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성없는 전쟁 1 >
올림픽 공원 몽촌토성을 여유로이 거닐 무렵 강태호가 눈 앞에 나타났다.
"놈들은?"
내 물음에 태호가 즉답했다.
"소각장으로 보냈습니다. 지금쯤이면 한줌의 잿더미가 됐을 겁니다."
"저격수는?"
"동남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지근거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주한수를 손짓하자 그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커다란 더블백이 들려있었다.
한수는 더블백을 태호에게 건넨 뒤 장내에서 조심스럽게 물러갔다.
"5억이니까 그 돈 갖고 당분간 잠수를 타세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태호는 그말을 끝으로 장내에서 바람처럼 사라졌다.
***
남산 인근에 위치한 국정원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국정원 회의실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국정원 제 2차장인 신동석이 모두발언을 내뱉었다.
"중국 국가안전부의 서울지부 특작요원 6명이 금일 새벽 01시에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저격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노을 공원 쪽에서 발사된 여섯발의 저격용 총탄에 중국측 특작요원들이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기용 국정원장이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사체를 발견했나?"
신동석이 즉답했다.
"이태수 회장의 인물들이 흔적을 지은 것으로 사료되고 있습니다."
"으음..."
이기용의 얼굴에 곤혹스러운 표정이 짙게 드리워졌다.
그때, 국정원 1차장인 오기현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중국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자칫하면 심각한 외교 경제적 마찰로 번질 우려가 있습니다."
오기현은 그리 말한 뒤 좌중을 휘 둘러봤다.
직후 날 서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태수 회장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는 중국측 인사를 무려 6명이나 살해했어요. 절대 묵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기용은 오기현의 발언을 묵묵히 경청한 뒤 결심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청와대에 직보할테니 당신들은 이태수 회장의 동정을 예의주시해!"
그는 회의를 끝내자마자 청와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청와대 집무실에 이기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노무연 대통령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인 뒤 저간의 사정을 자세히 보고했다.
어느 정도 사태를 파악한 노무연의 입에서 진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중국 정보부 요원들이 서울에서 총기로 무장한 채 활개를 치는 걸 그동안 수수방관 하신 겁니까?"
노무연의 따끔한 일침에 이기용의 얼굴이 움찔거렸다.
입이 열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총기 불허 국가인 한국에서, 타국의 기관원이 총기로 무장한 채 민간인을 추적한 사실 자체가 잘못된거 아닙니까!"
그의 신랄한 비판에 이기용의 얼굴이 절로 핼쑥해졌다.
"중국 기관원들의 사체를 발견하셨나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럼 그들이 죽었다는 건 추정에 불과하다는 말씀입니까?"
"물증은 없지만 그들이 죽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물증 없이 심증만으로 이 회장 사람들이 중국 기관원들을 죽였을 거라고 추정하지 마십시오. 자국민의 안전 따위를 내팽개치는 모습이니까."
"송구합니다. 대통령님."
이기용은 그제서야 노무연의 속내가 무엇인지 파악했다.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 이 회장의 주변에 경호요원들을 급파하겠습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그런건 당신이 알아서 하셔야죠! 일국의 국정원장이라는 분이 일처리가 왜 그 모양입니까!"
"거듭 죄송합니다."
"이 회장은 한국의 중요 인사에요."
노무연은 그리 말하며 이기용을 매섭게 노려봤다.
직후 재차 서늘한 언사를 내뱉었다.
"한국의 중요인사를 보호할 생각은 안하고, 중국 눈치를 왜 보시는 겁니까?"
기용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대통령님."
"당신은 중국측 요원들이 이 회장을 노린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에게 일언반구 언급조차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 회장을 위협하는 그들의 존재를 알면서도 그저 남의 나라 일처럼 지켜보기만 했어요!"
"한마디로 당신은 국정원장 자격이 없어요. 긴말 하지 않을테니 일주일 이내로 사직서를 제출하세요. 댁처럼 후안무치한 사람은 나라의 녹을 먹을 가치가 없습니다!"
이기용의 얼굴이 무참하게 일그러졌다.
허나, 노무연은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먼 산만 쳐다볼 뿐이었다.
***
상암동 드림 케이블 본사로 김동진 대표이사를 불러들였다.
"푸루덴셜 보험사에서 총액 17억불에 달하는 보상금을 히말라야전자 공식 계좌로 입금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러나 김동진은 여전히 고민이 많은 얼굴이었다.
