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램과 낸드플래쉬의 가격은, 내가 정한다! 2 >
타워필리스 펜트하우스로 히말라야 전자의 김동진 대표이사를 불러들였다.
그에게 여러가지 물어볼 사안이 있었다.
우리는 거실의 홈바에서 칵테일을 음미하며 애플이 발주한 대량의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쉬에 대해서 심도깊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애플 측에서 갑자기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쉬를 발주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내 물음에 김동진이 미간을 모으며 신중하게 답변했다.
"업계에 도는 소문대로 PDA폰을 대규모로 양산하려는 거 같습니다."
"스마트폰을 말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회장님."
"흠..."
내 입에서 절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남들 보다 두세 발자국 앞서나가는 애플의 신출귀몰한 행태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MP3 플레이어의 일종인 아이팟이 북미지역과 유럽, 일본 등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탓에 애플은 엄청난 사내유보금을 축적한 상황입니다."
김동진은 그리 말하며 칵테일을 입안으로 한모금 들이켰다.
직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들은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더구나 애플은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는 물론이고 모바일 CPU 설계능력도 매우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동진이 두눈을 빛내며 재차 입을 열었다.
"그들이 만약 소문대로 피쳐폰을 대신할 스마트폰을 성공적으로 론칭한다면 전세계 핸드폰 업계에 지각변동이 발생할 겁니다."
나 역시 김동진과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만만한 분야가 아니었다.
말그대로 손안의 컴퓨터 기기나 마찬가지였다.
스마트폰은 고차원의 기술력이 필요했다.
내가 인수한 칼컴과 얀드로이드도 스마트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쓸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애플에 한발자국 뒤처지는 모양새였다.
"스마트폰이 대중화 된다면 우리 히말라야 전자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거 같습니까?"
"우리 히말라야 전자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겁니다."
"자세히 말씀해 보십시오."
"스마트폰은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쉬가 필수적입니다. 데스크탑과 달리 저전력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이죠."
뭔가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그림이.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쉬 메모리의 향후 수요예측 조사를 내일 당장 실시하세요. 기한은 2주일 드립니다. 그 안에 수요예측 조사를 끝마치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
여의도 한국당 당사.
재보궐 선거 공천심사원회에 당내 주도세력이 친박 그룹이 총출동했다.
그들은 양선구 재보궐 선거에 입후보한 후보자들의 면면을 세세히 살핀 뒤 이구동성으로 김명우를 최적임자로 선정했다.
"공천헌금을 무려 30억이나 냈어요. 그리고 자체적인 선거운동 후보자만 해도 3백명이 넘어요."
"맞습니다. 더구나 김명우 후보자는 김민용을 능가하는 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히말라야 전자 이태수 회장의 사람이에요. 반드시 우리 당에 끌어들여야 합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김명우는 대선에서 굵직한 돈줄 역할을 해줄 인재에요. 볼것도 없습니다. 만장일치로 김명우를 양선구 재보궐 선거 후보자로 선출합시다."
그들은 김명우를 만장일치로 양선구 재보궐 선거 후보자로 선정했다.
일사천리였다.
***
청와대 집무실에 칼라일 투자그룹의 체이스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노무연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자신의 요구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했다.
"마이크런 반도체의 공장 부지를 시세 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주십시오. 그리고 법인세를 5년 동안 면제하는 우대조치를 베풀어 주십시오."
노무연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외국인 투자자 유치법에 그런 조항이 있어요.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토지를 제공하고, 법인세를 5년 간 면제하는 법규가."
"그러니 그 점에 관해서는 우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체이스 회장님."
"고맙습니다. 대통령님."
체이스는 감사의 변을 내뱉은 뒤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갔다.
"외자은행 우선인수 협상자 선정 문제에 대해서 오늘 이 자리에서 확답을 주십시오."
"그 전에 마이크런 반도체의 투자 의향서를 먼저 정부에 제출해 주시죠."
체이스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좋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마이크런의 투자 의향서를 빠른 시일 안에, 한국 정부에 제출토록 하겠습니다."
노무연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그려졌다.
"마이크런이 투자 의향서를 검토한 뒤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즉시, 칼라일 사모펀드를 외자은행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체이스는 그리 화답하며 노무연의 손을 힘차게 마주잡았다.
***
회사 업무를 종료한 뒤 신라호텔로 직행했다.
체이스 회장과 저녁 식사를 겸한 면담 일정이 잡혀 있었던 탓이다.
