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 개망나니-155화 (80/200)

< 쾌진격(快進擊) >

히말라야전자 수원 공장에 국내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C 텔레콤의 유현종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수원공장의 유니버스1 생산라인을 두루 시찰한 뒤 박용범 대표이사에게 넌지시 입을 열었다.

"초도물량으로 300만대를 공급해 주시면 우리 SC 텔레콤이 유니버스1의 판매를 책임지겠습니다."

박용범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저희도 그러고 싶지만 AT&T에 공급할 물량도 부족한 형편입니다. 천상 국내 시장에는 내년 1분기에 공급이 가능할거 같습니다."

그러자 유현종이 얼굴 가득 간절한 표정을 떠올리며 읍소했다.

"KD 텔레콤에서 조만간 아이폰을 론칭할 예정이에요. 만약 그리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의 독무대가 될 겁니다."

"그러니 AT&T에 공급할 물량 중에서 일정 수량을 우리 회사로 돌려주십시오."

용범이 두눈을 번뜩이며 입을 열었다.

"KD 텔레콤이 수입하는 아이폰 물량이 어느 정도죠?"

"대략 120만대 내외로 알고 있습니다."

"시장에는 언제 풀리는 겁니까?"

"10월 말에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용범이 결심한 얼굴로 나직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제가 책임지고 10월 중순까지 유니버스1을 300만대 가량 귀사에 공급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유현종이 감격한 표정을 지으며 용범의 손을 두손으로 공손히 마주잡았다.

***

드라마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인, 서울 모처의 대저택을 찾았다.

촬영장에 들어서자 히말라야 프러덕션의 유한성 대표가 나를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회장님."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촬영장 한켠에 그림처럼 서 있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에게 이목을 집중했다.

비쥬얼이 신선했다.

내가 좋아하는 청초한 스타일이었다.

유한성에게 넌지시 물었다.

"누구지?"

"신인 여배우인 조수민입니다."

"연기 경력은?"

"영화에서 주조연으로 여러편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디션을 본 건가?"

"네. 회장님."

"드라마 제목을 뭐로 정했지?"

"회장님이 명하신 대로 '코사무이에서 생긴 일'로 확정했습니다."

코사무이에서 생긴 일은 히말라야 프러덕션에서 제작을 책임졌다.

드림 케이블의 드라마국 인력이 모두 소진된 탓이었다.

"남주는 누구지?"

"대박엔터에 소속된 신인 남배우들을 중심으로 선발했습니다."

"감독은?"

"탄탄한 연출력으로 유명한 이명조 감독입니다."

유한성이 은근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코사무이 현지에서 상당 기간 로케 촬영에 돌입해야 할거 같습니다.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서..."

녀석은 말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제작비를 인상해 달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회장님."

"코사무이는 정정이 불안정한 지역이야. 그러니 제주도에서 촬영을 진행해. 그래야 제작비가 세이브될거 아닌가?"

나는 쓸데없이 흥청망청 돈을 쓰는걸 경계했다.

제작비와 흥행성적이 비례하지 않다는 사실을 여러차례 몸소 체험한 탓이었다.

"정해진 제작비용 내에서 촬영을 완료해. 회사돈이라고 물쓰듯이 돈 쓸 생각을 하지말라고."

한성이 쓴웃음을 지으며 복명했다.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촬영이 끝나면 조수민을 내 집으로 데리고 와."

녀석이 눈빛을 빛내며 넌지시 물었다.

"그녀가 마음에 드십니까?"

"조금."

그 말을 끝으로 촬영장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그날 밤, 타워필리스 펜트하우스.

조수민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하늘하늘한 원피스 차림이었다.

수민이 나를 향해 조신하게 인사를 해왔다.

두손을 가리런히 모은 채 허리를 공손히 숙였다.

그녀는 인사를 끝낸 뒤 내 면전에 공손히 시립했다.

"대학교를 졸업했나?"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휴학 중이에요."

"나이가 몇이지?"

"22살이요."

"사귀는 남자는?"

그녀가 붉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대답했다.

"없어요."

말하는 태도를 보아하니 남친이 있어보였다.

물론 내가 알 바 아니었다.

그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당분간 내 여자로 살아라. 그러면 너를 탑 여배우로 만들어주마."

그 말을 끝으로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수민이 내 뒤를 조신하게 뒤따랐다.

***

서울시청.

시장실에 도시개발국장이 나타났다.

