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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 개망나니-166화 (166/200)

< 광풍노도 1 >

주성재 행정자치부 장관이 이의를 제기했다.

그 역시 히말라야전자의 임원 출신이었다.

"국내에 입국한 조선족 태반이 이중국적자 신분입니다. 법적으로 그들을 추방하기가 거의 불가능 합니다. 대통령 각하."

"조선족들의 추방이 불가능 하다면 가능하도록 만들면 될거 아닙니까?"

"법을 개정하라는 말씀입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중국적자들의 지위를 인정하는 법률을 폐지하는 안건을 임시국회에 상정하세요."

그러자 많은 수의 국무위원들이 핼쑥해진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왜 그런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시는 겁니까?"

그리 반문하자 장준기 국무총리가 어색한 얼굴로 조곤조곤한 목소리를 흘려보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국무위원들의 직계 존비속 중에 이중국적자 신분을 지닌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국적을 제외한 국적을 포기하라고 전하세요. 아시겠습니까!"

엄한 얼굴로 목소리를 높이자 국무위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복명했다.

"넵. 대통령 각하!"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인 박용범에게 질문을 던졌다.

"2009년 수출입 성적을 보고하세요."

내 명령이 떨어지자 박용범이 화이트 스크린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는 스크린에 떠오른 수출입 성적표를 지시봉으로 가리키며 차분한 얼굴로 발표를 시작했다.

"한국은 2009년도에 수출 5840억불, 수입 5570억불을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270억불에 달하는 무역흑자를 달성했습니다."

"한국의 수출물량 중에서 히말라야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죠?"

내 물음에 용범이 시원하게 즉답했다.

"히말라야전자의 2009년 수출실적은 5300억불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한국의 수출물량 중에서 거의 90%를 점유하는 수준입니다."

그러자 국무위원들의 얼굴에 하나같이 감탄하는 표정이 짙게 드리워졌다.

허나, 나는 바로 그점이 불만이었다.

한국의 수출체질이 무척 허약한 탓이었다.

한국은 전적으로 히말라야전자에 의존하는 경제체제였다.

만약 히말라야전자가 휘청거린다면 한국 경제는 그 즉시 끝모를 나락으로 굴러떨어지는 운명이었다.

그때, 용범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재차 들려왔다.

"우리 히말라야전자는 한국의 GDP 중에서 대략 88%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말그대로 한국의 경제를 책임지는 핵심 기업이라고 할 수 있죠."

순간 국무위원들의 힘찬 박수소리가 장내에 길게 울려퍼졌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

국무위원들 대다수는 히말라야전자의 고위 임원 출신이었다.

그런 탓으로 히말라야전자에 무한한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박용범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장수길 경제부총리의 목소리가 장내에 메아리쳤다.

"국민 기본 소득제의 시행 방안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장수길은 그리 말하며 나와 국무위원들을 차례로 둘러봤다.

직후 나직한 어조로 국민 기본소득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차분히 설명했다.

"국민 기본소득제는 당분간 대통령 각하의 사재로 운용될 예정입니다. 연소득 6천만원 미만인 서민과 중산층 가구들이 대상입니다."

"국세청의 조사결과 연소득 6천만원 미만 가구의 숫자는 대략 670만 가구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1인 가구와 2인 가구 역시 150만 가구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1인 가구와 2인 가구에 한해서 연간 500만원과 700만원 수준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각하."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리고 3인 가구 이상에 한해 연소득 1200만원을 보조해 주는 방안이 매우 타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제 내가 답할 차례였다.

"국민 기본소득제는 부총리께서 전담해서 일을 마무리 지어 주십시오."

"대신 6월달 이전에 지급 방법과 액수 등을 확정해 주세요."

"명심하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국무회의를 종료한 뒤 이효상 외교부장관을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미국 정부의 동정을 보고하세요."

"아바마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관료 대다수가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서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아바마의 생각이 변할 가능성이 없나요?"

"거의 없는거 같습니다."

아바마에게 선거자금으로 10억 달러가 넘는 거액을 기부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말을 갈아탈 시점이었다.

약점이 많은 종마가 필요했다.

그때, 뇌리에 욕심 많은 트램프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효상을 내보낸 뒤, 미국에 있는 체이스 회장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

워싱턴 DC.

백악관 지하에 위치한 국가안보 비상 상황실에 아바마 대통령과 안보 보좌관, 국무장관, 국방장관, CIA 국장 등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바마는 장내에 배석한 국가안보 비상회의 멤버들에게 모두발언을 내뱉었다.

"한국의 신정부는 핵무장을 공언하고 있습니다. 그 문제로 여러분을 이곳에 모셨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의 허심탄회한 의견을 개진해 주십시오."

그의 모두발언이 끝나자마자 슐츠 국무장관이 격앙된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경우 일본과 대만까지 핵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겁니다. 그리 된다면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더 이상 행사 할 수 없게 됩니다!"