"중국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회장님의 안전이 심히 우려됩니다."
"그 문제는 신경쓰지 마세요. 내가 알아서 경호원들을 확충할 생각이니까."
"회장님. 그들은 총기로 무장한 특수요원입니다. 정부 당국에 보호를 요청하셔야 합니다."
동진은 내 안전이 많이 걱정되는 눈치였다.
"됐어요. 이만 수원으로 내려가세요."
그리 말하자 동진이 체념한 얼굴로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동진이 장내에서 조심스럽게 물러갔다.
창가를 서성이며 담배 연기를 자욱이 말아올릴 무렵, 주한수가 면전에 나타났다.
"국정원의 신동석 2차장이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들어오라고 전하세요."
"네. 회장님."
잠시후 사무실에 중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나를 보자 정중히 인사를 해왔다.
"국정원에서 일하는 신동석 차장입니다."
"앉으시죠."
소파를 손짓하자 그가 가볍게 목례를 취하며 소파에 착석했다.
"나를 찾으신 이유가 뭐지요?"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장님의 주변인물들이 중국측 정보요원들에게 손을 쓴거 같습니다."
"그래서요? 고작 그런 말이나 하려고 나를 찾으신 겁니까?"
그러자 신동석의 눈동자가 격렬히 요동쳤다.
내 뜻 밖의 반격에 많이 놀란 눈치였다.
"뭘 그리 놀라십니까? 한국땅에서 총기로 무장한 타국 정보요원들을 수수방관한 주제에."
내 노골적인 힐난에 그의 얼굴이 삽시간에 똥씹은 표정으로 짙게 물들었다.
"말씀이 너무 과하신거 아닙니까? 이 회장님."
허나, 녀석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내 성질 건드리지 마시고 얌전히 돌아가세요. 별 볼 일 없는 국정원은 관심 밖이니까."
신동석이 온몸을 부르르 떨며 분노한 얼굴로 나를 쏘아봤다.
"미국과 중국의 지인들이 그러더군요. 한국에는 정보기관을 가장한 국정원이라는 보이스카웃 단체가 존재한다고."
"이게 당신들 국정원의 현실이에요. 그러니, 내 입에서 더 험한 말을 듣기 전에 얌전히 사라지세요."
그말을 끝으로 인터폰에 콜을 넣었다.
-손님 나가시니까 알아서 모셔다 드려.
직후 장내에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들이 벌떼처럼 나타났다.
그들은 신동석을 짐짝처럼 취급하며 사무실 밖으로 질질 끌고 나갔다.
속이 후련해지는 순간이었다.
***
청와대 지하 핵벙커에는 휴전선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전역을 커버하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된 상태였다.
그곳에 노무연 대통령과 삼부요인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노무연 대통령은 상석에 착석하자마자 국가안보 비상회의를 시작했다.
"오늘 새벽 01시에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 특수작전요원들이 행방불명됐습니다."
"이태수 회장의 측근 인물들이 중국측 특작요원들을 처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태수 회장이 아니라 한국 땅에서 불법적인 작전을 수행한 중국측에 있습니다."
노무연의 폭탄발언에 좌중이 벌집을 들쑤신 듯 소란스러워졌다.
소란이 가라앉자 김명세 외교부 장관이 입을 열었다.
"중국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뭔지요?"
노무연이 되묻자 김명세가 결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사건의 진위를 밝힌 뒤 책임자를 엄중처벌하는 게 최선입니다. 그래야 중국 정부를 다독일수 있습니다."
순간 노무연의 두눈에 격한 분노가 스쳤다.
"이태수 회장을 처벌하자는 말씀입니까?"
"그가 사건의 배후라면 의당 그래야 합니다. 대통령님."
김명세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 무렵, 경제부총리가 자리에서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직후 좌중을 향해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아시다시피 중국은 한국의 최고 최대 교역국입니다. 그들의 분노를 산다면 한국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겁니다."
경제부총리까지 그리 나오자 노무연의 입가에 씁쓸한 고소가 떠올랐다.
그때, 최경수 외교안보수석의 날 선 목소리가 장내에 매섭게 울려퍼졌다.
"외교부 장관님과 경제부총리님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을 하고 계십니다. 대통령님 말씀대로 문제의 근원은 한국땅에서 불법적인 작전을 수행한 중국측에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망각한 채 국내 주요 인사인 이태수 회장에게 책임을 묻자는 말은 주권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경수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법무무장관의 발언이 뒤를 이었다.
