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 개망나니-47화 (116/200)

< 드림 엔터 3 >

강남 인근의 슈퍼카 매장을 내방했다.

내 시선은 매장 정중앙에 전시된 롤스로이스 팬텀에 절로 모아졌다.

쓸만한 슈퍼카가 절실한 형편이었다.

벤틀리를 방기훈과 초원에게 내준 탓이었다.

영맨을 손짓하자 내 앞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롤스로이스 팬텀의 가격이 얼마죠?"

"6억 9천만원입니다."

"오늘 인도받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영맨은 나에게 벤틀리를 팔아먹은 작자였다.

내 재력이 범상치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원하신다면 매장에 전시 중인 차량을 오늘 안으로 인도해 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현금 일시불로 구입하는 것으로 하죠."

"감사합니다. 사장님."

영맨이 나를 향해 허리를 반으로 접었다.

6억 9천만원에 상당하는 수표를 일시불로 지불한 뒤 롤스롤이스 팬텀에 몸을 실었다.

***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장중한 엔진음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팬텀을 신흥빌딩으로 몰아갔다.

신흥빌딩 정문에 차를 대자 경비원 아저씨로 전직한 박종우가 부동자세로 거수 경례를 해왔다.

"충성!"

군기가 바짝 든 모양새였다.

그를 위무하는 차원에서, 지갑에서 10만원 수표 한장을 꺼내서 차 밖으로 내던졌다.

"알아서 쓰세요."

그러자 녀석이 감격한 얼굴로 땅바닥에 떨어진 수표를 줍기 위해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참으로 딱한 인간이었다.

교장에서 짤린 것도 모잘라 전재산마저 탕진해서 그런지 비루하기 짝이 없었다.

박종우는 나를 여전히 알아보지 못했다.

어린시절 모습이 거의 존재하지 않은 탓이었다.

단지 그는, 내가 이 빌딩의 주인이라는 사실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드림 엔터 사무실로 들어가자 방기훈이 긴장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뭐 하러 벌써 나왔어?"

"그냥 일찍 나왔습니다."

"너는 임마, 박초원이랑 스케쥴을 맞춰야지. 오늘 새벽에 촬영이 끝났다면서?"

"네. 사장님."

"그럼 잠도 못잤겠네?"

"조금 그렇습니다."

녀석이 기대만발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허나, 나는 신입사원에게 자비를 베풀어 줄 만큼 너그러운 남자가 아니었다.

"그럼 의자에 앉아서 쪽잠이나 자둬. 형은 임마 한창 때, 일주일 동안 달랑 3시간만 잤다."

녀석의 얼굴이 보기좋게 일그러졌다.

물론 내 알바 아니었다.

기훈은 구석에 놓여진 의자에 앉은 뒤 두눈을 굳게 내리감았다.

부족한 잠을 보충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녀석은 오늘 따라 운이 나빴다.

사무실 전화기에 불이 났기 때문이다.

기훈은 전화가 걸려오는 족족 비오듯 쏟아지는 잠을 뒤로 한 채 수화기 너머의 상대방과 진지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녀석이 내 앞으로 다가오더니 공손한 자세로 보고를 올렸다.

"광고업체와 영화사, 드라마 제작사에서 박초원 씨를 섭외하고 싶다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갑자기 그러는 이유가 뭐야?"

"청춘의 야망이 공전의 대히트를 쳤기 때문입니다."

"정말?"

나는 드라마를 멀리하고 있었다.

청춘의 야망을 단 한 차례도 본 적이 없었다.

"요즘 장안의 최고 화제작이 바로 청춘의 야망입니다. 사장님."

기훈이 질렸다는 얼굴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명색이 기획사 대표라는 인간이 소속 여배우의 드라마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심경을 십분 이해했다.

"청춘의 야망 시청률이 어느 정도지?"

"최고 시청률 54프로를 기록했고, 평균 시청률은 42프로를 기록 중입니다."

"초원이가 맡은 배역의 반응은 어때?"

"여주인 신은하에 못지 않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비쥬얼이 워낙 좋아서 남성팬들에게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죠."

졸지에 스타 여배우를 키운 꼴이었다.

솔직히 나는 심심풀이 땅콩 삼아 드림 엔터를 창업했다.

본래 목적은 김소민을 내 여자로 만들기 위함이었다.

