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 개망나니-151화 (76/200)

< 일심회(一心會) 2 >

라스베가스 아리아 호텔 지하 카지노.

김명우와 김태섭을 필두로 일단의 한국인들이 카지노를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일인당 1만불에 달하는 칩을 이용해 블랙잭과 바카라, 슬롯머신 등을 만끽하며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라운지 바에서 칵테일을 음미하던 동양 남자가 눈빛을 날카롭게 빛내며 김명우 일행을 예의주시했다.

그는 국정원의 정보수집 요원인 위만호였다.

위만호는 미국에서 반정부 선동을 일삼는 인사들을 요주의 감시하는 업무를 도맡고 있었다.

그런 만호를 매의 시선으로 살피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아리아 호텔의 보안팀장인 잭 마틴이었다.

마틴은 네이비씰 출신이었다.

국정원 정보 수집 요원이 도저히 감당 못할 절대강자였다.

그는 카지노 요소요소에 배치된 보안요원들에게 무전을 날린 후 만호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허나, 만호는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명우 일행을 아이폰으로 은밀히 촬영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마틴은 그의 곁으로 다가가자마자 목덜미에 강력한 당수를 날렸다.

퍼억!

-커헉!

단 일수에 위만호를 제압한 마틴이 보안요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사무실로 데려가."

"넵. 보스."

***

명우 일행이 아리아 호텔 펜트하우스에서, 현지에서 조달한 미녀들과 오붓한 시간을 즐길 무렵, 장내에 호텔 매니저인 에단 루카스가 나타났다.

그는 명우에게 정중히 인사한 뒤 본론을 꺼냈다.

"수상한 놈을 잡았습니다."

명우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그자가 누구죠?"

"심문 결과 한국 정보기관 소속의 요원이었습니다."

루카스는 그리 말하며 아이폰을 건넸다.

"폰을 살펴보십시오. 비번은 [email protected]입니다."

명우는 아이폰의 비번을 해제한 뒤 사진 폴더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날 밤.

명우와 태섭은 지하 카지노에 위치한 라운지 바에서 칵테일을 음미하며 심각한 얼굴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국정원 요원까지 달라붙은걸 보면 일이 심상치 않은 거 같습니다. 선배님."

태섭의 말에 명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 회장에게 연락했나?"

"방금 전에 보고를 올렸습니다."

그러자 명우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후우..."

"이제 나머지 일은 회장님이 알아서 하시겠죠?"

태섭의 물음에 명우가 화답했다.

"그렇겠지. 암튼 우리는 속편하게 휴가나 즐기자고."

"그 전에 한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명우가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할 말이 뭔데?"

"회장님이 판검사와 국회의원, 언론인 등이 총망라된 비밀조직을 만들라고 지시하셨습니다."

그는 골치아픈 일은 딱 질색이었다.

그런 탓인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

"그 일은 후배님이 알아서 하라고. 그럼 나 먼저 일어날게."

명우는 그말을 끝으로 장내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태섭의 입가에 씁쓸한 고소가 길게 내걸렸다.

***

앤디 루반 기술 이사를 대동한 채 히말라야전자 수원 공장을 방문했다.

우리는 공장 한켠에 위치한 7층 높이의 건물을 둘러보고 있었다.

"당분간 이곳을 얀드로이드 개발팀의 사무실로 사용하십시오."

"그 전에 한가지 선결 과제를 해결해 주십시오. 회장님."

"그게 뭐죠?"

루반이 진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미국에 있는 개발팀을 한국으로 초빙하기 위해서는 자녀들의 교육 문제가 해결되야 합니다."

미처 예상치 못한 발언이었다.

"아시다시피 한국에는 쓸만한 국제학교가 없습니다. 그 문제가 반드시 해소되야 개발팀을 초빙 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유자녀 숫자를 말씀해 주십시오."

"대략 200명 가량입니다."

생각외로 많은 숫자였다.

"국제학교를 설립하지 않을 경우 개발팀을 부르는 게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고액 연봉을 보장해도 쉽지 않다는 말입니까?"

루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회장님."

얀드로이드 운영체제는 꾸준히 버전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실시간으로 버그를 체크하고 오류 수정 업데이트 버전을 사용자들에게 제공해야 했다.

얀드로이드 개발팀은 유니버스1의 핵심 자원이었다.

답은 하나였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국제학교를 설립하는 게 최선이었다.

"원하시는 대로 최단 시간 내에,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사립 초.중.고 과정을 제공하는 국제학교 설립을 약속하겠습니다."

그제서야 루반이 흡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우리는 인근의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점심을 함께하며 긴요한 대화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스테이크와 포도주로 배를 채운 뒤 히말라야 투자그룹의 제반 상황에 대해 심도깊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루반이 은근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북미지역과 유럽에서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개인방송 서비스 업체가 있습니다."

