래서 재벌그룹의 총수들을 도둑놈이라고 욕하는 것이다.
개나 소나 비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 알바 아니었다.
처제가 내온 쿠키와 쥬스로 입가심을 한 뒤 위층에 있는 헬스장으로 올라갔다.
로열 스위트룸은 복층 구조였다.
위층에는 헬스장과 미니 풀장, 극장 등이 있었다.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에 매진한 후 미니 풀장으로 뛰어들었다.
그 무렵 비키니 차림의 유미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나올데 나오고 들어갈데 들어간 베이글이었다.
우리는 사이좋게 수영을 즐기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만끽했다.
유미의 싱그러운 여체는 보는 자체로 흐뭇한 심사를 느끼게 했다.
언제봐도 아름다운 그녀였다.
며칠 후.
유라를 대동한 채 런던행 퍼스트 클래스에 몸을 실었다.
우리는 런던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격정적인 부부관계를 탐닉했다.
퍼스트 클래스에 사람이 거의 없었던 탓으로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뜨거운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런던 공항에 도착하자 유라가 배가 고프다며 피쉬 앤 칩스 전문점으로 가자고 나를 졸랐다.
피쉬 앤 칩스는 영국인들이 환장하는 전통요리였다.
이름 그대로 생선과 감자튀김이 주 메뉴였다.
우리는 공항 인근의 피쉬 앤 칩스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메뉴판을 살피자 갖가지 생선을 베이스로 한 음식들이 보였다.
유라는 그중에서 연어를 바삭하게 튀겨낸 음식에 특히 관심을 드러냈다.
"나, 이거 먹을래?"
"맛있을까?"
"사진을 보니까 먹음직스러운데."
솔직히 미심쩍었지만 유라가 하도 졸라대는 통에 연어를 베이스로 한 피쉬 앤 칩스를 주문했다.
30분이 지나자 연어 피쉬 앤 칩스가 테이블에 올라왔다.
맛을 보자 흔한 생선 튀김 맛이었다.
이런 뻔한 음식을 맛보는게 영 마땅치 않았다.
허나, 유라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평범한 맛의 피쉬 앤 칩스를 오물조물 잘도 먹었다.
애를 낳더니 식탐이 부쩍 늘은 모양이었다.
그러고보니 유라는 애를 낳은 이후로 최소 5킬로 이상 체중이 불었다.
전형적인 풍만한 미씨 스타일로 체형이 변해가고 있었다.
물론 내 눈에는 여전히 섹시하고 이뻤다.
우리는 식사를 끝낸 뒤 런던 시내를 관광하며 고풍스런 건물들과 그림처럼 이쁜 광경을 카메라에 담는데 전심전력했다.
유라는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
입버릇처럼 나중에 사진전을 열거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 탓인지 한시도 쉬지 않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데 열중했다.
기가 질릴 정도였다.
유라는 거의 3시간 동안 런던 시내를 발바닥에 땀나도록 종횡무진하며 수백여 장의 사진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주 열성이었다.
"이제 그만 찍자. 슬슬 어두워지잖아."
"그런가? 호호..."
그녀가 밝은 웃음을 내비치며 내 품에 안겨들었다.
"호텔 바에서 칵테일이나 한잔 사줘."
"안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구. 하하..."
"역시 우리 자기 밖에 없다니까."
"그걸 이제 알았냐?"
"당연히 오래전에 알았지."
유라는 베시시 웃으며 내 품에 더욱 파고들었다.
"오빠는 알면 알수록 정말 좋은 남자같아."
"그러니까 알아서 잘해라."
그리 말하며 그녀의 보드라운 등과 윤기나는 머릿결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때, 유라가 기대만발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금년 안에 결혼식을 올리자."
내심 우려하던 말이 그녀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결국 장인어른을 핑계삼기로 마음먹었다.
그 길이 최선이었다.
"너희 아버지가 결혼을 극력 반대하시잖아."
