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잡 1 >
정진용은 사랑스런 와이프가 유성원의 노리개로 전락한 사실을 우연한 기회에 알아챘다.
성원의 책상에서 출처 불명의 USB를 발견한 것이다.
그는 호기심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USB를 컴퓨터에 연결했다.
그리고 암캐처럼 유성원에게 짓밟히는 와이프의 처절한 능욕 장면을 생생히 목격했다.
그날 이후, 진용은 복수를 다짐하며 와신상담했다.
그러기를 얼마 후, 검찰과 국세청에 유성원을 강간과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했다.
그동안 은밀히 모은 자료들이 근거였다.
허나, 그의 복수는 초장부터 어긋나 버렸다.
유성원이 어떻게 알았는지 그를 춘천 인근의 별장으로 납치한 것이다.
그날부터 진용의 지옥이 시작됐다.
유성원은 수하들을 시켜 하루 종일 진용을 구타했다.
죽지 않을 만큼만.
***
서울 시내를 장중하게 내달리는 마이바흐 차 안에서 유성원의 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진용의 여편네를 집으로 데리고 와!”
옆자리에 동승한 수행비서가 즉답했다.
“넵. 회장님.”
***
천둥과 번개가 휘몰아치는 밤.
유성원은 오늘 날씨가 참으로 화끈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환장하는 오붓한 시간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분위기를 연출한 탓이다.
성원은 그녀의 탐스러운 나신을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핥듯이 관음했다.
그는 정신을 잃은 그녀의 입속으로 정체불명의 용액을 조심스럽게 흘려보냈다.
순간 그녀가 작살에 맞은 물고기 마냥 전신을 바르르 떨었다.
***
상암동 드림 케이블 본사.
회사에서 업무를 시작할 찰나 명우의 전화가 걸려왔다.
폰에서 녀석의 앓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친구야. 무서워 죽겠다. 그러니까 경호원을 좀 붙여주라.
-갑자기 왜 그러는데?
-유성원 엄청 무서운 인간이라고. 재수 없으면 요단강을 건널지도 모른다고!
명우는 잔뜩 겁은 집어먹은 상태였다.
-알았다. 애들을 붙여줄 테니까 집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전화를 끊자마자 주한수를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대박 엔터의 김명우 사장에게 경호원들을 붙여.”
주 실장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당신은 몰라도 돼. 그러니까 내가 시킨 대로 김명우의 주변에 믿음직한 경호원들을 배치해.”
“알겠습니다. 회장님.”
***
어두컴컴한 밀실.
전신에 피 칠갑을 둘러쓴 30대 남자가 온몸을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바닥에 흐르는 오줌을 꾸역꾸역 삼키고 있었다.
그는 일주일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모진 구타를 당한 상태였다.
그런 탓에 자신이 배설한 오줌으로 타는 듯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었다.
진용은 피눈물을 흘리며 유성원을 저주했다.
“내가 죽어 귀신이 되어서라도 니놈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그의 한 서린 외침이 장내에 메아리칠 무렵, 장내에 구둣발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울려 퍼졌다.
진용의 얼굴이 삽시간에 짙은 공포로 뒤덮였다.
직후 묵직한 몽둥이가 그의 전신에 우박처럼 떨어져 내렸다.
퍼억······! 퍽퍽······! 퍽퍽퍽퍽······.!
-크아아악······.제발······.그만······.!
그러나 사내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기계적인 구타에 매진할 뿐이었다.
퍽퍽······! 퍽퍽퍽퍽퍽퍽······.!
-으아아아아아악······!
진용의 입에서 구슬픈 비명이 쉼 없이 터져 나왔다.
***
강태호를 롤스로이스 뒷자리에 동승시킨 채 논현동 인근으로 차를 몰아갔다.
