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 개망나니-44화 (145/200)

< 팔자가 뭐길래 2 >

샤워를 끝내고 욕실의 전신 거울을 들여다보자 괜찮게 생긴 아저씨가 나를 향해 환한 미소를 드러내 보였다.

호적나이는 40살 이었지만 생물학적인 나이는 여전히 20대 초중반이었다.

헬스에 매진한 덕분에 내 몸은 탄탄한 근육질을 자랑했다.

전문 보디빌더 보다는 못하지만 일반인들을 한참 상회하는 압도적인 근육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나름 얼굴도 쓸만했다.

길거리에 널린 이쁘장한 그녀들을 얼마든지 꼬실수 있는 비쥬얼이었다.

드레스룸에 들어가자 아르마니 수트와 페라가모 구두, 파텍 필립의 명품시계가 나를 맞이했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럭셔리 명품으로 중무장한 뒤 벤틀리에 몸을 실었다.

오늘 내 목표는 신사동 가로수 길을 할일 없이 배회하는 새끈한 그녀들이었다.

신사동 가로수길로 차를 몰아가자 운치있는 카페들이 줄지어 늘어선 채 나를 뜨겁게 환영했다.

그 무렵, 내 시선을 잡아끄는 이쁜이가 시야에 포착됐다.

그녀는 스키니진과 흰색 패딩을 걸치고 있었다.

그녀의 풍만한 애플힙이 마음에 들었다.

얼굴도 귀여운 구석이 많았다.

하룻밤을 같이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곧바로 그녀 곁으로 벤틀리를 몰아갔다.

운전석의 차창을 열자마자 그녀에게 내 용건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야. 타!"

그녀가 호기심이 그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니가 마음에 든다. 그러니까 내 차에 타라고."

드디어 그녀가 말문을 열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죠?"

그녀에게 백만원권 수표 석장을 건네며 말을 이었다.

"오빠가 그냥 주는 거니까, 부담갖지 말고 받아라."

그녀는 수표를 받을까, 말까 한참 동안 고민한 뒤 결심한 얼굴로 내 수표를 받아들었다.

조수석 문을 열어주자 그녀가 냉큼 차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몸에서 싱그러운 냄새가 물씬 풍겼다.

하룻밤을 같이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여자였다.

차문을 닫자마자 잠수교 쪽으로 벤틀리를 몰아갔다.

"직업이 뭐냐?"

내 물음에 그녀가 즉답했다.

"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학교가 어딘데?"

"성숙여대요."

"전공은?"

"연극학과요."

"배우지망생?"

"네. 맞아요."

"이름은?"

"박초원이에요."

"이름이 이쁘네."

"고마워요."

"저녁이나 같이 할까?"

"밥보다는 술을 사주세요. 오늘 따라 삼겹살에 소주가 땡기거든요."

"오케이. 마음에 든다."

곧바로 인근의 고기집으로 차를 몰아갔다.

우리는 삼겹살을 안주삼아 소주를 물처럼 들이킨 뒤 인근의 호텔로 넘어갔다.

다음날.

우리는 차후의 만남을 기약하며 각자의 갈길로 발길을 돌렸다.

집 앞에 있는 해장국 집에서 육개장으로 속을 푼 뒤 명우의 회사로 곧장 넘어갔다.

명우는 오늘도 하라는 일은 안하고 사무실 안에서 여비서와 물고 빠는데 여념이 없었다.

녀석은 불만이 그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노크 좀 하고 들어와라. 이자식아."

"나 신경쓰지말고 계속 물고 빨아라."

그리 말하자 여비서가 수줍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며 장내에서 도망치듯 몸을 숨겼다.

명우가 담배를 입에 꼬나 물며 입을 열었다.

"강태호한테 일을 맡겼다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푹신한 소파에 온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그때, 명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너도 어지간히 독한 놈이다. 어린 시절 일을 이제 와서 복수하겠다고 설치는 꼴이라니."

"형이 다 알아서 하니까 신경쓰지마라."

"으이구... 말을 말자. 이 자식아."

"알면 입이나 다물고, 담배나 쳐빨라고."

명우는 담배 연기를 폐부 깊숙이 빨아 들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쪽으로 걸어갔다.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카페에서 알바에 열일 중인 소민의 아름다운 자태가 시야에 들어왔다.

아직도 알바를 하고 있는걸 보니, 배우로 자리를 잡지 못한 모양이었다.

곧바로 사무실을 박차고 나왔다.

카페에 들어가자 소민이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창가에 자리를 잡자 그녀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마키아토 두잔 부탁해."

"갖다드릴테니 얌전히 커피만 마시고 나가세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드라마에 언제 나와?"

