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태자 김민용 - 3 >
트램프에게 빌딩 매각 작업을 일임했다.
120여채에 달하는 빌딩을 매각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문 업체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
그런 면에서 트램프의 부동산 회사는 많은 경험을 갖고 있었다.
숙달된 인력과 인맥을 고루 구비한 것이다.
빌딩 매각 작업은 오랜 시일이 걸리는 일이었다.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인수자와 밀고 당기는 협상이 필수적이었다.
그런 면에서 트램프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다.
2000년을 전후해서 빌딩을 모조리 매각할 방침이었다.
더불어 최소 3배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을 생각이었다.
트램프는 그런 내 속내를 잘 알고 있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이었다.
***
트램프는 신년 파티를 한달 내내 열고 있었다.
오늘도 그는 펜트하우스로 나를 초대했다.
이반카는 지인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잘생긴 백인 훈남이 있었다.
약혼자였다.
이반카의 곁으로 다가가자 그녀가 나를 지인들에게 소개했다.
"한국에서 온 억만장자 이태수씨야. 부동산 사업을 크게 하고 있어."
그녀의 말에 좌중이 감탄한 얼굴로 나에게 저마다 악수를 청했다.
이반카의 약혼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은 채 달달한 샴페인을 물처럼 들이켰다.
며칠 후.
뉴욕 양키스 경기장으로 차를 몰았다.
경기장에 도착하자 트램프 회장이 보낸 수행원이 나를 최상단 스카이박스로 안내했다.
스카이박스에 들어가자 트램프가 나를 맞이했다.
우리는 최고급 호텔 부페를 즐기는 한편 뉴욕 양키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경기를 편안하게 감상하며 계약 내용에 대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식사를 끝낸 뒤 곧바로 옆에 위치한 개인 사무실로 들어갔다.
트램프가 자랑하듯 입을 열었다.
"스카이박스 연간 이용권을 구매하니까 구단측에서 개인 사무실을 내주더군요. 하하..."
자랑할만 했다. 7성 호텔급 부페식은 물론이고 최상단 꼭대기 층에서 야구경기를 편안하게 감상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스카이박스 회원권을 구입하는게 어떻습니까?"
조금 구미가 당겼다.
"연간 회원권이 얼만가요?"
"100만 달러 정도만 부담하시면 될 겁니다. 어차피 비지니스 용도로 이용하는거라 손해 볼 일은 없을 겁니다."
뉴욕에서 비지니스를 제대로 하려면 스카이박스 회원권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뉴욕 양키스에 환장한 골수팬이 많기 때문이었다.
샴페인을 음미하며 트램프에게 넌지시 말했다.
"매각 작업을 여유를 갖고 진행해 주십시오."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무렵, 장내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금발미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트램프에게 뜨거운 키스를 퍼부은 뒤 우아한 발걸음을 과시하며 사무실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트램프가 겸연쩍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요즘 내가 뒤를 봐주는 모델이에요. 어찌나 달라붙는지... 하하하...!"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트램프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와 악수를 교환한 뒤 스카이박스를 미련없이 벗어났다.
***
뉴욕 양키스 구단의 스카이박스 연간 회원권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여러모로 쓸모가 많았기 때문이다.
마음을 정하자마자 양키스 구단 측에 전화를 걸었다.
-스카이박스 연간 회원권을 구매하고 싶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수화기에서 친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카이박스 연간 회원권을 구입하시려면 기존 회원이 추천이 필요합니다.
-어떤 식으로 추천을 받아야 하는거죠?
-가입서류에 기존 회원의 추천 서명을 받으시면 됩니다.
-그럼 가입서류를 제가 사는 집으로 보내주십시오.
-주소를 말씀해 주시면 인편으로 가입서류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주소는 문자로 알려드리겠습니다.
-편할대로 하십시오.
전화를 끊자마자 집 주소를 양키스 구단 측에 문자로 전송했다.
이틀 후.
양키스에서 인편으로 가입서류를 보내왔다.
가입서류의 공란을 채운 뒤 50층에 위치한 트램프 회장의 사무실로 내려갔다.
사무실에 들어가자 트램프가 나를 반겼다.