유라가 아미를 치뜨며 매섭게 소리쳤다.
"아빠는 신경쓰지마. 어차피 내 인생이니까."
"그래도 결혼은 한국에서 부모님들의 축복을 받으면서 해야지. 그러니까 장인어른의 화가 풀릴 때까지 냉각기를 좀 갖자고."
그제야 유라가 알아먹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알았어. 오빠 말대로 아빠 화가 풀릴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자."
"고맙다. 유라야."
그리 말하며 그녀를 번쩍 안아서 양팔에 사뿐히 안았다.
그러자 유라가 기쁨의 환성을 격하게 내질렀다.
-꺄아악....! 징그러워...!
***
유럽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한국으로 들어갔다.
임대빌딩을 관리하기 위함이었다.
부동산 관리회사에 맡겨놨지만 주인 된 입장에서 따로 살필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더불어 마음 맞는 명우와 진탕 놀려는 목적도 한몫했다.
미국에는 같이 놀만한 친구들이 전무한 탓이었다.
인간은 유희의 동물이다.
수중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놀거리가 없으면 미쳐 죽는다.
당연히 마음 맞는 친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래야 살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명우는 나름 쓸만한 녀석이었다.
재벌가 로열 패밀리 답지않게 성격이 소탈했을뿐만 아니라 내 비위를 잘 맞추는 탓이었다.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명우 회사로 직행했다.
기조실장실로 들어가자 문가 책상에 앉아있던 이쁘장한 여비서가 반색하는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목례를 취한 뒤 지갑에서 1백만원 짜리 수표 한장을 꺼내서 그녀에게 내밀었다.
여비서의 동공이 태풍에 휘말린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냥 받으세요. 박 비서님이 마음에 들어서 주는 돈이니까."
그리 말하며 그녀의 고운 손에 백만원권 수표를 은근히 쥐어주었다.
그녀는 내 수표를 거부하지 않았다.
"감사해요. 사장님."
"그런 의미에서 달달한 커피 좀 갖고오세요."
박비서는 고혹적인 눈웃음을 내비치며 탕비실로 조신하게 들어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결재서류에 싸인을 남발하는 명우가 보였다.
녀석은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놀리 듯이 입을 열었다.
"박비서 내꺼라고 말했잖아. 뭐하러 돈질을 하는 거야?"
"자식. 여전히 귀가 밝네."
"문 앞에서 큰소리로 떠들었잖아."
"흰소리는 그만하고, 일이 언제 끝나냐?"
그리 말하며 푹신한 소파에 온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달달한 커피 두잔을 쟁반에 받쳐든 박비서가 장내에 나타났다.
그녀는 소파 앞 테이블에 커피를 세팅한 뒤 화사한 미소를 입가에 길게 베어문 채 장내에서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문 밖으로 사라져가는 그녀의 탐스러운 뒷태를 탐욕스럽게 주시한 뒤 커피 한모금을 입안에 들이켰다.
그때, 명우의 비아냥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식아. 박비서 내꺼라니까. 군침 흘리지 말라고."
"넘겨짚지 말고, 일 끝났으면 그만 나가자."
그러자 녀석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결재할 사안들이 많으니까, 딱 2시간만 더 기다려라."
"그럼 회사 앞에 있는 카페에 있을 테니까, 일 끝나면 그곳으로 와라."
"오케이."
녀석의 사무실을 빠져나온 뒤 맞은편 건물 1층에 있는 아담한 카페로 들어갈 찰나,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성을 목도했다.
그녀는 카페의 알바생이었다.
얼굴이 앳된 것으로 보아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 같았다.
사랑스러운 얼굴과 흑단 처럼 윤기나는 머릿결, 늘씬한 팔다리, 흐드러진 골반, 탐스러운 애플힙 등이 내 두눈을 아리도록 파고들었다.
첫눈에 그녀에게 홀딱 반했다.
백만볼트에 달하는 전류가 내 온몸을 관통하는 느낌이었다.
< 첫 눈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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