우리는 신라호텔 한정식 레스토랑에서 정갈한 한식으로 배를 채우는 한편 외자은행 인수와 마이크런 반도체의 한국 이전 문제를 심도깊게 협의했다.
"정부 측에서 마이크런의 한국 공장 부지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기로 확답해 주었습니다. 또한 법인세를 5년간 면제해 주겠다고 확언했습니다."
"외자은행 인수건도 말씀해 보십시오."
체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즉답했다.
"마이크런의 투자 의향서를 검토한 후 타당하다고 판단되면, 우리 칼라일 사모펀드를 외자은행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주겠다고 하더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의당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하하..."
체이스는 유쾌한 웃음을 내비친 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미국 대사관에서 열리는 독립기념일 파티 행사에 참석해야 하니,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봅시다."
그리 말하며 체이스와 친근한 악수를 교환했다.
장내에서 그가 사라지자마자 주한수 실장을 면전에 호출했다.
"마이크런 반도체의 펠로시 대표에게 국제전화를 넣어."
"네. 회장님."
주한수는 국제전화를 연결한 뒤 나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한국 정부에 투자 의향서를 제출하세요.
-언제까지 제출해야 합니까?
-1주일 안에 투자계획서를 작성해서 재정경제부에 제출하시면 될 겁니다.
-그리고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는 즉시 언론사에 마이크런 반도체의 한국 이전을 알리는 공문서를 발송하십시오.
-알겠습니다. 회장님.
***
타워필리스 펜트하우스.
명우가 내 집에 나타났다.
녀석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하는 얼굴로 tv 뉴스에 이목을 집중했다.
-한국당은 양선구 재보궐 선거 후보자로 김명우 대박 엔터 대표이사를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중략...
명우는 tv 화면을 손짓하며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었다.
벌써부터 국회의원이 된 듯한 태도였다.
"김칫국물을 미리부터 그렇게 많이 마시면 탈이 나는 법이니, 겸손한 자세로 선거운동에 임해."
"걱정도 팔자구나. 형이 다 알아서 하니까 너는 염려 붙들어 매라."
"지구당 위원장에 대해서 말해봐?"
그러자 명우가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요즘은 지구당 위원장이라고 안하고, 당원 협의회장이라고 말한다니까."
"지구당 위원장이나 당원 협의회장이나 오십보 백보잖아."
"암튼, 말은 바로 해야지. 그러니 앞으로는 당원 협의회장이라고 제대로 호칭하라고."
"아휴... 말을 말자. 이 자식아."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홈바로 걸어갔다.
그러자 녀석이 내 뒤를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왔다.
"진토닉이나 한잔 내와라."
"니가 알아서 마셔."
퉁명스럽게 내뱉자 녀석이 씨익 웃으며 양주 서랍장에서 진토닉을 꺼내서 유리 글라스에 콸콸 따랐다.
명우는 진토닉을 석잔 연속 원샷한 뒤 은근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 돈주머니에 얼마를 채워 줄거냐?"
"200억 정도."
"돈 보따리를 푸는 김에 화끈하게 풀지 그래?"
녀석의 두눈에 지나친 탐욕이 스쳐지나갔다.
위험신호였다.
"쓸데없이 돈욕심 부리지말고 한국당 의원들을 니 사람으로 만들 궁리나 해."
"내가 중간에서 니 돈을 꿀꺽 할까 봐 그러는거야?"
"조금."
순간 명우의 얼굴에 섭섭한 표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자식아. 나를 뭘로 보고 그런 말을 하는건데!"
"목소리 높이지 말고 내 말 잘들어."
"할 말이 뭔데?"
"나는 국회의원과 판검사, 고위직 공무원들을 모두 수족처럼 부릴 생각이다. 그러자면 얼마의 돈이 필요 할까?"
명우가 즉답했다.
"당연히 수천, 수조원 대의 돈다발을 필요하겠지."
"그러니까 처음부터 돈 욕심을 부리지마. 돈 주머니에 지속적으로 돈을 넣어줄테니까."
"진작에 그리 말하지. 헤헤헤..."
녀석이 헤픈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그러기를 문득 의혹이 깃든 얼굴로 입을 열었다.
"국회의원과 판검사, 고위 공무원들을 대대적으로 포섭하려는 이유가 뭐야?"
"나름의 심모원려."
"니 마음대로 대한민국을 요리할 생각이지?"
"비슷해. 그러니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묻지마라."
명우를 내보낸 뒤 김소민에게 전화를 넣었다.
-요즘 뭐 해?
-광고나 촬영하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어요.
