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런 반도체 인수 2 >
대박엔터 대표실.
김명우는 맞은편 소파에 단아한 자세로 앉아 있는 이민정에게 한부의 계약서를 내밀었다.
"스폰 계약서니까 한번 읽어봐라."
민정은 다소곳이 고개를 끄덕인 뒤 명우가 건넨 스폰 계약서를 차분히 읽어내려갔다.
그녀는 계약서 하단에 자필 서명을 기입한 후 명우에게 되돌려주었다.
"스폰 기간 중에 외간 남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다면 거액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네. 대표님."
"그럼 가봐."
민정은 고개를 끄덕인 뒤 장내에서 조신하게 물러났다.
***
신사동 인근의 라운지 바로 들어서자 기다란 테이블에서 나 홀로 칵테일을 음미하는 명우의 모습이 보였다.
녀석의 곁으로 다가가자 내 손에 진토닉을 쥐여주었다.
"한잔 해라."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진토닉을 목젖 깊숙이 들이켰다.
알싸한 뒷맛이 목젖을 강타할 즈음 명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정이에게 너무 많은 광고를 몰아주는거 아니냐? 단가도 거의 10억이잖아."
"애가 마음에 들더라고."
"김소민이 서운해 하겠구만."
"신경 끊어라. 그건 그렇고, 너에게 할 말이 있다."
"그게 뭔데?"
"7월달에 열리는 국회의원 재보선에 한국당 후보로 출마해라."
명우가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국회의원들을 관리할 인물이 필요해. 아무리 봐도 니가 적격이야."
"우명석이 있잖아."
"별로 믿음이 안가. 돈을 줘봤자 중간에서 날름할거 같단 말이지."
녀석이 이해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긴, 그 인간은 돈이라면 환장하는 속물이지."
"돈 주머니를 채워줄테니까 한국당 의원들을 니 사람으로 만들어봐."
명우가 걱정이 그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돈을 주는 건 좋은데..."
녀석이 말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할 말이 있으면 시원하게 해봐. 뜸 들이지 말고."
그제서야 명우가 속엣말을 꺼냈다.
"히말라야 전자의 적자가 어마어마한데, 너는 아무런 걱정이 안되냐?"
"그 문제는 조만간 해결될 거다."
"근거없는 자신감은 패망의 지름길이라고!"
녀석이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아버지도 너처럼 허구한날 큰소리만 떵떵 치다가 회사를 말아먹었다니까!"
"에휴... 걱정은 그냥 넣어둬라. 형은 니 아버지랑 전혀 다른 남자니까."
"정말 뭔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거야?"
"있으니까 잔소리는 그만하고 룸으로 넘어가자. 간만에 진탕 놀자고."
명우가 싫지 않은 얼굴로 화답했다.
"에라이... 모르겠다. 술이나 실컷 빨자. 하하..."
우리는 곧바로 인근의 룸살롱으로 넘어갔다.
***
오늘은 일요일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무척 분주했다.
나 홀로 미국 출장길에 오르기로 예정된 탓이었다.
주한수와 경호원들을 데려 갈까도 생각해 봤지만 누차 생각해도 그건 번거로운 행위였다.
한푼이 아쉬운 처지에 미국 출장길에 그들을 동행시킨다는 건 돈을 길바닥에 갖다버리는 것과 진배없었다.
속편하게 나 혼자 움직이는 게 여러모로 나았다.
007 가방 안에 노트북과 속옷, 세면도구, 여권, 지갑 등을 갈무리한 뒤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영국 런던에서 맞춘 고급스런 양복으로 전신을 세팅한 후 주한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공항으로 갈거니까 김용대 본부장에게 월요일 회의를 주재하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안따라가도 될까요?
-오늘은 그냥 집에서 푹 쉬어. 모처럼의 휴가라고 생각하라구.
-저야 좋지만...
-됐어. 이만 끊는다.
통화를 끝마친 뒤 007가방을 손에 든 채 집을 나섰다.
인천국제공항 전용기 계류장으로 들어서자 조종사와 반반하게 생긴 여승무원이 나를 반겼다.
