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 개망나니-139화 (64/200)

< 전 세계 최고 재벌 3 >

히말라야전자 수원 공장 회의실.

장내에 배석한 임원들을 휘 둘러본 뒤 모두발언을 내뱉었다.

"애플사의 아이폰이 북미와 유럽, 일본 등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 히말라야전자의 모바일 D램 메모리와 낸드플래쉬의 판매량도 덩달아 폭증하는 추셉니다."

잠시 말을 끊은 뒤 테이블 위에 놓여진 생수를 입안으로 한모금 들이켰다.

직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 결과 히말라야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2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안일하고 나태하게 상황을 낙관해서는 안됩니다. 언제 어디서 돌발악재가 출몰할지 알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동진 대표를 필두로 임원들이 수긍하는 얼굴로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리 히말라야전자의 2007년 목표는 연간 매출 150조원 돌파와 영업이익 30조 달성입니다. 그러니 김 대표와 임원 여러분들은 그에 걸맞는 방안을 1주일 이내에 보고서로 제출해 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회의를 종료했다.

서울로 향하는 차 안에서 옆자리에 동승한 주한수에게 지시를 내렸다.

"히말라야 프러덕션의 유한성과 대박 엔터의 방기훈을 사무실로 호출해."

"예. 회장님."

1시간 뒤.

상암동 드림 케이블 본사 회장실로 들어서자 유한성과 방기훈이 허리를 절반으로 접으며 공손하게 인사를 해왔다.

그들의 인사를 귓등으로 흘리며 육중한 마호가니 책상에 자리를 잡았다.

면전에 나란히 서 있는 한성과 기훈에게 차례로 질책성 언사를 내뱉었다.

"내가 요즘 히말라야전자 일로 프러덕션과 대박엔터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일을 이 지경으로 개판으로 만드는 거야?"

순간 녀석들이 겁먹은 얼굴로 재차 허리를 깊숙이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송구합니다. 회장님."

"당연히 그러시겠지."

한성과 기훈이 온몸을 움찔하며 허리를 더욱 깊숙이 숙였다.

"한놈은 신생 배급사에게 천만 관객 영화 타이틀을 연거푸 스틸 당하고, 다른 놈은 론칭하는 남돌과 여돌 그룹 마다 연달아 말아먹었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을거야."

녀석들은 나를 많이 실망시켰다.

제 할 일을 제대로 못한 탓이다.

입에 담배를 물자 방기훈이 재빨리 라이터불을 붙였다.

직후 다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담배연기를 훅 내뿜으며 유한성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공정위에서 신생 배급사에도 영화관을 오픈하라는 권고사항이 날마다 내려오고 있으니까, 프러덕션 자체적으로 경쟁력있는 영화를 제작해! 드림박스에 기대지말고."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기훈아."

잔뜩 허리를 숙이고 있던 방기훈이 고개만 살짝 든 자세로 나를 쳐다봤다.

"말씀하십시오. 회장님."

"SN 엔터의 걸즈시대가 요즘 장안의 화제더라. 한국과 일본에서 떼돈을 벌고 있다고. 그런데 니놈은 왜, 론칭하는 그룹마다 모두 말아먹는거냐? 대체 이유가 뭐야?"

기훈이 죽을상을 하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면목없습니다. 회장님."

"송구하다, 면목없다, 죄송합니다 등의 단어를 가급적 사용하지마라. 듣는 사람 기분 나쁘니까!"

목소리를 높이자 녀석들의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깊숙이 숙여졌다.

"실력파 프로듀서와 작곡가, 안무가를 섭외해서 걸즈시대를 완벽히 카피해! 알겠어?"

그제서야 기훈이 알아먹은 얼굴로 힘차게 복명했다.

"말씀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유 사장은 대박엔터에 소속된 스타 배우들을 중심으로 대작 영화 제작에 돌입해!"

"넵. 회장님."

녀석들을 내보낸 뒤 주한수를 면전에 불러들였다.

"히말라야전자와 드림박스, 드림케이블에 근무하는 연대 출신자들에게 동문회에 참가하지 말라는 불가통보를 내려."

한수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꼭,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을까요?"

"동문회에서 회사 직원들을 만나면 어색한 광경을 연출할 확률이 높아. 그래서 그런거니까, 연대 출신자들에게 그같은 점을 제대로 고지해."

그제서야 한수가 납득한 얼굴로 순순히 복명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

타워필리스 펜트하우스.

주말 휴일을 여유로이 즐길 무렵, 민용철 수행비서가 내 앞에 나타났다.

"히말라야전자의 김동진 대표이사가 면담을 신청하셨습니다."

"들여보내."

"네. 회장님."