"맞습니다.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한다면 동북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줄어들 겁니다. 절대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하시면 안됩니다. 대통령 각하!"

레이본 CIA 국장 또한 한국의 핵무장에 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자 해리스 국방장관이 고개를 끄덕이며 완강한 얼굴로 말을 덧붙였다.

"한국이 핵무장의 길로 나아간다면 북한에 맞먹는 혹독한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셔야 합니다. 대통령 각하."

라이센 안보 보좌관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한다면 동아시아 전체에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줄어들 겁니다. 그러니 한국의 이태수 대통령에게 단호한 메시지를 보내셔야 합니다."

아바마는 좌중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자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한 어조로 화답했다.

"여러분들의 고견을 받아들이겠습니다."

***

청와대 집무실.

장내에 미국 특사인 아담 챈들러 상원의원이 나타났다.

그는 거만한 얼굴로 미국 정부의 최후 통보를 전달했다.

"한국이 핵무기를 제조하기 위해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 할 경우, 그 즉시 한국에 대한 전방위적인 경제제재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입니다."

챈들러는 그리 통보한 뒤 거만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의 말을 묵묵히 경청한 뒤 나가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그러자 놈이 되먹지않은 개소리를 쉴새없이 쏟아냈다.

"귀하가 미국의 경고를 무시한다면 큰 화를 당하실 겁니다. 그 점을 유념하십시오. 아시겠습니까?"

"당신과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이만 나가 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두눈을 지그시 감았다.

***

청와대 관저로 들어서자 김소민과 이민정, 조수민이 나를 반겼다.

그녀들은 나를 따라서 청와대에 입주한 상태였다.

그녀들과 오붓한 시간을 함께한 뒤 관저의 너른 정원을 거닐며 민용철 비서관을 면전에 불러들였다.

"부르셨습니까. 대통령 각하."

"지금 몇시지?"

"새벽 2시 무렵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용철에게 지시를 내렸다.

"장준기 국무총리와 김태섭 신화창조당 대표를 호출해."

"지금 말입니까?"

용철이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그래. 그러니 어서 그들에게 연락을 넣어."

"알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30분 뒤, 관저에 장준기 총리와 김태섭 당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과 관저의 정원을 거닐며 향후 국정운영에 대해서 논의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는 고사성어 대로 이번 기회에 지방자치제 폐지와 사회지도층 비리 수사처 특별 법안도 국회에 같이 상정하는 게 어떨까?"

준기와 태섭이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

"너무 이른 시점 아닐까요?"

"지자체 폐지와 사회지도층 비리 수사처 법안은 시간을 두고 검토하시는 게 어떠신지요?"

"아니야. 외국인 노동자 특별법안과 같이 처리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러니 당신들도 정신을 바짝 차리라고."

태섭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야당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리되면 외국인 특별법안 통과도 어려울 겁니다."

"그러니 야당 측과 협상할 시간을 주십시오. 각하."

"협상 같은건 내 사전에 없어."

"각하. 너무 강하게 나가시면 야당의 격렬한 반발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다시 한번 재고해 주십시오."

태섭은 당대표가 된 뒤로 많이 유약해진 모습이었다.

야당 의원들과 사석에서 술자리를 많이 한 탓이었다.

"국회의석을 203석이나 차지한 주제에 왜, 그렇게 자신이 없나?"

질책성 언사를 내뱉자 태섭이 송구한 얼굴로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대통령 각하."

"장 총리가 김 대표를 지원해. 경찰 병력을 총동원 하라고."

"알겠습니다."

"만약 야당의원들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한다면 눈치보지 말고 즉각적으로 경찰병력을 투입해."

"그리 조치하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장준기가 그리 복명하자 태섭이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화답했다.

"최선을 다해서 각하의 명령을 완수하겠습니다."

"이만 가봐."

"넵. 대통령 각하."

장준기와 태섭을 내보낸 뒤 용철을 불러들였다.

"내일 오전 9시에, 청와대와 국회에 출입하는 보수 언론사의 기자들에게 출입불가 통보를 내려."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

여의도 야당 당사.

야당의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결연한 자세로 난상토론을 펼치고 있었다.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노동자 추방 특별법과 지방자치제 폐지, 사회지도층 비리 수사처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이제 조만간 여당 측에서 법안을 국회에 상정하는 일만 남았어요."

야당 대표의 모두발언이 떨어지자 최고위원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장내에 쉴새없이 울려퍼졌다.

"반인륜적인 외국인 노동자 추방 특별법과 민주주의를 짓밟는 지자체 폐지, 사회지도층 비리 수사처 법안을 무슨 수를 쓰든 반드시 막아내야 합니다."

"옳습니다. 국회를 무력으로 점거하는 한이 있더라도 여당의 폭거를 저지해야 합니다."