그들의 인사를 뒤로 한 채 전용기 안으로 올라갔다.
기내의 푹신한 침대 의자에 온몸을 깊숙이 파묻은 뒤 면전에 서 있는 조종사에게 지엄한 명을 내렸다.
"이륙해."
"넵. 회장님."
조종사가 눈 앞에서 사라지자마자 여승무원에게 은근한 요구를 했다.
"몸이 찌부둥하니까 마사지 좀 해줘."
그녀가 말잘듣는 하녀처럼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예. 회장님."
침대 의자에 큰대자로 눕자마자 그녀가 나긋나긋한 손길로 정성어린 마사지를 시작했다.
여승무원은 마사지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그녀의 손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 나른한 기운이 감미롭게 몰려들었다.
대략 20시간의 비행끝에 뉴욕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주변을 배회하는 노란색 택시에 몸을 실었다.
"맨해티어 레스토랑으로 갑시다."
"네. 손님."
맨해티어 레스토랑은 뉴욕의 고층 빌딩 숲이 한 눈에 조망되는 위치에 자리했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서자 뉴퍼 회장의 비서가 내 앞에 나타났다.
"회장님 테이블로 모시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자 비서가 2층에 있는 홀로 나를 이끌었다.
뉴퍼는 저번과 마찬가지로 빅사이즈 크기의 스테이크를 게걸스럽게 음미하고 있었다.
타고난 대식가 아니랄까봐 유난스럽게 티를 내고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 앉자 그제서야 나에게 아는 체를 해왔다.
"식전이시면 식사라도 같이 하시죠."
"됐습니다. 별로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 답하며 생수 한모금을 입안에 들이켰다.
뉴퍼가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또 다시 스테이크에 오롯이 집중했다.
그는 포도주로 목을 축인 뒤 은근한 어조를 흘려보냈다.
"회장님의 제안을 2주일 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결정을 하셨습니까?"
"예. 그 말씀을 드리기 위해 이곳에서 뵙자고 한 겁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말을 이었다.
"110억 달러를 챙겨주신다면 제 경영권을 회장님에게 매각할 용의가 있습니다."
내 제안 보다 10억 달러가 인상된 역제안을 해왔다.
"죄송하지만 마지노선은 100억불입니다. 그 이상은 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다시 한번 심사숙고한 뒤 저에게 연락을 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레스토랑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다음날.
그리니치 빌리지 인근의 호텔 스위트룸에서 늦은 아침으로 배를 채울 무렵, 뉴퍼 회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회장님이 원하시는 대로 100억 달러에 경영권을 넘기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3일 안에 본계약을 체결하시죠.
-좋습니다. 고문 변호사의 입회하에 계약서를 작성합시다.
통화를 끊은 뒤 코플랜드 로펌의 마이어 대표에게 전화를 돌렸다.
-지금 당장 뉴욕으로 와주셔야 하겠습니다. 중요한 계약이 있거든요.
-이틀 안으로 뉴욕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뉴욕에 오시면 그리니치 빌리지에 있는 할리데이 호텔로 와주십시오.
-그러죠. 그럼 뉴욕에서 뵙겠습니다. 회장님.
그날밤.
맨해튼 모처에서 칼라일 투자그룹의 체이스 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체이스에게 내 의중을 밝혔다.
"계약서에 칼라일 투자그룹이 운용하는 로키마운틴 사모펀드가 뉴퍼 회장의 경영권을 인수한 것으로 문구를 작성해 주십시오."
"말씀대로 그런 문구를 계약서에 삽입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언론에도 칼라일 투자그룹이 마이크런의 경영권을 인수한 것처럼 위장해 주십시오."
"염려하지 마십시오."
"마지막으로 계약 당일 날, 회장님이 직접 경영권 인수계약 장소에 참석해 주십시오."
체이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쿠바산 시가를 베어 물었다.
그는 자욱한 시가 연기를 내 쪽으로 훅 내뿜으며 은근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마이크런의 새 대표로 누굴 앉히실 생각입니까?"
"아직 이렇다하게 염두에 둔 인물이 없습니다."
"원하시는 인재상을 말씀해 주시죠?"
