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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 개망나니-56화 (125/200)

< 드림 케이블 1 >

56화. 드림 케이블 1

이용섭 편성부장이 즉답했다.

“지상파 보다 프로그램의 브랜드 파워가 약해서 그렇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말은 청산유수였다.

“당신의 책임은 하나도 없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이용섭이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멀뚱히 쳐다봤다.

“당신한테 월급을 주는 사람이 누구죠?”

그가 나름 우렁차게 즉답했다.

“회장님이십니다!”

“잘 아시는군요. 그러니까 나를 화나게 하지 마십시오.”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앞으로 여러분들은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심전력을 기울이셔야 합니다.”

좌중이 일사불란하게 화답했다.

“넵. 회장님.”

“앞으로 대성 케이블과 대성 멀티플렉스는 드림 케이블과 드림 박스로 사명이 바뀔 겁니다. 그러니 이용섭 편집부장은 드림 케이블과 드림 박스의 변화된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널리 홍보하십시오.”

“말씀하신 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리고 멀티플렉스 관계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십시오.”

내 말이 떨어지자 십수 명의 고위 간부들이 겁먹은 얼굴로 자리에서 차례로 몸을 일으켰다.

내 시선은 김종태 전무와 천상영 상무에게 집중됐다.

그들 역시 회삿돈을 날로 처먹는 적폐세력이었다.

“당신들은 하라는 일은 안하고 회사에 출근조차 제대로 안한 채, 날마다 법인카드로 돈을 물 쓰듯이 흥청망청 써재끼셨습니다. 이유가 뭐죠?”

김종태와 천상영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당연히 그들은 이렇다 할 반론조차 제기하지 못했다.

“당신들은 법인카드를 이용해 해외여행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이용금액을 결제하셨습니다. 억대에 달하는 돈인데 누구 허락을 받고 그런 개짓거리를 벌이신 겁니까?”

김종태가 결심한 얼굴로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도 안 되는 궤변을 줄기차게 쏟아냈다.

“카드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불가피하게 법인카드를 사용했을 뿐입니다. 조만간 회사에 해외여행 대금을 반납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럼 왜, 진작에 반납하지 않으신 겁니까?”

“그, 그건······.”

김종태는 말을 더듬으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머리가 아둔한 탓인지 거짓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위인이었다.

그때, 천상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사기를 당했을 뿐입니다. 레스토랑이 그렇게 비싼 곳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자체가 문제라는 말입니다!”

언성을 높이자 천상영이 찔끔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자금을 하루속히 반납하세요. 만약 끝까지 회삿돈을 완납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을 모두 경찰에 고발할 생각이니까 알아서 처신하십시오.”

그리 말하며 보안요원들에게 개자식들을 치우라는 손짓을 보냈다.

보안요원들은 내 명령을 받자마자 김종태와 천상영을 회의실 밖으로 거칠게 내쫓았다.

“앞으로 우리 회사는 드림 엔터테인먼트 산하에서 케이블 방송과 복합상영관 사업을 펼쳐나갈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근면성실하게 회사 일에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자 장내에 배석한 고위 간부들이 나를 향해 미친 듯이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짝짝짝

곧바로 25층 회장실로 올라갔다.

25층은 층 전체가 회장실과 비서동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회장실 옆으로 탁 트인 사무실이 보였다.

비서진들이 업무를 보는 공간이었다.

비서동으로 들어가자 양복 차림의 젠틀한 남자가 나를 맞이했다.

“비서실장 주한숩니다.”

그는 나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비서들이 총 몇 명이죠?”

“저를 포함해서 다섯 명입니다.”

“그들을 소개해 주세요.”

“네. 회장님.”

주한수 실장은 일렬로 늘어서 있는 비서들을 손짓하며 그들의 이름과 출신학교, 나이 등을 소상히 전했다.

내 시선은 중간에 서 있는 정장 차림의 그녀에게 절로 집중됐다.

이쁘장한 얼굴과 쭉쭉빵빵한 몸매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주한수가 그녀를 소개했다.