"회사명이 뭐죠?"

"유툽입니다."

익숙한 단어였다.

유툽은 도풀갱어가 반드시 인수하라고 예언한 회사 이름이었다.

"회사의 매출 현황을 알고 계십니까?"

"지금은 사업 초기라 적자를 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망이 아주 좋습니다."

"그렇게 판단하시는 근거가 뭐죠?"

"유니버스1에 기본 어플로 유툽을 탑재할 경우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차피 유툽은 내가 인수해야 하는 업체었다.

"회사 오너가 누군가요?"

"매튜 벤자민입니다."

"사적으로 아십니까?"

루반이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대학 동창입니다."

금상첨화였다.

"이사님이 만남을 주선해 주시죠."

그러자 루반이 놀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유툽을 인수하실 의향이 있는 겁니까?"

"네. 이름이 아주 마음에 들더군요. 하하...!"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수원 공장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강태호를 호출했다.

태호가 긴장이 역력한 얼굴로 면전에 공손히 시립했다.

"국정원 요원들이 우리 주변을 감시하는 걸 알고 있나?"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습니다."

"그놈들이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모르니까 단단히 무장을 해. 그리고 당신 혼자 다니지말고 감사실 직원들과 언제나 함께 움직여."

"명심하겠습니다."

"이만 나가봐."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회장님."

태호를 내보낸 뒤 주한수를 불러들였다.

"장준기 사장에게 수원 공장으로 내려오라고 전해."

"네. 회장님."

1시간 후.

장준기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손에는 노란 서류 봉투가 들려있었다.

준기가 건넨 서류를 살핀 뒤 넌지시 입을 열었다.

"확실한 자룐가?"

"조중동 기자들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입니다. 믿으셔도 좋습니다."

"좋아.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회장님."

***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주한수에게 명을 내렸다.

"국정원 원장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넣어."

한수가 걱정이 그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자를 만나봤자 좋을 것이 없습니다. 회장님."

"그래서 더욱 만나려는 거야.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려줄 필요성이 있거든."

"알겠습니다. 명하신 대로 국정원 원장에게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르네상스 빌딩 펜트하우스에서 내일 밤 9시에 만나자고 전해."

"네. 회장님."

그말을 끝으로 두눈을 지그시 내리감았다.

다음날 밤.

르네상스 빌딩 펜트하우스로 향하는 차 안에서 대포폰을 이용해 강태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폰에서 태호의 믿음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르네상스 펜트하우스에 애들을 대기시켰습니다.

-내가 오케이 사인을 보내면 죽지 않을 정도로 후드려 패.

-넵. 회장님.

-당연히 얼굴은 건드리지말고.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있다 보자.

르네상스 빌딩에 도착한 뒤 주한수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효상 국정원장이 펜트하우스에 도착했는지 연락을 해봐."

"네. 회장님."

한수는 통화를 끝마친 후 곧바로 보고를 올렸다.

"이미 도착했답니다."

"빌딩에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인의 장막을 쳐."

그리 말한 뒤 펜트하우스와 직통으로 연결된 엘리베이터에 차분히 몸을 실었다.

펜트하우스에 들어서자 이효상 국정원장과 두명의 보디가드가 보였다.

가식적인 미소를 입가에 드리운 채 이효상 원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진작에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는 군요."

그리 말하자 이효상이 냉랭한 얼굴로 내 손길을 거부한 채 날 선 목소리를 쏟아냈다.

"저를 보자고 한 용건이 뭡니까?"

"일단 경호원부터 물리시죠. 저들이 들어봤자 좋을 일이 없을 겁니다."

그러자 이효상이 수긍하는 얼굴로 경호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밖에서 대기해."

"예. 원장님."

경호원들이 펜트하우스 밖으로 걸어나갔다.

이제 본론으로 접어들 차례였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말끝을 흐리며 이효상의 곁으로 바짝 다가갔다.

그러자 그가 호기심 그득한 얼굴로 내 말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그때, 내 강력한 오른손 라이트 훅이 그의 복부에 정확히 박혀들어갔다.

-퍼어억!

-크악!

그의 비명소리와 동시에 강태호를 필두로 일단의 남자들이 장내에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태호에게 명을 내렸다.

"저놈에게 매서운 맛을 보여줘."

"넵. 회장님."

태호는 그리 복명한 뒤 수하들에게 나직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작업 시작!"

그 말과 동시에 건장한 남자들이 이효상의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잘근잘근 짓밟았다.

-으아아아악...! 그만.....아아아아악....! 제발...! 쿠아아악...!

맨바닥에 짐짝처럼 널브러진 이효상의 얼굴을 구둣발로 짓이기며 속내를 차분히 피력했다.