검은 양복 차림의 조폭들이 르네상스 빌딩의 내외를 철통같이 에워싼 채 외부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그들은 빌딩 외벽에 인테리어비용을 반환하라는 플랜카드를 요란스럽게 내건 채 주변을 지나치는 행인들을 매의 시선으로 살피고 있었다.
옆자리에 동승한 태호에게 운을 뗐다.
“보기보다 우리 강 사장이 겁이 많은 모양입니다. 저런 양아치들을 무서워하는 걸 보면.”
녀석이 침음을 흘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흐으음······.”
“일거리가 없다고 난리를 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유성원이 무섭다고 뒤로 빼는 게 말이나 될법한 일입니까?”
매서운 힐난을 퍼붓자 그제야 태호의 말문이 열렸다.
“유성원은 검경에 발이 넓습니다. 그를 잘못 건드렸다간 도리어 저희 조직이 작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을 맡기 싫다 이 말입니까?”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녀석이 말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직후 결심한 얼굴로 재차 입을 열었다.
“제 뒷배를 확실히 봐준다는 각서를 써주십시오. 그리고 수고비 조로 5억 원을 즉시 지급해 주십시오.”
“각서 따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거예요. 잘 아시는 양반이 뭐하러 그런 쓸데없는 거에 집착하는 겁니까?”
“그래도 제 입장에선 뭔가 확실한 보증수표가 필요합니다.”
태호는 교도소에 들어가는 걸 우려하고 있었다.
결국 전가의 보도를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에는 김태섭이 최고다.
곧바로 태섭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저녁에 시간 되십니까?
-회장님이 불러주시면 지금 당장에라도 달려가겠습니다.
-소개할 사람이 있으니 저녁 7시까지 서초동 인근의 청해 일식당으로 나오십시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날 저녁.
일식당 룸에 김태섭이 모습을 드러냈다.
곧바로 그에게 강태호를 소개했다.
“내 밑에서 일을 봐주는 강태호 사장입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시죠.”
내 명령이 떨어지자 김태섭이 쓴웃음을 지으며 강태호와 악수를 교환했다.
태섭의 태도를 보아하니 태호를 이미 아는 눈치였다.
술자리가 무르익을 즈음 태섭에게 본론을 꺼냈다.
“우리 강 사장이 보기보다 겁이 많아요. 그러니 김 차장이 법적으로 강 사장의 후견인 노릇을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어느 안전이라고 제가 감히 거부하겠습니까. 회장님 말씀대로 강 사장의 편의를 책임지고 봐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태호가 감격한 얼굴로 나를 향해 큰절을 올렸다.
“앞으로 회장님이 명하시는 일이라면 끓는 물 속이라도 뛰어들 각오로 일하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녀석은 오버스런 언사를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내 입가에 절로 쓴웃음이 내걸릴 지경이었다.
발밑에 넙죽 무릎 꿇은 녀석의 뒷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며 은근한 어조를 흘려보냈다.
“태호야. 그러니까 앞으로 형이 시키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말고 해내야 한다. 그러라고 니놈에게 돈도 주고 김 차장도 소개시켜 준거니까.”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녀석이 우렁찬 목소리로 복명했다.
태호를 내보낸 뒤 태섭에게 저간의 사정을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유성원이 간뎅이가 부은 모양입니다. 회장님 빌딩을 그런 식으로 난장판으로 만들다니.”
“그래서 따끔하게 혼구녕을 내줄 생각입니다. 그러니 김 차장이 뒤를 살펴주세요.”
“염려하지 마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회장님을 커버하겠습니다.”
***
유성원은 룸살롱 웨이터 출신이었다.
그는 이재(利財)에 무척 밝았다.
더군다나 성원이 일하는 룸살롱에는 증권가의 거물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그 덕분에 그는 증권가의 내부자 정보를 어렵지 않게 취득했다.
성원은 룸살롱에서 취득한 은밀한 주식 정보를 발판으로 전업투자가의 길로 나섰다.