잠시 뒤, 동진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에는 결재서류가 들려있었다.

"히말라야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가격 인상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동진은 그리 말하며 결재서류를 내손에 건넸다.

서류를 들추자 D램과 낸드플래쉬의 가격을 기존보다 200% 인상시키는 내용이 시야에 들어왔다.

"애플과 IT 업체들이 반발하지 않을까?"

"어차피 D램과 낸드플래쉬는 우리 히말라야전자가 독점한 것과 진배가 없습니다."

"내가 우려하는건 그들이 미국 상무부에 히말라야전자와 마이크런 반도체를 반독점 혐의로 제소하는거야."

"어차피 바락 아바마 미국 대통령도 회장님의 인맥 아닙니까?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타당한 의견이었다.

"좋아. 결재서류에 도장을 찍어줄테니, 클라이언트에게 가격 인상 방침을 빠른 시일 안에 공지해."

"말씀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동진은 그리 화답한 뒤 은근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또 할 말이 있어?"

"터치패널 문제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벌써부터 너무 앞서나가는거 아닌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독식하는 걸 두눈 뜨고 쳐다만 보실 생각입니까?"

"당연히 그럴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지."

"그럼 지금부터 터치패널 수급 방안에 만전을 기하셔야 합니다."

"LC전자와 삼송전자한테 납품을 받으면 되잖아."

"회장님. LC전자와 삼송전자는 1년 이상 납품 계약이 밀려있습니다. 그러니 하루빨리 터치패널 수급을 해결하셔야 합니다."

쓸만한 조언이었다.

동진의 말대로 터치패널 수급문제를 이른 시일 안에 완료하기로 결심했다.

"5천만장 정도의 정전식 터치패널을 LC전자와 삼송전자에 주문해."

그러자 동진이 반색하는 얼굴로 화답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

상암동 드림 케이블 본사 회장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재무실장을 면전에 호출했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히말라야 투자그룹의 총 사내유보금을 말해봐."

"히말라야전자를 포함해서 대략 17조원 가량입니다."

"사내유보금을 관리하는 은행이 어디지?"

"국면은행과 시티은행, 우라은행 등에 분산예치 중입니다."

"우라은행에 예치된 사내유보금 중에서 2조원 정도를 출금한 후에 마이다스 사모펀드 계좌로 이체해."

그리 말하며 메모지 한장을 재무실장에게 건넸다.

"메모지 안에 은행명과 계좌번호가 적혀 있으니까 그곳으로 보내면 될거야."

그러자 재무실장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2조원에 달하는 거액을 해외로 송금할 경우, 정부 당국의 레이더망에 포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이다스 사모펀드는 해외자원 개발 명목으로 설립한 회사니까 당신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

그제서야 재무실장이 수긍하는 얼굴로 화답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재무실장을 내보낸 뒤 결재서류에 회장 직인을 기계적으로 날인할 즈음 주한수가 내 앞에 나타났다.

"장준기 드림박스 사장이 면담을 요청하셨습니다."

"무슨 일인데?"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들여보내."

"예. 회장님."

잠시 후, 장준기가 눈 앞에 나타났다.

그는 다급한 얼굴로 보고를 올렸다.

"드림박스의 박창수 회계팀장이 수백억 대의 공금을 횡령했습니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소식이었다.

"아랫 사람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그런 사단이 발생한 겁니까?"

"면목없습니다. 회장님."

녀석은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내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경찰에 신고 하셨습니까?"

"실은... 그게..."

그는 답변 대신 말을 질질 끌고 있었다.

뭔가 말못할 사정이 있는 눈치였다.

"솔직하게 말해 보세요. 대체 무슨 속사정이 있는 겁니까?"

그제서야 장준기가 제대로 된 보고를 해왔다.

"박창수 팀장은 여당의 유력 정치인인 박창일 의원의 친동생입니다. 그런 이유로 아직 경찰에 신고를 못하고 있습니다."

"박창수가 언제 부터 회계팀에서 일한거죠?"

"거의 10년 이상 근속한 직원입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었다.

"경찰에 신고를 할까요?"

준기가 은근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박창수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입을 굳게 다무세요."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장준기를 내보낸 뒤 하수용 이사를 호출했다.

그는 히말라야 투자그룹의 내부감사를 전담하고 있었다.

면전에 나타난 하수용에게 지시를 내렸다.

"박창수의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탈탈 털어보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일주일 후.

양재천변을 산책할 즈음 하수용 이사가 눈 앞에 나타났다.

그는 박창수에 대해 구두로 보고를 올렸다.

"1년 전부터 강원랜드를 드나들며 바카라를 즐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리고 30억대의 도박빚을 지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놈이 횡령한 공금이 얼마죠?"