-무슨 광고?
-히말라야 전자의 이미지 광고요.
아랫사람들이 자기들이 알아서 김소민에게 거액의 광고를 안긴 모양이었다.
-지금 어디지?
-광고 촬영건으로 네팔에 와 있어요.
-네팔에는 뭐하러 간거야?
-히말라야 전자의 사명에 걸맞게, 히말라야 산을 배경으로 스틸컷을 촬영한다고 하더라고요.
소민과 오붓한 밤을 보내기는, 진작에 그른 모양새였다.
-광고 촬영 끝나면 내 집으로 와라.
-예. 회장님.
***
인천국제공항에 30대 중반의 백인 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인 바락 아바마의 퍼스트 레이디인 안젤리나였다.
안젤리나는 공항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하자마자 태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후, 공항 출입구에 검은색 리무진 차량이 도착했다.
주한수는 안젤리나에게 정중히 인사한 뒤 그녀를 리무진의 뒷좌석으로 이끌었다.
***
내 집에 정장룩 차림의 안젤리나가 나타났다.
그런 탓인지 그녀의 쭉쭉빵빵한 몸매가 더욱 빛을 발했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내 품에 온몸을 안겨왔다.
"보고 싶었어. 자기야. 사랑해."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뜨거운 입맞춤을 교환한 뒤 가사 도우미가 내온 정갈한 한식으로 늦은 식사를 함께 했다.
저녁 식사를 끝낸 뒤 안젤리나를 품에 안은 채 즐거운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그녀의 입에서 미처 예상치 못한 언사가 흘러나왔다.
"다음달부터 민주당 당내 경선이 실시되거든. 그런데 선거자금이 아주 열세야. 이 상태로 당내 경선이 진행되면 할러리 클리턴이 대선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
"선거자금이 많이 부족한 거야?"
"미국 선거는 tv 광고가 판세를 좌우해. tv 광고를 많이 하는 쪽이 당연히 승리할 확률이 높아지는 거지."
그녀 말대로 미국 선거는 한국을 능가하는 돈 선거였다.
특히 미국은 땅덩어리가 넓은 탓에 tv 광고가 선거 판세에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얼마가 필요한데?"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할러리가 모은 선거자금이 대충 얼마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거의 8억 달러 정도의 당내 경선 자금을 모았다고 하더라."
한화로 1조원에 상당하는 액수였다.
대선 본선도 아니고, 당내 경선 자금만 벌써 조단위에 육박하고 있었다.
"니 남편이 대선 본선에 출마하면 승리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지?"
안젤리나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미국 대중들은 공화당의 8년 연속 집권에 염증을 느끼고 있어. 그 점을 제대로 파고든다면 7할 이상의 승산이 있어."
그녀가 간절한 얼굴로 내 너른 품에 얼굴을 묻었다.
"자기는 돈이 많잖아. 그러니 눈 딱 감고 내 남편을 도와줘. 그이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 자기 일에 발 벗고 나설거야. 내가 장담할게."
안젤리나의 베갯머리 송사였다.
당최 당해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알았다. 시간 되면 미국에 가서 니 남편한테 쏠쏠한 선거자금을 기부할게."
"정말?"
그녀가 기대만발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봤다.
"나를 믿으라구. 안젤라."
그리 답하며 그녀의 앵두같은 입술에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쪽...!
***
상암동 드림 케이블 본사 회장실.
사무실로 들어서자 책상 위에 놓여진 서류철이 보였다.
서류철을 펼치자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쉬의 미래예측 수요 조사'라는 제목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아래로 시선을 내리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귀한 조언이 망막 가득 스며들었다.
<기존의 피쳐폰을 대신할 새로운 PDA폰 즉,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빠른 시일 안에 진행된다면,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쉬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우리 히말라야 전자는 그에 발맞춰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쉬의 생산 설비를 대규모로 증설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1차적으로 모바일 D램 생산시설 확충에 4조원 가량의 자금 투입이 시급하며 낸드플래쉬 생산 설비 확충에도 2조원 안팎의 추가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히말라야 전자 미래전략본부는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쉬 공장의 대대적인 증설을 적극 권유하고 있었다.
총합 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싯점이었다.
지금 현재 내 여유자금은 7조 9000억 수준이었다.
충분히 대규모 투자를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마음을 정한 뒤, 김동진 대표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래전략 본부가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쉬의 생산시설 확충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십시오.
-말씀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회장님.
< D램과 낸드플래쉬의 가격은, 내가 정한다! 2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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