"스카이박스 연간 회원권을 구입하려고 하는데, 기존 회원의 추천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가입서류를 건네자 그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만년필로 자필서명을 기입했다.
"앞으로 스카이박스에서 자주 봅시다. 하하하...!"
트램프는 기분좋은 웃음을 흘리며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는 미국 사람답게 악수하는걸 무지 좋아했다.
트램프와 악수를 교환한 뒤 내 집으로 곧바로 올라왔다.
이제 양키스 구단의 공식계좌로 104만 달러를 이체하는 일만 남았다.
버진 아일랜드에 소재한 HBC 은행으로 전화를 걸었다.
-TS 인베스트먼트 계좌에서 104만 달러를 인출해서 뉴욕 양키스의 공식 지정 계좌로 이체해 주십시오.
-이체자 명의는 뭐로 할까요?
-이태수로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고객님.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은행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객님에게 한가지 전달 사항이 있습니다.
-그게 뭐죠?
-앞으로 우리 HBC 은행은 고객님들의 편의성을 증대하는 차원에서 인터넷 뱅킹을 적극 권장할 예정입니다.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계좌이체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아주 쓸만한 서비스였다.
-인터넷 뱅킹을 하려면 뭐가 필요한가요?
-보안카드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시간이 되시면 은행에 직접 와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시간을 내보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다음날.
이반카가 내 집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몸에 꽉 끼는 드레스 차림이었다.
그런 탓인지 굴곡진 여체가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나를 유혹하려고 작심한 모양새였다.
우리는 뜨거운 시간을 함께한 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자기는 미국 국적을 취득할 생각이 없니?"
"갑자기 그런 말을 왜 하는거야?"
"뉴욕의 고가 주택을 매입하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자격을 주거든.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시민권을 신청해봐."
"미국 시민권이라...?"
"그래. 자기 나라처럼 정국이 불안정한 나라일수록 미국 시민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듣고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녀 말처럼 한국은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경제는 물론이고 암덩어리 같은 북한이 존재했다.
"한국에서 전쟁이 발생할지도 모르잖아?"
이반카는 걱정이 그득한 눈빛을 내비치며 내 품에 고운 얼굴을 깊숙이 파묻었다.
그녀는 나를 좋아라했다.
이유가 뭘까? 그 점이 사뭇 궁금하다.
"백인 훈남이 있으면서도 나를 만나는 이유가 뭐냐?"
"그냥 자기가 좋으니까."
"그게 다냐?"
"그리고 자기는 근육도 멋있고,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나거든."
이반카는 그리 화답하며 내 탄탄한 근육을 고운 손길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자기는 땀내새가 너무 좋아. 호호..."
그녀는 내 겨드랑이에 아름다운 얼굴을 들이밀었다.
내 땀냄새에 중독된 모양이었다.
"약혼자와 결혼은 언제 하는거야?"
"3월달 무렵에 하기로 했어."
아쉬운 순간이었다.
더 이상 묻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저 이 순간만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 다시 활화산처럼 불타올랐다.
이반카를 펜트하우스로 돌려보낸 뒤 불꺼진 밤거리에 차를 몰고 나왔다.
브로드웨이 인근에 차를 주차한 뒤 심야 뮤지컬을 나 홀로 묵묵히 감상했다.
뮤지컬 공연을 관람한 뒤 길거리를 나올 찰나 흑단 같은 머릿결과 탄력적인 몸매가 일품인 라틴 미녀가 시야에 포착됐다.
그녀 역시 나 홀로 뮤지컬 공연을 감상한 모양이었다.
곧바로 그녀에게 들이댔다.
미녀는 용기있는 남자가 차지하는 법이다.
"나랑 술 한잔 할래?"
그녀는 내가 걸친 아르마니 수트와 오른 손목에 매달린 파텍필립 명품시계를 유심히 살핀 뒤 화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호호..."
그녀를 벤틀리에 태운 뒤 내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녀는 로열 스위트룸의 휘황찬란한 인테리어에 껌벅 죽은 얼굴이었다.
내 부가 어마어마 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거 같았다.