“이미경 대립니다. 비서 업무를 본 지 3년 차에 접어든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죠.”

그녀에게 목례를 취한 뒤 회장실로 발길을 돌렸다.

티 나게 대할 필요가 없었다.

나중에 차근차근 알아가면 그만이었다.

회장실은 생각 외로 공간이 협소했다.

겨우 40평이 될까 말까 한 넓이였다.

조금 아쉬운 순간이었다.

일반인들에겐 엄청 넓은 사무실이었지만, 내 입장에선 많이 부족한 공간이었다.

사무실은 단출했다.

업무를 보는 마호가니 책상과 소파, 원탁 테이블이 전부였다.

그 흔한 고서화조차 벽면에 내걸리지 않은 상태였다.

“대성그룹의 유진용 회장이 가끔 와서 휴식을 취하던 공간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렇다 할 인테리어가 전무합니다.”

솔직히 이런 담백한 공간이 좋았다.

쓰잘데기 없는 고서화 따위는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헬스기구와 복싱 장비 등을 사무실 안에 구비하세요.”

“오늘 당장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내일 오후에 다시 올 테니까 그때까지 장비를 완비하세요.”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방송 시설을 둘러보고 싶으니까 주 실장이 나를 안내하세요.”

“넵. 회장님.”

잠시 후, 주 실장의 안내를 받으며 방송시설을 견학하기 시작했다.

내가 인수한 케이블 방송은 총 4개 채널을 운용하고 있었다.

가요 채널과 연예오락 채널, 영화, 드라마 이렇게 4개 채널을 송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에 밀린 탓으로 광고수익은 형편없었다.

지상파의 50프로 수준에 불과한 차등 광고료를 지급받으며 힘겹게 케이블 방송 사업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탓으로 연간 수백억 대의 적자를 보고 있었다.

최진기 변호사가 케이블 방송 인수를 적극 만류한 이유 중의 하나였다.

최변은 케이블 방송 사업이 가망성 없다고 판단했다.

물론 나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연간 수백억 대의 적자를 예상하면서도 서슴없이 케이블 방송 사업에 뛰어들었다.

방송국 시찰을 끝마친 뒤 주한수 실장을 대동한 채 서울에 있는 멀티플렉스 상영관으로 발길을 돌렸다.

***

드림 엔터테인먼트를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그런 기획사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 드림 엔터테인먼트 산하에는 케이블 방송과 업계 2위권의 멀티플렉스 복합 상영관이 있었다.

그런 탓인지 업계의 관심은 온통 드림 엔터테인먼트에 집중됐다.

허나, 나는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케이블 방송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국내외를 발바닥에 땀나도록 종횡무진했다.

상암동 드림 엔터 사옥에 출근하자마자 음악방송을 녹화 중인 3층 스튜디오로 내려갔다.

음방 스튜디오는 150석의 관객석을 구비한 곳이었다.

그런 탓인지 인기 아이돌의 공연을 눈앞에서 보려는 소녀팬들로 늘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그녀들 대다수는 실내에 입장하지 못한 채 방송사 건물 밖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처지였다.

딱할 지경이었다.

노래를 하는 무대 역시 보잘것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자 가수와 팬들이 마음 놓고 뛰어 놀 수 있는 실내 공연장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내면에서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곧바로 음방 피디 강연호를 호출했다.

“쓸 만 한 실내 공연장이 없는 건가요?”

강연호가 긴장이 역력한 얼굴로 대답했다.

“송구하게도 이곳 외에는 이렇다 할 실내 공연장이 없습니다.”

“좀 넓은 장소를 대여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제작비가 빠듯한 탓에 그러기가 좀 힘이 듭니다. 회장님.”

강 피디가 애절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공연장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까, 힘들게 노래하는 친구들한테 밥이나 제대로 챙겨 먹이세요.”

“그거 역시 예산 문제로······.”

강 피디가 말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장내에 우두커니 서 있는 주한수 실장을 손짓하자 그가 내 앞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적당한 가격의 출장뷔페 서비스를 알아보세요. 앞으로 음방 녹화 날인 목요일마다 출장뷔페를 가수들에게 접대하시고.”