그는 장재훈 시장에게 정중히 인사한 뒤 본론을 꺼냈다.

"상암동에는 1만평에 달하는 택지가 없습니다."

장재훈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묘수가 없을까?"

그러자 도시개발국장의 입에서 은근한 어조가 흘러나왔다.

"묘안이 있기는 하지만, 실행하는 게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게 뭔가?"

도시개발국장이 두눈을 빛내며 답변했다.

"하늘공원 정상에 1만평에 달하는 공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 곳을 택지로 선정하자는 말인가?"

"예. 그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흐으음..."

장재훈의 입에서 깊은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원래 하늘공원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조성된 곳이었다.

그 곳을 택지로 변경한다면 뒷말이 나올 공산이 컸다.

허나, 그는 상암동에 초고층 빌딩 건설과 글로벌 IT 기업 등을 유치하고 싶었다.

서울시장으로서 놓칠수 없는 탐스러운 과실이었기 때문이다.

재훈은 차기대선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러자면 시민들에게 어필할 만한 업적을 재임 기간 중에 반드시 완수해야 했다.

그가 결심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늘공원의 형질 변경안을 도시개발 회의에 상정하세요."

"예. 시장님."

"그리고 이 회장에게 추가로 딜을 넣을 생각이에요."

"염두에 두신 복안이 있으십니까?"

재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인 히말라야전자의 본사를 상암동에 추가로 유치할 계획입니다."

***

상암동 드림 케이블 본사.

회의를 끝마친 뒤 회장실로 올라가자 히말라야전자의 박용범 대표이사가 면담을 신청했다.

박용범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공손히 인사한 뒤 본론을 꺼냈다.

"SC 텔레콤에 유니버스1을 3백만대 가량 공급하시는 게 어떨런지요?"

"물량이 부족할텐데."

"추가 인력을 투입해서 주야로 공장을 돌린다면 어느 정도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무리하지말고 내년 1분기에 공급하는 게 낫지 않을까?"

박용범이 고개를 완강히 저었다.

"애플의 아이폰이 10월 말에 국내시장에 시판될 예정입니다. 그들에게 시장을 선점 당한다면 우리 입장에서 좋을 게 없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사무직과 영업직 인력을 한시적으로 생산 라인에 주야로 투입한다면 10월 초까지 3백만대 내외의 물량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좋아. 당신이 알아서 일을 추진해 봐."

"감사합니다. 회장님."

박용범이 장내에서 사라지자마자 주한수가 눈 앞에 나타났다.

"장재훈 시장님이 회사에 오셨습니다."

"들어오시라고 전해."

"예. 회장님."

장재훈이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악수를 교환한 뒤 커피를 음미하며 현안을 논의했다.

장 시장의 입에서 뜻 밖의 언사가 흘러나왔다.

"히말라야전자의 본사를 상암동으로 이전해 주신다면 하늘공원의 토지 1만평을 저렴한 가격에 회장님에게 양도할 의향이 있습니다."

히말라야전자는 이렇다할 본사 건물이 없었다.

수원공장과 평택, 천안 공장 등에 분산된 상태였다.

"히말라야전자의 사무직 인력이 2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재훈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상암동에는 업무용 용지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회장님이 원하신다면 업무용 용지를 평당 5백만원의 가격으로 불하해 드리겠습니다."

"고민을 좀 해봅시다."

"그럼 결정을 하시면 저에게 연락을 주십시오."

다음날.

히말라야전자 수원 공장의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쉬, 유니버스1의 생산 라인을 두루 시찰한 뒤 박용범과 함께 인근의 밥집으로 넘어갔다.

우리는 설렁탕으로 배를 채우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히말라야전자의 본사를 상암동에 설립하는 게 어떨까?"

넌지시 말하자 용범이 기다렸다는 듯 화답했다.

"괜찮은 판단이신거 같습니다. 해외에서 찾아오는 클라이언트들을 공장에서 접대하는 게, 사실 여의치 않은 점이 많았습니다."

"당신은 찬성하는 건가?"

"네. 회장님."

"좋아. 그럼 태스크포스 팀을 꾸려서 상암동 본사를 건설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연구하도록."

"말씀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

서울시청 컨퍼런스홀에 하수용 이사를 필두로 히말라야 투자그룹의 관계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수용은 상암동에 위치한 여러건의 토지매입 계약서류에 차례로 자필 서명을 기입한 뒤 장재훈 서울시장과 힘찬 악수를 교환했다.