"기회가 되면 나가겠죠?"

"tv에 출연조차 못하는걸 보니, 기획사가 힘이 없구만."

소민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마키아토를 차분히 음미하며 카운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민은 손님 접대와 돈계산에 여념이 없었다.

그녀는 쉬운 길을 놔두고 힘든 길을 가고 있었다.

내 여자가 되면 스타는 따놓은 당상이건만, 끝내 힘들 길로 걸어가는 모양새였다.

메모지에 내 솔직한 마음을 적어내려갔다.

카페를 나서며 작성한 메모지를 소민의 손에 건넸다.

***

소민은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태수의 메모지를 살폈다.

-내 여자가 되면 너를 대한민국 최고 여배우로 만들어주마.

-내 재산은 니가 상상조차 못할 정도로 아주 많다.

-그러니 내 도움이 필요하거든 주저말고 언제든지 연락하도록.

-연락처: 011-2541-XXXX

그녀의 얼굴에 복잡미묘한 표정이 번져갔다.

***

오늘도 박초원과 시내 호텔에서 뜨거운 밤을 만끽했다.

우리는 룸서비스가 내온 중화요리로 배를 채운 뒤 식후연초를 사이좋게 즐기며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빠야. 나, 드라마에 출연시켜주라."

"배우가 하고 싶으면 기획사에 들어가야지."

"그래서 돈 많은 오빠한테 부탁하는 거잖아."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데?"

"드라마 피디나 작가한테 연결해줘."

"쉽지 않을거 같은데...?"

"오빠 재력이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니까. 드라마 피디나 작가들이 얼마나 돈을 밝히는데."

"그런 얘길 누구한테 들은거냐?"

그녀가 두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입을 열었다.

"선배 언니들이 그런식으로 드라마에 출연을 많이 했다니까."

"생각 좀 해보자."

그러자 초원이 안달날 얼굴로 내 품에 파고들며 조곤조곤한 목소리를 흘려보냈다.

"드라마에 출연시켜주면 오빠한테 정말 잘할게. 진심이라구."

결국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생각으로 그녀의 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오빠가 알아볼테니까, 조르지 말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꺄악....! 고마워. 오빠야. 호호..."

초원이 좋아죽는 얼굴로 내 입술에 진한 키스를 해왔다.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뭘 해도 사랑스러운 그녀였다.

다음날.

명우를 강남 인근의 룸빵으로 불러냈다.

질펀한 음주가무를 즐긴 뒤 녀석에게 본론을 말했다.

"드라마 피디나 작가를 섭외해 봐라."

"이유가 뭔데?"

"내가 아끼는 여자애가 배우가 하고 싶댄다."

"초원인가, 뭔가하는 그 여자애를 말하는거냐?"

"그래. 임마. 그러니까 토달지 말고 형이 시키는대로 움직이라고."

"내가 니 꼬붕이냐?"

명우가 삐진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백만원권 수표 10장을 고스란히 갖다바치자 녀석이 반색하는 얼굴로 수표를 냉큼 받아서 지갑에 쑤셔넣었다.

"용돈 줬으니까, 돈값을 해야지."

"형이 다 알아서 해줄테니까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라구. 하하..."

명우는 그리 화답하며 발렌타인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며칠 후.

명우가 소개해준 드라마 피디 유한성이 드림 엔터 사무실에 나타났다.

그는 소파에 앉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냥 조연은 5백만원이고, 비중있는 조연은 2000만원입니다."

"그냥 조연이 무슨 뜻이죠?"

"엑스트라 보다 조금 더, 대사가 있는 수준이죠. 그러니 웬만하면 비중있는 조연으로 합의를 보시죠."

"2000만원을 주면 비중있는 조연으로 우리 애를 꽂아주는 겁니까?"

"제가 책임지고 꽂아드리겠습니다. 믿어도 좋습니다."

유한성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확답했다.

"계약서를 작성해도 될까요?"

그러자 녀석이 난색을 표명했다.

"계약서는 좀 그러니까, 각서를 작성하는 쪽으로 합의를 봅시다."

"좋습니다. 그럼 오늘 이자리에서 돈을 건넬테니 각서에 지장을 찍어 주십시오."

그말을 끝으로 a4 용지에 각서를 작성했다.

유한성은 내가 작성한 각서에 지장을 찍었다.

곧바로 그에게 시티은행에서 발행한 천만원권 수표 2장을 건넸다.

녀석이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번주 금요일 오후 2시에 nbs 방송국 드라마 국으로 오디션을 보러 오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살펴가십시오."

금요일 오후.