"우리 효상이가 뭘 믿고 감히 나와 척을 지려는 걸까?"

"경성실업이란 군납업체를 파보니까 군납비리가 장난이 아니더라고. 더욱 놀라운건 경성실업의 실제 오너가 당신이란 사실이지."

이효상이 온몸을 들썩거렸다.

그의 얼굴이 삽시간에 사색(死色)으로 짙게 물들었다.

"겁도 많은 인간이 꼴에 국정원장이라고 나대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군. 후후..."

녀석의 얼굴에서 발을 거둔 뒤 푹식한 소파에 온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담배 연기를 자욱이 말아올리며 면전에 벌레처럼 널브러진 이효상에게 내 요구를 전달했다.

"나를 감시하는 척만 해라. 그러면 당신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하지. 그리고 군납비리도 눈감아줄게."

"허나, 끝까지 나와 척을 진다면 조중동을 이용해 당신이 차명으로 보유한 경성실업의 군납비리를 철저히 파헤쳐주지."

그러자 효상이 울듯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강태호에게 팔을 뻗자 내 손에 007 가방을 건넸다.

"이 가방 안에는 양도성 예금증서가 들어있거든. 30억에 상당하는 액수야. 시중은행에서 지금 당장 찾을 수 있는 돈이지."

"이명복의 비리를 수집하는 댓가로 주는 돈이니까 요긴하게 쓰라고."

그리 말하며 007가방을 녀석의 발밑에 툭 내던졌다.

녀석이 두눈을 데룩데룩 굴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놈이 결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리 복명하며 007 가방을 품 안에 소중히 갈무리했다.

"좋아. 마음에 든다. 이효상. 우하하하...!"

호탕한 광소가 장내에 길게 울려퍼졌다.

***

오늘도 루반과 수원 공장을 시찰했다.

우리는 유니버스1의 생산 과정을 매의 시선으로 살핀 뒤 인근의 레스토랑으로 넘어갔다.

식사를 끝낸 뒤 루반과 심도깊은 논의를 이어갔다.

"서울에 얀드로이드 R&D 센터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리고 국제학교도 이른 시일 안에 설립해 주십시오."

"좋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회장님."

다음날.

상암동 드림 케이블 본사에 도착하자마자 주한수에게 넌지시 물었다.

"전 세계 최고의 사립학교가 어디지?"

녀석이 즉답했다.

"영국의 이튼 스쿨입니다."

"이튼 스쿨이 그리 대단한 곳인가?"

"아랍 왕가와 미국 유럽의 억만장자 자녀들이 학업을 이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학비가 얼마지?"

"한화로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 기준에 부합하는 학교였다.

"이튼 스쿨 측에, 한국에 국제학교 분교를 내는 방안을 제안해 봐."

"알겠습니다. 회장님."

한수를 내보낸 뒤 김용대 본부장을 면전에 불러들였다.

김용대가 두툼한 대본을 내 손에 건넸다.

대본은 재벌가 후계자와 잘생긴 서민 청년, 아름다운 그녀의 3각 관계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었다.

내 명령을 충실히 이행한 시나리오였다.

"이 대본을 바탕으로 드라마 제작에 돌입해."

"작품명을 '신사동에서 생긴 일'로 정할까요?"

"그건 가제잖아. 그거 말고 다른 거로 작명하자고."

"염두에 두신 복안이 있으신지요?"

"태국에 있는 코사무이라는 휴양지를 아나?"

"소문은 들어봤습니다."

"거기 리조트 시설이 아주 좋거든. 드라마 막씬을 거기서 찍으면 좋을거야."

용대가 두눈을 빛내며 은근한 어조를 흘려보냈다.

"그러시다면, 작품 명을 '코사무이에서 생긴 일'로 선정하는 게 어떨런지요."

괜찮은 작명이었다.

"좋아. '코사무이에서 생긴 일'로 작명을 하자고."

"예. 회장님."

***

청와대 집무실에 이효상 국정원장이 나타났다.

그는 이명복에게 정중히 인사한 뒤 보고를 올렸다.

"이태수 회장의 측근들을 조사한 결과 별다른 약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명복의 얼굴에 불만스런 낯빛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달 동안 조사한 결과가 겨우 그건가?"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명복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한 뒤 넌지시 입을 열었다.

"그놈이 라스베가스에서 오피니언 리더들을 접대한 걸 빌미로, 뇌물죄를 걸어버리는 게 어때?"

"사진 몇장으로는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현지 호텔의 협조를 구하면 될 일 아닌가?"

"그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국정원 요원들을 총동원 하라고!"

"라스베가스에서 함부로 정보수집 활동을 펼칠 경우 미국 정부 당국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끄응."

명복의 입에서 앓는 듯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 일심회(一心會) 2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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