얼마 후, 그는 수백억대의 자산을 축적하는 놀라운 투자수익을 기록했다.
허나, 성원은 주식투자를 오래 할 생각이 없었다.
예전처럼 비밀스런 투자정보를 취득하는 게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유흥업 분야에 전 재산을 쏟아붓기로 결심했다.
성원은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기업형 유흥업소를 우후죽순처럼 설립했다.
룸살롱, 안마방, 오피, 클럽 등을 부지기수로 설립한 것이다.
그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바지사장을 업주로 내세웠다.
더불어 검찰과 강남지역 경찰들에게 매달마다 정기적으로 상납금을 갖다 바쳤다.
그런 탓인지 성원은 십수 년이 지나도록 한 한 차례도 법망의 단속에 걸리지 않았다.
다년간 갖다 바친 뇌물 덕분이었다.
허나, 그는 이 정도에서 만족할 수 없었다.
그의 목표는 조 단위 재벌이었다.
성원은 평소 알고 지내는 주먹들을 이용해 업소가 세를 든 강남 지역의 쓸 만한 건물을 헐값에 인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날 이후, 그는 온갖 무자비한 편법과 불법을 총동원한 채 건물주와 가족들을 무자비하게 공갈협박했다.
폭행과 강간, 납치 등의 행위를 대놓고 자행한 것이다.
그러나 법은 항상 그의 편이었다.
그런 탓으로 성원은 수년 만에 수천억대의 자산가로 등극했다.
알토란같은 강남의 건물들을 헐값에 인수한 덕분이었다.
***
삼성동 고급 주택.
성원은 자택의 정원을 여유로이 거닐며 수행비서에게 입을 열었다.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나?”
“네. 회장님. 법원에 인테리어 반환소송을 제기했고, 건달들을 동원해서 건물을 장악했습니다.”
“TS 인베스트먼트의 대리인이 누구지?”
“대박엔터의 대표이사인 김명우로 알려졌습니다.”
“김명우에 대해서 알아봤나?”
“수년 전에 공중분해 된 명성그룹의 후계자로 알고 있습니다.”
유성원의 두 눈에 이채가 스쳤다.
“그놈이 무슨 사유로 TS 인베스트먼트의 대리인이 됐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봐.”
그가 말을 덧붙였다.
“납치를 해서라도 알아 봐!”
“그놈 주변에 병풍들이 있습니다.”
“종식이를 붙여줄 테니까 빈틈이 보이면 그놈을 춘천 별장으로 끌고 와.”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장진용은 좀 어때?”
“죽을 날만 기다리는 중입니다.”
성원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그려졌다.
“개자식이 뒈지면 돈 될 만한 장기를 챙겨서 브로커에게 넘겨.”
“넵. 회장님.”
***
호텔 스위트룸.
압도적인 표차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명복은 호주계 사모펀드인 맥카리 투자그룹의 한국 지사장인 김용현과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서울 지하철 10호선을 민자사업으로 전환해 주신다면 시장님에게 그에 합당한 리베이트를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민자사업이라······?”
“그렇습니다. 저희 맥카리 그룹은 서울시의 민자 투자사업에 아주 관심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10호선 지하철 투자에 지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명복의 두 눈에 짙은 탐욕이 거세게 물결쳤다.
***
김경진은 다년간 경호업계에 종사한 인물이었다.
그런 탓인지 눈치가 빨랐다.
그는 대박 엔터 빌딩 주변에 진을 친 검은색 봉고 차량을 유심히 살핀 뒤 김명우에게 보고를 올렸다.
“사장님을 노리는 괴한들이 빌딩 주변에 있는 거 같습니다.”
순간 명우가 기겁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 말이 사실인가요?”
“창밖을 보십시오. 특히 검은색 봉고차를 유심히 살펴보십시오.”
명우가 창가로 허겁지겁 뛰어갔다.