곧바로 그녀를 2층에 위치한 미니풀장으로 데리고 갔다.
우리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수영을 즐기며 달콤한 샴페인을 목젖 깊숙이 음미했다.
다음날.
라틴 미녀는 뉴욕 시립대학에 재학 중인 여학생이었다.
그녀를 학교에 바래다주는 길에 차후의 만남을 약속했다.
"오늘 저녁에 시간 되면 양키스 경기나 같이 볼래?"
"정말?"
그녀가 반색하는 얼굴로 되물었다.
"스카이박스 회원권이 있으니까 그곳에서 편하게 보자고."
그러자 그녀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내 입술에 진한 키스를 해왔다.
그날 저녁.
그녀는 스카이박스가 제공하는 7성급 부페식을 맛나게 흡입하며 시종일관 나를 향해 고혹적인 눈빛을 내비쳤다.
식사가 끝나자마자 나에게 배정된 개인 사무실로 그녀를 이끌었다.
우리는 사무실에서 뜨거운 사랑놀음을 만끽한 뒤 스카이박스를 나섰다.
***
김민용이 내 집에 나타났다.
녀석은 로열 스위트룸의 멋드러진 인테리어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부러움 가득한 시선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나도 너처럼 돈이 많았으면 소원이 없겠다."
민용은 수중에 돈이 없었다.
김회장이 그의 돈줄을 모조리 차단한 탓이었다.
재벌가 후계자의 안스러운 민낯이었다.
우리는 홈바에서 위스키를 즐기며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북미 지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거냐?"
"휴대폰 세일즈."
민용이 간략히 답했다.
"가전부문은 취급 안하냐?"
"그건 다른 사람이 맡고 있어서 내가 끼어들기가 뭐해."
"반도체는?"
"그것도 담당자가 따로 있어."
녀석은 답답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루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아버지가 이 곳에서 일을 더 배우라고 난리를 치더라."
"미국에 온지 6개월 밖에 안됐잖아?"
"그래서 돌아버리겠다.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거든."
"한국에 돌아가면 뾰족한 수라도 있냐?"
"미래전략본부에 들어가야지."
"거기 가서 뭐하게?"
"미래전략본부는 그룹의 컨트롤타워야. 그곳을 장악해야 후계자 기반이 마련되는거지."
"니 아버지도 엄청 독한 양반이다. 그룹의 후계자를 이런식으로 홀대하는걸 보면."
"우리 아버지는 자식이라고 우쭈쭈하는 사람이 아니야. 아주 냉정하지. 피를 나눈 친혈육이라고 해도 한번 눈 밖에 나면 생판 남처럼 대한다니까."
민용의 말대로 김건영 회장은 목적달성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었다.
그는 그룹의 경영대권을 차지하기 위해 친형과 동생을 무자비한 방법으로 그룹에서 몰아낸 인물이었다.
"그래서 내가 아무말 못하고 얌전히 찌그러져 있는거다. 함부로 대들었다간 그날부로 골로 가기 때문이지."
녀석은 자조섞인 미소를 입가에 드리운 채 위스키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민용에게 넌지시 운을 뗐다.
"아가씨들이나 만나러 갈까?"
녀석이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이쁘냐?"
"끝내주는 라틴미녀를 소개시켜 줄게."
녀석이 호기심 그득한 얼굴로 물었다.
"뭐하는 여잔데?"
"뉴욕 시립대에 재학 중인 여대생."
"니 여친이냐?"
"그런 셈이지."
"니 여자를 따먹으라는 말이냐?"
"걔 친구를 소개시켜 준다고. 그러니까 잔말 하지 말고 형만 따라와라."
"그럼 좋고. 하하..."
민용을 대동한 채 뉴욕 시립대를 내방했다.
눈앞에 쭉쭉빵빵한 미녀 두명이 나타났다.
내 여친인 라틴미녀와 금발의 백인미녀였다.
우리 일행은 양키스 구장의 스카이 박스로 직행했다.
우리 4명은 양키스 경기를 관람하는 한편 최고급 부페를 음미하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민용은 금발미녀에게 홀딱 반했는지 그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 황태자 김민용 - 3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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