"최 수석님의 말씀대로 문제의 본질은 한국땅에서 총기를 휴대한 채 불법적인 행위를 일삼은 중국측에 있습니다."
그후로도 한참 동안 뜨거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노무연은 중국에 사죄하자는 친중파와 중국에 이번 사안을 따져야 한다는 반중파의 격렬한 논쟁을 묵묵히 경청한 뒤 좌중을 향해 무거운 입을 열었다.
"모두발언대로 중국측에 이번 사건을 엄중히 항의하겠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의 논쟁은 불허하겠습니다. 땅땅땅...!"
새벽녁, 청와대.
노무연은 관저의 잘 조경된 정원을 거닐며 최경수 국가안보수석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노무연이 넌지시 운을 뗐다.
"이 회장이 화가 많이 난 모양이지요?"
"그런거 같습니다."
"국정원에서 파견한 경호원들을 배치했나요?"
"이 회장이 거부했습니다."
노무연의 입가에 씁쓸한 고소가 내걸렸다.
"중국측의 움직임을 말해보세요?"
"대사관을 중심으로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한거 같습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 항의서한을 발송하세요. 한국에서 총기 사용은 불허라는 점을 확실히 명시하십시오."
"말씀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
북경 중남해 주석관저.
섭건평은 면전에 나타난 이양천 중국 외교부 장관에게 넌지시 입을 열었다.
"한국 대사가 면담을 신청했다고?"
"그렇습니다. 주석 각하."
"좋아. 그 자리에서 우리 요구를 전달하게."
섭건평의 두눈에 스산한 한기가 스쳤다.
"범인의 색출과 처벌!"
"명하신 대로 주성영 대사에게 그리 전달하겠습니다."
다음날.
북경 외교부 건물에 주중 한국대사인 주성영이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청와대에서 발송한 항의서한이 들려있었다.
주성영은 중국 외교부장관인 이양천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양천은 중국어와 영어로 쓰여진 항의서한을 자세히 살핀 뒤 냉랭한 어조를 내뱉었다.
"귀국의 유력 인사가 중국의 선량한 시민들을 납치 혹은 살해 했습니다. 그 점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양천의 후안무치한 언사에 주성영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 아닙니까? 그들은 한국땅에서 총기를 휴대한 채 불법적인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이양천은 양어깨를 으쓱이며 태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건 당신들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해요. 그러니 이 문제를 더 이상 쓸데없이 확대하지 마십시오."
"그래서 제가 장관님을 찾아뵌 겁니다. 우리 한국 정부 역시 더 이상의 확전을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여튼 중요한건 우리 중국 시민들에게 위해를 끼친 범죄자를 잡는거에요. 그러니 한국 정부에서 자체적으로 범인을 잡아 주십시오."
주성영은 벽을 보고 대화를 하는 거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양천은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석달 안에 사건을 해결해 주십시오. 만약 그 기간 내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우리 중국 정부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귀국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입니다!"
이양천은 그리 말하며 주성영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
상암 드림 케이블 본사 회의실.
상석에 착석한 채 김동진 대표이사의 1사분기 경영실적 발표에 눈과 귀를 집중했다.
"우리 히말라야전자는 1사분기에 2조4700억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
"D램 메모리와 낸드플래쉬의 단가인상과 금년 들어 급증한 모바일 D램의 수요 폭증 덕분이라고 자체판단하고 있습니다."
장내에 뜨거운 박수갈채가 길게 쏟아졌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박수갈채가 가라앉자마자 회의에 종지부를 찍었다.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끝마칩시다. 그럼 모두 업무에 복귀하세요."
"넵. 회장님."
회장실로 올라가자 주한수가 핸드폰을 내 손에 건넸다.
"청와대에서 온 전홥니다."
고개를 끄덕인 뒤 폰을 귓가에 가져가자 노무연 대통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이 되시면 지금 당장 청와대로 와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청와대로 직행했다.
집무실에 들어가자 노무연이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중국에서 회장님을 노리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 답하며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노무연 역시 맞은편 소파에 착석한 뒤 걱정이 그득한 언사를 쏟아냈다.
"그들은 회장님의 법적 처벌을 원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뭐죠?"