허나, 이제 드림 엔터는 핫한 여배우를 보유한 번듯한 엔터 회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이걸 좋아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당최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때, 기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SC  텔렘콤 측에서 통신광고를 제안했습니다. 아주 큰건인데 웬만하면 제안을 받아들이시죠."

녀석은 엔터 사업에 관심이 많은 눈치였다.

허나, 기훈의 본직은 명성그룹 홍보실 직원이었다.

"한가지만 묻자. 1년 후에도 초원이 매니저 역할을 할 생각이냐?"

녀석이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즉답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저는 이제 드림 엔터 직원입니다."

"임마. 니 본적은 여전히 명성그룹 홍보실이야. 그새 까먹은 거냐?"

"명성그룹에 사직서를 제출 할 생각입니다."

녀석은 한달 새 많이 변했다.

어리숙한 범생이 방기훈에서 끼 넘치는 엔터 업계 종사자로 급변신한 탓이다.

놀랄 노자였다.

"사장님은 엔터업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건가요?"

기훈이 은근한 얼굴로 물었다.

결국 녀석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그럴 듯한 변명을 내뱉었다.

"당연히 관심이 많지. 앞으로 우리 드림 엔터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엔터 업체로 키울 생각이다. 그러니 방실장은 딴 생각 하지 말고, 초원이 케어에 성심을 다해라."

그제야 녀석이 안심한 얼굴로 화답했다.

"저 역시 최선을 다해서 드림 엔터 발전에 이바지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하에 있는 사우나에서 한잠 푹 자고 와라."

"감사합니다. 사장님. 헤헤..."

녀석은 간사한 웃음을 실실 흘리며 사무실을 재빨리 빠져나갔다.

벽면에 내걸린 대화면 TV를 켜자 뉴스 앵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옷로비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외화밀반출 혐의를 받고 있는 신동그룹 박순영 회장의 부인 조영자 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김태종 검찰총장의 부인 김정희 씨와 여당 고위 인사들의 부인들에게 싯가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 드레스를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중략...

별것도 아닌 일로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조신일보와 동양일보가 짝짜꿍이 된 채 김대주 정부를 공격하는 모양새였다.

허나, 무지몽매한 국민들은 나라를 말아먹는 일에 앞장서는 조신일보와 동양일보의 개수작을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수용하는 우를 범하고 있었다.

그런 탓으로 시민들은 입만 열면 현정권을 비난하기 일쑤였다.

김대주 대통령은 박정후를 능가하는 경제대통령이었다.

그는 IMF 체제를 슬기롭게 극복한 것은 물론이고, IT 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 덕분에 경제는 나날이 좋아지고 있었으며 한국은 전세계가 공인하는 IT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었다.

김대주 대통령은 최소 20년 이상 대통령을 해먹어야 하는 양반이었다.

경제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해박한 식견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한민국은 대통령 5년 단임제 시스템이었다.

이제 2년 뒤면 김대주 대통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이었다.

그 점이 매우 아쉬울 뿐이었다.

TV를 끈 뒤 사무실 구석에 있는 탕비실로 들어갔다.

탕비실에서 달달한 커피를 제조할 무렵 바지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왔다.

핸드폰을 귓가에 가져가자 명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친구야. 초원이를 우리 회사 광고 모델로 쓰면 안될까?

-생뚱맞게 무슨 말이냐?

-화장품 모델로 쓰고 싶어서 그러지.

-몸값은?

-계약 기간 2년에 총액 1억으로 하자.

-1년에 5천만원이네. 너무 싼데.

-친구 좋다는게 뭐냐? 한번만 형님을 챙겨주라.

-알았으니까 사무실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오케이. 그럼 너만 믿는다.

-끊어. 임마.

핸드폰을 끊자마자 사무실 전화벨이 또 다시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수화기를 들자 연예부 기자의 질문이 쏟아졌다.

-박초원씨를 인터뷰하고 싶은데 언제 시간이 될 까요?

-연락처를 남겨 주시면 초원이와 상의해서 일정을 잡겠습니다.

-그럼 제 연락처로 꼭 전화를 주십시오.

-네.

그후로도 수십통의 전화가 쉴새없이 사무실에 걸려왔다.

확실히 초원이가 뜨긴 뜬 모양이었다.

한달 전까지만 해도 무명의 연기 지망생에 불과했던 그녀가 하루아침에 벼락스타로 등극한 모양새였다.