“회장님. 공중파 음방에서도 가수들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 판국에 영세한 우리 방송사가 가수들에게 출장 뷔페를 제공한다면 분명 뒷말이 나올 겁니다.”

“내 말대로 하세요. 내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거니까.”

못을 박자 그제야 주 실장이 알아먹은 얼굴로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그리고 강 피디는 음방 녹화가 끝나면 회장실로 올라오세요.”

“넵. 회장님.”

그날 밤.

회장실에 강연호 피디가 나타났다.

그에게 소파에 앉을 것을 권하며 인터폰을 눌렀다.

-달달한 커피 두 잔 부탁해요.

인터폰에서 이미경 대리의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회장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5분 뒤, 정장 차림의 이미경이 회장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쟁반을 받쳐 든 채 조신한 걸음걸이로 테이블에 커피 두 잔을 세팅했다.

“수고하셨어요.”

그녀가 고혹적인 눈웃음을 내비치며 화답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이미경은 아찔한 뒤태를 과시하며 장내에서 요염하게 사라졌다.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음미한 뒤 커피 한 모금을 입안에 들이켰다.

강연호가 기대 반 긴장 반의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전 세계에서 최고로 좋은 실내 공연장이 어디죠?”

강 피디가 즉답했다.

“영국 런던의 O2 아레나 공연장입니다.”

“오투 아레나 공연장이 그렇게 대단한 곳인가요?”

“네. 뮤지션과 관객들에게 최고의 음향을 서비스하는 곳으로 정평이 자자한 곳입니다.”

내 두 눈으로 직접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 같았다.

강 피디를 내보낸 후 주 실장을 면전에 불러들였다.

“내일 오전 비행기로 런던으로 갈 거니까 항공편을 예약하세요. 퍼스트 클래스로.”

“런던에 가야 할 급한 용무가 있는 건가요?”

“오투 아레나를 둘러볼 생각입니다.”

“오투 아레나가 뭐죠?”

주 실장은 음악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전 세계 최고의 공연장입니다. 그러니 런던행 비행기 표나 지금 당장 예매하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주 실장을 내보낸 뒤 김용대 드라마 국장을 호출했다.

김용대가 나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그는 면전에 공손히 시립한 채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호가니 책상에 좌정한 채 꾸역꾸역 줄담배만 태웠다

그런 탓인지 김용대의 얼굴에 좌불안석의 표정이 짙게 드리워졌다.

“하실 말씀을 알려주십시오. 회장님.”

참다못한 용대가 먼저 말을 꺼냈다.

결국 그에게 날 서린 언사를 내뱉었다.

“드라마를 자체 제작하지도 않는 판국에, 드라마국이 꼭 필요할까요?”

녀석이 뜨끔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며 침중한 어조를 토해냈다.

“비록 지금은 자금이 부족한 탓에 드라마를 자체 제작하지 못하고 있지만, 종국에는 우리 방송국도 자체 제작 드라마를 만들 시기가 반드시 올 겁니다.”

“그렇게 드라마에 연연하는 이유가 뭐죠?”

“드라마가 잘 되야 방송국이 살아나기 때문입니다.”

용대가 침을 튀기며 말을 이었다.

“드라마가 잘되면 광고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갑니다. 방송사에 큰돈이 되는 거죠.”

“그럼 여태껏 지상파 드라마와 미국 드라마만 주구장창 방송한 이유가 뭡니까?”

“당연히 자금이 부족해서 그런 겁니다. 드라마 한편 당 평균 제작비는 최소 30억이 넘습니다. 영세한 케이블 방송이 부담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제대로 된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드라마를 제작한다면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죠?”

“최소 50억 이상은 예상하셔야 합니다.”

용대가 두 눈을 빛내며 재차 입을 열었다.

“회장님이 자금을 지원해 주시면 제가 책임지고 쓸 만 한 작품을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한번 생각해 봅시다.“

< 드림 케이블 1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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