"거의 200억 가량입니다."

"행방을 파악하셨습니까?"

"필리핀 마닐라에 소재한 카지노에서 박창수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강태호에게 일을 맡기세요."

"네. 회장님."

***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 강태호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공항을 나서자마자 시내에 위치한 카지노로 직행했다.

강태호 일행은 카지노 라운지에서 칵테일을 음미하는 한편, 바카라 테이블에 이목을 집중했다.

태호는 중년 남자의 사진과 바카라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내의 얼굴을 한참 동안 비교분석한 뒤 확신하는 얼굴로 나직이 입을 열었다.

"박창수가 맞으니까 기회를 봐서 놈을 덮쳐."

"넵. 형님."

태호는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린 뒤 장내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그날 새벽, 마닐라 교외의 한적한 창고.

태호의 수하들은 박창수의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기계적인 구타를 무한반복하고 있었다.

퍼억...! 퍼어어억...! 퍼어억...!

창수의 입에서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격렬한 비명이 연달아 터져나왔다.

-으아아악....! 그만...! 제발...! 아아아아아악...!

허나, 남자들은 창수의 비명을 모르쇠로 일관한 채 잔인한 구타에 오롯이 매진할 뿐이었다.

퍼퍽퍽퍽퍽퍽퍽퍽...!!

-크아아아아아악...!!

태호는 맨땅에 쳐랑하게 나뒹구는 박창수를 무표정한 얼굴로 일별한 뒤 부하들을 향해 서늘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 새끼를 아침 비행기에 태워."

"넵. 형님."

***

상암동 드림 케이블 본사.

주한수는 연대의 동문 회장과 전화통화를 나누고 있었다.

-인텔리전스 강의실 건물에 반드시 회장님의 성함이 들어가야 합니다.

-염려마십시오. 원하시는 대로 회장님의 성함을 건물 이름으로 사용할 생각이니까.

-그리고 연대 총동문회를 우리 히말라야 투자그룹이 후원하겠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총동문회 장소를 힐튼 호텔 그랜드볼륨으로 이전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래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우리 회장님은 예의를 아주 중하게 여기시는 분입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실장님.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씀인데, 학교 선배랍시고 우리 회장님에게 함부로 하대를 하시면 절대 안되십니다. 이점 반드시 유념해 주십시오.

-당연히 그래야지요. 우리 동문회 사람들은 선배라고 후배님들한테 함부로 반말 짓거리를 하지 않습니다. 예의를 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럼 동문 회장님만 믿겠습니다.

주한수는 통화를 끝마친 뒤 회장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힐튼호텔 그램드볼룸으로 들어서자 연대 동문들이 나를 향해 우뢰와 같은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그들의 박수갈채를 온몸으로 만끽한 뒤 재단 이사장과 총장, 동문 회장 등과 차례로 악수를 교환했다.

연회장에 차려진 테이블 상석에 좌정하자 동문들이 뜨거운 시선을 내비치며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흡사 상거지들이 돈 많은 물주를 영접하는 듯한 태도였다.

녀석들의 걸신들린 눈빛을 모르쇠로 일관한 채 테이블에 차려진 산해진미를 차분히 음미했다.

그러기를 문득 누군가 나에게 아는 체를 해왔다.

"오랜만이네요. 태수 형님."

녀석은 고시 낭인으로 인생을 허비한 김문정이었다.

"요즘 뭐해?"

내 물음에 녀석이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일하고 있어요."

"직급이 뭔데?"

그러자 문정이 입을 얼버무리며 샴페인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신세가 처량한 모양새였다.

물론 내 알 바 아니었다.

그때, 눈 앞에 주한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귓속말을 해왔다.

"강태호 사장이 박창수를 한국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지금 어디지?"

"인천 항만에 있는 컨테이너 창고랍니다."

"그 곳으로 하 이사를 보내."

"알겠습니다."

주한수가 장내에서 모습을 감추자 김문정을 비롯한 동문들이 하나같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들은 내 일거수일투족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전 세계 최고 재벌의 일상사가 무척 궁금한 모양이었다.

잠시 뒤, 동문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장내를 유유히 빠져나왔다.

다음날, 상암동 드림 케이블 본사 회장실.

회사에 출근한 뒤 하수용을 면전에 불러들였다.

"박창수 건을 보고하세요."

"송구하게도 100억 가량의 현금을 회수한 게 고작입니다."

"나머지 100억은 어디에 있죠?"

"대다수 카지노에서 탕진한 모양입니다."

"박창수를 김태섭 검사장에게 맡기세요. 콩밥을 먹이는건 물론이고, 나머지 100억을 악착같이 회수하세요."

"명하신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 전 세계 최고 재벌 3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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