초원을 대동한 채 여의도에 있는 nbs 방송사를 내방했다.

물어물어 드라마 국을 찾아가자 유한성이 나를 반겼다.

그는 내 곁에 서 있는 초원의 위아래를 매의 시선으로 흝은 뒤 흡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비쥬얼이 좋네요."

초원이 반색하는 얼굴로 화답했다.

"고마워요. 감독님."

잠시후 우리는 옆 사무실로 들어갔다.

유피디는 초원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진행했다.

생각 외로 그녀는 연기력이 쓸만했다.

발성도 시원시원했고, 발음도 정확한 수준이었다.

그런 탓인지 유피디가 반색하는 얼굴로 나를 돌아보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1시간 동안 이어진 오디션을 끝내자마자 유피디가 초원을 향해 칭찬을 잔뜩 늘어놓았다.

"비쥬얼, 발성, 발음, 표정 연기 뭐 하나 빠지는게 없네요. 학교에서 제대로 연기공부를 하셨네요."

초원이 다소곳한 얼굴로 화답했다.

"과찬이세요. 감독님."

"성격도 겸손한게 참 마음에 드네요. 하하..."

유피디는 그리 말하며 나에게 한쪽 눈을 찡긋했다.

초원을 내보낸 뒤 녀석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청춘의 야망이라는 드라마가 다음 달 중순에 방영 될 예정이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초원씨를 그 드라마에 출연시키는게 어떨까요?"

"시일이 너무 촉박한거 아닌가요?"

"원래 드라마는 생방이나 마찬가지라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배역이 뭐죠?"

"여주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는 서브 여주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드라마 내용이 뭔가요?"

"서민 집안 여주가 재벌 집안 남주를 이용해서 신분상승에 성공하는 스토리라고 할수 있죠."

"뻔한 내용이네요."

"원래 그런 스토리가 안방 시청자들에게 먹히거든요."

"서민 남자가 재벌집 여주와 결혼에 골인하는 드라마는 없습니까?"

유피디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방 시청자의 절대 다수는 여자인 관계로 남자 신데렐라 드라마를 만들었다간, 시청률이 개박살이 날 겁니다. 씁쓸하지만 이게 현실이죠."

그의 말이 정답이었다.

"일단 대본 먼저 주시죠."

"인쇄소에서 뽑고 있으니까 이번주 내로 사장님의 회사로 배달해 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메모지에 드림 엔터 사무실의 주소를 적은 뒤 유피디에게 건넸다.

우리는 방송국을 나온 뒤 인근의 한정식 집으로 들어갔다.

초원은 쭉쭉빵빵한 건강미녀답게 먹성도 좋았다.

그녀는 정갈한 한식을 봄날에 게눈 감추듯 뚝딱 해치운 뒤 은근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빠랑 하고 싶어. 지금 당장."

초원은 식욕뿐만 아니라 성욕마저 왕성했다.

타고난 스타일이 그런 모양이었다.

우리는 곧바로 인근의 호텔로 넘어갔다.

다음날.

박초원을 드림 엔터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그녀는 사무실 정문에 내걸린 '드림 엔터테인먼트'라는 현판을 홀린 듯 들여다보며 놀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빠 원래 직업이 연예기획사 사장이었어?"

"예전에 엔터 사업을 하려고 만들었던 현판이야."

"와...! 정말 놀랍다. 그러고보면 우리가 만난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거 같다. 정말."

"그래서 말인데, 이왕 이리된 거 오빠랑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 할래?"

나는 떡본 김에 고사마저 지낼 생각이었다.

어차피 남는게 시간이었다.

"그럴까?"

"계약금도 천만원 정도 챙겨줄 테니까 오빠가 작성한 계약서에 도장을 찍자."

"좋아. 어차피 오빠 덕에 드라마에 출연한 마당에 거부한다는건 말이 안되겠지."

초원은 기브엔 테이크를 몸소 실천했다.

그녀는 내가 부랴부랴 작성한 계약서에 흔쾌히 지장을 찍었다.

시원시원했다.

우리는 사무실 안에서 중화요리로 배를 채운 뒤 본격적으로 물고빨기에 돌입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남자의 굵직한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왔다.

"김용석입니다. 들어가도 될 까요?"

귀찮은 작자였다.

"내가 사장님 사무실로 갈테니까 그곳에서 기다리세요."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초원이 호기심이 그득한 얼굴로 물었다.

"누구니?"

"몰라도 된다. 지금은 일이 있으니까, 있다 저녁 7시에 신사동 몽블랑 카페에서 보자."

그말을 끝으로 김용석의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팔자가 뭐길래 2 > 끝

ⓒ 방탄리무진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