***

상암동 월드컵파크 3단지 앞에 위치한 공터를 찾았다.

그곳에서는 기공식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장재훈 서울시장, 김민용 삼송그룹 회장과 차례로 악수를 교환한 뒤 기공식 행사 테이프를 가위로 절단했다.

기공식 행사를 끝마치자마자 첨단산업센터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상암동 이튼스쿨의 공사 관계자들이 나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인사를 해왔다.

공사현장을 두루 살핀 뒤 책임자인 삼송건설의 김형우 전무를 면전에 호출했다.

"언제쯤이면 학교가 완공되는 거죠?"

"2010년 2월경입니다."

"신학기가 시작되기 이전에 반드시 공사를 완료해 주십시오."

"그리고 하늘공원에 건설되는 저택의 설계도는 언제 나오는 겁니까?"

"일주일 내로 설계를 끝마칠 예정입니다."

"설계도가 나오는 즉시 나에게 가져오세요."

"넵. 회장님."

***

타워필리스 펜트하우스.

김민용이 내 집에 나타났다.

녀석의 손에는 설계도가 들려있었다.

민용이 건넨 설계도를 들여다보자 지하에 위치한 핵벙커에 시선이 모아졌다.

"핵벙커의 재질이 뭐지?"

"두께 1미터 내외의 티타늄."

"단가는?"

"평당 조성가격이 한화로 1억 5천만원 내외일거다. 그런데 뭐하러 핵벙커를 만들려는 거야?"

"핵전쟁이 날지도 모르잖아."

그러자 민용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핵전쟁이 발발할 낌새가 보이면 미국으로 도망가면 그만이라고. 너는 지금 뻘짓에 돈을 쏟아붓는거야."

"형이 알아서 하니까 지하에 40평 내외의 핵벙커를 제대로 만들라고."

"걱정마라. 설계도에 나온대로 제대로 지어줄테니."

"술이나 빨자."

그리 말하며 거실 홈바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

드림 케이블의 드라마 채널에서 절찬리에 방영된 '코사무이에서 생긴일'이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했다.

평균 시청률 35% 최고 시청률 48%를 기록한 것이다.

당연히 모두 내 덕분이었다.

허나, 시청자들은 드라마 대본을 만든 작가와 주연 남녀 배우들에게만 열광했다.

참으로 씁쓸한 순간이었다.

그 무렵, 애플의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했다.

예상대로 아이폰은 한국의 소비자들을 열광시켰다.

빼어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 덕분이었다.

허나, 히말라야전자의 유니버스1이 SC 텔레콤을 통해 국내에 시판되자 상황은 순식간에 역전됐다.

아이폰의 절반 가격에 불과하면서도 디자인과 성능이 엇비슷한 탓이었다.

그리고 한국산을 은근히 열망하는 소비자들의 니즈 덕분에 유니버스1은 국내시장에 출시된지 한달 만에 3백만대 완판이라는 경이적인 신화를 창조했다.

상암동 드림 케이블 본사 회장실.

히말라야전자의 박용범 대표이사가 내 앞에 나타났다.

"연말 보너스 지급 규모에 대해서 지침을 하달해 주십시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시중의 이목은 히말라야전자의 연말 상여금에 모아졌다.

역대급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을 달성한 탓이었다.

"연말 보너스로 어느 정도를 지급하는 게 적절할까?"

박용범이 즉답했다.

"사내유보금이 70조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중에서 1조원 정도를 보너스로 베푸시는 게 어떨런지요?"

"히말라야전자의 임직원 수가 총 몇명이지?"

"25만명 가량입니다."

"1조원 나누기 25만명이 얼마지?"

박용범은 주머니에서 전자계산기를 꺼낸 뒤 재빨리 계산에 돌입했다.

계산을 끝마친 용범이 입을 열었다.

"일인당 400만원 안팎입니다."

"너무 적군."

"그렇지만 25만명에게 전부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게 중요한거 아니겠습니까?"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언론에서는 그렇게 생각 안할거야. 그들은 분명 일인당 400만원에 불과한 보너스에 초점을 맞출거라고."

"일인당 최소 1천만원 수준으로 상여금을 맞추자고. 사내유보금 중에서 2조4천억을 연말 상여금으로 지급해."

"균등하게 배분할까요?"

"임직원 구분없이 일인당 1천만원으로 공평하게 지급하라고."

"알겠습니다. 회장님."