그는 커튼 틈새로 검은색 봉고차량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온몸을 벌벌 떨며 어딘가로 급히 전화를 걸었다.
***
간뎅이가 부은 유성원을 작살낼 시점이었다.
그놈은 주제 파악을 전혀 못 하고 있었다.
감히 내 친우에게 위험한 발톱을 드러냈다.
강태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당장 유성원을 작업하세요.
-말씀대로 움직이겠습니다.
-수고비를 듬뿍 드릴 테니까 지체하지 말고 일을 처리하세요.
-넵. 회장님.
***
서울 모처.
강태호는 유성원을 작업하기로 굳게 다짐했다.
‘내 뒤에는 돈이 억수로 많은 이태수와 잘나가는 차장 검사가 있다. 유성원 따위를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어!.’
그는 마음을 굳혔다.
태호의 살벌한 안광을 번뜩이는 수하들이 모여들었다.
“유성원을 미행해!”
“넵. 큰형님!”
잠시 후, 태호 일행을 태운 봉고 차량이 삼성동 방향으로 부리나케 내달렸다.
태호는 삼성동 자택을 빠져나오는 마이바흐 차량과 뒤따르는 경호 차량을 매의 시선으로 살폈다.
직후 운전석에 앉아 있는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마이바흐를 은밀히 따라가.”
“넵. 큰형님.”
태호는 경호 차량을 유심히 살폈다.
‘봉고차에 4명이 있고, 마이바흐에 두 놈이 있으니까 총 여섯 명인가?.’
그는 상대편의 경호 인력을 파악한 뒤 어딘가로 급히 전화를 넣었다.
-애들을 50명 정도 모아서 춘천 쪽으로 출발시켜.
-정확한 위치가 어떻게 되십니까?
-그건 나중에 말해 줄 테니까 일단 춘천으로 애들을 보내.
-알겠습니다. 큰형님.
태호는 오늘 끝장을 볼 생각이었다.
그러자면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게 최선이었다.
“다들 연장부터 챙겨라.”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부하들이 일사불란하게 복명했다.
“넵. 큰형님.”
유성원을 태운 마이바흐 차량이 춘천 인근의 별장에 멈춰 섰다.
직후 차 안에서 성원과 수행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곧바로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 같은 광경을 멀찍이서 관찰한 태호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그려졌다.
직후 수하에게 문자로 주소를 전송했다.
1시간 후.
50명에 달하는 양복 차림의 남자들이 별장 주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손에는 야구 배트와 쇠파이프가 들려 있었다.
“절대 사시미를 사용해선 안 된다.”
태호가 명을 내리자 수하들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병풍들의 숫자는 채 열 명이 안 된다. 그러니 속전속결로 일을 마무리 짓도록!”
“넵. 큰형님.”
잠시 후, 수십여 명의 남자들이 별장 안으로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갔다.
장내는 살이 찢기고 피가 튀는 혈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퍼억······! 퍼퍼퍽······! 퍽퍽······!
-으아악······!
-크헉······!
-쿠악······!
그러나 중과부적이었다.
강태호는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유성원의 수하들을 일순간을 제압했다.
태호의 유성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러고도 니놈이 무사할성싶으냐?”
성원은 그리 말하며 태호를 맹렬하게 노려봤다.
“아직도 기가 살았구만. 애들아 뜨거운 맛을 보여줘라.”
그 말과 동시에 성원의 전신에 야구 배트와 쇠파이프가 우박처럼 떨어져 내렸다.
퍽퍽······! 퍼억······! 퍽퍽퍽퍽······!
-으아아아악······!
맨바닥에 쓸쓸히 나뒹구는 성원의 얼굴에 태호의 구둣발이 얹혀졌다.
태호는 그의 얼굴을 잘근잘근 짓밟으며 스산한 어조를 내뱉었다.
“너는 이제 죽음 목숨이니까 알아서 기는 게 좋을 거다.”
< 협잡 1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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