"그럼 오늘 부터 국회를 점거합시다. 이런식으로 뜸을 뜰이다가 여당에서 기습적으로 법안을 날치기 한다면 천추의 한이 될 겁니다."

야당 대표가 결심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늘 오후 3시를 기점으로 국회의사당을 점거합시다!"

그날, 야당은 소속 의원과 당직자들을 총동원해 국회의사당을 완벽하게 점거했다.

***

청와대 집무실.

벽면을 장식한 대화면 TV에 이목을 집중했다.

-야당의원들과 당직자들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했습니다. 그들은 반인륜적인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여당의 야욕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중략...

예상하던 일이었다.

그런 탓인지 별로 놀랍지 않았다.

곧바로 주한수 비서실장에게 콜을 넣었다.

-장준기 총리와 김태섭 당대표를 호출해.

-예. 대통령 각하.

20분 뒤, 장준기가 내 앞에 나타났다.

"국회 주변에 포진한 경찰병력이 얼마죠?"

"5천명 가량입니다."

"너무 적어요. 5천명을 더 증원해서 1만명으로 맞추세요."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새벽 01시를 기해 외국인 노동자 추방 특별법과 사회지도층 비리 수사처, 지방자치제 폐지 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세요."

"경찰병력을 의사당 안으로 진입시키라는 말씀입니까?"

"그래요."

"언론과 포탈 뉴스면이 난리가 날 겁니다."

"방송과 포탈 뉴스만 검열하시고, 신문은 신경쓰지 마세요."

"신문도 검열하시는 게 어떠신지요?"

"요즘 누가 돈을 주고 신문을 사봅니까? 그러니 신문은 신경쓰지 마십시오."

"알겠습니다. 각하."

장준기를 내보낸 뒤 문 밖에서 대기 중인 김태섭을 불러들였다.

"새벽 01시를 기해 경찰병력이 의사당에 난입할 예정이니까 신화창조당 의원들을 의사당 주변에 대기시켜."

"명하신대로 움직이겠습니다."

"속전속결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알겠나?"

"염려마십시오. 대통령 각하."

"좋아. 나가봐."

태섭을 내보낸 뒤, 집무실 지하 통로로 내려갔다.

삼청동 안가에서 칼라일 투자그룹의 체이스 회장과 만나기 위함이었다.

삼청동 안가 도감청 방지룸.

체이스 회장과 악수를 교환한 뒤 거두절미하고 본론을 꺼냈다.

"회장님을 저의 비밀 고문으로 초빙하고 싶습니다."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고문료로 연간 3억불(3600억)을 지불할 의향이 있습니다."

체이스의 얼굴에 끈적한 탐욕이 번져갔다.

"저에게 원하시는 게 뭔지요?"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의 핵무장을 염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바마 대통령은 저와 생각이 많이 다르더군요."

"으음..."

그의 입에서 침중한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래서 저에게 아바마를 설득해 달라고 청하시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아바마와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데, 제가 뭐하러 그런 쓸데없는 부탁을 하겠습니까?"

그제서야 체이스가 한시름 놓은 얼굴로 술잔을 입안으로 가져갔다.

그는 진토닉을 한모금 들이킨 뒤 입을 열었다.

"그러시다면, 저를 청하신 이유가 무엇인지요?"

"공화당 경선이 언제 열리죠?"

체이스가 의아한 얼굴로 답했다.

"3월 말부터 당내 경선이 시작될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질문을 왜, 하시는 겁니까?"

"그 전에, 트램프의 동정을 알려 주십시오."

"트램프의 근황이 궁금하신 겁니까?"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순순히 답변했다.

"당내 경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도감청 방지룸을 거닐며 체이스에게 본심을 드러냈다.

"트램프가 아바마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요?"

"아바마의 대항마가 필요하신 거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트램프가 최적임자 같아서 회장님에게 이런 질문을 드리는 겁니다."

체이스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선거자금만 넉넉하다면 아바마와 좋은 승부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트램프가 사재를 털면 되겠군요."

체이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완강히 저었다.

"트램프는 약삭빠른 친구라 후원자들의 돈으로 선거를 치룰 생각 밖에 없을 겁니다."

그의 말대로 트램프는 이해타산적인 남자였다.

선거자금으로 사재를 털어넣을 생각 따위는 애시당초 안하는 인물이었다.

"트램프에게 제 의중을 대신 전달해 주십시오."

"말씀해 보십시오. 대통령 각하."

체이스는 나를 '대통령 각하'라고 깍듯하게 호칭했다.

나름 예의가 바른 사람이었다.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해 준다면 선거자금으로 1백억 달러를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전해 주십시오."

체이스가 경악한 얼굴로 되물었다.

"정말 그 막대한 자금을 트램프에게 후원하실 생각입니까?"

"오래 전부터 계획한 일입니다. 그러니 트램프에게 내 의중을 전달해 주십시오."

< 광풍노도 1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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