***

버라이즌과 AT&T 통신사에 공급한 유니버스1 전략 스마트폰이 북미 지역의 소비자들에게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아이폰에 필적하는 성능임에도 절반 가격에 판매를 한 탓이었다.

그 무렵, 코플랜드 로펌의 마이어 대표가 한국을 방문했다.

나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조선호텔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육즙이 자르르 흐르는 등심 스테이크와 달달한 샴페인을 음미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기를 문득 마이어 대표가 사뭇 긴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애플 측에서 히말라야전자를 디자인 도용과 소프트웨어 특허 침해 혐의로 미국 법원에 제소할 것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게 나돌고 있습니다."

"어떤 점을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겁니까?"

"아이폰과 비슷한 디자인과 멀티터치 기능 때문에 그런거 같습니다."

"애플의 잡스 회장이 별것도 아닌 일로 시비를 거는 군요."

"그렇지만 그들이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다면 치열한 법정다툼을 피할수 없을 겁니다."

"저는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습니다. 맞받아 치면 그만이에요."

그러자 마이어 대표가 감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시덥잖은 것으로 싸움을 걸어온다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복안이 있으십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즉답했다.

"애플이 준비 중인 아이폰 2에 우리가 허락하지 않은 4G 무선통신 기술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4G 무선통신 기술의 특허를 히말라야전자가 보유한 겁니까?"

"히말라야 투자그룹 산하의 칼컴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4G 무선통신 기술은 내 허락을 받지 않는 한 결코 사용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마이어가 두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4G 무선통신 특허를 방패막이 삼는다면 애플을 손쉽게 요리할 수 있을 겁니다."

"일단 두고봅시다."

그리 말하며 마이어 대표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

2009년의 희망찬 새해가 밝아왔다.

나는 신년 새해를 타워필리스 자택에서 소박하게 맞이했다.

더불어 방문객들의 집안 출입을 일체 금지했다.

홀가분하게 혼자 있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실 소파에 온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벽면에 장식된 대화면 TV에 이목을 고정했다.

때마침 TV 에서는 밤 9시 뉴스가 방영되고 있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히말라야전자의 2008년 경영성적을 예측하는 보고서를 동시다발적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들은 히말라야전자의 매출이 3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영업이익은 87조원, 순이익은 5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 했습니다.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히말라야전자의 전략 스마트폰인 유니버스1의 폭발적인 판매성적과 모바일 D램, 낸드플래쉬의 호황에 힘입어 그같은 경영성적을 달성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중략...

월가의 애널리스트는 족집게 도사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그들은 히말라야전자의 2008년도 경영성적을 오차범위 안에서 적중시켰다.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때, 장내에 민용철 수행비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신정 연휴를 나와 함께하고 있었다.

"김명우 의원께서 오셨습니다."

"들여보내."

"네. 회장님."

잠시 뒤, 명우가 내 앞에 나타났다.

녀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혀를 끌끌 찼다.

"전 세계에서 돈이 제일 많은 남자가 새해 첫날부터 청승맞게 이게 뭐야?"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

"헛소리 하지말고 형이랑 같이 술이나 빨러 나가자."

결국 못이기는 척 명우를 따라나섰다.

***

김태섭이 내 집에 나타났다.

녀석은 나를 향해 큰절을 올린 뒤 본론을 꺼냈다.

"재벌 2.3세가 중심이된 소사이어티 클럽회원들을 일심회에 끌어들이는 게 어떻습니까?"

"그놈들이 도움이 될까?"

"그들이 그룹을 물려받는다면 회장님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겁니다."

"그건 당신이 재벌가 속사정을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거야."

"네에...?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태섭이 말끝을 흐리며 나를 쳐다봤다.

녀석은 재벌가의 생리에 대해서 별다른 지식이 없었다.

"재벌가는 후계자 외에는 모두 쭉정이 신세가 되는거야. 별 볼 일 없는 부잣집 도련님 수준이라고."

"그렇지만 소사이어티 클럽 회원들은 대다수 경영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진짜 후계자가 되는 비율은 5%가 될까, 말까야. 그러니 소사이어티 회원들 중에서 옥석을 가려서 일심회로 끌어들여."

태섭이 은근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회장님께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십시오."

"20대 그룹 후계자를 중심으로 접촉을 해봐. 물론 가능성이 제일 높은 놈들에게 딜을 넣어야겠지."

"그리고 김민용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쓸데없이 접근하지마라."

"네. 회장님."

< 쾌진격(快進擊)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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