"뻔한거 아니겠습니까. 말 잘듣는 예스맨을 원합니다. 자리보전에 급급한 무능한 인물."
"후후..."
체이스의 입에서 씁쓸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직후 두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저에게 대표 선임을 맡겨주십시오. 회장님의 요구에 부응하는 인물을 물색해 보겠습니다."
"좋습니다. 회장님께서 힘을 좀 써주십시오."
그리 말하며 체이스의 손을 힘차게 마주잡았다.
***
뉴욕에서 마이크런 반도체의 경영권을 순조로이 인수한 후 워싱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름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안젤리나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그녀는 나와 헤어진 후 전도유망한 민주당 유력 정치인과 결혼했다.
씁쓸했지만 우리는 인연이 아닌 모양이었다.
워싱턴 인근의 한산한 카페로 들어서자 안젤리나가 나를 반겼다.
그녀는 여전히 쭉쭉빵빵한 몸매와 고혹적인 마스크를 과시했다.
피부와 몸매 관리에 성공한 케이스였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또 다시 짜릿한 불꽃이 튀었다.
결국 인근의 호텔로 나란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날, 우리는 참으로 오랜만에 뜨거운 밤을 만끽했다.
***
한남동 접견실에 김민용과 원로 가신그룹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가사 도우미들이 내온 다과를 음미하며 이런저런 잡담을 길게 늘어놓고 있었다.
김민용이 넌지시 운을 뗐다.
"히말라야 전자의 적자가 어느 정도죠?"
그의 물음에 가신들이 중구난방으로 입을 열었다.
"금년 1분기 적자 폭이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고 하더군요."
"작년에도 적자가 4조원이 넘었을 겁니다."
"이 상태로 3.4년만 지나면 이태수는 알거지가 될 겁니다. 낄낄낄..."
"쥐뿔도 모르는 게 겁대가리 없이, 이 바닥에 뛰어든 댓가라고 할수 있죠. 후후..."
민용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회장님의 선견지명이 빛을 발하신거 같습니다."
"맞습니다. 나중에 히말라야 전자가 폭삭 망하면 그때 공짜로 인수하면 게임 끝입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여튼 빛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 반도체 부문을 17조원에 매각하신 회장님의 선견지명은 진정으로 탁월한 선택이셨습니다. 헤헤..."
민용의 입가에 내걸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
내가 모시는 이태수 회장님처럼 폼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이태수가 아닌 전혀 다른 인간이었으니까.
그래서 상상을 했다.
그가 되는 상상을.
내가 이태수로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천천히 눈을 떴다.
눈에 들어온 것은 텅 빈 강당이었다.
주변을 둘러봤다.
나는 의자에 앉아있었다.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 여기가 어딘지, 그제야 기억이 났다.
[주식투자 아카데미 ]
재능 없는 투자자들이 마지막에 매달리는 곳이다.
당연히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돈복이 없는 건 죄가 아니라 운명이니까.
"워렌 버핏의 자서전이 쓸만하더라고."
앞 줄에 앉은 남자가 중얼거렸다.
옆의 남자는 '손 마사요시'라는 제목의 책을 낭독하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강매하고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저들의 행태가.
어떤 이들은 투자가 아니라, 오로지 자기 위안을 위해 돈을 쓴다.
그들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자위에 몰두하는 중학생처럼 혼자 투자하고 혼자 만족한다.
일종의 투자적 나르시즘이다.
나는 여기까지 오려고 마누라도 버리고 양심도 버렸다.
허나, 저들처럼 날 때부터 삶의 윤택함을 누린 이들에게 실패는 경험담에 불과하다.
누군가에겐 평생의 목적이겠지만 그들에게는 되도 그만, 안 되도 그만이다.
어쩌면 이 태생적 차이가 내 적개심의 근원인지도 모른다.
저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성공에 대한 간절함 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고 싶다는 열망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그때, 한 남자가 연단에 나타났다.
"아이고 여러분, 죄송합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변명을 길게 늘어놓았다.
남자는 오늘의 강연자인 투자자 F였다.
월 10억에 가까운 투자수익을 낸다고 알려진 남자였다.