짐짓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그리 묻자, 노무연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회장님을 감시하던 중국측 정보요원들이 실종됐습니다. 그 문제로 중국이 회장님을 노리는 겁니다."
"한국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한 중국놈들이, 실종하거나 말거나 아무런 신경을 쓰지 마십시오."
"저도 그러고 싶지만 중국이 경제제재라는 카드로 우리 한국을 압박하고 있어요."
노무연이 간절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이 문제는 내가 직접 처리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힘없는 한국 대통령 정도로는, 중국의 섭건평을 제어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탓이었다.
청와대를 나서자마자 안젤라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바락 아바마의 힘을 빌리기 위함이었다.
그날 밤, 타워필리스 펜트하우스.
워싱턴에 있는 바락 아바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젤라에게 미리 언질한 탓으로 그와 순조롭게 대화를 나눌수 있었다.
그에게 내 사정을 솔직히 말했다.
-중국 국가 주석인 섭건평이 히말라야전자의 서안 반도체 공장을 강탈하려고 했습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던 겁니까?
-사실입니다. 후보님.
-민주사회에서 말이 안되는 일을 버젓이 저지르는군요.
-섭건평은 중국의 외화와 미국 국채마저 독식하고 있습니다.
-저도 그런 얘기를 여러군데에서 듣고 있어요.
-하여튼 그러던 와중에 서안 반도체 공장에 대규모 화재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섭건평은 그걸 내 책임으로 돌렸습니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인물이군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저를 암살하기 위해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의 특수작전요원마저 동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위권 차원에서 그들을 제압했습니다.
-그러자 섭건평은 한국에 대규모 경제제재 운운하며 나를 처벌하라고 한국 정부를 연일 압박하고 있습니다.
내 구구절절한 언변이 통했음인지 수화기에서 아바마의 믿음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책임지고 섭건평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후보님.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의당 제가 해야 할 일이니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하하...
아바마와 통화를 끝마치자마자 트램프와 체이스 등에게 차례로 전화를 돌렸다.
***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
부쉬 대통령의 면전에 비서실장이 나타났다.
"긴급현안이 발생했습니다."
"그게 뭔가?"
"민주당의 바락 아바마 대통령 후보와 칼라일 투자그룹의 체이스 회장, 트램프 회장 등이 대통령 각하에게 동시다발적인 친서를 보내왔습니다."
비서실장은 그리 말하며 세장의 친서를 부쉬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부쉬는 세장의 친서를 차례로 읽은 뒤 결연한 얼굴로 지시를 내렸다.
"주중 미국대사에게 지급으로 공문서를 발송해."
"내용을 말씀해 주십시오."
"히말라야전자 이태수 회장의 안전을 반드시 보장할 것!"
"그런 내용으로 공문서를 발송하겠습니다."
다음날.
북경 외교부 건물에 주중 미국 대사인 맥스 보커스가 나타났다.
그는 이양천 중국 외교부 장관에게 단도직입적인 언사를 쏟아냈다.
"한국의 이태수 회장에게 조금이라도 위해를 가할 경우 우리 미국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보카스 대사의 격한 목소리에 이양천은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이태수 회장은 우리 미국에 매우 중요한 분이십니다. 그 점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
북경 중관촌 인근의 국가안전부 건물에 고위 간부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묵산 국가안전부장은 테이블 상석에 착석한 뒤 모두발언을 내뱉었다.
"이태수의 측근을 감시하던 특작요원 6명의 생사가 불명합니다."
"국정원에 심어둔 간자(間者)의 전언에 따르면 이태수가 고용한 저격수가 특작요원을 암살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시간 이후로 우리의 목표는 이태수의 목숨입니다. 그러니 수단방법을 가리지말고 이태수 척살에 국가안전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 하십시오!"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좌중이 일사불란하게 복명했다.
"존명!"
이묵산은 회의를 끝낸 뒤 중남해로 발걸음을 옮겼다.
섭건평은 면전에 나타난 이묵산에게 허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태수의 척살령을 거두게."
이묵산이 놀란 얼굴로 외쳤다.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지금은 때가 아니야. 그러니 내말대로 하게."
"주석 각하. 이미 특작요원들에게 명령을 내린 상탭니다."
"잔말 하지말고 지금 당장 명을 해제하라고!"
섭건평이 재차 명하자 그제서야 이묵산이 체념한 얼굴로 복명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주석 각하."
< 총성없는 전쟁 1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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