'사람의 운명은 한치 앞을 알수 없다'라는 격언이 새삼 마음에 와닿는 순간이었다.

***

SC 텔레콤 광고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인 강남 인근의 스튜디오를 내방했다.

초원의 광고 촬영 현장을 내 두눈으로 직접 보기 위함이었다.

촬영장에 들어가자 관계자가 내 신원을 물었다.

"누구시죠?"

"박초원 양의 소속사 대푭니다."

드림 엔터 대표이사 직함이 찍힌 명함을 그에게 내밀었다.

"촬영 중이니까 소움에 각별히 유의해 주십시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세트장 구석으로 나를 안내했다.

기훈이 나를 발견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초원씨는 세트장 뒤편의 대기실에서 메이크업과 헤어를 만지는 중입니다."

"누가 해주는거야?"

"SC 텔레콤 측이 알아서 해주고 있습니다."

"촬영은 어디까지 진행 됐지?"

"세씬 정도만 찍으면 촬영이 끝날 겁니다."

그때, 세트장 뒤편에서 초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핫팬츠와 나시티 차림이었다.

아주 섹시한 자태였다.

그녀의 육감적인 여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패션이었다.

장내에 운집한 남성 스텝들이 환장한 얼굴로 그녀의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매의 시선으로 관음하고 있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초원의 나올데 나오고 들어갈데 들어간 건강미 넘치는 여체는 남자들의 응큼한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고 있었다.

광고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인근의 스튜디오로 곧장 넘어갔다.

명성 화장품의 광고 촬영이 예정된 탓이었다.

스튜디오에는 명우와 감독 스텝 등이 자리한 채 우리 일행을 반겼다.

명우는 군침을 잔뜩 흘리며 초원에게 수작을 걸었다.

"우리 제수씨, 미모가 정말 대단하시네요. 하하..."

그러자 초원이 부끄러운 얼굴로 다소곳하게 대답했다.

"과찬이세요."

"헛수작 하지말고 광고 촬영이나 신경써."

"안그래도 그럴 생각이다. 자식아."

녀석은 그리 말하며 감독에게 걸어갔다.

화장품 광고촬영을 끝낸 뒤 근처의 밥집으로 들어갔다.

명우 역시 우리와 동행했다.

기훈은 명성그룹 후계자와 한 테이블에서 밥을 먹는다는 사실에 잔뜩 긴장한 눈치였다.

명우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아무래도 우리 기훈이를 드림 엔터 전속 직원으로 만들어야 할거 같다."

"저 친구가 마음에 드냐?"

"일도 괜찮게 하고, 일단 애가 성실하잖아."

"그럼 기훈이 저놈이 우리 회사에 사직서를 내야겠네."

"니가 알아서 사직 처리하고 퇴직금도 챙겨줘."

명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원하는대로 해줄테니까 일단 밥이나 먹자. 배고파서 뒤질 지경이니까."

녀석은 그리 말하며 종업원에게 소갈비 6인분을 주문했다.

명우가 사준 고기로 배를 채운 뒤 초원을 데리고 압구정동 아파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

초원을 대동한 채 발리 리조트를 내방했다.

이곳에서 한달 동안 푹 쉴 계획이었다.

우리는 아담한 방갈로에서 여행 첫날 부터 뜨거운 사랑을 불태웠다.

***

채종구는 복수에 눈이 멀었다.

그런 탓으로 다시 한번 해결사를 급구했다.

그는 이번에는 믿을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기로 굳게 다짐했다.

돈만 노리는 사기꾼들에게 질릴대로 질린 탓이었다.

그런 채종구의 시선에 교도소에서 황제로 군림하는 김욱철이 포착됐다.

그는 전국구 조폭일 뿐만 아니라 실제 주먹 솜씨도 내노라할 정도로 뛰어났다.

채종구는 점심 시간을 이용해 교도소 운동장에서 김욱철과 접선을 가졌다.

"내 부탁만 들어준다면 당신에게 20억을 드리겠습니다."

"부탁이 뭡니까?"

김욱철은 전직 재벌인 채종구를 감히 경시할수 없었다.

여전히 돈과 빽이 든든한 거물이었기 때문이다.

"이태수라는 놈을 작업해 주십시오."

"그자가 누굽니까?"

채종구는 한서린 얼굴로 씹어뱉듯이 말을 내뱉었다.

"반드시 죽여버려야 하는 인간말종 개자식이오!"

< 드림 엔터 3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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