당연히 저 녀석의 이름은 내 기억에 없다.
푼돈이나 주워먹는 슈퍼 개미 따위는 관심 밖이니까.
남자가 강연을 시작했다.
"우선 강의에 앞서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이미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가 바로 요즘 한창 주가를 날리는..."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투자자 F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짝짝짝짝짝짝짝...!!
깡통 개미들에게 투자자 F는 신과 같은 존재였다.
당연히 나는 신보다 위고.
그런데 왜, 사람들이 나를 못 알아보냐고?
나는 심심풀이 땅콩 삼아 이곳으로 왔다.
그런 탓으로 나름 완벽한 위장을 하고 있었다.
야구모자와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기에 선글라스 마저 걸쳤다.
물론 위장을 해도 감출 수 없는 본인의 위대한 후광을 눈치챈 사람이 당연히 있었다.
그는 내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녀석이 은근한 얼굴로 물었다.
"저기... 잠실 타워에서 매일 돈다발을 날리시는 분, 맞으시죠?"
눈치 없는 질문에 빈정이 상했다.
깡통 계좌가 감히 나에게 함부로 말을 거는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당신, 많이, 곤란."
불쾌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내비치자 옆에서 부동자세로 대기하던 근육질의 경호원이 앞으로 나섰다.
그 우월한 신장과 체격에 남자가 창백해진 얼굴로 잽싸게 줄행랑쳤다.
그러는 사이 투자자 F의 투자 강연은 선물옵션 찬양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주식 시장보다 선물옵션 시장이 100배는 더 큽니다. 다시 말해 우리 투자자들도 선물옵션 시장을 공부해야 한다 이겁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선물옵션의 관점에서 시장을 봐야 제대로 된 투자를 할 수 있겠죠?"
"선물옵션 투자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거시기를 으깰 정도의 굳은 각오가 필요 합니다."
"투자의 내적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남성성마저 스스로 거세해야만 훌륭한 선물옵션 투자자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말도 안돼는 개소리였다.
투자자 F는 자기 스스로 남성을 거세해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는 궤변을 쏟아내고 있었다.
경쟁사회에서 도태된 수컷들의 도피처인, 거세 투자학을 씨부리는 모양새였다.
남자 중의 남자, 강렬한 남성성을 바탕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본인이 나설 차례였다.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상의를 한 손으로 북 찢은 뒤 당당한 발걸음으로 연단에 올라섰다.
월 10억에 불과한 투자자 F가 겁먹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녀석에게 묵직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만 내려가라."
"당신이 뭔데...?"
강렬한 눈빛으로 쏘아보자 녀석이 기겁한 얼굴로 연단에서 도망치듯 몸을 감췄다.
곧바로 깡통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주식 시장이 레드 오션이었던 시절은 끝났습니다. 지금은 솔직히 말해서 시커멓기 그지없는 블랙 오션이나 마찬가집니다."
연단 아래의 거지들을 휘 둘러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겁니까? 나처럼 월 10조원을 버는 투자자가 되고 싶지 않으십니까?"
여기 모인 사람 가운데 진짜 성공하는 투자자는 한줌에 불과하다.
많아봐야 한두 명이다.
그마저도 얼마 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마치 눈꽃처럼, 그 흔적마저 봄의 햇볕에 창백하게 말라버린다.
"당신들에게 묻고 있는 겁니다."
오랜 정적을 깨고 누군가 입을 연다.
"저도 회장님처럼 성투하고 싶습니다!"
그렇다. 사람의 꿈은 끝나지 않는다.
겨울에 지더라도 봄이 오면 다시 찬란한 꽃이 필 것이다.
"좋습니다. 그럼 다 같이 성공해 볼까요?"
장내는 삽시간에 광란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
주한수는 현실같은 생생한 개꿈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기를 문득 그의 시야에 이태수 회장이 들어왔다.
그제서야 한수는 퍼뜩 제정신을 차렸다.
직후 자리에서 몸을 벌떡 일으키며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오셨습니까. 회장님."
태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인사를 대신한 뒤 회장실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갔다.
< 마이크런 반도체 인수 2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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